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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기회 1
할런 코벤 지음, 이창식 옮김 / 북스캔(대교북스캔) / 2004년 3월
평점 :
절판
지구에는 사람이 너무 산다. 그러다보니 좋은 사람도 많고, 나쁜 사람도 많고, 변태도 있고, 커플도 있고, 솔로도 존재한다..-_-;; 이렇게 많은 사람이 부대끼며 살다보니 세상에는 범죄도 참 많다. 범죄의 유형도 지구에사는 사람의 존재만큼 허다한데, 그중에서 가장 최악의 범죄는 무엇일까? 물론 사람마다 생각하는 바가 다 다르니 생각도 다양하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유괴를 꼽고 싶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사랑스런 자식을 유괴당하는 심정은 어떨까? 특히 말도 제대로 못 하는 갓난아기를 유괴당한다면? 이 소설은 이러한 최악의 범죄인 유괴를 다루고 있다.
주인공인 마크 사이드먼은 성공한 의사로서 여우같은 아내와 토끼같은 6개월 난 딸을 둔 그럭저럭 행복한 가장이다. 그러나 작품의 시작과 동시에, 그는 죽어가고 있다. 머리에 총을 맞은 것이다. 간신히 살아나서 병원에 입원한 마크. 그러나 역시 총에 맞은 아내는 사망하고 딸은 실종된다. 순식간에 모든 행복이 파괴된 것이다.
그러나 며칠 뒤, 편지가 한통 날아온다. '딸을 돌려받고 싶으면 2백만 달러를 가져와라. 단 경찰에 알리면 우리는 사라질 것이다.' 마크는 돈을 준비하지만 불안감에 경찰에 신고하고 만다. 그러나 유괴범은 돈만 가져가고 사라진다.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는 것이다.
18개월 뒤, 자신이 경찰에 신고해 딸을 잃었다는 자괴감에 시달리고 있던 마크에게 또 한통의 편지가 온다. '마지막 기회를 갖고 싶나? 딸을 돌려받고 싶으면 2백만 달러를 가져와라. 단 경찰에 알리면 우리는 사라질 것이다'
마크는 지난 날의 과오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경찰에 신고하지 않는다. 그는 젊은 날에 너무도 사랑했던 과거의 연인 레이첼을 부른다. 그녀는 마크와 헤어지고 FBI요원으로 일했던 것이다. 하지만 현재는 해고된 상태. 마크는 레이첼과 함께 딸을 찾기 위한 절망적인 모험에 나선다. 하지만 마크는 레이첼이 해고된 이유가 같은 FBI요원이었던 남편을 살해한 혐의 때문이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여기까지가 초반의 플롯이다. 근래 들어 이렇게 독자를 몰입시키는 줄거리를 본 적이 없다. 딸을 찾으려는 절박한 부성애와 너무도 사랑했지만 오해로 헤어져야 했던 옛 연인 레이첼과의 화학 작용이 작품의 속도감을 200% 상승시킨다. 곁에 있을 때는 소중함을 몰랐던 딸아이와 젊은 날의 헛된 자존심으로 외면했던 사랑, 두 가지를 다시 찾아 새로운 인생을 살고 싶은 마크의 절실함이 눈물겹다. 절망에 빠져 인생을 허비했던 마크에게 이번의 위기는 다시 제대로 살기 위한 '마지막 기회'인 것이다.
꽤 흥미로운 이야기에, 빠른 장면 전환, 엎치락뒤치락 반복되는 반전까지 상당히 뛰어난 작품이다. 특히 완벽하게 의외의 인물이 진범으로 드러나는 마지막 장면이 놀랍다. 그렇지만 반전을 위한 반전, 깜짝쇼만이 아닌 단서가 세심하게 배치된 공감가는 반전이다. 정서적으로도 공감가고, 재미도 뛰어난 일급 대중소설이다.
평범한 교외의 중산층이 음모에 휘말린다는 플롯은 우리의 감정 이입을 돋군다. 이러한 플롯은 윌리엄 아이리쉬와 알프레드 히치콕 같은 거장들에 의해 이미 그 파괴력이 입증된 바 있다. 추리소설 애호가들은 왕왕 코넌 도일이나 애거서 크리스티 같은 고전적인 거장에 비해 현대 작가들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강한데, 200년이 넘는 추리소설 역사에서 몇몇의 고전 거장들만 인정하는 건 섭섭한 일이다. 제임스 엘로이, 데니스 루헤인, 제프리 디버, 할란 코벤 등의 현대 작가들도 트릭이나 반전을 잘 다루고, 감동적인 작품을 써낸다.
작품들이 거의 다 소개되었고, 새로운 작품이 나올 수 없는(뭐 숨겨진 작품이 유서에서 발견되었다면 모르지만) 고전 거장들의 작품외에도, 부단한 노력으로 현재도 좋은 작품을 써 내는 작가들에게도 관심을 기울였으면 하는 바람이다.
별점: ★★★★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