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완벽하게 주관적인 순위입니다.
** 2009년에 출간된 책만을 포함하며, 당연히 국내에 출간된 모든 서양 미스터리를 읽지는 못했습니다.   
*** 리메이크된 <심플 플랜>은 예전 번역본으로 읽었지만, 2009년판은 읽지 못해 제외합니다.

 

 

5위 네 번째 문 - 폴 알테르 
 


 



 

 

 

 

 

'존 딕슨 카를 너무 많이 읽은 사나이', 폴 알테르의 국내 데뷔작. 프랑스 출신의 이 작가는 영국(혹은 미국)의 추리소설 거장 존 딕슨 카에 깊이 매료되어 카의 전매특허인 밀실, 불가능 범죄만을 다룬 본격 추리소설만 40권 가까이 쓴 걸물이다. 추리소설 황금기라 불리던 1930년대에도 프랑스 작가들은 퍼즐풍의 본격 추리소설은 그다지 다루지 않았거늘, 50년도 더 지난 1980년대부터 오늘날까지 꾸준히 이런 스타일을 고집하고 있다는 게 무척 이채롭다. 이 작가가 어찌나 카를 좋아하는지, 작중 배경도 1950년대 영국, 탐정 역을 맡은 앨런 트위스트(뭔가 상징적인 이름이다) 박사까지 등장인물 전원이 영국인이다. 유령이 출몰한다는 소문이 있는 외딴집의 꼭대기층 다락방. 우연히 그 집에 세들어 살게 된 강령술사 부부는 자신들이 유령과 이야기를 나눠보겠다며, 방이 네 개 있는 꼭대기층으로 올라간다. 그러나 완벽한 밀실 상태로 봉인된 네 번째 방에서 살인 사건이 벌어지는데...줄거리만 보면 완벽하게 존 딕슨 카가 쓴 소설이다. 강령술과 밀실, 헛다리만 짚는 경찰 그리고 모두의 의표를 찌르는 명탐정의 활약까지. 간단하지만 효과적인 물리 트릭과 후반부의 메타 픽션 장치 모두 훌륭하다. 폴 알테르가 그토록 동경하던 딕슨 카 역시 엄지손가락을 치켜들 수작. 전형적인 본격 추리소설의 요소들에 현대성을 가미시켜 모든 추리소설 팬을 만족시킬 수 있을 듯. 여담으로 작년에 존 딕슨 카의 작품이 4편이나 소개되어 카의 팬으로서 무척 행복했다(다 봤는데, 그중 <구부러진 경첩>이 제일 뛰어난 것 같다). 올해도 존 딕슨 카는 물론, 그의 후계자라 할 수 있는 폴 알테르의 작품을 더 만나봤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남겨본다.

 

 

4위 폴링 엔젤 - 윌리엄 요르츠버그

 



 

 

 

 

 

 

미키 루크, 로버트 드니로 주연으로 유명한 <엔젤 하트>의 원작 소설. 영화를 못 본지라, 아무런 사전 지식 없이 읽었다. 1950년대의 사설 탐정 해리 엔젤이 줄담배를 피우며 술을 홀짝이는 장면이 계속되자, 어느새 내 입가에는 흐뭇하는 미소가 감돈다. 아, 이 책 분위기에 흠뻑 젖을 수 있는 하드보일드 탐정소설이로구나. 그러나 해리 엔젤에게 실종된 왕년의 인기 가수를 찾아달라는 의뢰인의 이름은 루이 사이퍼. 앤젤과 사이퍼라...여기서부터 느낌이 심상치 않더니, 페이지가 넘어갈수록  온갖 섬찟한 악마 숭배 상징과 부두교 의식이 핏빛으로 책장을 피로 물들이는 오컬트 호러의 냄새도 짙게 풍겨온다. 대체 어떤 결말이 기다릴까 긴장하며 몰입하다 보니, 어느새 책의 마지막 장을 덮고 있었다. 미국 대중문화사에 지울 수 없는 흔적을 남긴 레이먼드 챈들러풍의 하드보일드에, 당대(1970년대) 유행했던 <엑소시스트> <로즈마리의 아기> <오멘> 등의 오컬트가 결합되는 순간 마치 마법과도 같은 화학 작용이 발생하였다. 잠복, 미행, 격투와 추리 등 익숙한 하드보일드 탐정소설의 매력에 푹 빠져 읽을 독자들도, 악마가 등장하는 악몽 같은 공포소설을 사랑하는 독자들도 모조리 매료시킬 대단한 작품. 결말의 반전은 지금 보기엔 어느 정도 빤하지만, 이런 류의 반전이 거의 사용되지 않았던 출간 당시에는 대단한 화제가 되었을 것 같다(박찬욱 감독의 모 영화와 상당히 비슷한 반전이 아닌가 싶다). 올해 최고의 작품 중 한 편으로 정말 누구에게나 추천하고 싶다. 심지어 보너스로 실린 아주 짧은 단편 <짝패>마저도 재미있다.

 

 

3위 두 번째 총성 - 앤소니 버클리 

 



 

 

 

 

 

 

앤소니 버클리는 우리나라에서 지명도가 코넌 도일이나 애거서 크리스티에 미치지 못하지만, 추리소설사적으로는 그들 못지않게 중요한 거장이다. 본격 추리소설의 대가들이 활동했던 1930년대에 역시 뛰어난 필력을 과시했으며, 하나의 사건을 놓고 여러 명의 탐정이 각자의 해답을 발표하는 <독초콜릿 사건>이나 탐정이 아닌 살인자의 심리를 강조하는 <살의> 같은 작품들은 기존 추리소설의 클리쉐를 하나하나 타파하고자 했던 그의 혁명가적 면모를 보여준다. 1930년에 발표한 <두 번째 총성>에서도 그는 또 한 번 살인-수사-추리의 순서로 기계적으로 진행되는 종래의 추리소설을 넘어서려 하는데, 본인이 쓴 작품의 서문에 이런 이야기가 있다. "한마디로 탐정소설은 더 복잡해져야 합니다. 현실에서는 정말 평범한 살인 뒤에도 여러 감정과 극적인 상황, 미묘한 심리와 무모한 행동 등이 복잡하게 얽혀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소설이 추구하는 바가 되어야 하지만 진부한 탐정소설 속에서는 전혀 찾아볼 수 없는 면이지요." 아마도 '추리소설'이라는 형식을 빌어, 그럴싸한 '추리'뿐 아니라, 그럴싸한 '소설'을 쓰고 싶었던 작가의 출사표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과연 이 작품에서 가장 흥미로운 요소는 사건의 와중에 조금씩 싹트는 주인공들의 로맨스나 영국 시골 마을에서 사건에 휘말린 다양한 인간군상들의 반응이라 작가의 실험은 어느 정도 성공했다고 봐도 좋지 않을까. 앤소니 버클리의 메인 탐정, 로저 셰링엄이 살인 연극과 똑같이 벌어진 진짜 살인 사건의 용의자로 체포된 친구를 변호한다. 그 친구는 사상 최악의 보수적인 샌님. 그러나 그는 새로운 시대의 새로운 사고로 무장한 신여성과 티격태격하다 점차 사랑에 빠지는 추리소설 역사상 최고의 로맨스의 주인공이 된다. 이들의 불꽃 튀기는 사랑 전쟁은 누구나 흠뻑 빠질 만하다. 그러나 주의하시라. 앤소니 버클리는 손꼽히는 '추리소설가'라 결말이 그리 말랑하지만은 않을 테니...

