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쿠자형사 콘돌
오우사카 고우 지음, 박혜정 옮김 / 서울도쿄 / 2001년 8월
평점 :
품절


 

<야쿠자 형사 콘돌>이라는 다소 촌시런 제목의 이 작품은 오우사카 고우라는 일본 작가의 하드보일드 형사 소설입니다. 오우사카 고우는 나오키 상 수상 작가이고 <때까치의 밤>인가 하는 작품으로 유명합니다. 이 작품도 원제는 <콘돌의 밤(대머리 독수리의 밤)>이고요. 밤을 좋아하는 야행성 작가인가 봅니다..-_-;;



주인공은 도쿠도미 다카아키라는 묘하게 리듬감 넘치는 이름을 가진 형사입니다. 이 형사가 시부로쿠 흥업이라는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야쿠자 조직과 마스다라는 남미계 신진 마피아 조직 사이의 항쟁에 끼여들어 피를 본다(!)는 강렬한 내용을 그리고 있습니다.



도쿠도미(콘돌이라는 뜻) 형사의 이름이 제목에 부각될 만큼 이 사람의 매력이 작품의 키 포인트라고 할 수 있겠네요. 콘돌은 어떤 형사소설에서도 유래를 찾을 수 없을 정도로 악인 형사입니다. 머리는 비상하고 싸움 솜씨 최강이요, 냉철하고 잔인하기까지 합니다. 야쿠자가 오줌을 지릴 정도로 대단한 작자입니다.



콘돌은 생활안전과라는 건전한 부서에서 경위로 일하고 있는데 길거리에서 노점을 하는 노인네의 가슴팍을 도시 미관을 해친다는 이유로 내지릅니다. 심지어 지나가던 야쿠자가 말릴 정도입니다.

-_-;;



콘돌은 시부로쿠 흥업의 보스 우스이를 암살하려는 마스다의 킬러 미라부로의 손에서 그를 지켜야 합니다. 물론 거액의 보호비를 뜯지요. 마스다 킬러 미라부로를 초반에 잡은 콘돌은 그를 때려 죽이려 하는데, 역시 시부로쿠 흥업 야쿠자들이 말립니다...-_-;; 야쿠자들이 말리는 바람에 간신히 살아남은 미라브로는 자존심이 상해 온갖 음모와 함정을 파고 콘돌과 우스이를 제거하려 하지요. 이 와중에 콘돌이 유일하게 사랑하는 여자가 미라브로의 표적이 됩니다.



대충 이런 내용인데, 저는 콘돌이 아무리 위악적이고 음침하게 묘사되는 인물이지만 끝에 가서는 이 모든 게 잠복 근무라든가 위장술의 일종일 거라고 믿었습니다. 아니었습니다. 그는 그냥 악인이었습니다. 야쿠자들한테 보호비를 뜯는 것도 고아원에 기증하는 것도 아니고, 단순히 자신의 영달과 사치를 위해서였습니다..-_-;;



콘돌이 보호해주는 시부로쿠 흥업도 웃깁니다. 나와바리가 시부야 전역이라면서 등장하는 인물은 몇 명 안됩니다. 사장 우스이, 전무 다니자카, 영업부장 마스다, 총무부장 노다 외 한 3명쯤 더 등장합니다. 명색이 영업부장, 총무부장인 마스다, 노다 콤비는 사장 경호도 해야되고 마스다와도 싸워야 되고 사장 딸이랑 연애도 해야 되고 콘돌도 접대해야 하고 몸소 수금도 뜁니다. 어디 피곤해서 거기서 일하겠습니까..상당히 가족적인 조직입니다.ㅋㅋ



콘돌의 모습도 걸작입니다. 어깨가 비정상일정도로 떡 벌어졌는데, 정확하게 8:2 가르마를 탔고, 눈은 음침하게 푹 꺼졌으며 입술은 얇습니다. 글로 이렇게 써 놨는데, 머릿속으로 그려보면 진짜 웃깁니다. 이런 사람이 주먹으로 한대 치면 야쿠자가 줄줄이 나가 떨어질 정도입니다.



폭력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려는 콘돌의 모습과 이런 콘돌의 희생양이 되는 사람들을 연민의 눈동자로 바라보는 야쿠자들의 기막힌 관계 역전! 여기가 바로 작품의 최고 웃음 포인트인 것입니다!!!



그렇다면 작가는 왜 콘돌같은 캐릭터를 창조한 것일까요? 야쿠자(범죄자)보다 더 야쿠자같은 형사의 모습을 통해 진정한 선인과 악인의 경계를 묻기 때문일까요? 그냥 논스톱 활극을 만들기 위해 폭력적인 형사의 모습을 부각시킨 것일까요? 여지껏 한 번도 만들어지지 않은 독창적인 캐릭터를 그려보고 싶었기 때문일까요?



무수한 의문을 남긴 채 작품은 흘러흘러 갑니다. 뭐 죽을 사람은 죽고, 살 사람은 살겠죠...

남성적이고, 폭력적인 그러면서 별로 머리는 안 써도 되는 값싼 하드보일드 활극입니다. 그런대로 재미는 있으니까 킬링타임용으로 보시고 싶은 분들은 보시길...^^;;



평점: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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