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추럴 셀렉션
데이브 프리드먼 지음, 김윤택 외 옮김 / 지성사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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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죠스>가 <주라기 공원>을 만난다면? 이런 궁금증을 가지고 있는 독자라면 데이브 프리드먼의 2006년 소설 <내추럴 셀렉션>을 읽는 게 어떨까 싶다. 심해와 지상에서 펼쳐지는 괴생명체와 여섯 명의 해양생물학자 간의 대결을 다룬 이 스릴러가 꼭 그런 이야기라 독자들의 호기심을 충분히 자극할 수 있을 것 같다. 특별히 이 책과 비슷한 줄거리를 가진 책이라면, 몇 해 전에 스티브 앨튼이라는 작가가 상어의 조상 격인 고대 괴수 메갈로돈이 현대에 출몰해 사람들을 살육하는 <메그>라는 소설을 발표해 아주 재미있게 읽은 기억이 난다. 유감스럽게도 <내추럴 셀렉션>은 <메그>만큼 파괴력 넘치고 몰입감이 강하지는 못했지만(상어공포증에 시달리는 개인 취향이 반영된 듯), 나름대로 짜임새 있는 설정에 매 페이지마다 액션이 넘쳐 600페이지가 넘는 두꺼운 분량에도 불구하고 지루하지 않게 읽을 수 있었다.

 

거의 최초의 스릴러라 불리는 <39계단>이 1차대전을 일으키려는 독일 첩보조직(엄밀히 따지면 배후의 비밀조직이지만)과의 대결을 소재로 삼은 것처럼, 서구에서 독서계를 장악한 스릴러라는 장르는 항상 우리를 두려워 떨게 만드는(끊임없이 스릴을 자극하는) 어떤 것을 그리는 듯하다. 때문에 양차대전 때는 독일, 냉전시대에는 소련 세력 등을 주로 악역으로 설정했다면, 전세계적인 해빙 무드가 조성된 요즘은 그럴싸한 적을 찾기 어려워진 것 같다. 그래서인지 최근의 스릴러 작가들은 다양한 곳에서 독자의 본능적인 공포감을 이끌어낼 수 있는 대상을 정하는데, 의료 현장에서 일어나는 불가해한 사건들을 메디컬 스릴러로 푼다든가, 연쇄살인범이 등장해 주변의 이웃들을 살해하는 사이코 스릴러 등 종류가 무척 많아 한마디로 정의 내리기 어렵다. 아무래도 최근의 스릴러들은 더 이상 독자들의 본능적인 두려움을 불러일으키지 못하는 국가 차원의 거대한 음모보다는, 개개인에게 닥치는 현실적이고 직접적인 공포를 다루는 쪽으로 유행이 바뀐 모양이다.

 

흔히 테크노 스릴러라 부르는 과학을 기반으로 한 스릴러는 작년에 사망한 마이클 크라이튼의 수퍼 베스트셀러 <주라기 공원>의 영향을 부인할 수 없을 것 같다. 괴수를 등장시켜 사람들을 학살하는 고전적인 괴물 호러소설의 플롯에 현대생물학이나 유전공학 등의 과학 기술 등을 결합시켜 전세계적인 성공을 거둔 이 소설은 누구나 아는 것처럼 스티븐 스필버그가 영화화해 기록적인 흥행을 달성하기도 했다. 감독의 탁월한 연출력은 물론이거니와 워낙 소설 자체가 영화로 만들기에 그림이 딱 나오는 그런 내용이었기 때문이다. 이쯤되면 과학 공부 좀 했고, 글도 좀 쓰며, 큰돈 만지고 싶은 배짱 좋은 후배 작가들이 나도 한번 써봐, 하며 나서기에 충분한 조건이 아닐까? 더구나 기초 교육의 확대로 독자들의 과학에 대한 교양 수준도 예전에 비해서는 크게 올라갔다. 이제 어느 정도의 해설 만으로도 작품 속에 등장하는 과학 이론에 대해 충분히 독자들이 이해하고 납득할 수 있는 상황이 되었으니 과학을 소재로 삼는 어려운 스릴러를 집필한다는 부담감도 크게 줄어들 수밖에 없다. 특히나 요즘 독자들은 소설을 즐기는 데서 만족하지 않고, 웬만큼의 지식도 얻어가는 걸 원하므로 오락과 과학이 결합된 <내추럴 셀렉션> 같은 소설이 앞으로도 더욱 큰 인기를 끌지 않을까 생각된다.

 

이 책의 작가 데이브 프리드먼 역시 과학 공부 좀 했고, 글도 좀 쓰며, 큰돈 만지고 싶은 배짱 좋은 작가 중 한 명이다. <내추럴 셀렉션>에서 그가 비장의 무기로 내세운 건, 찰스 다윈의 그 유명한 <진화론>이다. 제목 '내추럴 셀렉션' 또한, 다윈 진화론의 핵심인 '자연선택'이라 풀이할 수 있다. 자연선택이란 어느 특정한 종의 개체 사이에 벌어지는 생존 경쟁 속에서, 특히 환경에 가장 잘 적응한 개체가 생존하여 후손을 남긴다는 뜻이란다. 예컨대, 아프리카의 원시 기린은 처음부터 오늘날처럼 목이 그렇게 길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같은 기린들이나 다른 동물들이 나뭇잎 등의 한정된 먹이를 놓고 다툴 때, 유독 목이 긴 기린이 높은 가지의 잎사귀를 따먹을 수 있었고, 이로 인해 목이 긴 기린들만 생존하고 목이 짧은 기린들은 굶어 죽을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살아남은 목이 긴 기린들의 암수끼리 결합하여, 목이 긴 유전자를 계속 후손들에게 퍼뜨렸고, 그 결과 오늘날 아프리카 초원의 기린들은 전부 목이 긴 기린만 남게 된 셈이다.

 

작가는 대다수의 생물학자에게 공인받은 이 자연선택 이론을 기반으로 삼아 거기에 상상력을 더해 무시무시한 심해의 괴물을 창조했다. 몸길이가 7미터가 넘고 무게는 20톤이 넘는 거대 가오리떼가 깊은 바다속에 살고 있다. 그러나 원인불명의 바이러스가 퍼져 익숙한 환경이 서서히 파괴되자, 원시부터 지금까지 사람들의 눈이 미치지 않는 곳에서 살고 있는 거대 가오리떼는 서서히 얕은 바다로 부상하고, 그중 선구자 노릇을 하는 가오리는 아예 거대한 날개를 사용해 뭍으로 상륙하는데 성공한다. 심해라는 환경이 파괴되자 그에 적응하기 위해 육지에 올라온 거대 가오리야말로 적자생존과 자연선택의 최종 승자가 된 셈이다. 날카로운 이빨로 3미터에 달하는 곰도 한 입에 물어죽이고 육지와 바다, 공중을 자유자재로 누비는 식인 가오리를 뒤쫓던 여섯 명의 해양생물학자는 이 새로운 가오리를 '악마가오리'라 명명한다. 그들은 악마가오리로 인한 인명피해를 막기 위해 기관총과 활, 헬리콥터, 보트 등을 총동원해 사냥에 나선다. 그러나 그들이 몰랐던 것 한 가지는 악마가오리 또한 역으로 그들을 사냥하고 있었던 것이다.