 

 

2위 시인 - 마이클 코넬리

 



 

 

 

 

 

 

현존하는 가장 탁월한 미스터리 스릴러 작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마이클 코넬리의 대표작. 그는 LA의 외톨이 경관 해리 보슈 시리즈를 주로 쓰고 있는데, <시인>의 주인공은 신문기자 잭 매커보이다. 사망이나 부고 기사를 주로 다루는 그는 스스로를 '죽음 담당'이라 부르며 그럭저럭 제몫을 해낸다. 하지만 경찰로 일하는 자신의 쌍둥이형 숀의 자살을 통해, 가벼운 마음으로 쓰곤 했던 죽음 기사가 남겨진 가족들에게 얼마나 큰 상처를 주는지를 깨닫고 절망한다. 어느 정도 상처를 극복했을 무렵, 잭은 에드거 앨런 포의 시구를 유서로 써놓고 자살한 형 말고도, 미국의 다른 지역에서 역시 포의 시구절을 남기고 자살한 경관들이 즐비함을 발견한다. 경찰만을 노리는 새로운 연쇄살인범의 출현을 감지한 그는 기자의 본능인 특종과 형의 복수를 위해 사건의 한복판으로 곧장 뛰어든다! 죽음을 가볍게만 여겼던 주인공이 진정한 죽음의 의미를 깨닫는 도입부부터 독자를 빨아들인다. 남의 죽음으로 장사를 했던 지난 날을 후회하며 진지하게 형의 죽음에 맞서는 주인공의 행동 동기는 독자와 주인공의 감정을 하나로 일치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듯. <양들의 침묵>으로 폭발했던 1990년대 사이코 스릴러의 유행 아래 나온 작품이지만, 내 생각에 그 이상이거나 적어도 비슷한 수준은 가는 것 같다. 사이코 연쇄살인범이 나오는 소설이 항상 그렇듯 FBI들의 정교한 수사 방식 묘사도 등장하고, 영화화하기 딱 좋은 잔인한 살해 장면이나 주인공과 여수사관의 안타까운 로맨스, 무엇보다 독자의 주의를 온통 한쪽으로 쏠리게 한 다음 뒷통수를 치는 교묘한 반전 등 모든 게 일류의 솜씨다. 마이클 코넬리는 해리 보슈, 잭 매커보이, 미키 할러 등 자신의 주인공들을 매 작품마다 종횡으로 연결시키는데 명수다. 그러니까 미드로 치면 스핀오프 방식이랄까. 어느 작품에서 좋아했던 해리 보슈가 다른 작품에서는 조연으로 나오고, 이 작품에서 언뜻 언급되었던 사건이 다른 책에서 본격적으로 다뤄지는 등 독자의 관심을 촉발시키는 방법을 본능적으로 알고 있다. <시인>은 독창적이지는 않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단 한 장면도 허투루 볼 수 없는 빼어난 스릴러. 거의 완벽에 가깝다.

 

 

1위 차일드44 - 톰 롭 스미스 

 

 

 

 

 

 

 

 

스탈린 시대의 소련을 배경으로 경찰과 유아 연쇄살인범의 대결을 그린다. 아무래도 신인작가 톰 롭 스미스의 굉장한 데뷔작 <차일드44>의 가장 탁월한 점은 철의 장막으로 가려진 당시 소련의 사회 분위기를 손에 잡힐 듯 그려냈다는 데 있는 것 같다. KGB의 전신인 MGB에서 꽤 큰 신임을 받는 수사관 레오는 스파이로 의심받는 수의사를 체포하면서 최초로 완벽하다고 믿어왔던 이 노동자들의 천국에 의심을 품게 된다. 단지 미국 대사의 개를 치료해줬다는 것만으로 스파이 누명을 쓰고 처형당하는 수의사가 억울하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면서도, 신탁이나 다름없는 권위를 가지고 있는 상부의 지시에 맹목적으로 충성하는 자신의 모습이 과연 옳은 걸까. 그러나 레오의 진정한 위기는 사형당한 수의사가 적어낸 동료 스파이 명단에 자신의 아내가 올라 있다는 걸 발견하고 나서부터 시작된다. 아내를 고발하고 살아남아 여태까지 누렸던 안락한 삶을 계속 유지하느냐, 아니면 아내와 함께 모든 걸 잃고 나락으로 떨어지느냐. 초반부 레오의 이 도덕적 딜레마는 사회구성원 모두(심지어 가족까지도)가 서로를 감시하며, 한 발만 삐끗하면 곧바로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 스탈린 치하의 사회상을 너무도 생생하게 보여줘 공포스럽기까지 하다. 44명의 어린이를 살해한 연쇄살인범을 추격하는 레오의 가장 큰 고뇌 역시, 증거 부족이나 범인을 체포할 수 없어서가 아니다. 대외적으로 표방하는 소련의 이미지는 어디까지나 노동자들의 천국. 그곳에는 공식적으로 범죄가 있어서는 안 된다. 누구나 만족하며 살아가는 사회에 범죄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그들의 선동 문구가 거짓이라는 걸 증명하는 셈이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소련 지도부는 수많은 어린이들이 죽어가고 있다는 걸 알면서도 사건을 은폐하고 오히려 기존 질서를 해한다는 명목 아래 레오를 처치하려 한다. 국가라는 가장 강대한 적에게 쫓기면서도 진실과 정의를 위해 끝까지 단념하지 않는 레오의 자유 의지는 너무나도 감동적이고, 레오의 열정이 점차 민초들에게 번져 대대적인 행동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대목은 소름이 끼치도록 아름답다. 진실로 재미있고, 감동적인 작품으로 소설의 핵심 요소인 흥미와 문학성, 두 마리 토끼를 멋지게 잡은 작품이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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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연 2010-02-01 23: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이럴 수가! <시인>만 읽었네요..ㅜㅜ <차일드44> 흥미롭습니다..^^

카스피 2010-02-02 12: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존 딕슨 카를 너무 많이 읽은 사나이'를 재미있게 읽은 기억이 나는데 그 작가의 작품이 나왔군요.어디 한번 읽어봐야 겠네요^^

jedai2000 2010-02-02 19: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연님...<차일드44> 아마 후회하지 않으실 거예요^^ 재미는 <시인>이 더 있었는데, 더 감동적이고 힘있는 작품이라서요...

카스피님...앗, 아닙니다. <존 딕슨 카를 너무 많이 읽은 사나이>는 윌리엄 브리텐(기억이 가물가물하네요)인가 하는 작가의 작품입니다. 전 그냥 제목만 차용한 거예요^^
 

* 완벽하게 주관적인 순위입니다.
** 2009년에 출간된 책만을 포함하며, 당연히 국내에 출간된 모든 일본 미스터리를 읽지는 못했습니다.   

