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1970년의 일이었다. 정운산은 고향인 거문도를 나와 서울에서 자취를 하며 형사 생활을 하고 있었다. 그날은 크리스마스 이브였다. 온 국민이 떠들석한데도 불구하고 경찰서에서 숙직을 하며 지내고 있으려니 마음이 답답했다. 그때, 울린 한 통의 전화. 살인 사건 신고 전화였다. 미라쥬 호텔 11A호실, 속칭 패닉룸에서 시체가 발견된 것이다. 정운산이 가보니, 남자는 배를 칼에 찔려 죽어 있었다. 피가 바다를 이루었다. 조사 해보니, 남자는 삼진물산의 사장이었고 아내와 아들이 있었다. 그러나 부자의 당연한 권리마냥 애인도 한 명 두고 있었는데, 그녀는 술집의 호스티스였다.

 

7. 남자는 애인과 밀회를 즐기려고 호텔에 방을 잡아두고 있다가 변을 당한 것이다. 혐의는 아내와 애인 모두에게 있었다. 그런데 아내는 알리바이가 없었다. 남자의 10살난 아들은 크리스마스 철야 예배를 갔고, 아내는 종교가 없어 집을 지키고 있었다고 했다. 누구도 아내의 말을 증명해줄 수 없었다. 다행히 애인은 알리바이가 있었는데, 남자와 만나러 호텔에 가기 전 너무 배가 고파 중국집에 전화를 해 볶음밥을 시켰다고 했다. 수소문 끝에 애인 집에 볶음밥을 배달한 중국집 배달원을 만날 수 있었다.

"맞습니다, 맞고요. 볶음밥 시키신 게 맞아요."

"자세히 이야기해봐."

"네. 제가 문을 열고 들어가니 아무도 없었어요. 그래서 '계십니까?'했죠. 그런데 욕실 쪽에서 소리가 나는 거예요."

"뭐라고?"

"'돈 바닥에 놔뒀으니 두고 가세요.'라고요. 저는 볶음밥을 내려놓고 돈을 집어든 다음 나가려고 했어요. 그런데 도저히 못 가겠더라구요. 그러면 안 되는 줄은 알았지만 너무 흥분이 되서요."

배달원은 머리를 긁적였다.

"저는 욕실 앞으로 갔어요. 마침 작은 창문이 있더라구요. 그런 다음 몰래 훔쳐 봤어요. 약 10분쯤 봤나, 여자가 목욕을 마치려 하길래 부랴부랴 나갔죠."

배달원의 말이 사실이라면 여자가 목욕을 마치고 옷 입고, 미라쥬 호텔까지 가서 남자를 죽이기에는 도저히 시간이 맞지 않았다. 여기에 배달원이 결정적인 증언을 덧붙였다.

"저는 분명히 여자가 목욕하는 걸 봤어요. 제가 또 기억나는 게, 그 여자 엉덩이에 점이 있더라구요. 제 애인 경숙이도 똑같은 자리에 점이 있어 확실히 기억해요."

정운산은 여순경 이순애를 불렀다. 그녀는 죽은 남편 대신 경찰에 투신해 일을 하고 있었다. 이순애는 애인의 몸을 조사해 본 다음 엉덩이에 점이 있다는 걸 확인했다. 애인의 혐의는 풀렸다. 이제 아내에게로 혐의가 집중됐다.

 

8. "그렇게 된 거지..."

정운산은 말을 마쳤다. 흥미롭게 듣던 모두는 맥이 빠졌다.

"그 다음에 어떻게 됐어요?"

호들갑스럽게 홍은아가 묻는다. 정운산은 웃기만 할 뿐 쉬 입을 열지 않는다. 나는 뻔한 문제를 아무도 맞추지 못하는 게 답답해 입을 열었다.

"범인은 애인과 배달원이야. 둘이 짜고 일을 저지른 거지."

"네?"

