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에 갔다.
어머님은 들에 나가시고 아버님만 계신다.
역시 선거후유증으로 인해 피곤하신 기색이 역력하다.
아이들이 먼저 할아버지께 절을 하니 아버님의 얼굴에 웃음이 가득하다.
새끼들이 오니 반가우신 모양이다.
아이들을 데리고 서재에 가셔서 규장각에서 선물로 받은 복사본 숙종대왕 어필에 대하여 아이들에게 번역을 해 주신다. 언제나 시골에 가면 접하는 것이기에 아이들도 할아버지와 함께 옛것을 익히는 일이 즐거운 모양이다. 숙종의 어필을 소병풍으로 만드신 것이다. 이것을 아이들에게 주면서 집에 가지고 가란다.
조금 있으니 어머님이 오신다.
논에 다녀오신단다. 선거로 인하여 모내기가 조금 늦었는 데 기계로 심지못한 부분을 보충하고 오셨단다.
일복으로 갈아입고, 어머니(생모) 산소로 갔다. 조성된 묘지의 정원수근처에 제초기로 풀들을 모두 제거했다. 땀이 비오듯 했다. 이렇게 미리 풀을 제거해야만 꽃나무 등이 잘 자랄 수 있고, 추석전에 벌초할 때에 덜 힘들다. 대충 긴 풀(망촛대 등)등을 정리하고 집으로 와서 정원에 있는 나무들을 모두 전지했다. 단풍나무 전나무 등이 웃자라 있어서 그것을 전지하는 데에만 1시간이 넘게 걸렸다.
이렇듯 시골에 가면 할 일이 산더미 같이 많다.
아이들은 잠자리 채 등을 가지고 나가서 벌레들을 잡는다고 야단이다.
약간의 물놀이도하면서 에구 그 사이에 녀석들의 옷이 벌써 다 젖었다.
그래도 좋단다.
점심은 상추쌈등을 곁들여서 먹었다.
시골에서 먹는 밥은 언제 먹어도 맛있다. 모두가 채소이지만 직접 부모님께서 농약없이 재배한 것이기에 더욱 그렇고, 좋은 것만을 뜯어서 먹기에 입에서 살살 녹는 다. ㅋㅋㅋ
올때는 텃밭에서 기른 무공해 상추 등을 한봇따리 차에 싣고 출발을 했다.
오는 길에 어머니께서 청주 미용실에 가야한다고 하셔서 같이 타고 왔다.
도청근처에서 내려드리고 상당공원앞에서 좌회전을 해서 고속도로로 향하는 데 예전과 다를 바 없지만 옛날 고속터미널이 까르프로 바뀌어 있었다. 엥 청주에도 까르프가............
서문다리위에 꽃이 가득하다. 서문다리가 아니라 꽃다리라고 해도 될만큼 빨간꽃으로 장식을 한 것이 넘 예뻐 보였다. 시골갈 때 외곽으로만 다니기에 시내를 통과하여 본 것이 얼마만의 일인가?
옛날 모습 그대로 인것 같다. 외곽만 정신없이 변했나 보다. 사직동사거리-사창사거리-복대사거리를 거쳐 청주의 가로수터널을 만끽하며 천안에 도착했다. 짐을 내려 놓은 후 치킨과 생맥주를 주문하여 시골에 갔다온 피로를 달래며 이글을 쓰고 있는 데 넘 행복하다.
이유는 아버님의 밝아지는 모습을 보았기 때문일 것이고, 오랜만에 청주시내를 본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고등학교때부터 청주에서 생활을 했고, 고향친구들과 만남의 장소였던 상당공원 등을 볼 수 있어서 이기도 할 것이다. 그리고 시골가기 위해 주로 다녔던 상당공원에서 사직동 시외버스터미널의 거리가 전혀 낯설게 느껴지지 않은 것이 어릴 적 청주의 향수가 그대로 전달되어서 일까?
간만에 먹은 생맥주가 기분을 더욱 업시키는 것 같다.
오늘은 넘 행복한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