 

가오리가 아무리 커져봐야 하늘을 날고 사람까지 죽이는 게 말이 되느냐, 하는 분들이 있을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나 심해는 우주만큼이나 인간의 인식이 미치지 못하는 곳. 지구상에서 가장 깊다는 마리아나 해구에 인간들은 고작 수십 분을 들어갔다 나왔을 뿐이다. 우리가 전혀 알지 못하고 알 수도 없는 곳에서 어떤 생물들이 살고 있을지, 그 생물들에게 어떤 능력이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의 영역인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내추럴 셀렉션>이 보여주는 상상력은 충분히 말이 된다고 생각한다. 다윈의 <진화론>에 바탕을 둔 비교적 그럴듯한 내용에 후반부 200페이지는 쫓고 쫓기는 숨막히는 모험과 액션의 연속이다. 심심풀이로 책을 잡은 독자들을 결코 실망시키지 않을 듯하다. 다만 약간 아쉬운 건, 설정이나 줄거리의 정교함, 기발함에 비해 인물의 성격이 지나치게 얄팍하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여섯 명의 과학자들 중 한 명이 악마가오리를 사냥하는 게 무척 위험한 일이라는 이유를 들며 빠지려 하자, 리더 격인 인물은 이 일은 인류에게 있어 전혀 새로운 종을 알리는 기념비적인 일이 될 것이며 아마 교과서에도 실리게 될 거라 회유한다. 리더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그는 '교과서에 실리는 게 내 인생의 꿈'이었다며 참가를 결정한다. 그냥 한번 튕겨본 건가...백인 선남선녀 두 사람만 살아남게 되는 결말도 지나치게 할리우드 스타일이고, 살아남은 주인공들은 동료를 줄줄이 잃었음에도 그다지 슬퍼하는 것 같지도 않다. 아무리 아이디어나 플롯이 중요한 소설이라고 해도 이 정도라면 곤란하지 않을까. 문장이란 것도 죄다, '악마가오리가 다가왔다. 그들은 비명을 질렀다.' 이런 식이라 전개는 빠를지언정 문학 작품을 읽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데이브 프리드먼의 다음 작품은 흥미진진한 내용 못지않게 문장력이나 인물의 성격에도 공을 들이길 기대하며 이만 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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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10-01-01 23: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뭐,죠스가 주랴기 공원을 만난 책이라면 이미 메그라는 해양소설이 있읍니다.ㅎㅎ
제다이님 새해 복많이 받으셔요^^

jedai2000 2010-01-04 18: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카스피님...사실 재미도 <메그>가 더 있었어요-_-;; 카스피님도 올 한해 원하시는 소원 다 성취하시고, 늘 댁내에 좋은 일만 가득하길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12월인데, 10월 걸 쓰고 있다니...그때그때 써야지 한번 밀리니까 대책이 없네요ㅠ.ㅠ

 

 




<39계단 - 존 버컨>

무척 오래된 고전이 출간되었다. '쫓기는 사나이' 공식을 거의 최초로 확립시킨 알프레드 히치콕의 동명 영화로도 유명한 스파이 스릴러의 원조격인 작품이다. 아주 예전에 삼중당이나 하서에서 세로줄로 우리나라에서도 출간이 된 바 있다. 개인적으로 삼중당 판을 소장하고 있지만, 이번 기회에 읽기 편한 가로줄과 참신한 새 번역으로 보게 됐으니 다행이라는 생각이다. 작품의 내용은 간단하다. 아프리카에서 탄광 사업으로 재미를 본 영국인 리차드 해니. 그는 사교나 파티로 일관하는 따분한 런던 생활이 지겹기만 하다. 일주일 동안 기다려봐도 별 볼일이 없으면 다시 아프리카로 떠나기로 결심한 해니에게 낯선 미국인 기자가 접근한다. 기자는 블랙스톤이라는 비밀 조직이 세계 정계를 막후에서 조종하며, 그들이 영국 공습을 준비하고 있다는 음모론을 들려준다. 해니는 이 기자가 제대로 미쳤구나, 생각하며 무시하지만 며칠후 기자는 해니의 집에서 살해당하고 블랙스톤은 실재하는 것으로 밝혀진다. 그는 기자 살해의 누명을 벗고, 블랙스톤의 암살자들을 피하면서 영국 정부에 이 음모를 알리기 위해 움직이기 시작한다. 1915년에 첫 출간된 작품이지만 내용을 보면 알 수 있듯, 오늘날 무척 유행하는 스릴러의 A부터 Z까지 모든 게 들어 있다는 걸 알 수 있을 것이다. 모험을 꿈꾸는 쾌활한 신사, 끝없는 도피와 추격, 납치와 탈출, 비밀 조직의 음모, 최후의 역전...여전히 셜록 홈스풍의 명탐정 추리소설이 인기 있던 그 시대에 이런 별종이 난데없이 출현한 이유는 무엇일까? 역시 출간 당시 세계를 뒤흔들었던 1차대전의 영향 때문일 것이다. 더 이상 돈이나 명예를 위해 이웃 한두 명을 죽이는 시대가 아닌,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 한꺼번에 죽어나가는 미증유의 전쟁을 목도한 작가 존 버컨에게 기존의 추리소설이란 현실을 전혀 반영하지 못하는 오락물에 불과했을 터. 존 버컨은 암울한 시대에 국제 음모를 밝혀내는 한 사나이의 모험을 통해 새로운 장르를 창조하는데 성공했으며, 주인공 리처드 해니는 제임스 본드, 리차드 킴블(<도망자>), 제이슨 본 등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쳤다. 아무래도 지금 보기엔 지나치게 고색창연하고 전개도 느리지만, 역사적 가치로 판단할 작품이다.

 

 




<사탕과자 탄환은 꿰뚫지 못해 - 사쿠라바 가즈키>


<내 남자>로 나오키상, <아카쿠치바 전설>로 일본추리작가협회상을 수상한 사쿠라바 가즈키는 라이트노벨에서 출발해 오늘의 위치에 오른 입지전적인 작가다. 라이트노벨 초기작인 <고식> 시리즈가 가상의 유럽 왕국에서 펼쳐지는 소년소녀의 청소년용 모험담에 가깝다면, <사탕과자 탄환은 꿰뚫지 못해>는 비록 라이트노벨이지만 작가의 개성과 주제의식이 오롯해 오늘날 일류 작가로 부상한 사쿠라바 가즈키의 원형이 될 만한 작품이라 할 수 있겠다. 등교거부에 히키코모리 오빠와 함께 살고 있는 여중생 나기사는 삶이 너무도 힘겹다. 그나마 엄마가 아르바이트로 벌어오는 적은 돈을 책이나 애니메이션 DVD 등으로 펑펑 써버리는 오빠는 한마디로 집안의 원수. 나기사가 보기에 오빠가 심취해 있는 가상의 세계는 삶에 어떤 도움도 줄 수 없는(무엇도 꿰뚫을 수 없는) '사탕과자 탄환'에 불과하다. 나기사는 얼른 성장해 돈을 벌어 현재의 가난을 벗어날 수 있게 하는 '실탄'을 얻고 싶어한다. 이 와중에 같은 반으로 전학온 유명 가수의 딸 모쿠즈는 자신을 인어라 생각하며 역시나 가상 세계 속에서 살고 있다. 나기사가 보기엔 모쿠즈 또한 사탕과자 탄환. 나기사는 모쿠즈와 전혀 가까워질 마음이 없지만 가정 학대를 당하는 모쿠즈의 비밀을 알게 되고 그녀를 도울 결심을 한다. 어울리지 않는 두 소녀가 서로에게 이끌리며 범죄와 맞닥뜨리는다는 <소녀에게 어울리지 않는 직업>과 거의 흡사한 내용이다. 어린 소녀에 불과한 주인공들은 아직 어른이 아니기에 현실적, 사회적 제약이 너무도 많다. 그들을 잡아끄는 현재의 암흑에서 벗어나기 위해 처절하게 분투하지만 결국 실패하고 마는 어둡고 슬픈 이야기. 추리소설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악몽 속에서 밤새도록 헤매는 기분이 소름 끼치도록 오래 남았다.

 

 



       
<살인방관자의 심리 - 요코야마 히데오>


일본 추리소설계 보증수표 중 한 명인 요코야마 히데오의 2003년 단편집. 원제는 수록작 중 한 편의 제목을 그대로 담은 '진상'이다. 추리소설을 추리소설답게 만들어주는 트릭이나 반전도 빼어나지만 결말에 항상 깊은 감동과 여운을 주는 그의 단편들은 무엇 하나 뺄 것 없이 모조리 뛰어나다. 기자 출신이라는 경력에 걸맞게 사회 곳곳에서 벌어지는 미스터리를 소재로 취하는 그는 사회파 추리소설의 거두 마쓰모토 세이초의 직계 제자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실력가. 먼 훗날 마쓰모토 세이초를 뛰어넘었다는 평가를 들을 확률이 가장 높은 작가라 생각한다(그러려면 지금 보다 훨씬 많은 작품을 써야겠지만). 작가의 말에 따르면 <살인방관자의 심리>는 '한 사건이 끝나고 나서 남는 것은 무엇일까'라는 의문에서 출발했다고 한다. 과연 다섯 편의 수록작 모두 끝났다고 생각한 사건 뒤에 감추어진 진실이 드러나며 둔중한 망치로 뒤통수를 맞는 듯한 감동과 씁쓸함이 가슴을 온통 헤집어 놓는다. 지방의 실권을 좌지우지하는 면장 선거에 출마한 주인공이 선거라는 지옥을 겪으며 스스로 파멸해가는 '마음의 지옥', 명예퇴직을 당하고 삶의 희망을 잃은 중년남자가 살인 용의자의 목격자가 된다는 '살생부'를 꼭 추천하고 싶다. 대표작이라 불리는 2000년 단편집 <동기>만은 못하지만 어느 작품 하나 질이 떨어지지 않는다. 이런 단편들을 꾸준히 쓸 수 있는 역량이 그저 부러울 따름.

