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눈에 비친 악마 해문 세계추리걸작선 33
루스 렌들 지음, 강호걸 옮김 / 해문출판사 / 200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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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추석 연휴들 보내셨는지요... 가족 친지들과 좋은 시간 많이 나누셨길 빕니다. 저는 현재 졸업하고도 직업이 없다 보니 친척들 눈치가 보이더군요. 작년 학교 재학할 때까지만 해도 친척분들이 용돈도 많이 주시곤 했는데 졸업을 하니 그것도 끊어지더군요..-_-;; 돈도 없고 할 일도 없어 방에서 누워만 있자 아버지가 불쌍해 보였던지 2만원을 주시면서 영화나 보라고 하더군요. 그 돈으로 냉큼 나와 <4의 규칙>과 <폭스 이블>사이에서 장고를 하다가 <폭스 이블>을 사 왔습니다. 170쪽 정도 봤는데 아직까진 매우 좋습니다. 국내에 출간된 미네트 월터스의 작품 중에선 제일 좋을듯한 느낌이네요... 다 읽으면 감상에 글을 올리도록 하지요...

추석 연휴 기간에도 한 다섯권쯤 읽은 거 같은데 <로즈메리의 아기>가 좋았어요. 비밀에 둘러쌓인 음산한 아파트에서 악마 숭배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오컬트 스릴러인데 여자분들이라면 당연히 가지고 계실 임신에 대한 공포증(임신 포비아? ^^;)을 이용한 뛰어난 스릴러입니다. 기회되시면 꼭 읽어 보시기 바라고 물론 임산부는 독서를 포기해 주세요...^^;;;

또 삼천포로 빠져 버리고 말았군요..-_-;;; 오늘 소개해 드릴 무시무시한 제목 <내 눈에 비친 악마>의 작가는 영국인 여류 작가 루스 렌델입니다.  생각해 보면 영국에서는 뛰어난 여류 추리 작가들이 줄기차게 배출되어 온 것 같습니다. 얼핏 떠오르는 이름만 생각해 봐도 애거서 크리스티, 도로시 세이어즈, 크리스티아나 브랜드, 패트리시아 모이즈, PD 제임스, 조이스 포터, 최근의 미네트 월터스까지.... 좋은 작가들이 정말 많네요. 영국 여자랑 결혼하면 안되겠어요..-_-;  루스 렌델은 웩스포드 경감을 주인공으로 한 시리즈 추리물(정통 본격물인가요? 그렇다면 보고 싶네용)을 썼으며
그것과는 별개로 매년 한 편 정도 스릴러물을 썼다고 하더군요...

한국에 출간된 그녀의 두 작품 <유니스의 비밀>과 <내 눈에 비친 악마>는 전부 그녀의 스릴러물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두 작품의 공통점은 사회 부적응자(?)- 간단히 말해 사이코들이 자신의 금지된 욕망을 실현시키기 위해 정상인들의 삶을 어지럽히고 완전히 망가뜨려 버린다는 점을 들 수 있겠습니다. <유니스의 비밀>에서는 글을 모르는 유니스라는 가정부의 살인적인 문맹 컴플렉스를 다루고 있습니다. 글을 모른다는 사실을 어떻게든 숨기고 싶어하는 유니스의 비정상적인 행동 양식이 여러 가지 사건을 거쳐 마침내 파국을 맞는 과정을 보여줍니다. 어떤 파국이냐고요? 커버데일 일가에게 물어 보십시요..^^;;;

<내 눈에 비친 악마>의 주인공 아서 존슨은 50대의 직장인인데 겉으로는 멀쩡하지만 알고 보면 교살에 대한 욕망으로 번민하는 이상 성격자입니다. 그래도 그는 자기가 거주하던 아파트 지하실에 놓여 있던 마네킹의 목을 조르며 대리 만족을 얻습니다. 만약 그 마네킹이 없었다면 실제 여자 수십명쯤은 목 졸려 죽였겠죠...그러던 어느 날(이 상투적인 문두..-_-;;;) 아서 존슨과 이름이 비슷한 앤터니 존슨이라는 사람이 이사를 오게 됩니다. 앤터니 존슨은 아서 존슨에게 딱히 피해를 주려는 의도없이 지하실의 마네킹을 축제날에  태워 버립니다. 존재의 의미를 상실한 아서 존슨은 앤터니 존슨의 편지를 뜯어 보며 복수하고요...이런 저런 두 사람의 오해는 더욱 깊어져 가고 사건은 정말 충격적인 방향으로 나아갑니다.

이 작품은 역시 정신 이상자인 아서 존슨의 묘사가 핵심입니다. 강박 관념에 사로잡힌 이 남자의 행동은 그야말로 상상 초월입니다. 피해 의식에 빠져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자신에게 적대적으로 보이죠. 일례로 자신의 세탁물을 술집에 놓고 온 아서는 자신과 같은 아파트에 사는 사람이 세탁물을 가져다 주려고 들고 나간 것조차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봅니다. 나를 공격하는거야! 나를 놀리는 거야! 이런 생각을 하면서 말이죠...참 피곤하게 사는 사람입니다. 시계처럼 극도로 정확하고 그날 그날 할당된 일은 무슨 일이 있어도 해야만 하는 강박 관념이 그로 하여금 분출구를 필요하게 만들었고 그 분출의 통로가 바로 교살이었죠...

