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의 소리 동서 미스터리 북스 106
이든 필포츠 지음, 박기반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3년 6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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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렸던 정모도 끝나고 한가한 요즘입니다. 헹복한 맘으로 책을 쌓아 놓고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한권한권 꺼내 보고 있는 중입니다. 지금은 로스
맥도널드의 을 보고 있는 중이죠. 이 책에도 삽화가 있더군요. 다 보면 찍어서 올릴게여. 역시 잼있는 삽화 많습니다...^^;;;

오늘 들여다 볼 책은 이든 필포츠의 <어둠의 소리>입니다. <빨강머리 레드메인즈>가 뛰어난 작품성에도 불구하고 쉬 읽히는 책은 아니어서 살짝 겁냈는데 무지 빨리 읽히는 박진감 넘치는 책이었습니다. 물론 분량도 훨씬 짧긴 합니다만...

이 책은 도입부가 아주 좋습니다. 은퇴한 탐정이 호텔로 쉬러 가는데 호텔 자기 방에서 아이의 울음 소리와 절규(?)소리가 들려 옵니다. 우리의 인도적인 탐정은 어디서 애를 잡나? 싶어 찾아보지만 어디에도 없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 아이는 한을 품고 죽은 아이였죠... 으스스하죠. 탐정은 유령의 목소리를 들은 걸까요? 초현실적인 이야기가 배경에 깔리면 독자의 흥미는 한층 유발되고 호기심이 커진다는 법칙(나혁진의 법칙 -_-;)에 따라 이야기는 처음부터 흥미진진해집니다.

아이는 아주 심약한 아이였죠. 그런데 많은 재산을 상속받고 있었죠...추리 소설의 법칙에 따르면 등장할 때부터 반은 죽음에 걸친 그런 아이라 할 수 있죠..ㅎㅎㅎ 아이의 숙부는 집사와 짜고 공포스런 괴물 탈바가지를 만들어 밤마다 아이에게 보여주는 고문을 해서 아이를 말려  죽인 겁니다. (스포일러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30쪽만 읽으면 나오는 이야기예요.) 어때요? 정말 극악스런 범죄가 아닌가요? 극한의 공포에 한이 맺힌 아이가 유령이 될 수도 있겠다 싶어요....

제가 개인적으로 아이를 좋아하지는 않지만 아이에게 저질러지는 범죄는 그 어떤 것보다 혐오합니다. 우리의 탐정 링글로즈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그는 억울하게 죽은 아이의 한을 풀어주기 위해 숙부 일당과 대결할 생각을 합니다. 그런데 문제가 있습니다. 바로 증거가 없는 겁니다. 생각해 보세요. 몸 약한 아이에게 밤마다 괴물 탈바가지를 보여주어 쇼크사로 죽였는데 어디 증거가 남겠습니까? 그런 면에서 심증은 100% 확실하지만 물증이 한 개도 없는 상황이 벌어진 겁니다.

이 소설의 진가는 여기서부터 나타납니다. 탐정은 범인들에게 서서히 접근합니다. 어차피 증거는 없기에 그 들 주변을 빙빙 맴돌면서 공격을 시작합니다. 특히 숙부는 악마의 화신이라 할 정도로 천재적인 범죄자라 링글로즈 탐정과 좋은 맞수가 됩니다. 이 책은 링글로즈가 발자국을 찾고 현미경을 보는 장면은 하나도 안 나옵니다. 그저 지난하게 펼쳐지는 두 인물간의 설전(舌戰)과 지력 대결만 있을 뿐입니다.

두 사람은 서로 상대가 비밀을 알고 있다는 걸 잘 깨닫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상대의 빈틈을 잡기 위해 암중모색을 끝없이 계속하는 겁니다.  아무래도 물적 증거를 다룰 수 없는 범죄다 보니 등장 인물들의 성격에 천착하게 되고 그런 면에서 <범죄 심리 소설>의 선구격인 작품이 되버린 것 같습니다. 저 개인적으로는 <빨강 머리 레드메인즈>보다 훨씬 잼있었습니다.


물적 증거가 중시되지 않는 작풍이 독특하기도 했구요. 대사나 묘사에서 보여주는 문학적 향취도 돋보이구요. 무엇보다 지력과 매력이 비슷한 두 인물이 보여주는 불꽃튀는 대결의 결과를 확인하는 게 젤 즐겁지만요...^^;

마지막으로 작품의 분위기를 보여주는 한 대목을 인용해 볼까요? 키리에님처럼 말예요...

<링글로즈는 온화하고 경의에 가득 찬 태도를 보였으며 한편 브루크 남작은 뜻밖의 재회를 기뻐하는 태도를 취했다. 두 사람은 경쟁이라도 하듯이 서로에게 필요 이상의 거짓된 친절을 베풀었다. 그들은 각자 맡은 역할의 연기를 한 것이다. 서로가 다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상대의 말을 귀담아 들었다. 멋진 희극이 서로의 정중한 태도와 언어로 시작되었다....>

뭐 이런 식으로 진행되는 겁니다. 이제 대결의 막이 올랐군요. 지는 쪽은 아마 죽게 될 겁니다. 한 순간도 방심하지 말아야겠죠...결과는 여러분이 확인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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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nda78 2005-10-29 02: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레드메인즈보다 이게 더 좋더라구요. 저는. ^^

jedai2000 2005-10-29 15: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취향에도 <어둠의 소리>가 더 맞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