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우중충하지도 않았다.
연극이 시작되고 90여분 내내 잔잔하고 애틋했다.
누구를 만나서 친해지고 사랑하고, 맺어지고 헤어지는 것이 남녀간의 일일수도 있다.
연극 "마지막 20분 동안 말하다"는 남녀간 사랑 중에서 다시 만날 수 없는 영원한 이별이었기에 더 애틋하고 간절했다. 그래서 마지막 엔딩에서는 코끝이 찡했다.
연극은 암묵적으로 관객들에게 '누군가를 순수하게 사랑해 본 적이 있나', '당신은 그 사랑을 어떻게 기억하고 있나'라는 질문을 던진다. 그렇게 '그 쪽'이라 불리는 남자와 '거기'라고 불리는 여자. 두 주인공을 중심으로 가로등불 아래 벤치에서의 사랑 이야기가 전개된다.
사람이 사람을 만나는 것은 천만번 정도의 인연이 있어야 가능하다는 남자주인공의 이야기 처럼 모르는 남자와 여자가 우연히 만나 대화를 이어 간다는 것이 그리 쉽지는 않다. 넉살 좋은 남자주인공이 엉뚱하게 던지는 질문을 시큰둥하다못해 귀찮게 여기는 듯 하면서도 꼬박꼬박 답변을 하는 여주인공을 보면서 인연이 만들어 지는 과정을 볼 수 있었다. 우연히 작은 인연을 통해 만나고 갖가지의 사랑이 싹틈을 되돌아 보게 된다. 그저 천진 난만한 21세기의 인스턴트식 사랑이야기인 줄 알았는 데 후반으로 전개될 수록 묘한 분위기와 평범하지 않은 상투적인 멜로 이상의 사랑이야기임을 알게 된다.
누구나 하나쯤은 가지고 있지만 일상에 지쳐 잊고 지냈던 애틋한 사랑의 기억을 살려 볼 수도 있고 두 남녀의 사랑과 기억을 훔쳐보면서 잊은 듯 했던 순수와 감성을 자극받을 수도 있다.
오랫동안 아쉽고 그리웠던 혼자만의 사랑, 다른 인연이 되었지만 다시 이어진 만남 그리고 추억만들기, 새로운 인연으로 맺은 사랑과 그 때의 즐겁고 유쾌했던 사랑의 추억과 지금의 행복, 또 다른 새로운 사랑들!
감성을 자아내는 아날로그적 사랑을 만나고 싶다면 "마지막 20분 동안 말하다"를 통해 가슴속부터 짠하게 다가오는 진실된 사랑을 느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