"배달원은 욕실 작은 창으로 목욕하는 모습을 훔쳐 봤다고 했어. 크리스마스 즈음에는 무지 춥지. 물론 목욕은 뜨거운 물로 했을거야. 그러면 당연히 수증기가 발생해 창에는 김이 서리지. 그런데 어떻게 훔쳐볼 수 있었겠어. 만약 어렴풋하게 보인다 해도, 엉덩이의 작은 점까지 볼 수는 없을거야. 배달원의 증언은 모순투성이라는 거지. 내가 추측해 보건데, 배달원은 볶음밥을 가지고 그녀의 빈집에 갔어 애인은 미리 차를 타고 미라쥬 호텔로 가 남자를 죽인거고. 두 사람이 말을 맞춘거야."

"정답이네. 과연 대단하군. 두 사람은 내연 관계였고, 남자가 집착을 하자 그를 죽인거지."

"아! 그렇게 된 거구나. 아저씨도 우리 탐정님과 같은 이유로 애인을 의심한 거예요?"

홍은아가 물었다.

"음..그렇진 않아. 난 처음부터 아내가 범인일 리가 없다고 믿었지."

"아니, 왜요?"

"아내의 눈동자는 맑고 순수해서 범죄가 거기에 깃들 수 없는 그런 눈이었다네. 나는 아내는 처음부터 배제하고 수사를 한 거야."

"역시, 아저씨는 그 여자를 사랑한 거네요?"

"홍은아, 실례야!"

나는 급히 말했다. 하지만 정운산은 슬며시 웃으며 말을 이었다.

"맞네. 나는 그녀를 사랑했지."

"그래서 어떻게 됐어요?"

홍은아는 다시 물었다.

"물론, 그녀와 결혼했지. 하하하."

 

9. 아까부터 파랗게 질려있던 정용주 반장의 얼굴이 납빛이 됐다.

"아버지..그럼..."

"그래, 넌 사실 내 피가 섞이지는 않았다..."

정운산은 나직이 말했다.

"이게 무슨 sbs드라마도 아니고, 저에게도 출생의 비밀이..."

정용주 반장의 얼굴은 숫제 먹빛이 됐다.

"그래. 넌 내 친아들은 아니야. 하지만 누구보다 널 사랑했다. 난 네 엄마와 결혼하고 나서, 내 아이를 갖자는 네 엄마의 말을 두 번 다시 꺼내지도 못하게 했지."

"아버지.."

"그래, 나에게 아들은 너밖에 없다. 사랑한다..."

부자는 따뜻하고 아름답게 포옹했다.

 

10. 낳아준 정만이 다가 아니다. 역시 기르고 입히며 보살펴 준, 정이야말로 참 정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나와 홍은아, 김우제 부부는 모두 훈훈한 기분을 느끼며 정반장의 집을 나왔다.

그러고는 생각을 했다.

"과연 크리스마스 특집극다운 내용이로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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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크리스마스 이브의 날이 밝았다. 종교가 없는 나는 도저히 이 시끌벅적한 열기가 이해가지 않았다. 그러나 나의 파트너, 홍은아는 아침부터 콧노래를 부르며 하루종일 웃음을 그칠 줄 몰랐다. 크리스마스 이브라고 대단한 계획이 있는 건 아니고, 호형호제하는 강남서의 정용주 반장 집에서 자그마한 파티가 있을 예정이라 그곳에 가기로 했다.

 

2. 일곱시경 나와 홍은아는 정반장의 집에 도착했다. 정용주 반장은 커다란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산타 복장을 하고 나와 우리들을 맞았다. 정반장은 벌써 술이 한 잔 얼큰하게 들어갔는지 큰 소리로 외쳤다.

"메리 크리스마스!"

내가 답하기도 전 홍은아가 웃으며 답했다.

"메리 크리스마스! 해피 뉴욕!"

홍은아의 무식함은 여전하다. 여느 때처럼 나는 또 지적을 해 주었다.

