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가 끝난 후 후보자의 당락에 따라 가설을 주장하면서 후보자를 비난하거나 선거관리위원회에 재투표를 요구하는 네티즌들이 많은 것 같다.

첫번째는 노회찬 후보와 한명숙 후보가 단일화만 했어도 한명숙후보가 서울시장이 될 수 있었다는 내용이다. 노회찬 후보에 대한 비난이 거센 것 같다. 노회찬 후보는 끝까지 진보신당의 이념과 가치를 가지고 완주했다. 그러나 역부족이었다. 그렇다고 역부족인 것을 알면서도 끝까지 완주한 그와 그를 선택한 유권자가 비난받을 일은 아니다. 아름다운 패자라는 말도 있지 않은 가? 그와 그를 선택한 사람 모두 역부족이라는 것을 모를 리 없었다. 하지만 그들이 가진 신념과 추구하고자 하는 이념이 있었기에 소신을 가지고 처신한 것이다. 아름답게 패배한 그들에게 비난보다는 격려와 용기를 주는 것이 MB정권을 냉혹하게 심판한 민주시민의 격에 맞다.  

두번째는 경기도지사 투표시 심상정후보에게 투표함으로서 무효표가 발생된 부분에 대한 재투표 논란이다. 이 또한 모르고 심상정 후보란에 투표한 것은 아닐 것이다. 심상정 후보와 진보신당에 대한 애정이 바탕이 되었기에 그렇게 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오히려 무효표에 투표함으로서 진보정치를 열망하는 국민들도 많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을 것이다. 그러한 열망이 컸기에 단일화된 유시민후보에게 투표할 수 없었던 것이라고 생각한다. 무척 아쉽고 속상하지만 그것은 그것대로 인정해주고 존중받아야 한다. 그러는 것이 마음이 더 편하고 아름답다.  

그러나 그렇게 했다고 그 일이 정당화될 수 있는 지에 대해서는 무효표를 던진 유권자들에게 묻고 싶다.  

 아무 쓰잘떼기도 없는 곳에 투표를 해놓고 속이 쫌 시원해지셨습니까?
그것이 당신들이 추구하고자 했던 진보의 가치이자 미래였습니까? 

노회찬 후보처럼 끝까지 완주를 한 것도 아니고 기권을 해서 포기한 것이다. 굳이 그런 곳에 투표를 할 필요는 없었다. 그냥 투표하지 않음만 못하기 때문에 어리석은 짓꺼리를 한 것에 불과하다. 그런 사람들이 과연 오세훈 후보에게 정당하고 깨끗한 한표를 행사해서 당선시킨 강남권 국민들을 욕할 수 있겠는가. 오히려 강남권에 있는 국민들보다 한참 수준 떨어지는 행동을 했다는 것에 반성할 일이며, 선거에도 지고 정당성에서도 치졸함의 극한을 보여준 한심하기 짝이없는 참패를 한 것에 불과하다. 이런 식이라면 진보의 미래는 없다. 참으로 한심스럽다. 정당성있게 MB를 심판한 국민과 눈물을 흘리며 사퇴한 심상정 후보 그리고 유시민 후보를 두번 죽이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다.

유시민 경기도지사 후보가 재투표 논란에 대한 중재의 글을 올렸다. 그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이면 된다. 논란꺼리를 만든다고 바뀔 것은 없다. 서울시장과 경기도지사 투표결과가 안타까운 것은 인지상정이다. ~~~했더라면의 가설은 가설에 불과하다. 이제 아쉬움을 접고 국민본연의 모습으로 다시 돌아가서 우리의 선택이 옳았다는 것을 묵묵히 지켜보고 성원해주자. 

다음은 유 후보의 글 전문.

   
 

안녕하십니까? 경기도지사 선거에 낙선한 유시민입니다. 성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이기지 못해서 미안합니다.

패장은 입이 없어야 하는
법인데, 선거에 대해 또 말을 하게 되어서 정말 송구스럽습니다. 그러나 패인을 두고 뒤늦게 벌어지는 논란을 보면서 그냥 침묵할 수 없기에 어쩔 수 없이 제 의견을 말씀드리게 되었습니다.