 






<고백 - 미나토 가나에>

 

2008년 일본 서점계를 휩쓸었던 작품. 판매만큼이나 비평적으로도 호평을 받아 신인 작가 미나토 가나에는 이 작품 한 편으로 그야말로 신데렐라로 부상했다. 어느 중학교에서 벌어진 몇 건의 살인사건에 휘말린 사람들이 각자의 시점에서 정말은 어떤 사건이 일어난 것인가를 '고백'하는 형식으로 이뤄진 연작 단편집으로, 작가가 원래 공모전에 출품해 호평받은 첫 번째 단편 '성직자'의 뒷이야기를 이어서 쓴 것이라 한다. 비록 철없는 장난이었다지만, 그로 인해 자신의 소중한 딸을 잃은 여교사가 범인인 중학생 제자들에게 사적인 응징을 가한다는 강렬한 줄거리를 가지고 있어, 국내에서는 찬반 양론도 제법 일고 있는 것 같다. 또 아무리 머리가 좋기로소니 중학생들이 학교를 날려버릴 수 있는 위력의 폭탄을 만든다니 이게 말이 되느냐, 하는 리얼리티 부족을 지적하는 독자도 있는 걸로 안다. 그러나 이 작품은 어리다는 이유 만으로 어떤 끔찍한 범죄를 저질러도 제대로 된 처벌을 받지 아니하는 소년범 문제를 지적하는 이른바 사회파 추리소설은 아닌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이 작품을 일종의 우화라 생각한다. 차디찬 복수가 더 끔찍한 복수를 낳는 끝없는 악순환의 연쇄와 '당신이 지옥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지옥 역시 당신을 들여다보고 있다'는 식의, 한 번 범죄에 발을 담구면 그 범죄의 동기가 아무리 고상해도 결국 똑같은 범죄자에 다름 아니라는 걸 말하는 그런 우화가 아닐까. 우화니까 어느 정도 리얼리티의 부족은 이해할 수 있는 것이다. 사실 내 눈에는 응징자인 여교사가 아무리 본인의 행동을 포장하려 해도 사실은 그녀 역시 자신의 비뚤어진 제자들과 똑같이 악의로 충만한 괴물로만 보였다. 이런 복수와 악의로 가득찬 암흑 세계의 한 폭 지옥도를 기리노 나쓰오 식으로 그려내 깊은 인상을 남기는 작품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주제나 작가가 말하고 싶은 바를 떠나서 일단 시선을 뗄 수 없을 만큼 재미있어 서스펜스 스릴러라는 장르적 관점으로만 봐도 충분히 합격점을 줄 만하다. <살인방관자의 심리>는 언제나 차돌처럼 단단한 요코야마 히데오의 뛰어난 단편집이지만, 자주 봐왔던 스타일이고 요코야마 히데오 작품들이 뛰어나다는 게 어제오늘 일도 아니라서 더 논쟁적인 구석이 있는 <고백>을 이 달의 미스터리로 추천한다. 이런 논쟁이 더 확산되면서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아야 추리소설 애호 풍토가 훨씬 조성될 테니까...

 

 

 

2009년 10월의 미스터리: <고백 - 미나토 가나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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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 - 장영희 에세이
장영희 지음, 정일 그림 / 샘터사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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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가 다 끝나가는 이맘때, 올해는 어떤 일이 있었나 생각해본다. 좋은 소식, 기쁜 일들만 가득하면 얼마나 좋겠냐마는 유감스럽게도 2009년은 늘 우리 곁에서 밝게 빛나고 길잡이가 되어주던 소중한 사람들이 우리를 아주 떠나간 슬픈 기억이 유달리 많은 것 같다. 고통받는 서민을 위해 치열하게 싸워온 노무현 대통령이나 평생을 민주화를 위해 헌신한 김대중 대통령, 신의 영역과 맞닿은 음악으로 세계인들의 마음속에 우리 지구와 어린이를 아끼고 사랑하자는 메시지를 심은 마이클 잭슨이 바로 그 주인공들이다. 그러나 비록 지금 언급한 위인들만큼 유명하거나 엄청난 영향력을 끼친 사람은 아니지만, 평생을 자신의 자리에서 조용하게 하지만 끊임없이 희망과 삶의 아름다움을 노래한 장영희 서강대 교수의 삶과 죽음도 많은 이들에게 큰 울림을 주고 있는 듯하다.

 

전쟁통인 1952년에 태어나 올해 5월 9일 별세한 장영희 교수는 어릴 때 소아마비를 앓아 한쪽 다리를 쓰지 못했다(과거형으로 써야 하는 게 못내 가슴 아프다). 하지만 헌신적인 부모님의 보살핌 덕에 국내 최고의 대학 중 하나인 서강대 영문과를 무사히 졸업했다. 지금도 장애인들이 살아가기에 불편한 구석이 너무 많은 대한민국이거늘 하물며 아직 전혀 사회 전반이 정비되지 않았던 1970년대에 그런 성취를 얻었다는 게 대단하게 느껴질 뿐이다. 대학을 졸업하고는 뉴욕 주립대와 컬럼비아 대학 등에서 영문학을 공부해 박사 학위를 받았고, 곧 귀국해 모교에서 교편을 잡아 수많은 학생들을 길러냈다. 그러는 틈틈이 장미같이 화려하진 않아도 들꽃처럼 은은한 문장과, 장애를 전혀 느낄 수 없는 유쾌하고 진솔한 필치의 수필을 잡지에 기고해 당대의 문장가 중 한 명이라는 친사도 받았다. 하지만 좋지 않은 운명이 이대로 포기한 건 아닌 모양인지, 유방암으로 3년 가까이 투병 생활을 했고, 겨우 이겨냈다 싶더니 이번엔 척추암으로 결국 세상을 등지고 말았다.  

 

내 탓, 네 탓, 심지어 부모 탓까지 하며 현재의 암울한 현실에 그저 좌절만 하기 일쑤인 요즘의 나약한 사람들 속에서 장영희 교수는 희망과 용기의 전도사로 칭송받아 마땅한 '슈퍼 히어로'인 것 같다. 남들이 천형이라 부르며 안타까워 하는 온갖 병마와 싸우면서도, 마음이 따뜻하고 재주가 뛰어난 학생들을 가르칠 수 있고, 한 자 한 자 정성들여 써내려간 글이 이토록 많은 사랑을 받는데 자신이 왜 불행한 사람이냐고 되물었던 장영희 교수. 매일매일 바다 냄새를 닮은 아침 냄새를 맡고, 하트 모양 비슷한 푸르른 나뭇잎과 꽃을 볼 수 있어 자신은 천형이 아닌 천혜의 혜택을 받은 사람이었다고 진심을 담아 토로하는 그녀는 너무도 아름다운 사람이었다. 온 천지를 순식간에 밝게 비추고 이내 사라지고 마는 유성처럼 짧아서 더 아름다웠던 사람.