"해피 뉴욕이 아니라, 해피 뉴 이어!"

"아무렴, 어때! 재미만 있구만."

정반장이 말했다.

 

3. 우리는 거실로 안내되어 커다란 테이블에 앉았다. 상석에는 정반장의 아버지이자 전 총경, 정운산 어르신이 앉아 있었다. 우리는 정운산 어르신에게 인사를 드렸다. 테이블에는 진귀한 음식이 가득 차려져 있었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정운산의 처조카 김우제 부부가 들어왔다. 김우제는 팔리지 않는 싸구려 작가로 극도로 궁핍한 생활을 하고 있었다. 정운산이 말했다.

"오, 우제 왔는가. 그래 요즘도 책을 쓰는가?"

"아, 예. 물론이죠. 요즘 쓰는 건 <800만 가지 죽이는 방법>이예요."

그는 겸연쩍은 듯 얼굴을 붉혔다.

"워낙 책이 안 팔리니, 이번엔 요즘 잘 팔리는 실용서를 써 봤어요. 방중술에 관한 책인데, 카마수트라와 소녀경을 참고했죠."

"그렇군. 허허. 내 나이에는 필요없겠지만 그래도 꼭 읽어보지." 

"꼭 읽어 보세요. 혹시라도 눈물이 글썽였다면 성공한 독자가 되신 겁니다."

 

4. 우리는 자리에 앉아 음식을 먹기 시작했다. 김우제 부부는 걸신들린 듯 정신없이 먹어댔다. 조우제가 대학 동기인 정용주 반장에게 말했다.

"내가 하는 말 오해하지 말고 들어. 자네, 앞에 있는 랍스터 내가 먹으면 안되겠니?"

"아이! 뭐야."

"화내지 말고 들어. 대한민국에 안 되는 게 어딨어."

정운산이 정리했다.

"이보게들. 우리가 기왕 모였으니, 좀 품위있게 놀아보세. 내가 하이쿠를 읊어보겠네"

하이쿠란 일본 전통의 단시를 말한다.

"오! 하이쿠란 말씀입니까?"

"별 것 없지만 그래도 들어주게...'뒷통수에 흩날리는 충격, 눈 부릎뜨니 숲이었스'."

일동은 놀랐다.

"오, 진서로 잘 쓰셨습니다."

"퍽치기를 당한 남자가 눈을 뜨니 숲이었다는 강렬한 내용을 담고 있지. 허허."

김우제가 나섰다.

"저도 작가 나부랭이이니 한 번 해보겠습니다...'밀린 임금 3개월, 이 죽일 놈의 사장'."

홍은아도 물색없이 나선다.

"에이, 이런 건 재미없어요. 파티에는 노래가 있어야죠. 제가 한 번 해볼게요."

홍은아는 자리에서 일어나 양손을 모으고 노래를 시작했다.

"게리롱, 푸리롱~~"

정운산은 껄껄 웃었다.

"젊은 처자가 노래도 잘하는구만."

 

5. 우리는 식사를 마치고, 거실 벽난로 근처 소파에 모두 앉았다. 커피를 마시며 벽난로 불빛을 바라보고 있으려니 졸음이 몰려왔다. 홍은아가 입을 열었다.

"정운산 아저씨, 심심한데 재미있는 이야기 해주세요."

"재미있는 이야기?"

"네."

"무슨 이야기 말인가?"

"아저씨가 옛날에 해결했던 사건 이야기 해 주세요."

"음..그럴까.."

정운산은 오랜 기억을 되살리듯 미간을 찌푸렸고 이윽고 이야기를 시작했다.

 

 

<下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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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드맨 메피스토(Mephisto)
모 헤이더 지음, 최필원 옮김 / 책세상 / 2001년 10월
평점 :
절판





 

 요즘 주로 일본과 미국의 비교적 건전한(?) 추리소설만 읽었더니, 좀 쎈 게 땡기더라구요. 연쇄살인마가 등장해 잔인하게 난도질 하는 그런 종류의 것들이요..-_-;; <버드맨>이 상당히 쎈 작품이라 해서 그것을 잡았습니다.