우선 무효표 논란에 대해 말씀드립니다. 진보신당 심상정 후보가 눈물의 사퇴를 하면서 저를 지지해 주셨지만 심후보 이름에 기표한 무효표가 무척 많았습니다. 광역비례대표 투표에서 민주당과 국민참여당, 민주노동당, 진보신당을 지지한 분들이 투표자 절반을 훌쩍 넘겼는데도 저의 득표율은 48%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이런 결과를 두고 선관위를 비난하고 재투표를 요구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진보신당 당원들이나 민주당 지지자들을 비난하는
목소리도 들립니다. 이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낙선한 저는 더 부끄러워집니다.

저는 이미 패배를 시인하고 선거 결과에 승복했습니다. 김문수 당선자에게
축하난도 보냈습니다. 투개표 관리에 크고 작은 문제점이 있었다고 해도 재투표를 요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무효표를 근거로 한 재투표 주장은 저를 더 부끄럽게 만들기에, 이제 거두어 주셨으면 하고 부탁드립니다.

무효표를 만들거나 김문수 후보에게 표를 주었다고 짐작하면서 진보신당과 민주당 지지자를 비난하는 것은 근본적으로 옳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민주당과 후보단일화를 했고 심상정 후보가 저를 지지하며 사퇴했다고 해서, 민주당과 진보신당을 지지하는 유권자들이 꼭 저에게 투표하실 의무가 있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분들이 저에게 투표하도록 만들 책임은 심상정 후보나 민주당이 아니라 후보인 저에게 있습니다. ‘유권자’는 권리를 가진 사람을 의미합니다. 유권자는 어떤 선택이든 자기가 원하는 선택을 할 권리가 있습니다.

만약 그분들 중의 일부가 일부러 무효표를 만들거나 김문수 후보에게 표를 주었다면, 그
원인은 도지사 후보였던 저의 부족함에서 찾는 것이 옳다고 봅니다. 심상정 후보와 민주당은 최선을 다해 진심으로 이명박 정권 심판이라는 연대의 대의를 이루기 위해 노력했다고 저는 믿습니다. 그 목표를 실현하지 못한 것은 오로지 저의 역량 부족 때문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분명하게 말씀드립니다.

경기도의 정권교체를 열망하셨던 국민여러분, 저의 부족함으로 인해 경기도 정권교체를 이루지 못한 것에 대해 다시 한 번 엎드려 사죄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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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int236 2010-06-05 00: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떼쓰는 사람이 참 많습니다. 벌써 주변에서 노회찬 욕 많이 듣네요. 3.3% 노회찬의 지지율의 전부라고, 그가 욕심 부렸다고 그러네요. 진보신당 당원이면서도 한명숙 찍은 사람 많을 거라고 하니 극소수일거라고 합니다. 이건 뭐. 단일화해도 욕먹고 안해도 욕먹고. 이래저래 강자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입니다.

전호인 2010-06-07 18:27   좋아요 0 | URL
푸하하ㅜㅜ, 어찌 생각하면 한편으로 슬프기도하고, 대단하다는 생각도 들고 그렇습니다. 한명숙후보까지 당선되었다면 더 좋았을 텐데 이러저러하다보니 엄한 분에게 화살이 돌려진 듯한 인상이 듭니다. 노회찬후보야 소신껏 진보의 미래를 짊어지고 갔다고 하지만 심상정후보와 관련된 무효표의 논란은 왠지 씁쓸한 감이 없지 않습니다. 굳이 그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었다고 보여져요. 그런 행동까지 정당화시키고 싶은 마음은 별로 없네요.ㅜㅜ, 꼭 유시민후보를 선택하라는 것이 아니라 사표를 만들어 낼 필요까지는 없었다는 뜻이지요

순오기 2010-06-05 14: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저 결과를 쿨하게 받아들이고 각자의 위치에서 만족하고 기뻐하든지, 반성하고 자숙하든지... 다음 선거때는 좀 더 성숙한 시민의식을 기대해봅니다.

전호인 2010-06-07 18:28   좋아요 0 | URL
맞습니다. 이런저럭 행동들이 회자되는 요즈음 반성할 것은 분명히 반성해야 하고, 발전될 것은 발전되어야 겠지요. ^*^ 그것이 성숙한 국민의식이라고 생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