 

5위 전설 없는 땅 - 후나도 요이치 




 

 

 

 

 

 

매년 일본에서 출간되는 미스터리를 대상으로 순위를 매기는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의 최초 1위작. 열대 우림의 원시적인 생명력이 넘실거리는 남미라는 이국적인 배경 속에서, 욕망으로 꿈틀대는 일군의 거친 사나이들이 거액의 돈과 천연자원을 놓고 격돌한다. 작가 후나도 요이치는 국제 모험소설이라 불리는 이 장르의 장인으로, 국내에 그의 작품은 휴양지로 유명한 필리핀 세부의 참혹한 현실을 다룬 <무지개 골짜기의 5월>이 번역되어 있으며 그 외에 이 작품만 소개되었다. 기둥 줄거리는 구로자와 아키라의 고전 명작 <7인의 사무라이>와 비슷한데, 7인의 용병(이중 2명이 일본인이다)이 천연자원이 매장되어 있는 땅을 빼앗으려는 베네수엘라의 자본가 집단에 맞서 콜럼비아 난민들의 터전을 지켜주기 위해 전쟁을 벌인다는 내용이다. 처절한 전쟁이 끝나고 민초들만 살아남아 다시금 삶을 살아가는 마지막 장면 역시 <7인의 사무라이>를 연상시킨다. 결국 역사의 승자는 몇 명의 영웅이 아니라, 도도히 흐르는 강물처럼 어떠한 역경에도 포기하지 않고 끊임없이 삶을 살아나가는 민초들이라는 걸 말하려는 작가의 메시지가 아닐까. 언뜻 보면 기관총과 폭탄이 난무하는 테스토스테론 과다분비 액션활극이라 할 수도 있지만, 30년 넘게 남미와 동남아 등을 누비며 직접 취재를 하고 당대 제3세계의 현실을 누구보다 선명하게 책 속에 담아내는 후나도 요이치의 작품은 한 편의 인문서로서도 손색이 없으니 말초적인 재미에만 치중하는 여타의 활극과는 분명히 그 궤를 달리한다. 재미있고 의미도 있는 소설을 읽고 싶은 분에게 추천한다.
 
 
4위 죽음의 샘 - 미나가와 히로코 
 
  
  
 

 

 

 

 

 

독일 나치시대를 배경으로 한 소설. 애인의 군입대로 혼자 아이를 낳아야 하는 마르가레테는 '생명의 샘'이라는 뜻을 가진 레벤스보른 출산원에 입소한다. 당시는 인종주의나 우생학이 극에 달했던 시기라 우월한 아리안의 피를 가진 아이를 낳도록 나치 정부에서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고 한다. 레벤스보른에서 간호사 일을 하며 자신의 아이를 낳을 준비를 하던 마르가레테는 의사 클라우스 베셀만의 청혼을 받아들여 안정된 생활을 보장받게 되지만, 동시에 그가 거둬들인 두 양자의 어머니 역할도 해야 한다. 그러나 궁극의 아름다움을 찬미하는 클라우스는 점차 광기를 드러내며 그녀와 아이들을 압박하는데...작가는 10년에 달하는 자료조사와 구상 기간을 거쳐 완성했다고 하는데, 과연 히틀러, 하인리히 힘러나 헤르만 괴링 같은 실제 나치의 지도자들은 물론, 잔학한 생체실험으로 유명한 요제프 맹겔레 박사도 클라우스의 선배로 나오는 등 역사적 고증도 탄탄해 한마디로 묵직한 소설 읽는 맛이 있다. 또한 등장인물 중 한 명이 쓴 '나선형 폐성'이라는 수기를 일본 번역가가 일본어로 옮겼다는 독특한 형식을 취하고 있어 실제 있었던 이야기가 아닌가 하는 사실감을 더해주는 역할을 한다. 나치가 행했던 생체실험과 인종 청소 등을 가감없이 보여줘 전쟁이 힘없는 여자와 아이들에게 얼마나 큰 고통을 주었는가에 대한 가슴 아픈 진실을 알리며, 성악을 통해 극한의 미의식을 완성시키려 하는 클라우스의 광기는 미와 추, 예술 지상주의에 대해 한번쯤 생각해보게 만든다. 일본 번역자 후기를 통해 한 번의 반전을 더 꾀하고 있는데, 분명 흥미로운 건 사실이지만 내내 진지했던 작품에 굳이 그런 기교까지 부릴 필요가 있었나 하는 의문은 있다. 뛰어난 문장력과 신비스런 분위기, 생각지도 못했던 추리소설다운 트릭에 뜻밖의 반전까지 거의 완벽에 가까운 작품이다.
 
 
3위 방해자 - 오쿠다 히데오 
 
  
 

 

 

 

 

 

<공중그네>로 나오키상을 수상하고 폭소탄 유머소설가로 자리매김한 오쿠다 히데오가 이런 작품을 썼다는 게 믿어지지 않을 정도의 미스터리 걸작. 두 아이의 엄마로 대형 마트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살림에 보태는 평범한 주부가 있다. 그러나 그녀의 남편이 다니는 작은 회사에서 방화 사건이 일어나고 사건 당시 유일하게 회사에 남아 있던 남편이 용의자로 지목되는 바람에 소박한 행복에 서서히 균열이 오기 시작한다. 만약 내 남편이 범인이라면? 아이들은 여기저기서 손가락질을 받고, 남편은 회사에서 해고되어 집 대출금조차 갚지 못하게 될 것이다. 그녀의 고민은 나비 효과처럼 작은 실수들이 눈사태처럼 커져 언제든지 한순간에 아찔하게 추락해버릴 수 있는 현대인의 마음속 공포를 놀랍도록 날카롭게 자극한다. 한편 이 방화 사건을 조사하는 형사는 교통사고로 임신 중인 아내를 잃고 불면증과 신경 쇠약에 시달리는데, 야쿠자와 결탁한 선배 형사를 감시하는 모두가 기피하는 더러운 일을 하다가 우연히 시비를 거는 동네 불량소년을 폭행해 목이 잘릴 판이다. 커다란 금전적 피해나 인명 사고도 없는 자그마한 방화 사건에 얽힌 주인공들의 내일은 이제 한 치 앞도 볼 수 없을 정도로 암담하며, 누구나 한숨을 내쉴 수 밖에 없는 우울한 운명의 소용돌이로 가득하다. 평범한 사람들에게 닥친 비극을 통해 현대 일본 사회를 들여다본다는 점에서 같은 해에 출간된 미야베 미유키의 <모방범>과 느낌이 비슷하고, 어느 평범한 주부의 어쩔 수 없는 일탈 행동을 그려 강렬한 독서 체험을 선사하는 기리노 나쓰오의 <아웃>도 생각나는 줄거리다. 전 3권으로 출간되어 금전적인 부담이 있지만, 정말이지 한 순간도 눈을 뗄 수 없는 박진감 넘치는 책으로 특히 2권 마지막 페이지에서 돋은 오싹한 소름은 지금도 생생하다.