 

<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은 이런 장영희 교수의 유고 수필집이다. 어제까지 있던 건물이 오늘 사라지고, 어제 인사했던 친구를 오늘 볼 수 없을 정도로 험하고 풍파가 많은 세상을 그동안 무사히 살아낸 게 이미 기적이니, 앞으로도 그 기적을 통해 살아갈 힘을 얻을 수 있을 거라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 암투병 동안에 쓴 글들이라지만 어느 한군데도 어두운 구석을 찾을 수 없고, 한 사람의 선생님으로서, 누군가의 이모나 딸로서, 그리고 수필가로서 평소에 겪고 느꼈던 소소하고 정겨운 에피소드들이 가득하다. 이미 높은 성취를 이룬 문인인데도, 약속에 잘 늦고, 가끔 퉁명스럽게 구는 게 고민인 그녀의 이야기는 일상적이고 평범한 만큼 아, 나도 그러는데 하며 독자들에게 깊은 공감을 이끌어낼 것이다. 하지만 누구나 한 번쯤 생각하고 마는 이런 평범한 이야기들의 끝에는 힘든 삶을 이겨낸 그녀만의 깊은 지혜와 통찰, 용기와 희망 등이 오롯해 말로 표현하기 힘든 벅찬 감흥을 준다.

 

수필가로서 장영희 교수의 글은 수필을 쓰고 싶어하는 분들께 꼭 추천드리고 싶은 미덕으로 가득하다. 일단 쉽게 쓴다는 것. 영미 문학의 권위자면서도 전혀 어려운 비유나 비비 꽈서 멋부리는 문장 등을 쓰지 않는다. 물리, 수학 등 모르는 게 없는 석학부터, 힘든 설거지를 마치고 소파에 누워 뭐 읽을거리가 없나 찾는 주부, 삶이 힘들어 제대로 배우지 못한 죄수까지 누가 읽어도 이해가 어렵지 않은 수준이다. 누구나 알지만 쉽사리 인정하지 않는 진리 중 하나가 바로 알기 쉽게 쓰는 게 난해한 문장 쓰기보다 훨씬 어렵다는 거다. 장영희 교수는 이 진리를 알고 쓰는 글장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미덕으로 그녀의 솔직함을 꼽고 싶다. 대학 교수로서의 체면이나 사회적 명사의 위치 따위는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 가끔은 쪼잔하고 때로는 뒤틀린 자신의 감추고 싶은 마음까지도 가감없이 종이 위에 담아, 보다 넓은 공감을 이끌어내는 탁월한 솜씨에 감탄하고 말았다. 먼저 자기가 속을 드러내 보임으로써, "어차피 그저 그런 교훈담을 늘어놓을 거잖아" 하며 굳게 닫힌 불량독자들의 마음까지 단숨에 무장해제시키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소설 외에는 잘 읽지 않지만 <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은 무척 만족스러웠다. 앉은 자리에서 단숨에 읽었다. 그리고 생각했다. 이런 분이 우리 곁에서 우리와 함께 살았다는 게 바로 기적이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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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2-06 23: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살아 있는 시체의 죽음
야마구치 마사야 지음, 김선영 옮김 / 시공사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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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살아 있는 시체의 죽음>이 출간되었다. 1989년 일본에서 출간되어 현재까지 일본 추리소설 사상 최고 걸작 중 한 편이라는 어마어마한 명성을 가지고 있는 작품이다. 1998년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가 뽑은 과거 10년간 베스트 1위, 1988-2008 베스트 오브 베스트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에서는 2위(1위는 미야베 미유키의 <화차>), 도쿄 쇼겐샤 선정 본격 추리소설 100선에서도 당당 1위를 기록, 타이틀 만으로는 국가대표급 추리소설이라 할 만하다. 개인적으로도 이 작품의 출간에 약간 관여한 바가 있어, 과연 어떠한 작품일까 엄청 큰 기대를 하며 읽었다. 670쪽에 달하는 상당한 분량의 책이라 며칠 시간은 걸렸지만, 다행히 만족스런 기분으로 마지막 페이지를 덮었고 명성에 비해 전혀 부족하지 않은 작품이라는 기분 좋은 결론을 내렸다.

 

무대는 미국 뉴잉글랜드 시골 마을이다. 일본 작가가 쓴 작품이지만 주인공이자 탐정역, 그리고 시체역을 맡은 그린이 일본인 혼혈아일 뿐 등장인물은 전원 미국인. 이름만 들어도 으스스한 '툼스빌' 마을의 스마일 공동묘지에서 이야기는 시작한다. 거대 공동묘지의 소유주이자 대를 이은 장의업으로 막대한 부를 축적한 발리콘 가문의 수장 스마일리는 병에 걸려 내일을 기약할 수 없다. 두 번의 결혼으로 얻은 자식들은 모두 여섯 명. 이들 중 사고나 베트남 전쟁 참전으로 사망한 자식들을 제외하면 유산의 상속권자는 총 다섯 명이고, 스마일리 발리콘의 손자인 펑크족 청년 그린에게도 권리가 있다. 이제 추리소설의 필수 공식 중 하나인 유산을 둘러싼 반목과 유언장 공개 등이 수순대로 일어나는데, 홍차를 마시는 다과회 자리에서 스마일리는 자신에게 선물로 들어온 초콜릿을 먹기 싫다며 그린에게 준다. 자기 방에 누워 빈둥대다 초콜릿을 먹은 그린은 아뿔싸, 죽음에 이르게 된다. 초콜릿에 맹독인 비소가 들어 있던 것이다!

 

주인공이 죽었으니 이야기가 끝이 나나? 생각하겠지만 남은 페이지는 아직도 500쪽. 대체 어떻게 돌아가는 거야, 하고 분개하지 마시라. 본인이 한 가지 중요한 설명을 빠뜨렸으니까. 이 작품의 프롤로그에 나온 대로, 최근 미국에서는 시체가 되살아나는 기이한 일들이 연발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린은 미국 사회를 충격에 던진, 죽었다가 다시 살아난 '살아 있는 시체'가 되어 부활하고 말았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걸까? 등장인물 중 하나인 사학(死學) 전문가 허스 박사의 입을 통해 다양한 가설이 소개되긴 하지만 누구도 진짜 이유는 알 수 없다. 다만 그린을 보면 알 수 있듯 분명 호흡도, 맥박도, 땀도 흘리지 않는 시체가 되살아나는 현상만이 있을 뿐이다. 그린은 젊은 나이에 뜻하지 않은 죽음을 맞게 된 억울함과 분노를 풀기 위해 자신을 죽인 범인을 찾아내려 한다. 일체의 생명 활동을 하지 못하므로 피나 살이 곧 썩어 들어가게 마련이다. 그는 혈액을 방부제로 교체하고, 변색되는 얼굴을 감추기 위해 짙은 화장을 해 '시체'라는 자신의 진짜 정체를 숨기고 탐정 활동에 돌입한다. 그러나 발리콘 일족들에게 제2, 제3의 죽음이 연속되면서 짙은 안개 속을 걷는 것마냥 모든 진실은 아리송해질 따름이다.

 