 

<버드맨>은 기대했던 대로 굉장히 잔혹하고 엽기적인 스릴러였습니다. 5명의 창녀 시체가 땅에 반쯤 파묻힌 채 발견됩니다. 시체들은 강간당한 채, 온통 상처투성이입니다. 또한 그녀들 가슴 속의 지방이 빼내어진 후 봉합되어 있습니다. 지방을 적출하고, 봉합한 솜씨로 봐서 범인은 의학에 지식이 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하지만 정말 놀라운 건, 그녀들 흉곽 안에 작은 새 한 마리가 들어가 있었다는 겁니다. 새들은 살아 있는 채 범인에 의해 넣어졌습니다.

 

여기까지만 소개해도 책을 읽기 꺼리실 분들이 꽤 많을 것 같네요.^^;; 이 사건을 수사하는 에이엠아이피(이렇게 쓰여 있습니다. 알파벳으로 표기해도 좋을 것 같은데 -_-;;)의 잭 캐프리 형사는 <양들의 침묵>의 클라리스 스털링처럼 어린 날의 트라우마가 있습니다. 어렸을 때, 형이 옆집 사는 사이코에게 납치,살해된 겁니다. 그런데 옆집 사이코가 그랬다는 심증만 있을 뿐이지요. 끊임없이 과거의 기억으로 고통받는 캐프리가 상상을 초월하는 엽기 살인마 '버드맨'과 대결하는 내용이 긴박감 넘치게 펼쳐집니다.

 



  이 끔찍한 작품을 쓴 영국 작가 모 헤이더(왼쪽 사진)의 약력은 상당히 재미있습니다. 학교는 15살에 작파하고 술집 여급, 경호원, 일본 도쿄의 바에서 호스티스 노릇도 했답니다.  옆 사진에서 볼 수 있듯 상당한 미모의 소유지지만 주로 어둠의 세계에서 활동한 특이한 작가입니다.

 

  그런데 그녀는 호스티스 생활을 하던 중 동료가 잔인하게 구타 및 강간을 당하는 현장을 목격하고 성폭행에 대한 강박 관념에 오랫동안 시달렸다고 합니다. 그녀가 쓰는 눈살을 찌푸릴만큼 강간 장면의 세부 묘사가 그토록 정확할 수 있었던 건 모두 그녀가 직접 본대로 썼기 때문일 것이라는 추측을 해 봅니다.

 

 책 뒤표지에는 '토마스 해리스와 퍼트리샤 콘웰을 능가하는 범죄 소설의 뉴 웨이브'라고 적혀 있습니다. 퍼트리샤 콘웰처럼 그녀도 법의학 장면을 많이 쓰는데, 콘웰처럼 그쪽 분야에 대해 전문성이 있는 작가는 아니기 때문에 장점은 살리고 단점은 피해가는 식으로 가볍게 넘어갈 때가 많습니다.

이는 장점일 수도 있는데 콘웰 책에서는 법의학 장면이 지나치게 많이 나와 어떨 때는 작가의 지식 자랑으로 보이기도 합니다. 모 헤이더는 콘웰과는 달리 법의학에 대한 세부 설명보다는 빠른 페이스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토마스 해리스처럼 그녀도 잔혹하고 엽기적인 범죄를 그리는데, 이게 문장력이 안되면 상당히 지저분해보이고 싸구려처럼 보일 수도 있는 함정이 있습니다. 다행히 모 헤이더의 문장력은 상당히 좋은 편이라 그 함정을 잘 피해가고 있습니다. 문장력이나 플롯을 짜는 능력이 처녀작 치고는 상당히 원숙해 완성된 작가라는 느낌이 듭니다.

