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제컨테이너로 만들어진 명박산성은 철옹성이었습니다.
하지만 민주시민들의 마음속까지 막을 수는 없었을 겁니다.
아마도 그들은 저 너머 산성속에 스스로 갇힌 채 밤이슬맞은
생쥐가 되어 오뉴월에 개떨듯이 떨고 있었겠지만 우리는 즐겼습니다.

쥐박이 아저씨!
그곳에서 냉큼 나오던지 아님 영원히 한발짝도 나오지 마쇼.



집에 도착하여 저녁을 먹고 가족과 함께 촛불문화제 참석을 고려했었으나 아이들의 시험이 내일모레인 관계로 우리집을 대표(?)하여 나만 참석을 했다. 그동안 베트남으로 중국의 상하이, 텐진, 베이징으로 다시 국내의 각 도시로 이어진 출장으로 인해 미루어 왔던 문화제 참가였다. 몸은 천근만근이었지만 젊음을 함께 했던 6.10항쟁의 그 날이었기에 참석하지 않을 수 없었다. 종로2가까지는 버스의 통행이 허락되었기에 그곳에 내려 한 정거장 정도를 걸으니 곧바로 뜻을 같이하는 동지들과 합류를 할 수 있었다.

이미 거리에는 시민들로 가득 차 있었고, 각각의 단체별로 산발적인 구호가 들려왔다.
누구랄 것도 없이 함께 행진을 하며 "협상무효, 고시철회", "이명박은 물러가라"를 외쳤다. 이들을 누가 배후 조정했길래 이렇게 많은 사람들을 동원했을 까 의아하기까지 했다. 그들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절대 불가능한 일이란 것은 철부지 아이들도 알 수 있으련만 그들은 이것까지도 왜곡하고 있는 것을 보니 분명 쥐대가리임에 틀림없다.

종로를 거쳐 안국동쪽으로 행진을 하였건만 거기까지가 한계였다. 광화문에만 있는 줄 알았던 컨테이너 장벽은 청와대와 광화문을 중심으로 모든 길목을 가로막고 있어 더 이상 우리가 나아갈 곳은 없었다. 나아갈 길이 막히다보니 순식간에 수만명의 인파가 거리를 가득메웠다.

서울에 모인 인원이 70만명이고, 지방에서 함께한 인원 30만명이라니까 합하면 100만명이 이번 문화제에 참여한 것이다. 남녀노소의 구분이 없었다. 그저 국민의 권리를 찾고 싶어하는 마음들이 합하여 이런 결과를 가져온 것이다. 위대한 직접민주주의의 승리가 아닐 수 없다. 아직 승리라고 장담하긴 이른 감이 있지만 순수한 국민의 자발적인 참여는 이미 승리하고 있는 것이다. 언제까지 귀를 막고 있을 것인지 지켜볼 일이다.

많은 이들의 함성을 뒤로 하고 돌아오는 길에 여러 무리의 동지들을 만날 수 있었고 하나같이 밝은 얼굴로 그들의 의사를 전달하거나 중앙선을 따라 염원을 담은 촛불을 밝히고 있었다. 누가 가져왔는 지는 알 수 없으나 분필을 이용 대로 가득히 우리가 주장하는 글들을 쓰기 시작하자 순식간에 대로는 방명록으로 변해갔다. 곳곳에 풍물패들이 민주시민들의 어깨를 들썩이게 했고 또한 그들과 어우러져 한판의 춤이 만들어 지고 헤쳐지기를 반복했다.

땀을 흘려 지쳐있는 그들에게 자발적으로 물을 건네주거나 김밥을 전달해 주는 이도 있어 보는 이들을 흐뭇하게 했다. 현장의 생생한 민주주의의 장을 아이들과 함께 못한 것이 아쉽지만 국민의 뜻이 관철될 때까지 타오를 촛불이기에 다음 기회로 미루면서 집으로 귀가했다. 온몸에는 각종 스티커와 태극기를 꽂은 채로......

이제 그들이 할 일만 남았다.
그것은 국민들에게 무릎꿇고 석고대죄한 후 재협상하는 일이다.
그때까지 촛불은 꺼지지 않고 영원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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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늘빵 2008-06-11 09: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홋 그곳에 함께 계셨군요!! :)

마노아 2008-06-11 18: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도로 방명록은 못 봤어요. 시민들의 놀라운 창의력에 계속 감탄하고 있어요. ^^

소나무집 2008-06-12 13: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도 가셨군요.
님을 비롯 우리 국민 모두 장하세요.
저도 6.10 항쟁의 기억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답니다.

전호인 2008-06-16 13: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프락사스님, 연일 문화제 참석하시느라 고생이 많으십니다.
너무 몸 상하시지 않길 바랄뿐입니다.
안 갈 수가 없죠.....

마노아님, 아마도 안국동 쪽에서 먼저 시작했을 겁니다. 도로가 온통 방명록이 되었지요.

소나무집님, 그렇죠, 끝난 줄 알았던 항쟁이 이렇게 다시 이어지다니 슬픈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