 
2위 살아 있는 시체의 죽음 - 야마구치 마사야 



 

 

 

 

 

  

1989년 일본에서 출간되어 현재까지 일본 미스터리 사상 최고 걸작 중 한 편이라는 어마어마한 명성을 가지고 있는 작품. 1998년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가 뽑은 과거 10년간 베스트 1위, 20주년 기념 베스트에서는 2위(1위는 미야베 미유키의 <화차>), 도쿄 쇼겐샤 선정 본격 추리소설 100선에서도 당당히 1위를 기록, 타이틀 만으로는 국가대표급 추리소설이라 할 만하다. 최근 미국에서 시체가 되살아나는 믿지 못할 일들이 연속되는 가운데(작품 속에서 가장 중요한 배경으로 기능한다), 뉴잉글랜드의 거대 장의업자 가문에서 벌어지는 연속 살인사건을 어쩌다 보니 '되살아난 시체'가 된 주인공 그린이 탐정이 되어 해결한다는 내용이다. 되살아난 시체들은 일단 죽었기 때문에 생체 활동이 멎어 서서히 썩어가는 애로사항은 있지만, 살아 있을 때와 동일한 지적 능력과 기억을 가지고 있어 충분히 탐정으로 활약할 수 있다. 보통 대부분의 미스터리는 금전적 동기나 입막음 등을 위해 누군가를 죽인 범인을 찾는 게 핵심적인 요소지만, 이 작품에서는 사람을 죽여도 곧바로 되살아나기 때문에 그런 일반적인 동기가 큰 의미가 없다는 게 아이러니다. 그렇다면 누군가를 죽여봐야 얻을 수 있는 게 없음에도 불구하고 왜 죽여야만 할까? 이 점을 치열하게 파고들면 이 복잡한 사건들의 진짜 얼개가 보일 거라는 힌트를 드리고 싶다. 일종의 좀비가 나오는 비현실적인 설정의 작품이지만, 어디까지나 추리소설, 그것도 독자와의 치열한 두뇌싸움과 앞뒤가 딱딱 맞는 논리성으로 충만한 본격 추리소설이다. 무엇보다 주인공 그린 자체가 '살아 있는 시체'이기 때문에, 독자들은 그린의 경우를 통해 다른 '살아 있는 시체'의 능력이나 심리, 행동 원리 등을 철저히 분석할 수 있다. 이처럼 작가가 손에 쥔 모든 카드를 철저하게 공개하는 셈이니 어디서도 반칙이라는 말은 나오지 않을 것이다. 스쳐 지나가듯 언급되는 작은 설정이나 단서들까지 꼼꼼하게 따져가면 당신도 충분히 답을 알 수 있다. 이 작품은 어디까지나 시체가 되살아나는 불가해한 '매직'을 철저한 '로직'으로 풀어내는 본격 추리소설이기 때문에...

 
1위 내가 죽인 소녀 - 하라 료 



 

 

 

 

 

 

일본 하드보일드 미스터리의 거장 하라 료의 두 번째 작품. 하라 료는 이 장르의 진정한 대가 레이먼드 챈들러의 작품들을 수없이 읽고 충실하게 사숙한 끝에, 챈들러의 페르소나이자 셜록 홈스에 버금가는 영원한 탐정의 아이콘 '필립 말로'를 방불케 하는 사와자키 탐정을 창조했다. 전작 <그리고 밤은 되살아난다>에 이어 이번 작품에서도 사와자키 탐정은 갈 데 없이 고독하고 황량한 내면을 드러내지만, 내게는 몰래 숨겨두고 있다가 가끔씩 꺼내 보이곤 하는 그의 따스한 품성이 무척이나 사랑스럽게 느껴질 따름이다. 이번 작품에서 사와자키는 천재소녀 바이올리니스트의 유괴 사건에 휘말려 범인들에게 돈을 건네주고, 소녀를 되찾아오는 어려운 의뢰를 맡게 된다. 범인들이 시키는 대로 이곳저곳을 옮겨다니다 외딴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다른 2인조 불량배에게 습격을 받아 돈가방을 뺏기고 기절해버리는 사와자키. 그는 간신히 깨어났지만, 범인들은 원하는 장소에서 돈을 받지 못했으므로 계약은 종료됐다고 고한다. 결국 며칠 뒤 소녀는 시체로 발견되고 사와자키는 엄청난 자괴감에 빠져 절망한다. 내가 제대로 돈가방을 운반하지 못했기 때문에 소녀가 죽었구나, 하고. 제목의 <내가 죽인 소녀>는 이런 의미다. 사와자키 탐정은 잃어버린 자존심을 되찾고 소녀의 복수를 하기 위해, 소녀 유괴 및 살해를 행한 진짜 범인들과 중간에 돈가방을 털어 모든 일을 꼬이게 만든 2인조 불량배를 추적하기 시작한다. 별 볼일 없는 의뢰라고 생각했던 일 뒤에 엄청난 음모가 있었다는 플롯과 속도감 넘치는 전개, 여전히 하드보일드의 에센스를 간직한 근사한 문장의 향연이 펼쳐진다. 더구나 끝에는 웬만한 본격 미스터리를 능가하는 트릭과 반전까지 있으니, 읽는 동안 남은 페이지가 아까울 정도였다. 50쪽만 더 읽으면 끝이구나, 아깝다, 하며 안타까워 했던 기억이 난다. 개인적으로 두 가지 면에서 일본 미스터리를 대표하는 작품 중 하나라고 생각하는데, 사건의 배후에 드러난 동기가 결국 일본적인 '폐'를 끼치지 않는 문화에 기반하고 있다는 게 그 첫째다. 두 번째는 남의 것(특히 서양)을 가져와 일본식으로 아기자기하게 다듬어 때때로 원본보다 오히려 더 나은 걸 내놓는 전형적인 일본 문화가 떠올라서다. 레이먼드 챈들러의 문체나 분위기 등을 일본이라는 배경 속에 위화감 없이 녹여내고, 챈들러의 작품에는 부족했던 트릭이나 반전 같은 추리소설 장치들은 더욱 강화시킨 모양새가 딱 그렇지 않나.

 
베스트 단편

<고백> 중 '성직자' - 미나토 가나에 

 


              

 

 

 

 

 

2008년 일본 서점계를 휩쓸었던 작품. 판매만큼이나 비평적으로도 호평을 받아 신인 작가 미나토 가나에는 이 작품 한 편으로 그야말로 신데렐라로 부상했다. 어느 중학교에서 벌어진 몇 건의 살인사건에 휘말린 사람들이 각자의 시점에서 정말은 어떤 사건이 일어난 것인가를 '고백'하는 형식으로 이뤄진 연작 단편집으로, 작가가 원래 공모전에 출품해 호평받은 첫 번째 단편 '성직자'의 뒷이야기를 이어서 쓴 것이다. 중학생 제자들의 장난으로 소중한 딸을 잃은 여교사가 상상할 수 있는 가장 끔찍한 방법으로 복수를 한다는 내용의 단편 '성직자'는 전혀 피칠갑을 하지 않고도 조근조근히 서스펜스의 피치를 올려가다 결말에서 범인인 제자는 물론 책을 읽는 독자들에게까지 어마어마한 공포를 안겨주고 끝이 난다. 연작 단편집이니만큼 뒤에 실린 다른 단편들과 내용도 이어지고, 사실 뒷이야기들도 다 재미있다. 그러나 가장 인상적이고, 모골이 송연했던 단편은 역시 '성직자'였기 때문에 <고백>이라는 책 한 권을 끝까지 읽을 시간이 없는 분들도 이 단편 하나만이라도 꼭 읽어보라고 권해주고 싶은 마음에 선정했음을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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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연 2010-01-22 23: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위와 2위, 베스트 단편은 읽었네요^^;;; 선방했다는. '방해자'가 문득 읽고 싶어집니다~

