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과 함께 인류멸망에 관한 재난영화의 절정판(?)을 보았다. 해운대를 보고난 후 연달아 보았기 때문에 재난영화 특성상 공통적인 현상을 비교할 수도 있었다. 인류의 멸망이 다가온다는 것을 알면서도 이를 무시하는 정부의 일부 관료, 주인공들의 극적인 탈출과 서스펜스, 불행이 닥쳐올 것을 알면서도 개인의 이익에 있어서는 한치도 양보하지 않는 재력을 가진 비열한 사람들, 엄청난 컴퓨터그래픽을 통한 영화의 긴장감 등이다. 해운대와는 차원이 다른 스케일이 영화를 보는 내내 마음을 압도하고도 남는다. 역시 블록버스터라 하기에 손색이 없는 영화였지만 감동은 글쎄다.
<잭슨과 그의 가족들이 경비행기를 타고 탈출하는 과정에서의 대지진>
2012년 인류의 멸망은 고대 마야 문명에서부터 끊임없이 회자된다. 저명한 지질학자 햄슬리는 인도 메가 뎅 구리 광산지하에서 인류역사상 가장 큰 태양분출과 기록적인 중성자를 만들어내고있는 데이터를 보고 놀란다. 이로인해 2012년 지구가 멸망한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엄청난 태양분출 등을 자료로 지구의 종말을 예고하고 알리려는 햄슬리>
햄슬리는 이 사실을 미국의 대통령에게 알리고 대통령은 2012년 5월 G8 정상회담에서 과학자들의 오랜 연구 끝에 실제로 멸망의 시기가 다가오고 있음을 감지하고 각국 정부에 이 사실을 알린다. 미국이 주축이 된 강대국들은 3년동안 선별된 지구인을 방주를 태워 피난시킬 계획을 수립해왔고, 세상 곳곳에서는 이상징후들이 나타나기 시작하고, 각종 종교단체에서 세상을 향해 지구의 종말이 멀지않았음을 알리는 구호들이 난무한다.
한편, 소설가 잭슨은 아내와 이혼 후 정기적으로 아이들을 만나 옐로우스톤 국립공원으로 휴가를 떠나 호수쪽으로 간다. 그곳은 아내와의 추억이 있는 곳이지만 호수들이 말라있고 군인들에 잡혀 기지로 이동된 후 안전지역으로 보내지는 과정에서 햄슬리도 만난다. 그리고 그곳에서 생방송중인 찰리를 만나 지구종말에 대한 예언을 듣게된다.
<옐로우스톤 국립공원에서 지구종말의 예언을 듣는 잭슨>
잭슨은 전처 케이트에게 전화를 걸어 캘리포니아가 사라진다며 도착할때까지 아이들을 챙겨놓으라고 당부한다. 아침 식사중이던 전처와 아이들은 건물이 무너지는 상황에서 빠져나와 잭슨의 차를 타고 공항을 향해 질주하고 이 과정에 차 뒤쪽으로 대지진이 발생하면서 그들을 숨막히게 쫓아오고, 공항에 도착해 경비행기를 몰고 끝없는 탈출을 시도한다.
<비행기에 탑승하기 위해 뛰어오는 잭슨-아슬아슬하고 숨막힌다 숨막혀>
자동차와 비행기로 탈출하는 과정에 대지진에 의해 거대한 빌딩과 도로가 땅속으로 사라지고 지구는 그야말로 아수라장이 된다. 재난영화의 특성상 주인공들이 탈출하는 과정에서 긴장감과 흥분이 고조된다. 결국 노아의 방주에 준하는 배에 선택되어 올라탄 지구인들은 아프리카에 도착하여 다시 지구의 재건을 다짐한다. 히말라야를 비롯한 내륙이 바다로 침몰하고 아프리카는 7만피트이상 융기하여 지구의 어마어마한 지각변동을 맞는다.
<그저 컴퓨터그래픽이 놀라울 뿐이다. 이것도 감동일까?>
결국 2012를 보고 느낀 점은 한마디로 "허무"이다. 아무리 아둥바둥 살아본들 지구의 종말을 고하는 자연의 대재앙앞에서 인간은 아무런 존재감을 느낄 수 없다는 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