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밥 더운 밥 가리지 않고 참 많이도 먹었다
웃음은 팝콘처럼 튀겨 먹고
스무 살은 선짓국처럼 후후 불며 먹고
시어머니는 고추장에 쿡 찍어 칼칼하게
잠은 파자마처럼 헐렁하게 먹고
그리움은 공중에 둥실 띄운 살구꽃 한 채
만개한 분홍으로 흐드러지게 먹고

채우고 비우며 예까지 오는 동안
내 나이에도 조금은 깊은 맛이 들었을까

- 허영둘, '나이를 먹다'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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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겁던 젊음 보내고 매운 사람살이 하는 동안
힘들다고 투정도 부렸지만,
때로 웃음도 있었고 삶의 여유와 기쁨도 맛보았습니다.
이제는 포용과 사랑도 깊어지고,
삶의 이치 또한 조금은 깨달은 것 같습니다.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많은 것을 희생하고 나서야 얻는 깊음인가봅니다 

출처 : 사색의 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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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섬 2010-02-24 18: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너무 좋습니다. 찬밥 더운밥 가리지 않고......우리도 깊은 맛이 들어가고 있겠죠?

전호인 2010-02-25 15:33   좋아요 0 | URL
참, 시골스런 단어들이 참 많아서 추억적인 글이었던 것 같아요.
그렇죠 한살 한살 먹을 수록 삶의 무게가 느껴지긴 합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