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쳐야 미친다 - 조선 지식인의 내면읽기
정민 지음 / 푸른역사 / 2004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불광불급(不狂不及)!
미치지 않으면 미치지 못한다. 세상에 미치지 않고 이룰 수 있는 큰일이란 없다.
학문도 예술도 사랑도 모두가 자기가 성취하기 위해서 또는 나의 것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정말 미치도록 해야만 가능할 수 있을 것이다. 좋게 표현하면 몰두라고 하는 것이 맞을 것 같다.

과연 나는 미쳐 보았을 까?
이런 명제를 던져 본다면 한참을 생각하게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이러한 명제를 던져도 나와 마찬가지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아닌가?

그래 나도 대학사랑이란 것에 미쳐 본 적이 있는 것 같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정말로 경제적으로 어렵게 대학을 다녔기에 대학이라는 것에 미쳐서 일과 공부를 병행했던 적이 있다. 은행원(그때는 왜 그리 부러웠던지)을 꿈꾸며 상업고등학교에 입학하여 상위권을 유지하며 은행에 취업하기를 원했지만 졸업시에 엄청난 불황으로 인해 은행이 행원채용을 하지 않는 바람에 서울의 일반 햄회사에 취직하여 6개월을 근무하다가 맞이한 여름휴가에 나보다 못했던 친구가 전문대학에 입학하여 자랑하는 것에 오기가 생겨 야간학원을 6개월 남짓 다니고 합격한  대학이었고, 집에서는 무슨 돈이 있어 대학을 들어갈려고 하느냐고 걱정하시던 부모님을 설득하여 직장을 그만두고, 대학을 다니다가 현재 직장의 입사시험에 합격하여 공부와 학업을 병행하며 대학 4년을 마무리했었기에 남들이 말하는 로맨스라 든지 엠티(한번도 가보지 못함), 동아리 활동 등을 통해 갖게 되는 대학생활에 대한 추억이 전혀 없다.

주간에서 야간으로 옮겨 다닌 대학 4년은 그야말로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학교를 오간 애증의 시간이었던 것 같다. 집에서 등록금을 받아 쓸 형편이 아니었기에 정말 악과 깡으로 버틴 4년의 생활이었던 것 같다. 늘 이런 생각을 하면서 대학생활을 했던 기억이 난다.
" 나는 비록 밑 빠진 바구니를 들고 강의에 출석하지만 온전한 바구니를 가진 친구들보다 반드시 하나라도 더 건져 나오는 대학생활을 하자"란 생각으로 강의를 들었던 것 같다.

청주에서 충주로 출퇴근(그땐 자동차로 2시간정도 거리)하며 저녁 6시 30부터 청주에서 시작하는 강의에 맞춰 나오기 위해 그 험한 길을 150-160키로의 속도를 내며 목숨걸고 눈치보며 다녔고,  회사회식을 빠질 수가 없었을 때에는 술이 취한 상태가 되어도 단 5분남은 강의시간이라도 강의를 듣기 위해 학교로 향했었던 나였다. 4년동안 결석한번 하지 않고 다녔으니 지금 생각하면 정말 독종이었던 것 같다. 친구들이 다 그랬다. 독종이라고..........  대학을 다니면서 대학강단에 서는 꿈을 꾸며 힘든 것을 잊을 수 있었으나 너무 힘들고 지긋지긋한(?) 대학생활이었기에 1년만 쉬고 대학원 진학을 한다는 것이 지금까지 실천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안타깝긴하지만 정말 후회없는 대학생활이었던 것 같다.
정말 그때 미치지 않았었다면 그 힘든 대학생활을 할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내가 벌어서 내는 피같은 등록금이었기에 그 핏값을 하려고 그리 악착을 떨었던 듯 하여 씁쓸하기도 하다.
남들은 먹고대학이라고들 하는 데...........

사랑에 미친 것은 대학2년 때인 것 같다.
첫 인연(연인도 아닌)을 손도 써보지 못하고 대화도 한번 제대로 나눠보지 못하고 너무 허무하게 잃어버린 아쉬움이 컸었기에 두번째 만난 인연에 쏟은 정성이야 이루 말해 무엇하리오.
그 사람이 지금의 아내다. 결혼하기까지 무려 햇수로만 7년을 사귀었으니 말이다.
이 친구를 만난 것은 군대제대후 대학 2학년 복학때였고, 대학을 다니기 위해 취업공부를 병행할 때
아내 또한 1학년때 아버님이 암으로 돌아가신 후 2학년을 주간에서 야간으로 옮겨 아르바이트를 하면서학업을 이어가고 있었기에 이것이 인연이 되었던 것 같다.
나는 복학과 동시에 도서관에 짱박혀 대학공부와 취업공부를 병행하였고, 이 때 아내로부터 레포트 작성자료 부탁을 받게 된 것이 계기가 되어 자주 어울리다가 인연을 만들게 되었으며 첫 인연을 손도 쓰지 못하고 놓친 아쉬움으로 더욱 적극적인 프로포즈를 통해 친구를 만든 기억이 새롭다.