이매지 2010-01-24 00: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가 죽인 소녀, 살아있는 시체-는 읽으려고 쟁겨둔 책들인데,
전설 없는 땅은 이 참에 보관함에 쏙 넣었어요 :)

jedai2000 2010-01-25 00: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연님...'방해자' 재미 보장입니다~ 제가 유독 좋게 본 건지는 모르겠는데, 저는 3권을 빛의 속도로 읽었다능ㅎㅎ 회사에서도 몰래 보고 그랬답니다^^

이매지님...'내가 죽인 소녀'는 범행 동기가 심하게 일본적이라는 약점은 있지만, 그거야 일본에서 나온 책이니 당연한 거겠지용. 그 점만 양해해준다면 역대 최고작 중 하나라고 생각해요. '전설없는 땅'도 읽는 내내 흥미로우실 겁니다^^

빅마마 2010-01-31 14: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내가죽인 소녀만 읽었네요 전설없는 땅부터 언능 봐야겠습니다~

jedai2000 2010-02-01 19: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빅마마님...부디 즐거운 독서하시는 데 도움이 됐으면 좋겠네요^^
 

저번에 올린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일본편에 이은 해외편입니다. 일본 다카라지마 사에서 나오는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는 그해의 자국(일본)과 해외(번역서 대상)의 미스터리 베스트 20을 투표를 통해 선정합니다. 일본편은 베스트 10까지만 소개했지만, 해외편은 워낙에 우리나라에 출간된 작품이 적어 베스트 20을 모두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역시나 우리나라에서 지금 당장 구할 수 있는 책은 표지 이미지를 첨부하도록 하고, 절판작과 출간 예정작도 제가 아는대로 소개합니다. 작품 제목은 아무리 황당한 제목이라도 국내 출간 당시 제목을 기준으로 삼았구요. 짤막한 코멘트도 넣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이 자료는 아마추어 미스터리 전문가 전두찬 님께서 제공해주셨습니다. 

 

●1988年 창간 
    

1. 메인The Main / 트레베니안  (재출간 예정)
2. 무죄추정Presumed Innocent / 스콧 터로우  (국내 출간)
3. 죽음의 맛A Taste For Death / P.D 제임스  (절판)
4. 신들의 트레바스Traverse of the Gods / 밥 랭글리  (절판)
5. 빨강머리 스트레가Strega / 앤드류 벅스  (절판)
6. The Sisters /로버트 리텔
7. Late Payments / Michael Z. Lewin
8. Hooligans /윌리엄 딜
9. A Dark Adapted Eye /바바라 바인(루스 렌델)
10. 투명 인간의 고백Memoirs of an invisible man / H. F. 세인트  (절판)
11. Decoys / Richard Hoyt
11. Charlie Muffin and Russian Rose / 브라이언 프리멘틀
13. Bolt / 딕 프랜시스
14. Siskiyou / Richard Hoyt
14. Bandits / 엘모어 레너드
14. Into the Night by William Irish and Completed / 로렌스 블록
17. Out on the Rim / 로스 토머스
17. The Staked Goat / Jeremiah F. Healy
19. A Stranger in My Grave / 마가렛 밀러
20. 웃음의 나라The Land of Laughs / 조나단 캐럴  (국내 출간)
20. 크리스틴Christine / 스티븐 킹  (절판)
20. Live Flesh / 루스 렌델
20. White Cargo / 스튜어트 우즈

1위를 차지한 <메인>이 올해 재출간될 거라고 들었다. 굉장히 좋은 작품이라는 소문은 익히 들었고, 예전에 나온 책으로도 소장하고 있긴 하지만 새로 나오는 책으로 읽을 예정. 2위의 <무죄추정>은 해리슨 포드가 주연한 <의혹>이라는 영화로도 상당히 많이 알려져 있다. 법정물의 대단한 걸작으로, 온몸이 싸해지는 결말의 반전이 인상적이다. 존 그리셤 스타일의 법정 스릴러에 물린 분이라도 결코 후회하지 않을 작품. 로렌스 블록이나 루스 렌델 등 거장의 작품을 자국(미국, 영국)에서 출간되자마자, 일본에서 곧바로 만나볼 수 있었다니 부럽다. 

 
●1989年  
 

1. 양들의 침묵The Silence of the Lambs / 토머스 해리스  (국내 출간)
2. The Day Before Midnight / 스티븐 헌터
3. Old Bones / Aaron Elkins
4. Freaky Deaky / 엘모어 레너드
5. Out of Season / Michael Z. Lewin
6. Word of Honor / 넬슨 드밀
7. Lion's Run / 크레이그 토머스
8. See Charlie Run / 브라이언 프리멘틀
9. Doc's Legacy / Leonard Wise
10.The Child's Play / 레지널드 힐
10.The Daisy Ducks / 릭 보이어
12. 선제 핵공격을 저지하라Dunn's Conundrum / 스탠 리  (절판)
13. 섀도파이어Shadowfires / 딘 쿤츠  (절판)
14. Peace on Earth / 고든 스티븐스
15. Death of a Dormouse / Patrick Ruell(레지널드 힐의 또 다른 필명)
16. Hot Money / 딕 프랜시스
16. The Closet Hanging / Tony Fennelly
18. The Butcher's Theater / 조나단 캘러만
19. Bertie And The Tinman / 피터 러브지
20. 교섭자The Negotiator / 프레드릭 포사이스  (절판)

<양들의 침묵>은 사이코 스릴러 장르의 문법을 재창조한 자타공인 최고의 명작. 흔히 원작 소설을 바탕으로 한 영화는 원작만 못하다는 게 정설인데, <양들의 침묵>만큼은 어떻게 보면 영화가 더 뛰어나다는 생각이 든다. 영화는 원작 덕을, 원작은 소설 덕을 본 행복한 윈윈의 사례. 12위를 차지한 <선제 핵공격을 차지하라>의 스탠 리는 마블 코믹스에서 <스파이더맨> 등의 원작을 쓴 그 스탠 리가 맞다. 스탠 리는 지금도 <헐크>나 <아이언맨> 등의 마블 코믹스 원작 만화에 항상 카메오 출연을 한다.  

