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죽음의 경계
달랑 한장남은 달력의 첫날
그대는 육신과 이별한 후 바람이 되었습니다.
비보를 듣고 황망하고 슬펐습니다.
그대를 보내는 현세는 빗물로 애통함을 대신하고
망연자실함은 눈물되어 시야와 부딪힙니다.
온화함속 잔잔한 미소, 절제된 신뢰감
미남형은 아니지만
당신을 만나면 따스했고 다정했습니다.
급한 성격이 아님에도
바람되어 떠날 때는 어찌 그리 서둘렀습니까.
사람 참, 좋다는 말
호인이라는 칭찬
법없이도 살 수 있다라는 덕담까지
누구보다 많이 듣고 살아온 당신이기에
우리 모두는 참사람을 잃었음에 허탈합니다.
치열하게 경쟁해야 하는 세상 속에서
당신은 인간적인 모습으로 더욱 빛난 삶을 살았습니다.
생과 사의 경계는 신의 영역이기에
자연의 섭리로 치부하고 위로 삼기엔 너무 야속합니다.
극복할 수 없는 병마를 당신에게 준 것은 분명 신의 실수입니다.
이젠 영겁의 인연 끊고 긴 이별의식 시작하려 합니다.
인간 닿는 세상에선 편히 영면하시고
인간 닿지 않는 그 곳에서는 영원한 삶 누리소서
향불 피워 그대 마중한 후
청주 일배올려 그대를 배웅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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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보고 놀라셨죠?ㅠㅠ
놀라셨다면 거듭 사죄의 머리를 조아립니다.
같이 입사해서 지내던 입사동기가 폐암으로 세상을 등졌습니다.
9년전 폐암이라는 진단을 받고 수술도 잘돼서 건강하게 살고 있는 줄 알았습니다.
몇일 전에도 참으로 밝게 통화도 했었는 데 운명했다는 비보를 접했습니다.
그때의 통화가 이별을 위한 마지막 메시지였나 봅니다.
폐암이라지만 담배를 피우지도 않았고
세상을 참으로 맑고 따스하게 살았던 친구였습니다.
늘 옳음의 반듯함, 인간미 흐르는 아름다운 모습을 그 친구를 통해 확인하면서
그름의 경계를 멀리하고,
험한 세상이지만 악하지 않고 배려하면서 살아야 함을 깨닫게 해주던 친구이자 동지였습니다.
그런데 이젠 다시 만날 수 없는 곳으로 홀연히 떠나버렸습니다.
지금이라도 전화하면 특유의 밝은소리를 들을 수 있을 것만 같습니다.
호인(好人)을 다시볼 수 없음이 슬프고 안타깝습니다.
이젠 긴 이별을 시작합니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