 

그러나 확실히 신인 작가다운 부족한 면모도 드러내고 있으니...

 

<약간의 스포일러 경고>

 

캐프리는 살해된 여자들의 친구인 레베카라는 여자와 사랑에 빠집니다. 절정부에서 버드맨은 레베카와 같이 사는 친구인 또 다른 창녀 조니를 납치하죠. 캐프리는 조니가 위험에 빠져있음을 감지하고 증거 조사를 위해 과학수사본부로 향하구요. 그런데 레베카는 전날 조니가 술을 마셨던 술집으로 전화를 겁니다. 조니가 버드맨과 새벽까지 술을 마시고 같이 갔다는 이야기를 들은 레베카. 버드맨은 레베카와 조니가 모두 아는 인물로 그 정체를 숨기고 있었죠. 레베카는 그의 집으로 찾아가 역시 위험에 빠집니다.

 

캐프리가 레베카에게 조니가 전날 어디 갔었는지 물은 다음에, 조니가 갔던 그 술집으로 전화 한 통만 걸었어도 버드맨이 누군지 알 수 있었을 것입니다. 복잡한 DNA검사는 할 필요도 없었죠. 주인공의 애인이 위기에 빠진다는 영화같은 긴박한 상황을 만들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개연성을 희생한 겁니다.

 

신인 작가들은 아직 작품 전체를 보는 눈이 없는 경우가 많아 그럴듯한 몇몇 상황들을 만들어 놓고, 그 틀에 맞춰 작품을 진행시키기 때문에 쓰다 보면 앞뒤가 맞지 않거나 비현실적인 상황들이 튀어나오게 되는 겁니다. 이 작품에선 그런 면이 상당 부분 보입니다. 도무지 주인공이 현실적으로 움직이지 않고 작가가 만들어 놓은 길을 게임처럼 순서대로 따라만 가고 있는 느낌이랄까요...

 

그래도 <버드맨>은 재미있습니다. 강간과 살인, 해부 장면의 엽기적이고 공포스런 묘사와 숨쉴 틈 없는 빠른 전개, 좋은 문장력이 돋보입니다. 사건이 모두 해결됐다고 생각했을 때 시작되는 제2의 사건이라는 국면 전환도 신선하구요. 무엇보다 버드맨이 왜 새를 희생자들 안에 넣었는지 밝혀지는 장면에서의 충격은 굉장합니다. 저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이유였죠.

 

도무지 취향에 맞지 않는 분들을 제외하고는 누구라도 재미있게 읽을만한 현대 범죄 소설의 가작입니다. 모 헤이더는 잭 캐프리 시리즈의 제1작 <버드맨>을 2000년에, 제2작 <The Treatment>를 2002년에 내놓습니다. 제2작은 국내에서는 만나 볼 수 없습니다. 캐프리 시리즈 제2탄을 조속히 볼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맺습니다..^^;;

 

별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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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5-12-23 14: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 놓고 그래서 못 읽었다구요 ㅠ.ㅠ;;;

jedai2000 2005-12-23 14: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런..보세요. 재미있어요. 물론 묘사가 엄청 쎄고 자세해서 눈살을 찌푸리게 하지만요. 특히 여성을 대상으로 하는 강간,살인,해부이기 때문에 여성분들이 보기엔 좀 더 힘드실지도 모르구요. 이렇게 써놓으니 더 못 보시겠네요..^^;;
재미는 제가 보증하니 마음을 굳게 잡수시고 꼭 보세요. ^^;;
 
아내의 여자 친구
고이케 마리코 지음, 오근영 옮김 / 북스캔(대교북스캔) / 2004년 12월
평점 :
품절


<아내의 여자친구>는 일본에서 꽤 잘 나가는 고이케 마리코라는 여류 작가의 단편집입니다. 총6편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고이케 마리코는 표제작인 <아내의 여자친구>로 일본추리작가협회 단편상을 받았고, <사랑>이라는 작품으로 나오키 상도 수상합니다. 최근에는 연애소설을 많이 쓰고 있다고 하는데 서스펜스로 유명한 작가답게 미스터리 요소가 많이 가미된 연애소설을 쓴다고 하네요.

