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비를 핑계로 칩거해 있으면서 오랜만에 48시간 이상 서재에 접속치 않았습니다. 몸에서 기력과 함께 흥이나 신명 같은 것들도 빠져나갔는지, 여느 때 같이 얼른 들어가서 글을 쓰거나 읽고 싶다는 조바심이 안 들더군요. 대신에 가슴을 메운 느낌은....마치, 자식 하나를 내버려두고 돌보지 않는 듯한....가벼운 자괴감, 같은 것이었습니다.
블로그에, 나를 위한 것이 아니라 남에게 보이기 위한 글을 쓰노라면 오래 가기가 힘들다지요? 서재를 <방치>하고 있다는 느낌의 끝에는....혹여, 휘젓고 다니던 내가 보이지 않아 고개를 갸웃거릴 이가 있을지도 모르겠다는....어설픈 공인 의식(무슨...스타도 아니고.-.-;;)이 자리잡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따지면, 그 동안 나는, 내가 아니라 다른 사람을 위해 서재를 주물럭 거리고 있던 걸까요? 완전히 아니라고는 못하지요. 하지만, 그렇다고 온전히 그렇다 할 수도 없습니다. 나를 향했느냐 남을 향했느냐를 떠나서, 이미 이 공간은....오랜 시간과 열정을 들인 <행복한 산고>를 치른 끝에 낳은, 내 새끼, 내 분신, 내 자아의 조각....이니까요. 그런 끈끈한 애정이, 시들시들했던 기분 속에서도 질기게 남아서 "가만히 두지 말고 좀 돌아봐!!!"하고 외치고 있었나 보지요.
그나저나, 그렇게 침잠해 있는 바람에 주간 베스트 30은 놓쳤습니다. 헤헤, 시원섭섭~하네요. 별 것도 아닌데....연속 기록에 상당히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었나봐요. 이젠 지켜야 할 기록 같은 거 없으니까, 더 개운해요! 더 오래오래 이 공간에 뿌리 내리기 위한 짧은 슬럼프, 계기라고 생각하겠습니다.
불쾌지수 꽤나 높은 날이군요. 짜증 나는 일 있으면 냉수라도 한 잔 하시고...개운한 하루 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