●1991年 (1990년 작품) 

1. 장미의 이름The Name of the Rose / 움베르토 에코   (국내 출간)
2. 어둠을 울리는 우울한 종소리Blue Belle / 앤드류 벅스  (절판)
3. 블랙 다알리아The Black Dahlia / 제임스 엘로이  (국내 출간)
4. 미저리Misery / 스티븐 킹  (국내 출간)
5. Buffet for Unwelcome Guests / 크리스티아나 브랜드
6. 다시 한 번, 리플레이Replay / 켄 그림우드  (국내 출간)
7. The Eye of the Tiger / 윌버 스미스
8. And Baby will Fall / Michael Z. Lewin
9. Eleven / 패트리셔 하이스미스
10. 타이호스Thai Horse / 윌리엄 딜  (절판)
11.The Fourth Durango / 로스 토머스
12. Neon Rain / 제임스 리 버크
13. Double Whammy / Carl Hiaasen
14. Out on the Cutting edge / 로렌스 블록
15. Winter Hawk / 크레이그 토머스
16. The Locked Room / 피터 러브지
16. Carolina Skeletons / 데이비드 스타우트
18. 러시아 하우스The Russia House / 존 르 카레  (절판)
19. Neon Tough / 토니 켄릭
20. Dead Skip / 조 고어스

일본인들이 특히 사랑해 마지않는 <장미의 이름>이 1위. 이탈리아의 기호학자이자 세계적인 석학 움베르토 에코가 명탐정의 대명사 셜록 홈스를 일종의 기호로 파악하고, 자신의 이론을 실제 소설에 대입시켜 만든 작품이라고 들은 것 같다. 2위 <어둠을 울리는 우울한 종소리>는 전과 17범(그럼 감옥에서 대체 몇 년을-_-?) 출신의 무면허 사립탐정 버크가 주인공이며 사회의 밑바닥을 잘 그려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3위의 <블랙 다알리아>도 죽기 전에 반드시 읽어야 한다. 실제 살인 사건으로 어머니를 잃은 작가 제임스 엘로이가 자신의 경험을 투영시켜 잊지 못할 걸작을 완성했으므로.  

●1992年 (1991년 작품)


1. 소망 그리고 욕망Devices and Desires / P.D. 제임스  (절판)
2. Flesh And Blood / 토머스 H. 쿡
3. 금지구역(혹은 <죽음의 게임>)Savages by 셜리 콘란  (국내 출간)
4. The Cry of the Owl / 패트리셔 하이스미스
5. There Fell A Shadow / Keith Peterson(앤드류 클레이번의 필명)
6. 쥬라기 공원Jurassic Park / 마이클 크라이튼  (절판)
7. Sea Lord aka Killer's wake / 버나드 콘웰
7. 내 안의 살인마 / 짐 톰슨  (국내 출간)
9. Stinger / 로버트 맥캐몬
10.Bone / George C. Chesbro
11.시간의 그늘Strangers / 딘 쿤츠  (절판) 
12.The Take / Eugene Izzi
13. Time's Witness / 마이클 말론
14. Hard Candy / 앤드류 벅스
15. The Blunderer / 패트리셔 하이스미스
16. Straight / 딕 프랜시스
16. The Great and Secret Show / 클라이브 바커
16. Lesko's Ghost / John R. Maxim
16. 디 에이트The Eight / 캐서린 네빌  (국내 출간) 
20. Thursday's Child / 테리 화이트
20. Underworld / 레지널드 힐

3위를 차지한 <금지구역>은 처음 들어보는 작품이었는데, 검색해보니 전2권으로 아직도 팔더라.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쥬라기 공원>은 이제 시효가 다한 모양인지 절판이었고, P.D. 제임스의 1위작 <소망 그리고 욕망> 역시 절판. 영국 미스터리 여왕 계보를 잇는 그녀의 작품은 그러나 이야기 전개가 느리고 지나치게 고풍스러운 분위기라 우리나라 독자들에겐 지루하다는 선입견이 강하게 박힌 듯. 7위 <내 안의 살인마>는 사이코패스 범죄자를 1950년대에 등장시킨 선구적인 작품으로 지금 봐도 전혀 낡지 않았다. 작가 짐 톰슨은 자기가 죽고 나서 몇 십 년은 흘러야 진가를 인정받을 것이라고 했다는데, 과연 그런 듯.  

●1993年 (1992년 작품) 

 
1. Bones And Silence / 레지널드 힐
2. A Ticket to the Boneyard / 로렌스 블록
3. Street of Fire / 토머스 H. 쿡
4. 그것It / 스티븐 킹  (국내 출간)
5. Twilight at Mac's Place / 로스 토머스
6. March Violets / 필립 커
7. The Gold Coast / 넬슨 드밀
8. 립스틱 살인사건Lie to me / 데이비드 마틴  (절판)
9. 그래서 그들은 바다로 갔다The Firm / 존 그리셤  (국내 출간)
10. Peeping Thomas / Robert Reeves
11. The Murder of Miranda / 마가렛 밀러
12. 소설가의 죽음Body of Evidence / 퍼트리샤 콘웰  (국내 출간)
13. 법의관Postmortem / 퍼트리샤 콘웰  (국내 출간)
14. 북극성Polar Star / 마틴 크루즈 스미스  (절판)
15. 사자들의 새벽The Pillars of the Earth / 켄 폴렛  (절판)
16. The Shadow / A. J. 퀸넬
17. Mine / 로버트 R. 맥캐몬
18. Day Dreams / Mitchell Smith
18. Heaven's Prisoner / 제임스 리 버크
20. Fireflies / 데이비드 모렐
20. The Booster by Eugene Izzi

1위는 레지널드 힐의 경찰소설 <뼈와 침묵>. 명성이 자자한 작품이건만 굉장한 분량과 스무 권에 육박하는 시리즈물의 한 편이라는 약점 때문에 소개가 되지 않는 것 같다.  이맘때쯤 혜성같이 등장해 전미 서점계를 장악한 존 그리셤과 퍼트리샤 콘웰 같은 작가들의 작품이 보이고, 4위 <그것>의 스티븐 킹도 여전하다. 이런 블록버스터 작가들은 워낙에 전 세계적인 히트메이커들이라 우리나라에서도 일본처럼 커다란 시차없이 소개된 바 있다. 당시에 특히 시공사가 그런 역할을 많이 했지만(퍼트리샤 콘웰, 마이클 코넬리 등), 정작 재미는 몇 년 후 재출간한 다른 출판사들이 보는 게 독특하다. 

 ●1994年 (1993년 작품) 


1. Stone City / 미첼 스미스
2. Burden of Proof / 스콧 터로우
3. Book Case / 스티븐 그린리프
4. 낯선 눈동자(<왓쳐스>)Watchers / 딘 쿤츠  (국내 출간)
5. 숲을 지나가는 길The Way through the woods / 콜린 덱스터  (국내 출간)
6. 백정들의 미사A Dance at the Slaughterhouse / 로렌스 블록  (절판)
7. Rough Justice / Keith Peterson
8. Lament for a Maker / 마이클 이네스
9. Sight Unseen / 데이비드 모렐
10. 마지막 형사The Last Detectivie / 피터 러브지  (절판)
11. The Dark Fantastic / 스탠리 엘린
12. Vendetta / 마이클 디브딘
13. The Ritual Bath / 페이 켈러만
14. Sometimes They Bite / 로렌스 블록
14. The God Project / 스탠 리
16. Black Wind / F. 폴 윌슨
17. 토미노커즈The Tommyknockers / 스티븐 킹  (절판)
18. Abel/Baker/Charley / John R. Maxim
19. Dirty Tricks / 마이클 디브딘
20. 타임 투 킬A Time to Kill / 존 그리셤  (국내 출간)

1위 <돌의 도시>는 전혀 모르겠다. 작가와 작품 둘다 금시초문...4위 <낯선 눈동자(왓쳐스)>는 애견인들이 아주 좋아할 만한 호러 스릴러. 정체불명의 괴물과 맞서는 주인공과 그의 충견의 이야기다. 5위에 오른 <숲을 지나가는 길>은 영국 미스터리계의 대표적인 퍼즐러 콜린 덱스터의 작품으로 현대에 이르러 그럴 듯한 본격 미스터리가 나오지 않는다고 투덜대는 독자가 보면 좋을 듯. 10위 <마지막 형사>는 역시나 콜린 덱스터와 비슷한 시기에 활동한 피터 러브지의 다이아몬드 경감 시리즈 1편이다. 좋은 작품들이 계속 이어졌다고 들었는데,(고전적인 밀실물과 '폭풍의 산장' 스타일 작품도 있다고 함) 국내에서는 1권만 달랑 소개되고 절판이라 아쉽다. 13위의 페이 켈러만은 유명 메디컬 스릴러 작가 조나단 켈러만의 부인이다.
 

