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행복한 카시페로 마음이 자라는 나무 9
그라시엘라 몬테스 지음, 이종균 그림, 배상희 옮김 / 푸른숲주니어 / 2006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서평단에 선정되어 여섯번째 올리는 리뷰!

이 책을 번역하여 옮긴 배상희씨의 느낌과 나의 느낌이 동일하다는 판단하에 옮긴이의 말을 리뷰로 대신하게 되었습니다.

이 책은 사람들 곁에서 사람들과 더불어 살아가고 있는 한 개의 고난으로 가득 찬 삶을 그리고 있다.
주인공 카시페로는 태어날 때부터 “굶주림”의 운명을 타고났다. 형제는 열 하나인데 엄마 젖이 열 개였고, 그것이 자신의 가장 큰 문제, 바로 배고픔의 원인이었다고 말한다. 그래서 생존을 위해, 일자리를 얻기 위해 가족들 품을 떠나게 되고, 고향을 등진 채 떠돌이 삶을 시작한다.

처음 시도한 것은 애완견이 되는 일이었고, 그것을 시작으로 광대 노릇, 인형모델, 아름다운 연구소 실험용으로 전전하면서 주인이 바뀔 때마다 그 사람의 취미와 직업에 따라서 이름이 바뀌는 수난을 감새해야 했고, 변덕스럽고 때로는 잔인하기까지 한 사람들에게 붙잡혀 온갖 고통을 당하기도 한다. 그러나 카시페로는 세상을 회전목마와 같다고 생각했다. 회전목마는 돌고 돌다가 갑자기 멈출 때도 있고, 방향을 틀어 거꾸로 돌 때도 있고, 너무 빨리 돌아 어지러울 때도 있으며, 최악의 경우 자신이 회전목마 밖으로 팽개쳐질 때도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어릴 적 엄마의 품속 같은 고향의 냄새를 떠올리며 모진 역경 속에서도 희망의 고리를 놓지 않는다.

또한 불가항력의 세상 앞에서 맥 놓고 수동적으로 살려고 하지 않았다. 살기 위해, 자유를 위해, 더 나아가서 자신을 되찾기 위해 몸부림치고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며 놓치지 않았다.
그러나 고달픈 삶의 여정에서 잃은 것도 있지만 얻은 것도 있다. 배고픔과 외로움을 견디며 사는 방법, 뜨거운 형제애, 우정의 가치, 자유의 소중함, 찬란한 사랑, 그리고 존재의 의미. 이런 카시페로의 모습은 우리 인간들의 모습과 닮았다.

특히 자신의 이름 귀돌이에서 점점 의미없고 볼썽사나운 이름으로 불려진 카시페로가 자신을 잃어가는 것에 대해 두려움을 느끼고 자기 정체성을 찾기 위해 따뜻한 음식과 안락한 잠자리를 박차고 나오는 용기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생가하게 해준다.

이 소설의 결말은 『해피 엔딩』이다. 삶의 끝 자락에서 생명의 불씨가 꺼지려는 순간에 한 사람이 나타난다. 그 사람은 이제까지 자신을 거쳐 간 그런 종류의 사람이 아니다. 카시페로 자신처럼 집이 없고, 먹을 게 별로 없고, 냄새가 많이 아는 사람이었다. 그리고 가진 것은 없지만 나눌 줄 알고 생명을 귀하게 여기는 사람이었다. 그 사람은 카시페로와 그 친구들에게 먹을 것만 준 게 아니라 각자에 꼭 맞는 이름을 붙여 주어 생명까지 불어넣어 주었다. 카시페로에게 붙여 준 이름인 『귀돌이 신사 배고픈 카시페로 공작』 은 인생에서 낙오되지 않고 고난을 딛고 일어선 그가 당연히 받아야 할 훈장일지도 모른다. 카시페로는 아직도 춥고 배고프지만 사랑하는 친구들이 곁에서 자신을 되찾은 그 때가 회전목마가 가장 멋지게 돌고 있는 때, 인생에서 승리를 거머쥔 때라고 말한다. 그리고 천국이 있다면 바로 그 곳이 천국일 거라고 덧붙인다.

우리의 회전목마는 어떻게 돌고 있을까? 혹시 지금이 가장 멋진 회전을 하고 있는 때인데 다른 것을 보느라 깨닫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 책은 꿈과 희망, 그리고 자신의 정체성을 고민하는 시기의 어린이, 청소년뿐만 아니라 소중한 것을 잊고 살아가는 이 시대의 어른들에게도 같은 무게의 감동과 재미로 다가갈 것이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물만두 2006-10-20 12: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떻게 돌든 좋은쪽으로 해석하면 행복할꺼 같아요^^ 새옹지마니까요.

똘이맘, 또또맘 2006-10-20 14: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해피앤딩 무조건 강추입니다. ^^ 요즘 바쁘신가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