 

<보살같은 여자>는 거부인 병원 원장이지만 교통 사고를 당해 휠체어 신세가 된 폭군같은 아버지 밑에서 신음하는 두 딸과 원장의 여동생, 그리고 새 아내가 등장합니다. 폭군 아버지 밑에서 시달리는 여성들간의 연대는 꽤 굳건합니다. 아버지만 없으면 그들은 행복할텐데 말예요. 한편 아버지의 새 아내는 보살같은 미소를 가진 기품있는 여인입니다. 억압받고 고통받는 모두를 살리기 위해 보살같은 여자는 무엇을 할까요? 살해 방식이나 트릭이 약간 본격 미스터리 분위기입니다. 그러나 다소 비현실적이고 우연에 의지하는 트릭입니다.

 

<추락>은 꽤 재미있습니다. 문학 교수와 불륜 관계인 소설가 지망생이 사고로 아파트에서 추락을 합니다. 6개월 전 문학 교수와 소설가 지망생은 밀회를 즐기다 교통사고를 내서 사람을 죽인 적이 있어요. 그 사실을 잘 은폐했다고 생각했는데 그녀가 죽고 유서를 남겼다고 하니 문학 교수 발등에 불이 떨어집니다. 혹시 그 사고에 대한 내용이 있지는 않을까 걱정된 그는 유서를 확보하기 위해 갖은 애를 씁니다. 그런데 사실 그건 유서가 아니고, 끄적거린 습작이었지요. 불안과 공포에 질린 남자의 심리가 그럴싸하게 그려지고, 결국 파국에 이르는 결말도 재미있습니다. 그러나 최후에 한 번의 반전이 더 기다리고 있습니다.

 

<남자 잡아먹는 여자>는 이 단편집의 백미로 보입니다. 남동생에게 시집온 여자가 있습니다. 그 여자는 어머니와 같이 들어오는데, 두 모녀는 각각 두 명의 전남편을 사고로 잃었습니다. 때마침 그 집의 개(수컷)가 별 이유없이 죽는 일이 발생합니다. 때마침 들려온 소문...두 여자는 남자 잡아먹는 여자로 그녀들과 같이 있으면 남자는 무조건 죽는다는 겁니다. 남동생의 누나는 편집광적으로 모녀에 대한 분노를 느끼고 마침내 그들을 제거하려 합니다. 내용도 재미있고, 남동생 누나가 느끼는 모녀에 대한 반감과 분노가 절묘하게 그려집니다. 반전이 기가 막힙니다.

 

<아내의 여자친구>는 평범한 공무원의 평범한 아내에게 성공한 여자친구가 찾아오면서 시작됩니다. 평범하지만 행복했던 생활은 여자친구가 아내에게 헛된 바람을 불어넣으며 깨집니다. 여자친구에게 아내가 자꾸 물들어가자, 공무원은 여자친구를 죽이려 합니다. 이 단편집은 이런 내용이 많습니다. 평범한 사람이 살의를 느끼는 과정이 세심하게 그려지고, 마침내 살인을 저지릅니다. 그러나 의외의 파국과 반전이 그들을 기다린다는 내용들 말입니다.

 

<잘못된 사망장소>는 성공한 방송 진행자와 불륜 관계에 있던 여자가, 그의 비인간적인 대우에 격분해 우발적으로 그를 죽입니다. 여자는 크게 후회를 하며, 방송 진행자의 원래 부인에게 전화를 겁니다. 내가 남편을 죽였고, 곧 자수하겠다며...그런데 방송 진행자 가족은 난리가 났습니다. 방송 진행자의 유언은 자기가 집에서 죽었을 때만 가족들에게 유산을 남기고, 집 바깥에서 죽었을 때는 전부 사회에 환원하겠다는 내용입니다. 가족들은 유산을 받기 위해 방송 진행자의 시체를 집으로 가져오려고 한밤의 생쇼(!)를 합니다. 블랙코미디 같은 흐름으로 진행되는데 반전이 좋았던 다른 단편들과는 달리 억지스럽습니다. 이 단편집에서는 가장 별로인 듯 하네요.

