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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스캔들 ㅣ 창비청소년문학 1
이현 지음 / 창비 / 2007년 5월
평점 :
'초등학교 시절에 동화책을 읽던 아이들이 그다음 단계에서 성인문학의 세계로 곧장 비약하게 됨에 따라 놓치는 것이 적지 않습니다. 청소년 고유의 감수성이라든지 청소년기에 직면하는 문제 등 작품과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요소가 많지 않다면, 문학작품을 읽는 일은 점점 자기 삶과 무관한 요식행위처럼 되기 쉽습니다.' - '창비청소년문학을 펴내면서' - 창비청소년문학 기획편집위원회
책 말미에 담겨진 시리즈 출간의도를 마지막으로 읽으면서 공감하는 바가 적지 않다. 또한 지나온 내 '중딩' 또는 '고딩' 시절의 독서이력도 다시 떠올리게 된다. 독서경시대회를 위해 삼중당문고의 세로체의 깨알 같은 글씨에 파묻히다가도(당시 경시대회 문제들은 그 형식이 단답식 위주였던 것 같다), '얄개'시리즈(작가가 조풍연선생이었나?)를 돌려읽으며 공감하기도 했던 기억이 있다. 그러나 청소년들을 위한 다양한 출판물이 나와주기를 바라는 기대나 기존의 '편식현상'을 해소해보겠다는 노력도 매우 중요하고 고마운 일이지만, 그보다 먼저 아이들이 커가는 교육을 비롯한 제반 환경이 예전보다 과연 나아진 것인지에 대한 아쉬움이나 책임감이 더 큰 것이 사실이다.
'피부로 느껴지는' 이 책의 장점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자연스레 주인공 아이들의 부모세대가 될 독자들에게 '지금 여기'의 아이들이 '어떠한' 상식과 또한 '어떠한' 고민을 갖고 있는가에 대한 생생한 실감을 전해준다는 것이다.
'담임이 뭐야? 담임이면 뭐든 멋대로 해도 되는 거야? 내가 뭘 잘못했다고 무조건 끌고 가서 두들겨 패는 거야? 하지도 않은 일을 왜 했다고 하라고 강요하는 거야? 알지도 못하는 걸 어떻게 말하라는 거야?..(중략) 왜 날 손가락질하는 거야? 뒤에서 나더러 뭐라고 하는지 내가 모르는 것 같아? 왜 나에 대해 멋대로 말하는 거야? 내가 너희들한테 뭘 잘못했어? 너희들이 나에 대해 뭘 알아?'(125~126쪽)
그저 듣자면 한 불량한 아이의 상투적인 언행으로 보일 수 있겠으나, 이러한 절규가 가능했던 전말을 되짚어보면 외려 아이들이 처한 교육환경 전반에 대한 비판의 측면이 외려 크다고 볼 수 있다.
비혼모인 교생의 1인 시위, 신원이 노출되지 않는 규칙을 적용한 비공개 카페에서의 활동, 적극적인 활동을 통한 의지의 개진, 그리고 잔잔한 친구와의 우정과 이성에 대한 관심. 중학교 2학년 아이들의 '지금 여기'를 생생히 느낄 수 있었던 독서였다. 그런 면에서 청소년 못지않게 어른들의 관심도 커질 만한 작품인 것 같다.
'가끔 교무실에 가기라도 하면 나를 바라보며 숙덕거리는 선생님들도 있다. 그뿐인가. 이모 덕분에 3학년들에게도 나는 제법 유명 인사가 되었다. 우리 반 아이들도 나를 여간이 아닌 아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그저 그런 범생이었던 이보라의 처지가 이렇게 달라질 줄이야./그런 시선들이 따갑지 않은 것은 아니다./하지만 적어도, 나 자신의 시선에 대해서라면 당당할 수 있게 되었다. 그것만으로도 많은 것을 이겨낼 수 있다는 사실을, 나는 요즘 새롭게 배워가는 중이다.'(210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