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좋아한 사람들
1. 용산역에서의 조우 그리고.....
난생처음 알라딘을 통한 번개모임에 참석하기 위해 설레임을 안고 새벽에 일어나 용산역으로 향 했다. 원래는 4명 한 가족이 가려고 계획을 했지만 범석이의 한국사능력검정시험으로 인해 옆지기, 해람, 나 이렇게 세명이 참석하기로 한 것이다. KTX 동반석을 예매했기에 좌석 하나가 남았지만 다행히 마노아님이 동석하게 되어 참으로 다행이다 싶었고 더군다나 활동이 두드러진 알라디너와 함께 한다는 것은 기쁨이기도 했다. 이것을 전화위복이라 할 수 있으려나.
총알택시를 타고 도착한 용산역에서 조우한 마노아님은 깔끔하고 귀여운 외모에 예의 바름과 목소리까지도 깜찍한 아름다운 숙녀였으며, 빙긋이 웃어 주는 모습은 동양 미인의 표본이라고 할만 했다. 가고오고를 시작으로 끝까지 함께 한 유일한 동지였기에 짧은 시간 정이 든 친구였다.
첫만남은 그렇게 이루어 졌다.
웬디양도 우리와 같은 기차를 타고 있었기에 다른 승객들이 그들의 좌석을 찾아오기 전까지 함께 할 수 있었다. 웬디양 또한 서재에서 항상 톡톡 튀는 이미지 모습 그대로 였다. 생기발랄의 신세대 아이콘에 귀여움까지 덤으로 늘씬한 외모는 내노라 하는 슈퍼모델들이 펼쳤던 양 날개를 바로 접으며 행님(ㅋㅋ 갑자기 깍두기 모드)하며, 90도로 허리를 꺾어야 할 정도로 이국적이었다.
내게 있어 이번 여행은 사실 너무 피곤한 일정이었다. 그 동안 해외와 국내로 지속된 출장일정은 신체의 리듬을 깡그리 무너뜨리게 했기에 그저 집에서 쉬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다. 하지만 처음 경험하게 될 번개모임에 대한 설레임과 가족에 대한 미안함 그리고 순오기님이 계획한 답사코스가 사람을 끌리게 했기에 거부할 수 없는 일이기도 했다. 오죽하면 범석이만 팽개치고(? ㅋㅋ) 참석을 결정했겠는가
<왼쪽부터 클리오님, 나와 해람, 웬디양님, 마노아님, 순오기님, 시니에님-관방제림에서>
2. 광주역에서의 역사적인(?) 조우
3시간 동안 달린 기차가 9시40분이 되어 광주역에 도착했다. 개찰구를 빠져 나오니 순오기님이 눈이 빠지게 우릴 기다리고 있었다. 촛불문화제 참여시 지하철에서 따님과 함께 한 사진을 공개했었기에 첫눈에 알아보았지만 순오기님은 마노아님을 열심히 찾고 계셨다. 서울에서 공부하고 귀향하는 동생들을 고향에 있는 누나, 언니가 기다려 주듯 그렇게 서 계셨다. 화려하지도 않았고 수수하지도 않았다. 그저 거리낌 없이 다가갈 수 있는 넉넉한 너그러움과 따뜻함이 느껴지는 누나와 언니의 모습 그대로 였다. 많은 동생들에게 아낌없이 베풀고 나누어주고 보듬고 쓰다듬어 주는 엄마 다음의 큰누나, 큰언니가 바로 순오기님이다.
첫 느낌 그대로 하루종일 철부지 동생들 뒤치다꺼리 하듯이 살펴주고 챙겨 주느라 정신이 없는 가운데도 가끔씩 날리는 유머와 재치있는 애드립 그리고 내색하지 않고 항상 웃어 주시는 모습은 같이 한 이들에게 새로운 카리스마로 다가왔다.
버스 안에서 나누어주신 쑥개떡은 어릴 적 시커먼 보리개떡(아는 사람이 있을 라나.....)을 연상케 했고, 미세하게 코에 닿을 정도로 살포시 베어 나오는 쑥향과 참기름의 조화는 새벽 공복을 채워주기에 부족함이 없어서 단숨에 한팩을 다 먹어 치워 버렸다.
그리고, 낯설게 인사한 클리오님 가족과 친구분, 예찬이 친구.
낯설기는 했지만 결코 낯설지 않은 클리오님 가족이었다. 어찌 세 식구가 그리도 닮았는지 부부는
닮는다고 하지만 살다살다 이렇게 똑같이 닮은 부부가 또 있을까 싶을 정도로 너무 닮아 있었다. 부부가 아니라 서로 남매라고 하더라도 깜빡 속아넘길 수 있을 정도로 닮아 있었고, 사랑의 결실인 예찬이 또한 가히 아빠와 엄마의 조합물이라 하기에 손색이 없을 만큼 닮았다. 클리오님의 똘방똘방하신 (ㅋㅋ 이렇게 표현하면 쬐끔 실례가 되겠쪄?) 눈매와 말씀은 지적인 氣가 천지사방을 덮고도 남았다. 비록 몸은 자그맣고 아담했지만 눈매에서 뿜어져 나오는 내공은 좌중을 압도하기에 충분했다고나 할까(옴메 기죽어. ㅋㅋ 그 氣 좀 나눕시다) 다음에 뵈면 더 살가울 수 있겠지요?
군산에서 첫차를 놓치는 바람에 우리 모두를 기다리게 함으로써 모든 이의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등장한 시니에님은 순수 그 자체였다. 아마도 만인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으시려고 일부러 계획한 늦음이라고 하면 너무 야박 하려나......(ㅋㅋ 농담입니당)
시외버스터미널에 내려 다시 택시를 타고 연신 시간을 확인하면서 졸였던 마음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기다리는 사람들에 대한 미안한 마음 때문이었을까
하루종일 조용조용 나긋나긋해 하시는 바람에 오히려 우리가 더 민망했다우. ㅋㅋ
다른 분들과 달리 서재에서 거의 뵙질 못해 궁금했는데 말없이 살포시 웃는 미소는 사람의 애간장을 녹이기에 충분했고 아마도 그것이 시니에님 본연의 모습일 거라 단정해 봅니다.
결국 나의 생애 첫 번째 번개는 모두가 여성분이었기에 시작은 그저 쑥스럽고 계면쩍기도 했지만 워낙 독특한 개성을 가진 분들과의 만남이었고, 답사 진행코스 또한 많은 생각과 배움을 체험하고 가슴으로 느끼는 감성을 누릴 수 있었기에 돌아오는 길에는 여러분과의 또 다른 번개가 기다려 질 정도의 가슴 벅참이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