●1995年 (1994년 작품) 

1. 심플 플랜A Simple Plan / 스콧 스미스  (국내 출간)
2. A Cool breeze on the Underground / 돈 윈슬로
3. Dancing Aztecs / 도널드 웨스트레이크
4. Frost At Christmas / R.D. 윙필드
5. 장군의 딸The General's Daughter / 넬슨 드밀  (절판)
6. Shella / 앤드류 벅스
7. 냉동 창고The Ice House / 미넷 윌터스  (절판)
8. Grass Roots / 스튜어트 우즈
9. 블랙 아이스The Black Ice / 마이클 코넬리  (재출간 예정)
10. 펠리데Felidae / 아키프 피린치  (국내 출간)
10. Bucket Nut / 리자 코디
12. The Big Nowhere / 제임스 엘로이
13. The Rose in the Darkness / 크리스티아나 브랜드
14. My Brother's Killer / D. M. 디바인
15. Don't say a word / 앤드류 클레이번
16. Strange Loyalties / 윌리엄 매킬버니
17. Native Tongue / Carl Hiaasen
18. The Two Deaths of Senora Puccini / 스티븐 도빈스
19. The Fifth Cord / D. M. 디바인
20. Trick of the Eye / Jane Stanton Hitchcock
20. 27 / 윌리엄 딜
20. 무덤으로 향하다A walk Among the Tombstones / 로렌스 블록  (국내 출간)

1위 <심플 플랜>은 1990년대를 대표할 만한 스릴러 소설이다. 작가 스콧 스미스의 데뷔작으로 그는 이 작품 한 편으로 일약 신데렐라가 되었으며 비평가들의 온갖 찬사와 대중적인 성공을 거머쥐었다. 샘 레이미가 영화화하기도 한 이 작품 이후, 어지간히 부담을 느꼈는지 다음 작품 <폐허>를 내기까지 10년도 넘게 걸렸고, 아쉽게도 평가도 데뷔작만 못하다는 게 중론이다. 5위 <장군의 딸>도 존 트라볼타 주연의 영화로 유명하지만, 9위 <블랙 아이스>를 꼭 읽어보라고 추천하고 싶다. 이게 왜 9위밖에 못했나 싶을 정도로 대단한 작품. LA경찰 해리 보슈 시리즈의 2편으로 익숙한 경찰소설의 플롯에 근사한 트릭까지 선보이고 있는 종합선물 세트다.
 

●1996年 (1995년 작품)  
 
1. 여류 조각가The Sculptress / 미넷 월터스  (절판)
2. 아무도 어른이 되지 않는다Boy's Life / 로버트 맥캐몬  (절판)
3. The Devil Know You're Dead / 로렌스 블록
4. The Concrete Blonde / 마이클 코넬리  (출간 예정)
5. 두 번째 총성The Second shot / 앤소니 버클리  (국내 출간)
6. 증발Pleading Guilty / 스콧 터로우  (절판)
7. Maestro / 존 E. 가드너
8. Carrion Comfort / 댄 시몬스
9. The Only Game / Patrick Ruell
10. Billy-Ze-Kick / Jean Vautrin
11. LA 컨피덴셜 / 제임스 엘로이  (절판)
12. Voodoo, Ltd / 로스 토머스
13. Green River Rising / 팀 윌록스
14. A Long line of Dead men / 로렌스 블록
15. Gone South / 로버트 맥캐몬
16. Impact / 스티븐 그린리프
16. 위험지대The Hot zone / 리처드 프레스톤  (절판)
16. Love Lies Bleeding / 에드먼드 크리스핀
19. 돌로레스 클레이본Dolores Claiborne / 스티븐 킹  (국내 출간)
19. 경마장의 비밀Decider / 딕 프랜시스  (절판)

1위 <여류 조각가>는 현대 영미권 여성 미스터리 작가 중 탁월하기로 손꼽히는 미넷 월터스의 작품으로, 매우 훌륭하지만 읽는 당시 번역이나 편집 상태가 좋지 못해 아쉬움이 남는다. 2위 <아무도 어른이 되지 않는다>는 예전에 김영사에서 출간했으며 높은 평가를 받는데 비해 그다지 크게 알려지지는 않은 것 같다. 5위를 차지한 <두 번째 총성>은 미스터리 황금기라는 1930년대를 대표하는 영국의 거장 앤소니 버클리의 작품으로 조만간 읽을 예정. 정통적인 본격 미스터리뿐 아니라 <살의> 같은 도서 미스터리로도 유명한 그는 도로시 세이어즈 등과 함께 '디텍션 클럽'을 창단한 미스터리 작가들의 대부격인 인물이다. 

 

●1997年 (1996년 작품) 

1. Booked to Die / 존 더닝
2. White Jazz / 제임스 엘로이
3. The Summons / 피터 러브지
4. Come to Grief / 딕 프랜시스
5. The Mexican Tree Duck / 제임스 크럼리
6. The Two-Bear Mambo / 조 R. 랜스데일
7. The Last Coyote / 마이클 코넬리
8. Original Sin / P.D. 제임스
9. 윌킨슨의 아이들Sleepers(영화 <슬리퍼스> 원작) by 로렌조 카르카테라  (절판)
10. Our Game / 존 르 카레
11. Ah, Treachery! / 로스 토머스
12. 삼나무에 내리는 눈Snow Falling on Cedars / 데이빗 구터슨  (절판)
12. Striptease / Carl Hiaasen
12. Undue Influence / 스티브 마티니
12. With Occasional Music / 조나단 레덤
16. Brothers / 마이클 바 조하
17. The Shark-Infested Custard / Charles Willeford
18. 멈춰버린 시간(스티븐 킹의 미스터리 환상 특급 중)Langoliers / 스티븐 킹  (절판)
19. The Throat / 피터 스트라웁
20. Blood Sympathy / 레지널드 힐

지금 구할 수 있는 책이 한 권도 없구나. 2위 <화이트 재즈>는 <LA 컨피덴셜> <블랙 다알리아> <The Big Nowhere> 등 제임스 엘로이의 'LA 사중주'에 속하는 작품이다. 자신이 레이먼드 챈들러보다 뛰어나다고 믿는 이 자신감 넘치는 범죄소설 대가의 작품을 더 만나보는 게 소원 중의 하나. 9위 <윌킨슨의 아이들(<슬리퍼스>), 12위 <삼나무에 내리는 눈> 모두 영화로 유명하며, 어떻게 보면 둘다 미스터리 작품은 아닌 듯하다. 역시 웬만하면 다 미스터리로 보는 일본식 분류법에 따른 듯.