 

<종막>은 무명 연극배우가 극단의 스타인 여배우와 불륜을 하고, 그 댓가로 주연 자리를 받는 내용으로 시작됩니다. 드디어 스타가 됐지만, 스타 여배우는 그를 놔주지 않습니다. 이제는 진심으로 사랑하는 여자까지 생겼지만 스타 여배우는 그를 포기하지 않고 모든 걸 폭로하겠다며 협박합니다. 추리소설에서 이런 여자는 반드시 죽어줘야 합니다..^^;; 무명 연극배우는 철저한 알리바이 트릭을 만들고 그녀를 죽이러 갑니다...알리바이 해결이 핵심인 작품인데 의외로 알리바이 자체는 부실합니다. 가짜 알리바이가 밝혀지는 장면도 그저 그렇네요. 범인이 실수를 한건데, 그런 실수를 고려하지 못했다는 설정은 좀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뒷표지 카피에 '일상 속에 숨어 있는 독 혹은 가시'라는 말이 있는데 이 단편집을 잘 요약한 것 같습니다. 이 작품에서는 형사나 킬러, 탐정 등이 등장하지 않습니다. 평범한 가정주부나 남편 등이 등장해 타인에 대한 몰이해와 생리적인 반감, 사소한 오해와 분노 등을 느끼고 그것이 눈덩이처럼 커져 마침내 살의가 되는 과정이 생생하게 그려집니다. 일상을 살면서 우리는 누구나 다 살의를 느낍니다. 실행에 옮기지 못해서 그렇죠..^^;; 이 단편집은 용감!하게 그것을 실행에 옮긴 사람들이 어떤 파국을 맞는지 재미있게 보여줍니다. 전반적으로 수록 작품들의 수준이 상당히 높고, 전개가 흥미로운 작품들이 많아 꽤 몰입도가 높습니다. 좋은 단편집입니다. 추천하고 싶네요..^^;;

 

별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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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5-12-21 12: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참 좋았어요^^

jedai2000 2005-12-21 14: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의외로 꽤 재미있더군요. 추리소설 초심자들에게 추천드리고 싶은 단편집입니다.
 
야쿠자형사 콘돌
오우사카 고우 지음, 박혜정 옮김 / 서울도쿄 / 2001년 8월
평점 :
품절


 

<야쿠자 형사 콘돌>이라는 다소 촌시런 제목의 이 작품은 오우사카 고우라는 일본 작가의 하드보일드 형사 소설입니다. 오우사카 고우는 나오키 상 수상 작가이고 <때까치의 밤>인가 하는 작품으로 유명합니다. 이 작품도 원제는 <콘돌의 밤(대머리 독수리의 밤)>이고요. 밤을 좋아하는 야행성 작가인가 봅니다..-_-;;



주인공은 도쿠도미 다카아키라는 묘하게 리듬감 넘치는 이름을 가진 형사입니다. 이 형사가 시부로쿠 흥업이라는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야쿠자 조직과 마스다라는 남미계 신진 마피아 조직 사이의 항쟁에 끼여들어 피를 본다(!)는 강렬한 내용을 그리고 있습니다.



도쿠도미(콘돌이라는 뜻) 형사의 이름이 제목에 부각될 만큼 이 사람의 매력이 작품의 키 포인트라고 할 수 있겠네요. 콘돌은 어떤 형사소설에서도 유래를 찾을 수 없을 정도로 악인 형사입니다. 머리는 비상하고 싸움 솜씨 최강이요, 냉철하고 잔인하기까지 합니다. 야쿠자가 오줌을 지릴 정도로 대단한 작자입니다.



