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하얀마녀님이, 하루 내 서재에 올릴 페이퍼 소재만 생각한다고 고백 아닌 고백을 하셨다. 그 글에 줄줄이 달린 공감의 글들....물론 나 역시 그 끝에 강력한 공감을 표명했다.
그런데 나, 어제, 내 상태가 정말 심각하구나...하는 것을 느꼈다.
현장학습 관계로 <테마 동물원 쥬쥬>라는 곳에 사전 답사를 갔었다. 파충류 전시관에서 뱀 체험을 한다더니, 허걱......길이는 짐작할 수도 없고, 굵기는 딱 내 종아리만한 거대한 뱀 한마리가 유리벽도 없는 통로에 떡 하니 나와있다. 사육사는 "이 놈이 제일 순해서 나와있는 거예요. 만져보세요, 부드러워요.^^" 하며 투덕투덕 쓱쓱 야단이지만....하하하....그거이.....막상 보니.....손이 선뜻 안 나가는 게.....
그런데 그 때, 내 머리 속을 슈욱 스쳐 지나간 사념 하나.
'이거...뱀 만진 사진 한 장이면, 반응 짱 좋은 페이퍼 한 개다!'
뭐, 정확히 저런 생각은 아니었다. 말 그대로 순식간에 스쳐간 사념이니까. 하지만, 그 순간 서재에 페이퍼 올릴 생각을 했던 것은 사실이고, 나는 결국 그 놈 옆에 앉아 집게 손가락으로 지긋이 놈을 찌르며 사진을 박았다.
보통 때 같으면 "예쁘게 나올 때까지 몇 장 더!"를 외치겠지만, ㅎㅎ, 상황이 상황이니만큼....-.-
사진을 확인해보니, 치명적인 45도 각도로 앉은 바람에 내 살들이 숨김 없이 비어져 나와 도저히 페이퍼에 올릴 수 있는 수준이 못되었다. 눈물을 머금으며 돌아서면서 문득, 하얀마녀님의 페이퍼가 생각이 났다.
마녀님....심각한 서재 폐인은....페이퍼 하나에 목숨도 건다구요.T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