루스 렌델은 이상 성격자들을 정말 그럴듯하고 정교하게 묘사해내는 재주가 있습니다. 많은 연구와 인터뷰가 있었겠죠?? <내 눈에 비친 악마>에서는 아주 흥미로운 부분이 있습니다.  위에서 아서 존슨이 앤터니 존슨에게 복수하기 위해 편지를 뜯어 보고 버렸다고 했죠. 앤터니 존슨은 사실 유부녀를 사랑하고 있습니다. 그 편지는 유부녀가 앤터니를 택할 것인지, 아니면 남편 곁에 남을 것인지 결정하는 내용이 담긴 중요한 편지였습니다. 그 편지가 사라지자 앤터니는 거의 편집광적으로 편지에 집착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편지가 계속 사라지자 앤터니는 유부녀에게 전화를 하는데 직장 동료들이 유부녀가 자리에 없다며 바꿔주지 않습니다. 앤터니는 이 유부녀가 마음이 변해 직장 동료들에게 내가 전화하면 바꿔주지 말라고 했을거라 생각합니다. 실상 눈으로 본 건 아무 것도 없는 데 말입니다. 사라진 편지가 앤터니로 하여금 편집광적인 집착과 망상을 심어준 것입니다.

여기에 작가의 메세지가 살짝 녹아 있다고 봐도 무리가 없을 거 같습니다.
정상과 비정상의 경계는 함부로 재단할 수 없다...정상인 누구도 한순간에 비정상이 될 수 있다는 말을 하고 싶었던 거 같습니다.

사이코 스릴러라는 장르에서  1976년에 출판된 이 작품은 고전의 자리에 위치하겠죠. 스물스물 피어나는 이상 성격에서 기반된 공포와 흥미로운 사건 전개(이야기가 독자의 섯부른 예측을 우습게 비웃습니다. 주인공들의 평범한 행동들은 오해를 낳고 그 오해는 오해를 낳고...그야말로 흥미진진 전개! ^^;;)...기막힌 마무리가 주는 카타르시스까지 사이코 스릴러 장르의 고전이자 시대를 초월한 걸작입니다. 추리 소설에 대한 견문을 넓히는 차원에서라도 루스 렌델이라는 뛰어난 작가의 실력을 확인하는 차원에서도
무엇보다 재미있는 책을 읽고 싶어하는 분들은 반드시 뽑아드셔야 할 걸작으로 감히 일독을 권합니다.

사족인데....아서 존슨이 왜 그런 이상 성격자가 되었는지, 그 이유에 대한 언급은 나와 있기는 하지만 살짝 부족하다는 느낌이 드네요. 부모와 떨어져 이모와 단둘이 살았던 아서는 청교도적인 극단적 금욕주의자인 이모의 영향과 압박(?)으로 그렇게 되었다는 거 같은데 그럴 법 하다는 생각은 들지만 한 평범한 인간이 교살마가 된다는 설정을 뒷받침하기에는 여전히 약하다는 생각입니다. 머 작가가 아서는 원래 싸이코였어요...그렇게 생겨먹은 걸 어떡해요? 이렇게 나온다면 머 할말은 없습니다...ㅋㅋㅋ

별점: ***** (간만에 등장한 만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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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nda78 2005-10-27 00: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국 여자랑 결혼하면 안되겠어요..-_-; <- 우하하! >ㅂ<)b

에드가상 수상 작품집에 실린 단편과, 최근에 나온 세계서스펜스 걸작선에 실린 단편도 좋더라구요. 유니스의 비밀도 얼른 사 읽어야겠군요. ^^

jedai2000 2005-10-27 09: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작년에 써 논거라 좀 어색한 내용도 있네요. 추석이라니..ㅋㅋ
루스 렌델 같은 작가가 조명이 안 되는 게 신기해요. 웩스포드 경감이 나오는 첫 작품 <뮤즈의 홀>이라는 작품이 국내 번역되어 있답니다. 우연히 구하고 좋아서 비명을 질렀죠. 아직 읽지는 않았습니다.

panda78 2005-10-27 16: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옷! 뮤즈의 홀이요? 첨 들어봐요!
쉽게 구할 수 있는 건 아니겠죠... 우연히 구하셨다니... 으- 부럽습니다..

jedai2000 2005-10-27 17: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뮤즈의 홀>을 아마 실제로 본 분 별로 없으실걸요..^^V
제가 운이 좋아 착하신 분들을 많이 만났거든요. 구하기 어려운 책을 제보해 주시기도 하고, 파시기도 하고, 증정해 주시기도 하더라구요. 그래서 제가 더 추리소설을 좋아하는지도 모르겠어요. 추리소설 좋아하시는 분 중 마음이 안 따뜻한 분이 안 계시더라구요..^^;;

panda78 2005-11-03 00: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정말 좋으셨겠어요. ^^ 확실히 추리 소설 좋아하시는 분 치고 나쁜 분 못봤어요. ^^ 진짜 부럽네요.웩스포드 경감이라.. 경찰 나오는 추리소설도 참 좋아하는데에- 더 궁금해요. 흐흐..

jedai2000 2005-11-03 09: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럼요. 추리소설 좋아하시는 분은 다 좋은 사람들이죠. 살인, 절도, 유괴 등의 범죄를 다루는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음침하게 생각하는 사람들! 다 편견이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