<살아 있는 시체의 죽음>이라는 제목 자체가 통째로 아이러니다. 시체가 살아 있다니, 거기다 그 살아 있는 시체가 또 죽다니 하고 의아해지는 게 당연한 제목이지만 책을 다 읽으면 충분히 납득이 간다. 일종의 좀비가 나오는 소설이라 혹시 호러소설이나 판타지가 아닐까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이 작품은 어디까지나 추리소설, 그것도 독자와의 치열한 두뇌싸움과 아귀가 딱딱 맞는 논리로 충만한 본격 추리소설이다. 비록 비현실적인 사건이 일어나는 기묘한 세계관을 가진 작품이지만 어디에도 반칙은 없다. 세세한 설정 하나까지 전부 사전에 설명되고, 도처에 복선이 가득해 반드시 꼼꼼이 읽어야 한다. 끝까지 읽고, '작가에게 당했다!'는 말은 나올지언정 결코 '작가에게 속았다!'는 말은 나오지 않을 것이다. 예를 들어, 맨 나중에 '살아 있는 시체'가 순간이동을 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 범행 현장을 어떤 흔적도 남기지 않고 떠날 수 있다는 게 밝혀지거나 하는 식이 절대 아니다. 주인공 그린이 '살아 있는 시체'이기 때문에, 독자들은 그린의 경우를 통해 '살아 있는 시체'의 능력이나 심정, 행동 원리 등을 철저히 분석할 수 있다. 작가가 손에 쥔 카드를 완전히 공개하는 셈인데, 여기 어디에 반칙이 있겠는가. 이런 식으로 규칙만 확실하고 공정하게 지정해주면 가령 절대 죽지 않는 그리스 신들의 살신(殺神) 사건 같은 것도 충분히 추리소설로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분량의 압박이 제법 있지만, 넘어지고 자빠지는 슬랩스틱이나 언어유희, 재기 넘치는 그린과 여주인공 체셔의 대거리 등의 유머가 풍부해 지루하지 않고 술술 잘도 넘어간다. 본격 추리소설답게 탐정이 모든 용의자들을 모아놓고 '폭로쇼'를 벌이는 장면도 두 번이나 나온다(민완경감이 탐정이 되어 진행한 첫 번째 폭로쇼는 대참패로 끝나지만). 죽음과 삶, 그리고 사랑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게 만드는 결말도 너 무 좋았다. 개인적으로는 비교적 현실에 치중하는 영미권의 추리소설과는 달리 독특한 세계관을 바탕에 깔고 진행하는 작품이 많은 현재 일본 추리소설의 개성을 확립한 작품이라 평가하고 싶다. 특히 교고쿠 나츠히코의 작품들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 것 같다. 야마구치 마사야의 <살아 있는 시체의 죽음> 역시 교고쿠의 작품들처럼 분량도 제법 되고, 개성 강한 등장인물이 나오며, 은근한 유머는 물론 사학, 미국식 장례식, 엠바밍 등의 잡지식으로 넘쳐나는 걸 보고 그리 생각해보았다. 약간 아쉬운 점이라면 우리나라에 소개된 타이밍이 조금 늦은 감이 있어, 오히려 영향을 받은 작품이라 할 후배 교고쿠 나츠히코의 <망량의 상자>만은 못하다는 느낌을 받은 것이다. 하지만 1989년작이라는 출간 시기를 감안해보면 작품의 크리에이티브가 얼마나 뛰어났는지에 대해 역시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다. 시체가 되살아나는 불가해한 '매직'을 철저한 '로직'으로 풀어내는 본격 추리소설의 명편, 이것이 바로 오늘날 일본 추리소설의 한 경향을 만든 <살아 있는 시체의 죽음>의 진면목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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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09-11-26 11: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정말요? 몰랐네요 함 읽어봐야겠어요

jedai2000 2009-11-28 21: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늘바람님...그냥 제 생각일 뿐이예요ㅠ.ㅠ 어떻게 보실지 모르겠는데, 좀 길긴 하지만 그래도 재미는 확실한 것 같아요^^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는 일본 다카라지마 사에서 나오는 잡지로 전년도에 출간된 자국(일본)과 해외의 베스트 미스터리 10을 정하는 일종의 랭킹 매거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1988년 창간 이래, 2009년까지 20년 넘게 계속된 이 랭킹은 매년 쏟아져 나오는 수많은 미스터리 소설 가운데 무엇이 읽을 만한가를 알려주는 나침반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는 것 같네요. 출간작 및 절판작, 출간 예정작은 제가 아는 대로 표기합니다. 이번에는 순위에 관한 제 나름의 코멘트도 짧게 넣어보겠습니다.


●1988年 (창간)

1. 전설없는 땅 / 후나도 요이치 (출간)
2. 그리고 밤은 되살아난다 / 하라 료 (출간)
3. 황혼의 베를린 / 렌죠 미키히코
4. 베를린 비행 지령 / 사사키 조
5. 이방의 기사 / 시마다 소지 (출간 예정)
6. 그리고 문이 닫혔다 / 오카지마 후타리
7. 미로관의 살인 / 아야츠지 유키토 (절판)
8. 밀폐 교실 / 노리츠키 린타로
9. 방황하는 뇌수 / 오사카 고
9. 더블 스틸 / 후지타 요시나가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원년. 무려 20여 년 전이라 국내에 소개된 작품이 그리 많지 않은 것 같다. 1위의 <전설없는 땅>이나 2위의 <그리고 밤은 되살아난다> 모두 뛰어난 작품이라 순위에 불만은 없다. 미타라이 시리즈 <이방의 기사>는 조만간 출간될 예정. 3, 4위가 다 제목에 베를린이 들어가 있어 흥미롭다. 소개되지 않은 작품 중에서 꼭 보고 싶은 건 8위를 차지한 <밀폐 교실>!

●1989年  

1. 내가 죽인 소녀 / 하라 료 (출간)
2. 하늘 나는 말 / 기타무라 카오루
3. 기발한 생각, 하늘을 움직인다 / 시마다 소지 (출간 예정)
4. 에토로후발 긴급전 / 사사키 조 (출간)
5. 클라인의 항아리 / 오카지마 후타리
6. 남자들은 북쪽으로 / 가자키 잇키
6. 깊은 밤, 다시 / 시미즈 타츠오
8. 살아 있는 시체의 죽음 / 야마구치 마사야 (출간)
9. 카게무샤 도쿠가와 이에야스 / 류 케이이치로
10. 도착의 론도 / 오리하라 이치 (출간)

4편이 국내에 소개되었다. 1위 <내가 죽인 소녀>는 일본 하드보일드에서 손꼽히는 명작.  8위의 <살아 있는 시체의 죽음>은 비록 하위권이지만 갈수록 평가가 높아져 지금은 일본 미스터리 사상 최고작이라는 영광스런 평가까지 받고 있다. 당시에 8위로 뽑은 사람들은 지금 약간 부끄러울 듯. 일상 미스터리의 효시로 알려진 2위의 <하늘 나는 말>이 가장 보고 싶다.  

●1991年 (1990년 작품)

1. 신주쿠 상어 / 오사와 아리마사 (출간)
2. 밤의 매미 / 기타무라 카오루
3. 불길 흐르는 저 쪽 / 후나도 요이치
4. 아득한 신들의 자리 / 타니 코우슈
5. 천사들의 탐정 / 하라 료
6. 자, 돌아가자 / 시미즈 타츠오
7. 키리고에 저택 살인사건 / 아야쓰지 유키토 (출간)
8. 돌아오지 않는 사하라 / 후지타 요시나가
9. 마술은 속삭인다 / 미야베 미유키 (출간)
10. 어두운 언덕의 식인 나무 / 시마다 소지

총3편이 소개되었다. 경찰소설, 하드보일드의 쾌작 <신주쿠 상어>가 1위를 차지했는데, 유독 일본에서 평가가 아주 높은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그렇게까지 큰 인상을 받지는 못했는데...7위 <키리고에 저택 살인사건>은 직접 편집한 책이라 괜히 반갑다. <밤의 매미>와 <천사들의 탐정>이 나왔으면 좋겠다.

●1992年 (1991년 작품)

1. 지나가는 길의 마을 / 시미즈 다쓰오
2. 독 원숭이 - 신주쿠 상어 (2) / 오사와 아리마사 (절판)
3. 다크・콜 / 이나미 이츠라
4. 용은 잠들다 / 미야베 미유키 (출간)
5. 수정 피라미드 / 시마다 소지
6. 나의 미스터리한 일상 / 와카타케 나나미 (출간)
7. 비스듬히 비친 그림자 아득한 나라 / 오사카 고
8. 신의 불 / 다카무라 카오루
9. 황금을 안고 튀어라 / 다카무라 카오루 (출간)
10. 우로보로스의 위서 / 다케모토 켄지 (출간 예정)

1991년 작품도 역시 3편이 출간. 1위 <지나가는 길의 마을>의 시미즈 다쓰오의 작품은 국내에 딱 한 편이 소개되었는데 아직 읽어보지 못해 어떤 작가인지 모르겠다. 2위를 차지한 <독 원숭이(신주쿠 상어2)>는 액션 하드보일드의 명편으로 박진감이 하늘을 꿰뚫을 지경. 절판된 게 너무 아쉽다. <다크 콜>의 이나미 이츠라도 일본에서 평가가 높은데 국내에서는 만나볼 수 없어 아쉽다. <다크 콜> 내줄 출판사 어디 없나요?  

