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덥다. 엊그제까지만 해도 다 쓸어버릴 것 같은 비가 사라지고 난 후의 날씨는 전형적인 여름날씨다.
열대야가 온다느니 전국의 기온이 35도를 넘는 곳이 많다느니 하길래 영화관에서 피서를 할 요량으로 퇴근길에 4매의 영화표를 예매했다.

영화는 "괴물"이다.
현재 신기록을 달성하고 있다고 하니 봐 줄만 한 영화일 것이다 라는 가벼운 생각을 가지고 가족들과 극장에 도착했다. 12세이상 관람가이지만 초딩 3,4학년인 아이들을 데리고 들어갔다. 하지만 해람(초딩3년)이는 너무 무서워하는 것 같아서 손을 꼭 잡고 영화를 감상해야 했으며, 만약 다른 분들이 아이들과 같이 보고자 한다면 초딩 4년이상만 데리고 가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조언해주고 싶다.
역시 영화관은 시원했다. 음 오늘도 탁월한 선택을 했군
봉준호감독과 변희봉, 송강호, 박해일, 배두나, 고아성(처음보는 아역배우였던 것 같다.)등이 어울려 만들어 낸 괴물은 그야말로 처음에 갖고 있었던 한국에서 괴수영화가 제대로 만들어 졌을까라고 의심했던 선입견을 한방에 없애버린 정말 재미있는 영화였으며, 2시간 동안 꼼짝할 수 없을 정도의 긴장감을 유지시켜주었던 것 같다.
봉준호감독은 "살인의 추억"을 통해 보여주었던 극한상황에서의 코믹을 괴수영화에서도 감상할 수 있는 여유를 주었다. 괴수영화=코믹이라는 설정이 가능할 까, 하지만 이 영화에서는 잔뜩 긴장하고 있는 관객들에게 코믹을 통해 웃을 수 있는 여유도 제공했다.
괴물이라는 주인공(?)에게 쏠릴 수 있는 관심을 가족이라는 훈훈한 정을 다시한번 생각하고 뒤돌아볼 수 있도록 함으로써 휴머니즘적인 요소를 가미해 주었다. 할아버지, 아버지, 삼촌, 고모를 등장시켜 아버지, 어머지를 중심으로 한 4인가족을 3대가 모여 훈훈한 가정을 만들 수 있다는 메세지를 준 것 또한 현실에서 메말라가는 가족애를 각인시켜 준 영화였던 것 같다. 변희봉, 송강호, 박해일, 배두나 등의 배우들은 각자의 역할에서 자칫 괴물에게 빼앗기기 쉬운 관객의 관심을 그들만의 개성넘치는 연기로 배우들의 배역을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주었다.
마지막으로 봉준호감독이 보여주고자 했던 것이 또 있는 듯 하다.
그것은 한강오염의 주범을 미국이라는 강대국으로 몰아가고 있다는 점이다. 또한 양키들을 맹목적으로 추종하는 사회분위기와 무조건 반대하는 사회단체를 그대로 극화함으로써 이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가 강대국들에게 당하고 있는 수모를 다시한번 느끼게 한 점과 주권이라는 의미를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자칫 마지막 괴물을 제거하는 장면이 식상하거나 너무 쉽게 전개되어 마지막장면에 약간의 실망을 느낄 수도 있었던 부분을 애국심을 들춰낼 수 있도록 보충해 준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이렇 듯 봉준호감독의 괴물은 흥미위주의 단순한 괴수영화가 아니라 여러가지를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준 영화였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