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3년 美 시카고, 가톨릭 빈민 요양소에서 81세의 한 독거노인이
쓸쓸하게 죽음을 맞았습니다.
독신으로 외로운 삶을 살았던 이 노인의 이름은 헨리 다거,
17살부터 평생을 병원 청소부로 일했습니다.
가족이 없었던 탓에 집주인이 그의 유품을 정리할 수 밖에 없었는데
아무도 들여다본 적이 없었던 이 독거노인의 방에 처음 들어간 집주인은
깜짝 놀라고 말았습니다.
좁은 방 곳곳에 기묘하고 엄청난 양의 원고와 스케치가
쌓여있었던 것입니다. 가상의 행성과 거기에 속한 여러 나라에서 벌어지는
전쟁과 모험의 대서사시, B급 판타지 장편소설이 깨끗하게 타이프 쳐진 원고는
자그마치 1만5145페이지에 이르렀고, 3권이나 되는 화집과 수백 장의
그림 가운데 어떤 것은 길이가 3m가 넘는 엄청난 크기를 자랑했다고 합니다.
20세기 아웃사이더 아트의 최고걸작이자 어쩌면 인류의 미술사와 문학사를
다시 쓰게 할지 모를 '비현실의 왕국에서'는 그렇게 세상에 등장했습니다.
보잘것없어 보였던 가난한 독거노인에게도 이렇게 엄청난 상상력이
존재했던 것입니다. 평생을 혼자 외롭게 살았지만 헨리 다거에게는
상상 속의 친구들이 있었던 셈이지요. 그저 불쌍한 노인으로
잊혀질 뻔 했던 그의 이름을 후세 사람들이 두고두고 기억하게 만든 것은
바로 위대한 상상의 힘이 아니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