졸업과 동시에 친구는 서울에 있는 무역회사에 취직을 했고, 이 친구를 따라 서울로 전보되면서 더욱 깊은 사랑을 나누게 되었다. 서울 신당동과 신월동(자동차로 1시간 30분)을 매일 오가며 사랑을 만들어 같으니 말이다. 그때는 거리가 멀게 느껴지지 않았지만 가끔 집사람에게 어떻게 그 먼 거리를 하루도 빠지지 않고 가서 만났는 지 모르겠다고 하면.......그것이 사랑의 힘이 아니었겠냐고 한다. 맞는 말인 것 같다. ㅎㅎㅎ
정말 그때는 사랑이란 것에 미쳐서 퇴근하면 바로 광화문에서 친구를 만나 신당동 자취집에 가서 저녁을 얻어먹고 다시 신월동(국과수 옆에) 자취집으로 돌아오곤 했었으니.......... 지금은 돈을 줄테니까 해봐라 하더라도 못할 것 같다.

정말 미치지 않고는 이 두 가지를 달성(?) 할 수 있었을 까를 생각하며 이 책을 읽었던 것 같다.

이 책은 총 3부로 구성되어 져 있는 데.
1부의 벽(癖)에 들린 사람들 편에는 미친놈들 천지다.
꽃에 미치고, 벼루에 미치고,독서에 미치고, 책에 미친 사람들을 묘사하고 있다.
2부는 내가 가장 인상깊게 읽은 부분으로서 맛난 만남을 묘사했는 데 만남을 "맛남"이다 라고 표현한 부분이 정말 맛을 내게 하는 느낌을 준 것 같다. 누구든 일생에 잊을 수 없는 몇번의 맛난 만남을 갖는 다 이 몇 번의 만남이 인생을 바꾸고 사람을 변화시킨다. 예나 지금이나 만남이란 것은 가슴설레게 만들고 소중한 추억을 만들어 가는 동기가 되는 것이 아닐까 한다.
3부는 일상속의 깨달음으로 고수(高手)들을 묘사했는 데 그들의 눈은 남들이 다 보면서도 보지 못하는 것들은 단번에 읽어내는 재주가 있고, 핵심을 찌르는 판단력이 출중함을 알 수 있도록 했다.
옛사람들은 어찌 그리 글재주가 좋았던지 감탄이 절로 나오게 하는 부분이 한두군데가 아니다.
사물의 본질을 투시하는 맑고 깊은 눈, 평범한 곳에서 비범한 일깨움을 이끌어 내는 통찰력이 담겨있다.

옛사람들의 평범함과 비범함을 일깨워주고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에게 몰입에 대한 개념을 새롭게 정립해 준 책이었던 것 같다.

과연 당신이 미쳤었던 적이 있는 지를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미쳤을 때의 도출된 결과는 어떤 것이 였을까?


댓글(7) 먼댓글(0) 좋아요(3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또또유스또 2006-07-21 19: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의 페파를 보며 부끄러움에 얼굴을 들 수가 없습니다.
그냥 저냥 작은일에 부르르 떨며 페파를 올리지만 이런 페파를 보면 한꺼풀 마음의 때가 벗겨 집니다.
제 나이도 이제 낼 모레면 40 이되는데 어찌 미친적이 없었겠는지요
그러나 이렇듯 제대로 미친 적이 없어 부끄럽기만 할 뿐입니다..
늘 님의 글에 장난기 넘치는 댓글로만 일관해온 것 같아 죄송스럽네요^^
. 따스함 넘치시고 유머스런 님을 뵈오면 두자녀분과 옆지기께서 참 자랑스러워하시겠다는 생각이듭니다..
추천 백만스물 두번을 누릅니다...

2006-07-21 23: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6-07-22 00: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전호인 2006-07-22 11: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유스또님, 항상 님의 재치로 인해 웃음을 잃지 않고 있어 고마움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너무 좋게만 봐주시니까 그런 것 같아여. 근데 추천은 하나밖에 없는데여. ㅎㅎ

귓속말님, 오히려 제가 더욱 부끄럽사옵니다. 사실은 별로 기억하고 싶지 않은 과거입니다. ㅎㅎㅎ, 그래서 더욱 부끄럽고여. 하지만 잊지는 않을려고여.

꽃임이네님, 오우! Top이시군여 추카추카!!!! 네 추억이 남는 휴가가 되길 바랍니다

다락방 2006-08-15 22: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리뷰에 곁들인 전호인님의 러브스토리가 너무 재미있어요. 그래서 저도 추천 한방 ^^

전호인 2006-08-16 08: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ㅎㅎㅎ 이곳에 처음 오시는 분 같아 더욱 반갑습니다. 자주 뵙길 바랍니다.

비자림 2006-08-22 01: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뒤늦게 님의 젊은 날들의 이야기를 들었네요.
대학 공부와 사랑... 참 열심히 살아가고 열심히 사랑하였을 젊은 님의 모습이 그려지네요.


그런데 이 글이 페이퍼인가요, 리뷰인가요? 아리송송. =3=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