콘돌은 생활안전과라는 건전한 부서에서 경위로 일하고 있는데 길거리에서 노점을 하는 노인네의 가슴팍을 도시 미관을 해친다는 이유로 내지릅니다. 심지어 지나가던 야쿠자가 말릴 정도입니다.

-_-;;



콘돌은 시부로쿠 흥업의 보스 우스이를 암살하려는 마스다의 킬러 미라부로의 손에서 그를 지켜야 합니다. 물론 거액의 보호비를 뜯지요. 마스다 킬러 미라부로를 초반에 잡은 콘돌은 그를 때려 죽이려 하는데, 역시 시부로쿠 흥업 야쿠자들이 말립니다...-_-;; 야쿠자들이 말리는 바람에 간신히 살아남은 미라브로는 자존심이 상해 온갖 음모와 함정을 파고 콘돌과 우스이를 제거하려 하지요. 이 와중에 콘돌이 유일하게 사랑하는 여자가 미라브로의 표적이 됩니다.



대충 이런 내용인데, 저는 콘돌이 아무리 위악적이고 음침하게 묘사되는 인물이지만 끝에 가서는 이 모든 게 잠복 근무라든가 위장술의 일종일 거라고 믿었습니다. 아니었습니다. 그는 그냥 악인이었습니다. 야쿠자들한테 보호비를 뜯는 것도 고아원에 기증하는 것도 아니고, 단순히 자신의 영달과 사치를 위해서였습니다..-_-;;



콘돌이 보호해주는 시부로쿠 흥업도 웃깁니다. 나와바리가 시부야 전역이라면서 등장하는 인물은 몇 명 안됩니다. 사장 우스이, 전무 다니자카, 영업부장 마스다, 총무부장 노다 외 한 3명쯤 더 등장합니다. 명색이 영업부장, 총무부장인 마스다, 노다 콤비는 사장 경호도 해야되고 마스다와도 싸워야 되고 사장 딸이랑 연애도 해야 되고 콘돌도 접대해야 하고 몸소 수금도 뜁니다. 어디 피곤해서 거기서 일하겠습니까..상당히 가족적인 조직입니다.ㅋㅋ



콘돌의 모습도 걸작입니다. 어깨가 비정상일정도로 떡 벌어졌는데, 정확하게 8:2 가르마를 탔고, 눈은 음침하게 푹 꺼졌으며 입술은 얇습니다. 글로 이렇게 써 놨는데, 머릿속으로 그려보면 진짜 웃깁니다. 이런 사람이 주먹으로 한대 치면 야쿠자가 줄줄이 나가 떨어질 정도입니다.



폭력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려는 콘돌의 모습과 이런 콘돌의 희생양이 되는 사람들을 연민의 눈동자로 바라보는 야쿠자들의 기막힌 관계 역전! 여기가 바로 작품의 최고 웃음 포인트인 것입니다!!!



그렇다면 작가는 왜 콘돌같은 캐릭터를 창조한 것일까요? 야쿠자(범죄자)보다 더 야쿠자같은 형사의 모습을 통해 진정한 선인과 악인의 경계를 묻기 때문일까요? 그냥 논스톱 활극을 만들기 위해 폭력적인 형사의 모습을 부각시킨 것일까요? 여지껏 한 번도 만들어지지 않은 독창적인 캐릭터를 그려보고 싶었기 때문일까요?



무수한 의문을 남긴 채 작품은 흘러흘러 갑니다. 뭐 죽을 사람은 죽고, 살 사람은 살겠죠...

남성적이고, 폭력적인 그러면서 별로 머리는 안 써도 되는 값싼 하드보일드 활극입니다. 그런대로 재미는 있으니까 킬링타임용으로 보시고 싶은 분들은 보시길...^^;;



평점: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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