●1993年 (1992년 작품)

1. 모래의 크로니클 / 후나도 요이치
2. 화차 / 미야베 미유키 (출간)
3. 철학자의 밀실 / 가사이 기요시
4. 블루스 / 하나무라 만게츠
5. 리비에라를 쏴라 / 다카무라 카오루
6. 쌍두의 악마 / 아리스가와 아리스 (출간 예정)
6. 누군가가 안에 있다・・・ / 이노우에 유메히토
8. 키드 피스톨즈의 모독 / 야마구치 마사야
9. 세번째 해협 / 하하키기 호세이
10. 내 손에 권총을 / 다카무라 카오루

이 해에는 웬일인지 <화차> 한 편만 출간되었군. 그러나 <화차>는 카드 대출을 소재로 오늘날 일본 사회의 명암을 파헤치는 현대적 사회파 미스터리의 걸작이니 너무 아쉬워 하지 마시길. 모험소설의 제왕 후나도 요이치의 1위작 <모래의 크로니클>, 우리나라에서는 출간된 적이 단 한 번도 없어 섭섭한 가사이 기요시의 <철학자의 밀실>을 보고 싶다. '학생 아리스' 제3작이자 본격 미스터리의 수작으로 평가가 높은 <쌍두의 악마>는 조만간 나올 예정.

●1994年 (1993년 작품)

1. 마크스의 산 / 다카무라 카오루 (재출간 예정)
2. 키드 피스톨즈의 망상 / 야마구치 마사야
3. 센트 메리의 리본 / 이나미 이츠라
4. B・D・T [규칙의 거리] / 오사와 아리마사
5. 가다라의 돼지 / 나카지마 라모 (출간 예정)
6. 마법 비행 / 카노 토모코
6. 겨울의 오페라 / 기타무라 카오루
8. 환상의 제전 / 오사카 고
9. 이방인들의 관 / 오리하라 이치
10. 진원 / 신포 유이치

으헉. 구할 수 있는 책이 한 권도 없다. 하지만 일본 미스터리의 여왕 다카무라 카오루의 대작 <마크스의 산>이 조만간 재출간된다고 하니 기대해도 좋을 것이다. 미스터리의 한계를 뛰어넘는 그야말로 역작이니 무조건 읽으시길. 그밖에 기상천외한 작품세계를 자랑하는 나카지마 라모의 <가다라의 돼지>도 곧 출간된다니 기쁘기 한량없다.  

●1995年 (1994년 작품)

1. 미스터리즈 / 야마구치 마사야
2. 스톡홀름의 밀사 / 사사키 조
3. 석양에 빛나는 감 / 다카무라 카오루 (재출간 예정)
4. 웃는 야마자키 / 하나무라 만게츠
5. 사냥개 탐정 / 이나미 이츠라
5. 남자는 깃발 / 이나미 이츠라
7. 프리즌 호텔 가을 / 아사다 지로 (출간)
7. 우부메의 여름 / 교고쿠 나츠히코 (출간)
9. 유성들의 연회 / 시라카와 토오루
10. 2의 비극 / 노리츠키 린타로

2권 소개. <프리즌 호텔 가을> 같은 경우 추리소설은 아닌 것 같은데, 공동 7위라니. 일본은 웬만하면 다 미스터리로 보는 경향이 있으니 주의할지어다. 교고쿠도가 첫 등장하는 <우부메의 여름>도 기묘한 맛이 살아 있는 골 때리는 미스터리다. 1위를 차지한 작품은 야마구치 마사야의 <미스터리즈>. <살아 있는 시체의 죽음> 때는 박하게 평가하더니 이번엔 알아서 조심한 걸까? 2위 <스톡홀름의 밀사>는 <에토로후발 긴급전>에 이어지는 사사키 조 '전쟁 3부작'의 마지막 작품.

●1996年 (1995년 작품)

1. 화이트 아웃 / 신포 유이치 (출간)
2. 강철의 기사 / 후지타 요시나가
3. 에조치 별건 / 후나도 요이치
4. 망량의 상자 / 코고쿠 나츠히코 (출간)
5. 안녕, 긴 잠이여 / 하라 료
6. 테러리스트의 파라솔 / 후지와라 이오리 (절판)
7. 스킵 / 기타무라 카오루 (출간)
8. 솔리톤의 악마 / 우메하라 카츠후미
9. 광골의 꿈 / 쿄고쿠 나츠히코 (출간)
10. 패러사이트 이브 / 세나 히데아키 (절판)
10. 천사의 송곳니 / 오사와 아리마사

4편을 우리말로 만나볼 수 있다. 1위 <화이트 아웃>은 영화가 이미지를 버려놨지만, 책은 엄청난 스릴과 서스펜스가 넘실거리는 모험물의 걸작이다. 그러나 4위에 랭크된 <망량의 상자>만은 못한 작품인 듯한데, 순위가 좀 높은 듯. 9위 <광골의 꿈>까지 교고쿠 나츠히코 작품이라 당시 불었던 교고쿠 신드롬이 어느 정도였는지 짐작해볼 수 있을 것 같다. 그 두꺼운 책들을 1년에 2권 썼다니 거참...

●1997年 (1996년 작품)

1. 불야성 / 하세 세이슈 (절판)
2. 탈취 / 신포 유이치 (출간 예정)
3. 명탐정의 규칙 / 히가시노 게이고
4. 가모우 저택 사건 / 미야베 미유키 (출간)
5. 바다는 말라 있었다 / 시라카와 토오루
6. 창궁의 묘성 / 아사다 지로 (출간)
7. 텟소의 우리 / 쿄고쿠 나츠히코 (출간 예정)
8. 가족 사냥 / 텐도 아라타 (출간)
9. 눈반딧불이 / 오사와 아리마사
10. 인격 전이 살인 / 니시자와 야스히코

3편을 구할 수 있다. 1위 <불야성>은 개인적으로 가장 사랑하는 소설 중 한 권인데, 현재는 구할 수가 없다. 엄청나게 폭력적이고, 선정적인 <불야성>의 세계는 모든 남자들이 한 번쯤은 살아보고 싶은 곳이 아닐까 싶다. 6위 <창궁의 묘성>은 청나라 말기 서태후가 정권을 장악하던 시대를 그리는 역사소설인데 왜 미스터리 랭킹에...읽다가 곁에서 누가 죽어나가도 모를 정도로 재미난 소설이니 꼭 읽어보시라.  

●1998年 (1997년 작품)

1. 아웃 / 기리노 나츠오 (출간)
2. 검은 집 / 기시 유스케 (출간)
3. 죽음의 샘 / 미나가와 히로코 (출간)
4. 무당거미의 이유 / 쿄고쿠 나츠히코
5. 진혼가 (레퀴엠) - 불야성2 / 하세 세이슈
6. 신들의 산봉우리 / 유메바쿠라 바쿠 (출간 예정)
7. 웃는 이에몬 / 쿄고쿠 나츠히쿄
8. 도망 / 하키기 호세이
9. 삼월은 붉은 구렁을 / 온다 리쿠 (출간)
10. 빙무 - 신주쿠 상어 (6) / 오사와 아리마사

4권을 만날 수 있다. 기리노 나쓰오의 <아웃>이야 뭐 말하면 입 아픈 걸작이고, 2위 <검은 집>은 책장에서 피가 뚝뚝 떨어질 듯한 호러소설. 우리나라에서 영화로 만든 적이 있어 많이들 기억하실 듯. 3위 <죽음의 샘>이 또 높은 평가를 받는 작품인데, 안타깝게도 아직 읽지 못했다. 올해 출간된 따끈따끈한 새책이니 많은 관심 부탁. 5위를 차지한 <진혼가(불야성2)>는 꿈에서라도 보고 싶다.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가 고른 과거 10년 베스트 10 (1998년 10주년 기념)

1. 살아 있는 시체의 죽음 / 야마구치 마사야 (출간)
2. 화차 / 미야베 미유키 (출간)
3. 다크・콜 / 이나미 이츠라
4. 내가 죽인 소녀 / 하라 료 (출간)
5. 망량의 상자 / 쿄고쿠 나츠히코 (출간)
6. 카게무샤 도쿠가와 이에야스 / 류 케이이치로
7. 하늘 나는 말 / 기타무라 카오루
7. 철학자의 밀실 / 가사이 기요시
9. 이방의 기사 / 시마다 소지 (출간 예정)
10. 신주쿠 상어 / 오사와 아리마사 (출간)

과거 베스트 10에서 <살아 있는 시체의 죽음>이 1위다. 출간된 해는 8위 줬으면서ㅎㅎ 이중 읽어본 작품들에서 베스트를 꼽으라면 역시 <화차>가 제일 좋았던 것 같다.

