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 애엄마치고는 영화를 볼 기회가 많은 편이지만 주변의 영화 좋아하는 처녀총각에 비하면 문화생활실조로 항상 허덕이는 불쌍한 사람 축에 든다. 그나마 매 월 있는 동호인활동 덕에 한 두 달에 한 번 정도는 극장을 찾는데, 보고싶은 영화를 골라 본다기 보다는 (시간상) 볼 수 있는 영화를 감지덕지 보는 편.
브리짓 존스의 일기 -열정과 애정도 시간 상 어쩔 수 없이 봐야했던 영화이다.
결과는.....ㅋㅋ 매우 만족.
지난 번 봤던 나비효과도 재미있다고 극찬하고, 그 전에 봤던 연인('영웅'이라고 써놨다가...뒤늦게 수정^^;)도 괜찮다고, 반했다고 칭찬하고....어제 본 영화까지 칭찬하면....쩝, 줏대 없고 영화를 고르는 눈이 낮다고 의심을 받을 것 같지만. 헤헤, 어쩌나? 재미있었는걸!! 내가 요즘 영화를 건지는 운이 좋았던 것 같다.
하나도 기대를 안 하고 봤기에 재미가 배가된 것도 있겠지? 꽤 유명했던 전편도 보지 않았던 터라 곁자리의 동료에게 전편 스토리를 틈틈이 브리핑 받으며 봤다. 하긴, 브리핑이 없었더라도 재미가 반감되지는 않았을 것으로 보이지만.
르네 젤위거는.....소문난 고무줄 몸매답게, 정말 엄청나게 살을 찌웠다!!!! 77사이즈라고 하는데, 울 나라 기준으로는 77하고도 반 정도는 되지 않을까? 바닷속에서 허우적거리며 걸어나오는 장면에서는 '헉....내 똥배가 왜 화면에 나오고 있나!!!!' 하는 때아닌 동지애(?)가 느껴져서 제대로 웃지도 못했다.
뻔하고, 살짝 작위적임에도 불구하고 영화를 보는 내내 발을 구르며 웃을 수 있었던 것은, 턱이 두 개 임에도 반짝이는 눈빛 속 매력을 잃지 않은 르네 젤위거의 역할이 매우 컸다.

참, 같이 봤던 동료들은 모두 모범생 왕자님인 이 남자, 콜린 퍼스에게 홀딱 넘어가 버렸다. 포스터를 보고는 당연히 휴 그랜트가 왕자님이고, 이 남자는 곁다리 조연일 줄 알았는데....역시, 줄거리가 주는 아우라는 매우 크다. 별로 잘 생기지도 않은 이 남자를 두 시간만에 10명 중 9명의 절대 지지를 받는 최고의 연인으로 둔갑시켰으니. 그런데, 나는....변태인가? 왕 날라리 야비한 바람둥이로 나온 휴 그랜트가....그래도 더 좋으니. 축 처진 눈으로 "으흠?" 하고 콧 소리를 내는 데는.......두 손 두 발 다 들었다. 꺄아~
예전엔, 블록버스터 영화는 극장에서 보고, 드라마형 영화는 비디오로 봐야한다고 생각했는데....이 영화를 보고 맘이 좀 바뀌었다. 블록버스터 영화는 뚱한 남편 곁에서 중간중간 아기 기저귀를 갈며 봐도 재미있지만, 가벼운 로맨스 등의 영화는 마음에 맞는 친구와 분위기 잘 잡힌 극장에서 봐야만 제대로 즐길 수 있으니까. 브리짓 존스의 일기도, 꼭, 편안한 동성 친구와 극장에서 보시길 추천하는 바이당~
참, 끝나기 전에 귀여운 바람둥이 휴~의 사진 한 방 날리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