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 어덜트’ 청소년문학이 진화한다…청소년 고민·일상 주로 담아
입력: 2008년 02월 04일 17:34:06
 
ㆍ통속 로맨스 소설 티 벗고 주인공도 착하기보다 참신

청소년 문학이 달라지고 있다. 기존에는 입시 대비용 세계명작이나 고전, 판타지소설이나 통속적 로맨스소설 등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동시대 청소년들의 고민과 일상을 담은 작품들이 잇따라 등장하고 있다. 다양한 언어권 작품이 번역되는가 하면 국내작가들이 쓴 청소년 문학작품도 속속 출간되고 있다. 10대 후반 독자들을 겨냥해 ‘영 어덜트(young adult)’라는 마케팅 용어까지 등장했다.


출판사 비룡소는 새 출판브랜드 ‘까멜레옹’을 내놓았다. 어른의 취향에 가까워진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 독자를 대상으로 다양하고 색다르면서도 장르적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작품을 소개하겠다는 것이다. 첫 작품은 SF작가 스티븐 굴드의 소설 ‘점퍼’이다. 순간이동능력을 가진 18세 소년이 점차 자신을 통제하고 조절하는 법을 배워나간다는 내용으로 영화로도 제작된 상태다.

겉으로는 청소년문학을 표방하고 있지 않지만 10대를 주인공과 독자로 설정한 소설도 점차 늘고 있다. 소설가 이명랑의 신작 ‘날라리 on the pink’(세계사)는 17세 여고생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청소년소설이다. 작가는 서문에서 “해답을 모른 채 실수를 되풀이하는 아이들, 억눌린 감정을 표현할 수단을 갖지 못한 아이들을 위해 썼다”고 고백했다. 입시지옥에 갇힌 고교생들이 세상을 거부하고 자신들끼리 소통하는 과정을 그린 20대 소설가 김사과의 최신작 ‘미나’(창비)도 청소년문학에 가깝다.

이같은 소설이 생겨나면서 1990년대 중반부터 형성된 청소년 문학시장이 세분화되는 형국이다. 국내의 청소년 문학 시리즈는 97년부터 선보인 사계절출판사의 ‘1318문고’를 시작으로 ‘반올림’(바람의아이들), ‘청소년문학선’(비룡소), ‘푸른도서관’(푸른책들), ‘청소년문학’(풀빛) 등이 대표적이다. 별도의 시리즈 이름은 없지만 양철북, 낭기열라 등의 출판사도 청소년 문학작품을 소개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대부분의 청소년 문학 브랜드는 초등 고학년에서 고등학생을 독자층으로 삼고 있지만 실질 독자층은 중학생을 넘지 못하고 있다. 고교생들이 입시로 인해 절대적인 독서시간이 부족한 탓도 있지만 어린이보다는 어른에 가까운 이들이 단선적인 구성과 구태의연한 상상력, 교훈과 메시지 전달에 초점을 맞춘 ‘착한 청소년소설’에 매력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 오히려 해외 판타지소설이나 오쿠다 히데오의 ‘남쪽으로 튀어’ 같은 참신함과 대중성을 겸비한 해외대중소설을 즐겨 읽는다.

프랑스나 독일의 경우 3000여명의 청소년작가가 활동하는 것과 달리 국내 청소년문학의 작가층은 두텁지 못하다. 국내 출판사들이 고액의 상금을 내걸고 청소년 문학상을 공모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사계절을 필두로 창비와 비룡소, 푸른책들도 청소년문학상을 공모하고 있다. 세계일보는 지난해 5000만원이라는 파격적인 상금을 내걸고 세계청소년문학상을 신설했다. 1회 당선작 정유정의 ‘내 인생의 스프링캠프’는 현재까지 1만8000부가량 팔렸다.

국내 작가들이 청소년 문학에 관심을 돌리는 현상도 주목할 만하다. 이들의 소설은 동화작가들의 청소년소설과 달리 엄숙한 시선에서 벗어나 생생한 취재, 신선한 상상력, 탄탄한 구성이 돋보인다. 시장의 반응도 좋다. 공선옥, 성석제 등이 참여한 청소년문학단편선 ‘라일락 피면’(창비)은 현재 1만부 넘게 판매됐다.

그러나 이같은 청소년 문학의 세분화에 대해 전문가들은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이고 있다. 청소년문학평론가 최윤정씨는 “청소년을 위한 작품이 있어야 하는 것은 분명하지만 지금은 청소년문학의 발판을 만들어가야 하는 시기인데 현재의 청소년 문학은 시장에서 부추기는 측면이 크다”고 지적했다. 최씨는 “동화작가들의 청소년소설은 한계가 많기 때문에 소설가들의 청소년소설 집필이 바람직하다”고 평가했다.

청소년소설 ‘내 마음의 태풍’에 이어 현재 청소년단편 연작을 집필 중인 소설가 이상운씨 역시 “청소년문학이 본격문학으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소재나 주제뿐 아니라 문학적 장치나 형식, 문체에 대한 고민을 함께 해야 하는데 상대적으로 동화작가들은 이에 대한 관심이 적은 편”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청소년문학평론가 김경연씨는 “작가 입장에서 보자면 현재 한국문학이 침체이다보니 단순히 독자를 확장하는 측면도 있다”며 “청소년독자와 무엇을 공유할지는 더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 윤민용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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