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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펭귄, 세계고전 1200선 … 작품해설로 정평” [중앙일보]


한국어판 내는 펭귄 클래식 프로이덴하임 대표



 
  아담 프로이덴하임 펭귄 클래식 대표는 “책이 쏟아져 나올 수록 독자들은 ‘믿고 읽을 만한’ 책을 더 찾는다”며 “펭귄 클래식을 통해 한국 독자들이 ‘좋은 문학’에 대한 갈증을 풀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사진=김형수 기자]
 
 
‘문고본의 대명사’로 통하는 펭귄 클래식이 한국에 진출한다. 국내 출판사 웅진 씽크빅(대표 최봉수·이하 웅진)과 50대 50으로 자본을 투자한 합작출판사를 통해서다. 웅진은 “펭귄 클래식과 웅진의 단행본 그룹 임프린트인 ‘문학에디션 뿔’ (대표 박상순)이 펭귄 클래식 코리아를 설립했다”고 28일 발표했다. 웅진은 이어 “오는 5월 첫 책을 발간하며 연내 최대 50권의 클래식 시리즈를 한국어로 번역·출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펭귄 클래식이 영어 이외의 언어로 출간되는 것은 올 2월 선보이는 중국어판에 이어 한국어판이 두 번째다.

중앙일보는 이날 합작사 설립을 기념해 내한한 아담 프로이덴하임(33) 펭귄 클래식 대표를 서울 동숭동 웅진 사옥에서 단독으로 만났다. 프로이덴하임 대표는 “60년이 넘는 역사를 통해 전세계 독자들로부터 쌓아온 두터운 신뢰가 펭귄의 가장 큰 자산”이라며 “한국 독자들이 ‘최고의’ 시리즈를 한국어로 읽을 수 있게 돼 정말 기쁘다”고 말했다.

60년 역사가 펭귄 클래식의 자랑이듯이 프로이덴하임 대표도 나이가 지긋해야 할 것 같았다. 그러나 인터뷰 자리에 ‘백발의 신사’는 없었다. 대신 “전날 오후에 도착해 아침에 일어나기 쉽지 않았다”면서도 목소리가 쩌렁쩌렁 울릴 만큼 에너지 넘쳐보이는 젊은 ‘청년’이 등장했다. 이번 합작을 적극적으로 밀어붙인 주인공이었다.

-한국 출판사와 합작을 추진한 이유는.

“18개월 전 처음으로 중국과 합작회사를 세웠다. 펭귄 클래식은 15개국에 지사를 두고 있지만 합작은 처음이었다. 그리고 한국이 두 번째다. 한국 출판시장의 잠재력이 매우 크다고 판단했다. 수준높은 독서 문화가 있고, 한국인의 교육열이 남다르다는 것도 확신을 줬다. 국제 사회에서 한국의 지명도가 높아진 것도 주요한 요소로 작용했다.”

-합작 관계를 설명한다면.

“한국어로 번역해 출판한다.웅진이 펭귄의 디자인과 브랜드를 모두 사용한다. 작품 해설도 포함된다. 한국 시장에서 인정받은 웅진의 마케팅과 펭귄의 콘텐트·노하우가 결합되는 것이다.”

-펭귄이 다른 문고판과 다른 점은.

“보통 독자들은 출판사 이름을 잘 기억하지 못한다. 하지만 펭귄이라면 모르는 사람이 없다. 오랜 역사가 일궈놓은 결과다. 방대한 리스트도 빼놓을 수 없다. 클래식 시리즈만 1200여 권이다. 영미문학 작품만 있는 것이 아니라 전세계에서 엄선된 작품이 망라돼 있다. 우수한 번역자를 발굴해 번역에 공을 들였고, 시대 배경 등 작품의 이해를 돕기 위해 첨부한 해설에도 자부심을 갖고 있다.”

-고전만 출간하는가.

“그렇지 않다. 최근 영국에서 출판된 에일린 창의 ‘색,계’(Lust,Caution)도 펭귄 클래식에서 나왔다. 클래식 시리즈에는 ‘클래식’ ‘모던 클래식’ ‘포퓰러 클래식’ ‘레드 클래식’ 등 여러 브랜드가 있다. 모던 클래식이 2차 대전 이후에 나온 작품들이라면, 포퓰러 클래식은 고전 중에서 베스트셀러 120권을 다시 추려 텍스트만 수록한 것이다. 기차에서도 읽고, 배낭에 넣고 다니며 읽을 수 있도록 만들었다. 레드는 현대작이 많고, 또 온라인이나 수퍼마켓에서도 독자들이 위협(웃음)을 느끼지 않고 구매할 수 있도록 표지를 다른 버전으로 바꿨다.”

-한 제목의 책이 다른 표지로도 출판된다는 뜻인가.