●1999年 (1998년 작품)


1. 레이디 조커 / 다카무라 카오루
2. 불타는 땅의 끝에 / 오사카 고
3. 이유 / 미야베 미유키 (출간)
4. 시귀 / 오노 후유미 (절판)
5. 천사의 속삭임 / 기시 유스케 (출간)
6. 환상의 여자 / 카노 료이치
7. 그랜드 미스터리 / 오쿠이즈미 히카루
8. 야마타이코쿠는 어디입니까? / 쿠지라 토이치로
9. 비밀 / 히가시노 게이고 (출간)
9. 인랑성의 공포 제4부 완결편 / 니카이도 레이토

미야베 미유키, 기시 유스케, 히가시노 게이고 비교적 한국 독서계에 뿌리를 내린 세 작가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5위 <천사의 속삭임>은 호러에 가깝고, 9위 <비밀>도 판타지적인 설정이 강하지만 재미만큼은 확실하다. 요즘은 뜸하지만 이 리스트에서 썼다 하면 높은 자리를 차지하는 작가가 오사카 고, 오사와 아리마사, 후나도 요이치 정도가 되는 것 같다. 전부 남성적인 필치의 하드보일드 작가라 할 수 있는데, 아무래도 순위 선정하는 사람들이 남자가 많아서 그런가? 1위에 오른 <레이디 조커>는 <마크스의 산> <석양에 빛나는 감>으로 이어지는 '고다 형사 3부작'의 마지막 편으로 역시 죽기 전에 보는 게 소원이다.  

●2000年 (1999년 작품)

1. 영원의 아이 / 텐도 아라타 (재출간 예정)
2. 백야행 / 히가시노 게이고 (출간)
3. 망국의 이지스 / 후쿠이 하루토시
4. 배틀 로얄 / 타카미 코슌 (절판)
5. 부드러운 볼 / 기리노 나츠오 (재출간 예정)
6. 보더 라인 / 신포 유이치
7. 최악 / 오쿠타 히데오 (출간)
8. 반상의 적 / 기타무라 카오루
9. 가위남 / 슈노 마사유키 (출간)
10. MISSING / 혼다 타카요시 (출간)

4권 출간. 1위 <영원의 아이>는 좋은 작품이긴 하지만 과대평가되었다는 생각이고, <부드러운 볼>이나 <배틀 로얄> <백야행>을 더 높이 평가한다. 2위 <백야행>은 손예진 주연의 영화로 조만간 개봉 예정. 2000년대 들어 일본 추리소설계 제왕이라 해도 부족하지 않은 히가시노 게이고의 히트작이다. 하위권의 두 작품 <가위남>과 <미싱>은 왜 이 정도밖에 못 올랐을까 싶을 정도로 뛰어나니 꼭 읽어보시길.

●2001年 (2000년 작품)

1. 기이한 능력의 탐정 소가 카죠 전집 / 아와사카 쓰마오
2. 동기 / 요코야마 히데오 (출간)
3. 독수리의 밤 / 오사카 고
4. 올팩트그램 / 이노우에 유메히토
5. 시조새 기(記) / 이지마 카즈이치
6. 코끼리와 귀울음  / 온다 리쿠 (출간)
6. 무지개 골짜기의 5월 / 후네도 요이치 (출간)
8. 의존 / 니시자와 야스히코
9. 증거 A / 타지마 토시유키
10. 강의 깊이는 / 후쿠이 하루토시  

3권 출간. 1위에 등극한 아와사카 쓰마오는 1970년대부터 활동한 일본 추리소설계의 거장으로 작년에 별세했다.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아 아이이치로' 시리즈가 조만간 출간될 예정이니 기대하시라. 2위 <동기>는 본인이 미래의 거장(아니, 이미 거장이다)으로 꼽는 요코야마 히데오의 명단편집으로 그는 먼 훗날 마쓰모토 세이초 못지않은 평가를 받게 될 것이다(그러려면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은 작품을 써야 하겠지만). 공동 6위 <코끼리의 귀울음>과 <무지개 골짜기의 5월> 모두 죽기 전에 꼭 읽어야 할 수준은 아니다.

●2002年 (2001년 작품)

1. 모방범 / 미야베 미유키 (출간)
2. 방해자 / 오쿠다 히데오 (출간)
3. 미스터리 오페라 / 야마다 마사키 (출간 예정)
4. 스팀 타이거의 죽음의 질주 / 카스미 류이치
5. 초・살인 사건 / 히가시노 게이고
6. 어둠 속 안내인 / 오사와 아리마사
7. 텐구미사키 살인 사건 / 야마다 후타로
8. 13계단 / 타카노 카즈아키 (출간)
8. 연기, 흙, 혹은 먹이 / 마이조 오타로 (출간)
10. 파트너를 조심하라 / 오사카 고

4편 출간. 1위와 2위가 바뀌었으면 좋았을 뻔했다. 미야베 미유키의 <모방범>도 대단하지만, 오쿠다 히데오의 <방해자>가 더 압도적이고 훨씬 재미있다고 생각해서. 시덥잖은 중소기업의 방화 사건이 어떻게 확대되는지 묘사하는 <방해자>는 모든 페이지가 전율을 불러일으킨다. 공동 8위를 차지한 <13계단>과 <연기, 흙, 혹은 먹이>. 국내에서 꽤 인기를 모은 <13계단>도 상당히 잘 썼지만, 마이조 오타로의 현기증 날 정도로 도발적이고 강렬한 <연기, 흙, 혹은 먹이>를 더 좋아한다.  

●2003年 (2002년 작품)

1. 사라진 이틀 (*한오치) / 요코야마 히데오 (출간)
2. GOTH / 오츠 이치 (출간)
3. 기이한 만남 / 야마구치 마사야
4. 모래의 사냥꾼 / 오사와 아리마사
5. 하얼빈·카페 / 우치우미 분조
6. 열여덟의 여름 / 미츠하라 유리 (출간)
7. 인간 동물원 / 렌죠 미키히코
8. 론도 / 카라사와 히토시
8. 그랑기뇰 성 / 아시베 타쿠
10. 오이디푸스 증후군 / 카사이 키요시  

3편 출간. 웬만해서는 남의 순위 같고 뭐라고 하면 안 되지만, <사라진 이틀>은 1위감이 아니다. 일본에서 높은 평가를 받은 건 알지만, 억지 감동이 너무 심한 작품이라 읽고 나면 손발이 오그라든다. 2위에 그친 <고쓰>가 훨씬 뛰어난 작품이라 믿는다. 그런데 어떤 일인지 <고쓰>는 우리나라에서 청소년 판매금지 조치를 당했다. 세상이 거꾸로 가는지 원...6위 <열여덟의 여름>은 렌조 미키히코의 걸작 단편집 <연문>의 분위기나 작법을 필요 이상으로 많이 참고한 듯해 좋아하지 않는다.  

●2004年 (2003년 작품)

1. 벚꽃지는 계절에 그대를 그리워하네 / 우타노 쇼고 (출간)
2. 종전의 로렐라이 / 후쿠이 하루토시
3. 중력 삐에로 / 이사카 코타로 (출간)
4. 제3의 시효 / 요코야마 히데오 (출간)
5. 그로테스크 / 키리노 나츠오 (출간)
6. 명랑한 갱이 지구를 돌린다 / 이사카 코타로 (출간)
7. 클라이머즈 하이 / 요코야마 히데오 (출간)
8. 달의 문 / 이시모치 아사미 (출간)
9. 별똥별과 놀던 무렵 / 렌죠 미키히코
10. 와일드 소울 / 카키네 료스케 (출간)

이 해에는 무슨 일이...8편이나 출간되었다. 깜찍한 서술 트릭이 인상 깊은 <벚꽃 지는 계절에 그대를 그리워하네>가 1위다. 처음 만나본 서술 트릭이라 얼마나 무릎을 치며 웃었는지 그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3위 <중력 삐에로>는 이사카 코타로의 방방 뛰는 재기가 느껴지고, 4위 <제3의 시효>도 요코야마 히데오 경찰소설이 어디까지 진화했는지 알게 해주는 수작. 5위 <그로테스크>는 요사스런 분위기와 압도적인 스토리텔링으로 보고 나서 한 달간은 찝찝해지는 기리노 나쓰오의 작품이다. 최근 출간된 8위 <달의 문>도 두 손가락을 전부 치켜들 순 없지만 볼 만했다. 국내에 출간된 작품이 많아 괜히 반갑군.

