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 도서관엘 가는 길에 인터뷰 요청 전화를 받았기에, <고등어>를 대출했습니다. 읽은 지 오래 되어 이젠 기억이 가물가물 했거든요.
 책 번호를 찾아 서가에서 꺼내 든 순간....만감이 교차했습니다. 책은, 이런 모습이었죠.


글쎄요, 다른 책 같으면 우선 화가 불끈 치밀었겠지만, 책 상태가 너무 처참해서 였을까요? 도리어 마음이 차분해지면서,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공지영....대단하다.'

인터뷰 내용은, 20대의 젊은 층이 바라보는 공지영, 그러니까 조금은 비판적인 어조를 원하고 있었습니다. 저 역시 최근엔 예전의 맹목적인 열광에서 벗어나 하나 둘 단점을 찾아가고 있었구요.
하지만, 고등어 출간 10년, 도서관에서 10년을 버티며 수 많은 사람에 의해 저렇게 너덜너덜해 질 수 있다는 건.....그냥 '대중성'이라고 말해버리기엔 뭔가 아쉬운 존경심을 불러일으키더군요.



네 모서리가 모두 닳아 보들보들해 졌습니다. 여러 사람 손을 탄 탓도 있겠지만, 꼭 저같이 부주의한 어떤이가 욕조에 빠뜨리기라도 했나봐요.^^
작가라면, 자신의 책이 도서관에서 말끔히 늙어가는 것보다는...조금 처참해도 저런 모습인 편을 좋아하지 않을까요?

ps. ㅎㅎ 그러고 보니 예전에 누가 말씀해 주셨는데..... 공지영이 욕조에서 독서를 즐긴다는 말을 하자, "작가라는 사람이 어찌 그리 책을 안 아끼느냐!"며 분개한 문학평론가가 한 분 계셨다는군요. '책을 아끼는 일 = 책을 깨끗이 보는 일'이라는 신념을 가진 한 강경한 독자가, 공지영의 욕실 독서에 분개한 나머지 책을 수장시킨 것 아닌가...라는 매우매우 엉뚱한 상상을 해 봅니다.ㅋㅋ

여하간, 도서관 책은 깨끗이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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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우맘 2004-11-19 14: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욕실독서...공지영이 아니고 신경숙이었남? 기억력엔 자신 없음. ^^;;

nemuko 2004-11-19 14: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등어'가 공지영에 대한 저의 마지막 애정까지도 모조리 앗아간 게 아닐까 싶어요. 다시는 그녀의 책을 사지도, 보지도 않으리라 결심했는데... 시어머니가 '수도원 기행'이란 책을 사달라고 하셔서 사고 말았네요.

글구, 출산 축하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진/우맘 2004-11-19 14: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네무코님, 방금 님 서재에 가서 주절주절 수다 떨고 왔는뎅.^^

sooninara 2004-11-19 14: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제목이 고등어다보니 물을 좋아하지 않았을까 싶어^^

파란여우 2004-11-19 15: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장정일은 이 책을 오문과 악문으로 가득찬 책이라고 혹평했죠. 작가의 허영과 자기도취가 드러난 책이라고 했는데, 진우맘님은 과연 이 책을 어찌 인터뷰 하실지 궁금해집니다.^^

▶◀소굼 2004-11-19 15: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깨끗이 봐야 합니다!!; 수선하고 나면 영 보기 불편하게 됩니다;

인천북구도서관은 바코드를 앞에 붙이는 군용+_+

부리 2004-11-19 16: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장정일이 독서일기에서 잔뜩 비판해놨죠... 전 공지영 좋아하는 편이어요. 수두원 기행은 안샀지만... 글구 욕조에서 보는 사람보다 변기에서 보는 사람이 더 문제 아닌가요? 책에 냄새가 배잖아요^^

숨은아이 2004-11-19 17: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라면 먹으면서 읽지만 않으면 된다고 봅니다만. ^^

nugool 2004-11-19 18: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저도 공지영작가는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허영도 맘에 안들지만 그 잘난 피해의식이란... 수도원기행도 보기 싫었는데.. 유럽의 수도원이 궁금해서 할 수 없이 펴들었어요.. 역시.. 맘에 안들더군요. 그리고 네무코님이 출산을 하셨군요. 저도 가봐야징.. ^^

mannerist 2004-11-19 20: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예전의 누구 v^_^o-



분노했던 것은 문학평론가가 아니라, 어느 책 물신주의자. ㅎㅎㅎ

비로그인 2004-11-19 20: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쏘의 뿔~> 딱 읽었을 때가 좋았는데... 쩌업. 불행인지 다행인지 그녀의 책에 손을 뻗은 적이 그 이후로는 없었네요.. 수도원기행은 배송료 아끼려고 사서 보고는 얼마전 친구 녀석에게 입양보냈다는...

superfrog 2004-11-19 22: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욕조에서 책읽는 건 좋지만 공지영은 싫어요. 어쩌다 운좋게 뜬 이상한 사람(작가라고 이름 붙이기도 거시기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