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우도 나랑 비슷한 구석이 있고나.
나 역시, 우울한 날엔 자학하는 성향이 있었더랬다.
귀, 처음 두 개는 수능 끝나고 조신하게 뚫었지.
그런데 대학 1학년 초여름, 써클룸에 앉아 있는데 뭔가 해결 안 되는 뭉글뭉글한 것이 가슴 속에 스물스물.....
"귀나 뚫자!"
하고 일어나 나갔다.
학교 앞 금은방에 들어가니 돌반지나 몇 개 팔던 늙수그레한 금은방 아저씨.
"귀 뚫어주세요."라는 말에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더라.
그래도 투철한 직업정신인가?
서랍 구석에서 뒤비적뒤비적 귀뚫는 총을 찾더라구.
왼쪽 귀에 총을 들이대는데...허허....부들부들 떠는 손이....보이더구나. ㅠㅠ
탕, 쐈는데, 이 놈의 구멍이 귀를 너무 낮은 각도로 관통해서 귓볼 뒤에 나야 할 구멍이 귓볼 옆으로...ㅡ,,ㅡ
"다시 해 주세욧."
"ㅎ...ㅎ...^^;; 뭘, 잘 뚫어졌구먼!"
"아저씨 눈엔 이게 정상으로 보이시나요? 찌릿!"
결국 왼쪽 귀는 다시 부들부들...탕.
오른쪽 귀로 옮겨가자, 아저씨의 수전증은 극에 달했다.
한참을 숨을 고르시더니 쏘긴 쐈는데...흑, 너무, 살살 쏘셨던 모양이다.
아님, 오랫동안 안 쓴 총이 불량이 난 건지...ㅜㅜ
귀걸이는 들어가다 말고 내 귀에 박혀버렸다.
"ㅜㅜ 다시...해 주세요."
결국, 내 귀의 귀걸이 구멍은 거의 미로 수준이 되었고, 염증에 염증을 동반하다가 그 때만해도 보수적인 울 아빠가 "막았!" 하는 바람에 영원히 봉인되고 말았다.
요즘도 가끔, 꿀꿀한 날이면 뭔가...으흐흐...은밀한 자해를 하고 싶어진다.
귀 뚫는 건 말고, 요샌 주로 헌혈을 하러 가지. ㅎ...ㅎ...ㅎ....^^
(혈관이 안 좋아 혈장헌혈은 어렵대. 두 달에 한 번만 피를 뺄 수 있다는 것이 아쉬울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