●2005年 (2004년 작품)

1. 방금 베어낸 목에게 물어봐 / 노리츠키 린타로 (출간 예정)
2. 집오리와 들오리의 코인로커 / 이사카 코타로 (출간)
3. 아마기 하지메의 밀실 범죄학 과정 / 아마기 하지메
4. THE WRONG GODDBYE / 하야기 토시히코
5. 은륜의 패자 / 사이토 쥰
6. 유리 망치 / 기시 유스케 (출간)
7. 암흑관의 살인 / 아야쓰지 유키토 (출간)
8. 범인에게 고한다 / 시즈쿠이 슈스케 (출간)
9. 종신검시관  / 요코야마 히데오 (출간)
10. 홍루몽 살인사건 / 아시베 타쿠 (출간)

6권 출간. 1위에 오른 노리즈키 린타로 작품은 바로 다음 달에 만나볼 수 있으니 패스. 6위와 7위, <유리 망치>와 <암흑관의 살인>이 죄다 아쉬운 구석들이 많은 작품들이라 2004년은 좀 흉작이었던 것 같다. 고전 <홍루몽>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10위 <홍루몽 살인사건>은 즐거웠으나 패러디에 가까워 이 책 자체만으로는 부족함이 있다. 차라리 8위 <범인에게 고한다>가 시원한 맛과 더불어 집중력이 있었던 것 같다.

●2006年 (2005년 작품)

1. 용의자 X의 헌신 / 히가시노 게이고 (출간)
2. 문은 아직 닫혀 있는데 / 이시모치 아사미 (출간)
3. 진도0 / 요코야마 히데오
4. 어리석은 놈은 죽어야 한다 / 하라 료
5. 신 게임 / 마야 유타카
6. 시리우스의 길 / 후지와라 이오리
7. 벨카, 짖지 않는가 / 후루카와 히데오 (출간)
8. 개는 어디야 / 요네자와 호노부
8. 시마자키 경부의 알리바이 사건부 / 아마기 하지메
10. 노래하는 경관 / 사사키 죠
10. 마지막 소원 / 미츠하라 유리  

3권 출간. 히가시노 게이고의 슈퍼 베스트셀러 <용의자 X의 헌신>이 1위다. 게이고 본인으로서는 나오키 상도 타고, 영화화 되면서 판권 수익도 쏠쏠하게 벌어준 잊지 못할 작품이 될 터. 2위 <문은 아직 닫혀 있는데>는 <용의자 X의 헌신>과 비슷하게 한 천재가 살인 사건을 은폐하면 다른 천재가 그걸 파헤치는 식으로 진행이 된다. 솔직히 말해 1, 2위 작품 둘다 아쉬운 구석이 제법 있다.  

●2007年 (2006년 작품)

1. 유니버셜 횡메르카토르 지도의 독백 / 히라야마 유메아키 (출간)
2. 제복수사 / 사사키 조
3. 섀도우 / 미치오 슈스케 (출간)
4. 낭화 - 신주쿠 상어 (9) - 오사와 아리마사
5. 총과 초콜릿 / 오츠 이치
6. 이름없는 독 / 미야베 미유키 (출간)
7. 제물의 야회 / 가노 료이치 (출간)
8. 괴도 그리핀 절체절명 / 노리즈키 린타로
9. 붉은 손가락 / 히가시노 게이고 (출간)
10. 여름철 트로피컬 파르페 사건 / 요네자와 호노부 (출간)
10. 데드 라인 / 타데쿠라 케이스케

6권 출간. 내가 진짜 웬만하면 남의 순위 가지고 시비 안 걸지만 2007년이 최악인 것 같다. 1위를 차지한 <유니버셜 횡메르카토르 지도의 독백>은 과대평가 중에서도 최고를 달린다고 생각한다. 추리소설은 아니고, 엽기 잔혹동화에 가까운데 뭐가 뛰어난지 아무리 봐도 도통 모르겠다. 작품의 수위 때문에 그러는 건 아니다. 이 책보다 훨씬 더 잔인하게 사람이 죽어나가도 눈 하나 깜빡 안 한다. 그보다는 뒤가 뻔히 짐작되는 기계적인 진행과 평범한 상상력이 문제다. 이 작가에게서는 전혀 반짝이는 걸 찾을 수 없다. 미치오 슈스케의 3위 <섀도우>보다는 최근 읽은 <해바라기가 피지 않는 여름>이 더 좋은 작품인 듯하고, <제물의 야회>도 그저 그랬다. 10위에 턱걸이한 <여름철 트로피컬 파르페 사건>을 가장 재미나게 읽은 내가 이상한가...

●2008年 (2007년 작품)

1. 경관의 피 / 사사키 조 (출간)
2. 아카쿠치바 전설 / 사쿠라바 가즈키 (출간)
3. 여왕국의 성 / 아리스가와 아리스
4. 과단 / 곤노 빈
5. 잘린 머리와 같은 재앙 / 미쓰다 신조 (출간 예정)
6. 떠나간 집 / 야마자와 하루오
7. 새크리파이스 / 곤도 후미에 (출간)
8. 낙원 / 미야베 미유키 (출간)
9. 석양은 돌아온다 / 가스미 류이치
10. 인사이트 밀 / 요네자와 호노부 (출간)
10. X교 부근 / 高城 高

5권 출간. 1위 <경관의 피>는 장쾌하게 시작한 데 비해 뒤로 갈수록 흥이 떨어진다. 1940년대부터 현대까지 일본 사회를 관통하는 줄거리가 일본인들에게 먹혔을 뿐, 우리에게도 의미가 큰 작품은 아니다. 추리소설은 아니라지만 만장일치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2위 <아카쿠치바 전설>은 아직 못 봤다. 어서 읽어야 할 텐데...3위에 오른 '학생 아리스 시리즈' 제4작 <여왕국의 성>과 4위 <과단>이 가장 궁금하다. <과단>의 전편 <은폐수사>는 엄청나게 재미있었다. 7위 <새크리파이스>와 공동 10위 중 한 작품인 <인사이트 밀>도 재미 보장한다.

●2009年 (2008년 작품)

1. 골든 슬럼버 / 이사카 고타로 (출간)
2. 조커 게임 / 야나기 코지
3. 완전연애 / 마키 사츠지
4. 고백 / 미나토 가나에 (출간)
5. 신세계에서 / 기시 유스케 (출간)
6. 까마귀의 엄지손가락 / 미치오 슈스케
7. 흑백합 / 다지마 도시유키 (출간 예정)
8. 산마와 같이 비웃는 것 / 미쓰다 신조
9. 디스코 탐정 수요일 / 마이조 오타로
10. 래트맨 / 미치오 슈스케

3권 출간. 작년에 평이 대대적으로 좋았던 이사카 코타로의 <골든 슬럼버>가 1위다. 아직 안 읽은 게 원통할 뿐이다. 4위 <고백>이 최근 국내 서점가에서 돌풍을 몰고 있는데, 개인적으로 서스펜스 스릴러로서의 탁월한 재미를 높이 산다. 메시지나 사회파적 장치 운운하면서 굳이 작품의 가치를 높이려 하는 의견에는 반대다. 철저한 장르소설로서 '단지' 재미만 있었다. 3위 <완전 연애>가 꼭 보고 싶고, 은근히 편애하는 마이조 오타로의 작품도 마찬가지. 두 작품이나 랭크시킨 미치오 슈스케도 후회없는 선택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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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드 2009-11-20 23: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신주쿠 상어'를 작년말 일미문 모임에 책나누기 하러 가져갔는데, 표지가 그래서인지, 아무도 안 가져가더라는;; 마지막에 떨이로 누가 마지못해 가져갔지 말입니다. ㅎ

jedai2000 2009-11-21 16: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이드님...새로 나온 책 말씀이세요? 아니면 구판? 둘다 표지가 선뜻 손에 잡기에는 초큼 그렇죠ㅎㅎ 비록 떨이로 가져가셨지만 분명 재미있게 보셨을 겁니다^^

카스피 2009-11-21 20: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자료내요^^ 감사합니다.

jedai2000 2009-11-23 20: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카스피님...조만간 해외편도 올릴 거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