“그렇다. 펭귄이 문고판의 대명사가 되는 데에는 독특한 ‘책 디자인’도 한 몫했다. 고전이기 때문에 독자들에게 더 새롭고 친근하게 다가가기 위한 노력이 필요했다. 표지 디자인에 중점을 두는 것은 그런 노력의 일환이다. 오는 3월에는 셜록 홈즈의 책들을 완전히 새로운 디자인으로 선보일 계획이다.”

-시리즈 중 대표작을 꼽는다면.

“‘오딧세이’는 300만권 이상이 팔렸고 조지 오웰의 ‘동물 농장’과 존 스타인벡의 ‘분노의 포도’ 등은 수 십년 동안 변치 않은 최고 베스트셀러다. 제인 오스틴도 독자들이 끊임없이 찾는 작가다.”

-디지털 시대다. 시장이 줄고 있지 않나.

“그렇지 않다. 그렇다면 우리가 최근 5~10%의 성장을 기록하지 못했을 것이다. 오히려 클래식 시리즈는 최근 건강하게 성장하고 있는 편이다. 갈수록 수 많은 책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현대의 독자들은 그 양에 짓눌릴 정도다. 그럴수록 중요해지는 것이 바로 책의 질이다. 믿고 권할 만한 책이 더 중요해진다는 뜻이다. 그런 점에서 나는 젊은 독자들도 클래식 시리즈를 계속 찾을 것이라 믿는다. ‘좋은 문학’(good literature)에 대한 갈증은 여전히 있기 때문이다.”

프로이덴하임은 미국에서 자라 하버드 대학에서 독문학을 전공했다.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유럽문학 예비 박사 과정을 수료한 뒤 런던의 예일대 출판사 에디터를 거쳐 2004년부터 펭귄 클래식을 이끌고 있다.


글=이은주 기자, 사진=김형수 기자






대중 문고판으로 폭넓은 독자층 자랑

펭귄북스는 …



 
 
1935년 출범한 세계 메이저 출판사 중 하나다. 영국 일간지 파이낸셜타임스(FT)를 소유한 피어슨 그룹에 속해 있으며 미국, 영국, 호주, 남아프리카공화국, 인도, 중국 등 15개국에 지사를 두고 있다. ‘돌링 킨더슬리’, ‘퍼핀’, ‘레이디버드’, ‘러프 가이즈’ 등 여러 브랜드를 통해 매년 4000여권에 달하는 책을 출판하고 있다.

클래식 시리즈는 46년 클래식 최초의 편집자인 E.V 리우가 호머의 ‘오딧세이’를 처음 내놓으면서 대중 문고판으로 자리잡았다. 값비싼 양장본이 많던 당시 가격이 저렴하면서도 세련된 표지에 고전을 담아 호응을 얻었다.

‘오딧세이’ 번역판은 출간되자마자 300만권이 넘게 팔리는 성공을 거뒀으며 이후 ‘채털리 부인의 사랑’ ‘동물 농장’에 자리를 내주기 전까지 15년간 펭귄의 베스트셀러를 차지했다.

2006년 펭귄 클래식은 출범 60주년을 맞아 구두 디자이너 마놀로 블라닉, 패션 디자이너 폴 스미스, 포토그래퍼 인 샘 타일러 우드 등 5인의 명사에게 책 표지 디자인을 의뢰해 제작한 ‘디자이너 클래식’ 한정판을 출판해 화제를 모았다.


이은주 기자 [julee@joongang.co.kr]
김형수 기자 [kimh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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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무집 2008-01-31 13: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신문 기사를 보며 좋은 일인가? 잠시 고개를 갸우뚱했습니다.
웅진의 덩치는 더 커지겠네요.
반면 소규모 출판사들의 몫이 점점 줄어드는 것 같아 아쉽기도 하고요.

달빛푸른고개 2008-01-31 17: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최근 웅진이나 랜덤하우스, 그리고 베텔스만과 결합한 대교 등 기업형 출판사들의 행보에 의해 상대적으로 피해를 보는 출판사들이 많은 걸로 알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작은 출판사에서 인재를 키우면 데려가는 식도 있고, 시장에서의 경쟁도 차츰 더 어려워지는 것 같습니다.

행인 2011-07-13 01: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명품 외국 브랜드를 비싼값에 들여와서, 각종 자본공세로 홍보하는 일이 출판계에도 들이닥친 거란 생각에 심히 걱정됩니다. 번역은 원전에서 한국어로 옮기는 건데, 결국 펭귄클래식이라는 '브랜드'만, 작품 리스트만, 그 명성만을 빌려온 꼴이지 않나요? 그 외국 브랜드 없이도, 충분히 자력으로 세계문학전집을 기획할만한 능력이 있었을텐데요. 중국에 이어 두번째라니, 중국에 이은 두번째로 민망한 출판국이 되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