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하얀마녀님이, 하루 내 서재에 올릴 페이퍼 소재만 생각한다고 고백 아닌 고백을 하셨다. 그 글에 줄줄이 달린 공감의 글들....물론 나 역시 그 끝에 강력한 공감을 표명했다.

그런데 나, 어제, 내 상태가 정말 심각하구나...하는 것을 느꼈다.
현장학습 관계로 <테마 동물원 쥬쥬>라는 곳에 사전 답사를 갔었다. 파충류 전시관에서 뱀 체험을 한다더니, 허걱......길이는 짐작할 수도 없고, 굵기는 딱 내 종아리만한 거대한 뱀 한마리가 유리벽도 없는 통로에 떡 하니 나와있다. 사육사는 "이 놈이 제일 순해서 나와있는 거예요. 만져보세요, 부드러워요.^^" 하며 투덕투덕 쓱쓱 야단이지만....하하하....그거이.....막상 보니.....손이 선뜻 안 나가는 게.....
그런데 그 때, 내 머리 속을 슈욱 스쳐 지나간 사념 하나.

'이거...뱀 만진 사진 한 장이면, 반응 짱 좋은 페이퍼 한 개다!'

뭐, 정확히 저런 생각은 아니었다. 말 그대로 순식간에 스쳐간 사념이니까. 하지만, 그 순간 서재에 페이퍼 올릴 생각을 했던 것은 사실이고, 나는 결국 그 놈 옆에 앉아 집게 손가락으로 지긋이 놈을 찌르며 사진을 박았다.
보통 때 같으면 "예쁘게 나올 때까지 몇 장 더!"를 외치겠지만, ㅎㅎ, 상황이 상황이니만큼....-.-
사진을 확인해보니, 치명적인 45도 각도로 앉은 바람에 내 살들이 숨김 없이 비어져 나와 도저히 페이퍼에 올릴 수 있는 수준이 못되었다. 눈물을 머금으며 돌아서면서 문득, 하얀마녀님의 페이퍼가 생각이 났다.

마녀님....심각한 서재 폐인은....페이퍼 하나에 목숨도 건다구요.T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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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 2004-09-11 22: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단하십니다. 진/우맘님 ^^

가을산 2004-09-11 22: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진 올려줘요~~~~!!! 음.... 포토샵으로 가로세로 비율을 좀 조정하면 안될까요? ^^
목숨을 걸고 찍은 사진인데....

하얀마녀 2004-09-11 22: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순하다면서요. ^^

진/우맘 2004-09-11 22: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왓! 버드나무님이다~~~~
그나저나 그거, 비꼬는 거지요!!^^;;;

▶◀소굼 2004-09-11 22: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출퇴근시간에 하늘만 쳐다보잖아요^^;; 오늘 하늘이 멋지면 아싸~ 페이퍼 하나다;

_ 2004-09-11 22: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설마, 제가 그맘을 모를리가요. 존경의 의미입니닷 ^^

진/우맘 2004-09-11 23: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을산님> 손가락 부분만 잘라서라도 사진 올리려고 했는데, USB 드라이버가 집에 없네요.^^;
마녀님> 흐흐....그 놈을 직접 봐 보세요. 저도 사실, 눈으로 보기 전에는 '뱀 한 번 목에 감아볼까~~룰루~'하고 있었더랬죠. 하지만......그 놈, 너무 무거워서 목에 못 두른데요. 밖에 나올 때 사육사 다섯 명이 들어 옮겼다는데요?!

진/우맘 2004-09-11 23: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굼님> 그러게...저도 하늘 멋지게 찍는 법을 얼른 배워야 할까봐요.^^
버드나무님> ^____________^;

tarsta 2004-09-11 23: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우맘님, 일단 보여주시면 제가 뽀샵으로 처리할 수 있는지 보겠습....;;;;

진/우맘 2004-09-11 23: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흥흥, 안 돼요!! 타스타님에게는 제일 이쁜 모습만 보여주고 싶단 말예요!!!!
(그러고 보니...이미 실물을 들켰다...-.-;)

깍두기 2004-09-11 23: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집 두 엽기녀들은 뱀을 사이좋게 목에 두르고 사진을 찍었는데^^

진/우맘 2004-09-12 00: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별님> 보, 보람...까지야...^^;; 월요일에 꼭 올릴게요.
깍두기님> 가, 강심장들이군요!!!! 하긴, 촉감은 뭐....과히 나쁘지 않더라구요. 축축하고 미끈미끈할 것 같았는데, 보송보송 보들보들....

soyo12 2004-09-12 00: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 진우맘님의 현실을 보니 저는 디카 안사길 다행인 것 같아요.
제가 만약 디카를 사서 페이퍼 올릴 사진을 찍는다면,
아마 우리 학원 학생들은 쇼좀 해야할 겁니다. ^.~

플레져 2004-09-12 00: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대되요!
뱀을 만지셨다니... 그 자체만으로도 쇼킹 !

메시지 2004-09-12 01: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멋진 페이퍼에요.

진/우맘 2004-09-12 01: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메시지님> 예리하시긴. 목숨 건 보람을 찾으려, 그러나 저러나 페이퍼 하나는 양산했습니다.^___^
플레져님> 만지다...는 건 적합치 않고, 검지로 살짝 찔러봤어요.^^;
소요님> 무슨 쇼일지 상당히 기대되옵니다만!

미완성 2004-09-12 03: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드디어 진/우맘님이 밤의 야화로 거듭나신 광명의 날이..! *.*)

다행입니다. 저는 뱀이 무섭다구요..ㅜ_ㅜ

groove 2004-09-12 12: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푸하하 진우맘님 정말 눈물겹습니다. 하지만 폐인도 나름대로 낭만있고좋잖아요 게다가 지식인폐인도아닌 싸이폐인도아닌 서재폐인은 좀 뭔가 있어보이지않나요 하하.

진/우맘 2004-09-13 13: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림자님> 배, 뱀도 울어요?!!!!!
그루브님> 서재폐인....그렇죠? 알라딘에서 이름 하난 잘 지었어요.^^
사과님> 당분간은 야화 노릇은 커녕...주간 서재질도 요원하여이다. 흑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