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선 대통합민주신당 의원이 지난 2000년 비비케이 사무실에서 이명박 후보를 만나 인터뷰한 내용을 바탕으로 제작한 유시시(사용자제작콘텐츠)가 미국의 동영상 사이트인 <유튜브>에 올라 40만이 넘는 재생수를 기록하며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이 동영상은 지난 5일(미국 시간) ‘msoohh’라는 아이디를 쓰는 한국 네티즌이 ‘BBK’라는 제목으로 올렸으며 7일(한국 시간)에는 유튜브 전체 동영상 가운데 재생수 2위에 올랐고, 이번주 종합 순위에서 8위를 차지하고 있다. 영상 아래 댓글도 한글과 영문을 합해 600개가 넘었다.

<한겨레>는 동영상을 올린 김아무개씨(아이디 msoohh)와 이메일로 인터뷰를 했다. 김씨는 “검찰의 중간수사 발표를 보고 어이가 없어 정동영 후보 동영상 사이트에 올라온 박 의원의 영상을 편집해 만들었다”며 “검찰청에 올리려고 시도하다가 포기하고 포털은 민감하게 반응할 것이라고 판단해 유튜브에 올렸다”고 밝혔다. 김씨는 “늦게나마 많은 분들이 (비비케이 사건에) 관심을 가지게 돼 다행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2분43초짜리 동영상 들머리에서 박 의원은 “제가 비비케이 사건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2000년 11월 이명박 후보를 BBK 사무실에서 인터뷰했던 취재기자였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이어 인터뷰를 하려고 이 후보가 박 의원을 사무실로 안내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현관 앞에 ‘BBK capital partners’라는 간판이 선명하다. 화면의 아래에는 ‘2000년 11월 서울시청 앞 삼성생명건물 17층 BBK 사무실’이라고 자막이 박혔다. 이 장면은 2000년 11월11일 방영된 문화방송 <경제매거진>의 ‘인물 포커스’ 코너에서 따왔다. 당시 문화방송 기자였던 박 의원이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현대 사태’를 조명하려고 전직 현대 사장들을 인터뷰했고, 그 과정에서 문제의 장면이 찍혔다.

박 의원은 동영상에서 “당시 이명박은 김경준을 아비트리지, 즉 차익거래의 귀재라고 극찬을 했었다”며 “이명박쪽은 취재 화면을 미국 법정에서 증거 배제 신청을 했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무엇을 숨기고 싶어서 취재 화면을 증거 배제 신청했을까 매우 의아하다”며 “취재기자를 7년 전에 BBK 사무실로 오라고 해서 인터뷰를 해놓고 이제 와서 ‘관련이 없다’ ‘나는 모른다’, 이게 가능한 일이냐, 모든 것이 거짓말”이라고 덧붙였다.
박 의원쪽은 “의원실에서 만든 영상이 아니라 누군가 박 의원의 방송 장면을 모아 편집한 것 같다”며 “영상 속 이 후보 인터뷰 장면과 박 의원의 발언은 모두 사실”이라고 밝혔다.

그 동안 박 의원은 대정부 질문과 언론 인터뷰, 정동영 후보 찬조 연설 등을 통해 여러 차례 이 후보 인터뷰 사실을 밝혀 동영상에서 언급한 내용들이 새로울 것은 없다. 그런데도 빠르게 확산되는 것은 검찰의 비비케이 수사결과 발표에도 의혹이 완전히 풀리지 않은 것과 무관하지 않다. 또 박 의원이 지난 6일 저녁 열린 방송 토론회에서 이 후보를 만나 비비케이 사무실 인터뷰를 상기시키며 “저 똑바로 못 바라보시겠죠? 부끄러운 줄 아세요”라고 통박한 것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두 사람 사이의 과거 인연이 뒤늦게 조명을 받았다.

박 의원실 민현석 보좌관은 “영상이 퍼지면서 ‘왜 이런 사실을 진작 알리지 않았느냐’고 항의 아닌 항의전화를 하루에 수십 통씩 받고 있다”며 “검찰 발표 뒤 비비케이 사건에 대한 국민의 관심은 더 커졌지만, 의혹은 명확하게 해소되지 않았기 때문이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박종찬 기자 pjc@hani.co.kr


댓글(8)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소나무집 2007-12-10 14: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정말 궁금합니다.
시골 사람들도 이명박은 안 찍겠다고 하던데요.


전호인 2007-12-11 09:54   좋아요 0 | URL
그 사람을 찍고 안찍고도 중요하지만 나라의 돌아가는 꼴이 넘 요상하다는 생각이 드네요.
다들 부정을 하면서도 지지율은 더 올라가는 것을 보면 온 국민이 다 노망든 것임에 틀림없는 것 같아서 씁쓸합니다. 저의 주관에서 바라본 시각이기에 나만 옳다고 할 수도 없을 것 같아 보입니다.

세실 2007-12-11 10: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게 들여다 보이는 거짓말에 '증거없으므로 무죄'라고 해서 지지율이 상승하는거 보고 놀랐습니다. 누굴 찍어야 하는지..원.
님 누구 찍으실거예요? 살짝쿵~~ 알려주세요.

전호인 2007-12-11 10:21   좋아요 0 | URL
다들 믿지는 않으면서 다시 지지한다는 것이 많이 잘못되었다 싶기도 합니다.
나름대로의 생각이 있겠지만 이거는 아니다 싶기도 해요.
저는 BBK에 열받지는 않습니다. 수천억을 가진 재산가가 단돈 몇백만원을 아끼고자 자녀와 운전기사까지 동원하여 탈세하려는 가진자들의 파렴치한 근성(?)에 열받아 합니다. 그런 사람들에게 정권을 맡길 때 지금보다 더 혼란스러운 일이 발생할 까 저어될 뿐입니다. 이번 대선은 국민들을 너무 스트레스 쌓이게 하네요. 나중에 알려드리지요. ㅎㅎ

소나무집 2007-12-11 12: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방금 서울 사는 친구에게 전화 받았습니다. 누굴 찍어야 할지 모르겠다는...

전호인 2007-12-13 16:55   좋아요 0 | URL
저야 정해졌지만 정말 이번 대통령선거는 사람을 너무 스트레스받게 합니다.

2007-12-11 17: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전호인 2007-12-13 16:56   좋아요 0 | URL
네, 주소 남겼습니다.
지난번에는 달력을 보내주셔서 일년을 꽃과 함께 보냈었는 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