●1998年 (1997년 작품)  

1. A Touch of Frost / R.D 윙필드
2. Red Right Hand / 조엘 로저스
3. 그린 마일The Green Mile / 스티븐 킹  (국내 출간)
4. The Scold's Bridle / 미넷 월터스
5. 소녀의 무덤A Maiden's Grave / 제프리 디버  (국내 출간)
6. Into the blue / 로버트 고다드
6. Clues of the Carbbees / T. S Stribling
8. Dirty White Boys / 스티븐 헌터
9. Good Behavior / 도널드 웨스트레이크
10.The Bookman's Wake / 존 더닝
11.The Trail to Buddha's Mirror / 돈 윈슬로
12. Les quatre fils du Docteur March / Brigitte Aubert
13. Bloodhounds / 피터 러브지
14. The Woman in the Wardobe / 피터 앤소니
15. 시인The Poet / 마이클 코넬리  (국내 출간)
16. Popcorn / 벤 엘튼
17. Dog Eat Dog / Edward Bunker
17. Fatale / Jean - Patrick Manchette
17. The Glass Cell / 패트리셔 하이스미스
20. Menaced Assassin / 조 고어스

1위 <A Touch of Frost>는 유머러스한 분위기의 프로스트 경감 시리즈로 일본에서 유독 인기가 높은 것 같다. 2위 <붉은 오른손>은 1950년대 작품으로 자신이 연쇄살인범이라고 믿는 남자가 주인공이다. 그는 환각 속에서 붉은 오른손을 자꾸 보는데...초반의 혼란스런 분위기가 결말에서 모두 논리적으로 설명되는 본격 미스터리 작품으로 아직 국내에는 소개되지 못했다. 우연히 이 작품을 번역하신 분의 초교를 읽고 깊이 감탄한 바 있는데, 아마 책이 출간되면 꽤 화제가 될 듯하다. 새해에는 꼭 정식으로 출간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남겨본다. 5위 <소녀의 무덤>은 일본에서 특히 사랑받는 제프리 디버의 스릴러로 작가 특유의 개성을 드러내는 단초가 모두 들어 있어, 그의 원형이라고 불러도 좋을 듯. 15위 <시인>이 대체적인 평가나 명성에 비해 순위가 낮은 게 이색적이다.  

 

●1999年 (1998년 작품)  

1. Flicker / 시오도어 로작
2. The Catham School Affair / 토머스 H. 쿡
3. Black Light / 스티븐 헌터
4. Don't Monkey With Murder / Elizabeth Ferrars
5. Quincunx / Charles Palliser
6. Black And Blue / 이언 랜킨
7. She Walks Alone / 헬렌 매클로이
8. The Big Picture / 더글러스 캐네디
8. Painting the Darkness / 로버트 고다드
10. The Getbacks of Mother Superior / Dennis Lehman
10. American Tabloid / 제임스 엘로이  (출간 예정)
12. 나인 테일러즈Nine Tailors / 도로시 세이어즈  (국내 출간)
13. Picture of Perfection / 레지널드 힐
14. Killer on the Road / 제임스 엘로이
15. The Defense / D.W Buffa
16. The House at Satan's Elbow / 존 딕슨 카
17. The Poison Oracle / 피터 디킨슨
18. Mortal Fear / 그렉 아일즈
19. 기병총 요정The Fairy Gunmother / 다니엘 페낙  (국내 출간)
20. Trunk Music / 마이클 코넬리

1위 <플리커>는 조만간 국내에 나온다는 이야기를 들은 것도 같으나 정확하지는 않다. 2위 <채덤 학교에서 생긴 일>은 일본에서 거의 최고의 평가를 달리는 토머스 쿡의 작품으로 출간 예정작이었지만, 아쉽게도 출판사의 의지 부족으로 만나보기 어렵게 된 것 같다. 토머스 쿡은 인간의 죄와 구원이라는 묵직한 주제를 일관되게 추구하는 작가지만, 그만큼 분위기가 무겁고 어두워 요즘 우리나라 같은 독서시장에선 성공을 기대할 수 없게 된 것으로 보인다. 10위 <아메리칸 타블로이드>는 케네디 암살을 다룬 제임스 엘로이의 작품이며, 19위 <기병총 요정>도 독특한 재미가 있을 듯.   

 

●2000年 (1999년 작품)

1. 탄착점(영화 <더블 타겟> 원작)Point of Impact / 스티븐 헌터  (출간 예정)
2. 본 컬렉터Bone Collector / 제프리 디버  (국내 출간)
3. Breakheart Hill / 토머스 H. 쿡
4. Case for Three Detectives / 리 브루스
5. Comeback / 리처드 스타크
6. Judas Child / Carol O'Connell
7. Mortal Memory / 토머스 H. 쿡
8. Tailor Of Panama / 존 르 카레
9. Let It Bleed / 이언 랜킨
9. Best Dr. Poggioli Detective Stories / T. S. Stribling
11. A Death in A Town / 힐러리 워
12. Death In Botanist's Bay / Elizabeth Ferrars
13. The Job / 더글러스 케네디
13. The Church of Dead Girls / 스티븐 도빈스
15. Isle of Joy / 돈 윈슬로
15. Time to Hunt / 스티븐 헌터
17. Devil Take The Blue Tail Fly / John Franklin Bardin
17. Beyond Recall / 로버트 고다드
17. Everybody Dies / 로렌스 블록
17. Way Down On the High Lonley / 돈 윈슬로

영화 <더블 타겟>의 원작 <탄착점>이 1위다. 영화도 그다지 떨어지지는 않지만 원작에 비하면 한참 못하다는 평가. 매 장면이 스릴 넘치는 저격 액션 스릴러로 작가 스티븐 헌터는 원래 퓰리처상까지 수상한 영화평론가. 올해 출간될 예정이다. 2위 <본 컬렉터>는 제프리 디버의 진정한 대표작 링컨 라임 시리즈 제1작으로 주인공 링컨 라임은 사고로 전신이 마비되어 순전히 두뇌로만 범인을 추격하는 안락침대 탐정이다. 모든 작품에서 단서를 공정하게 제시하는 페어플레이 정신이나, 뜻밖의 반전을 중시하는 제프리 디버 스타일은 유독 고전 취향의 본격 미스터리를 사랑하는 일본 독자들 구미에 딱 맞는 모양이다. 

 

●2001年 (2000년 작품)

1. Pop 1280 / 짐 톰슨
2. Quinn / Seamus Smyth
3. 한니발Hannibal / 토머스 해리스  (국내 출간)
4. Personal Injuries / 스콧 터로우
5. 랑프리에르의 사전Lempriere's Dictionary / 로렌스 노포크  (절판)
6. 블러드 워크-원죄의 심장Bloodwork / 마이클 코넬리  (국내 출간)
7. 밤의 기억들Instruments of the Night / 토머스 H. 쿡  (국내 출간)
8. 어둠이여, 내 손을 잡아라Darkness Take My Hands / 데니스 루헤인  (국내 출간)
9. Eyes of a child / 리처드 노스 패터슨
10. 코핀 댄서Coffin Dancer / 제프리 디버  (국내 출간)
11. Four Corners of night / Craig Holden
12. Caught in the Night / 로버트 고다드
13. Swan Song / 에드먼드 크리스핀
13. Kara's Game / Gordon Stevens
15. On Beulah Height / 레지널드 힐
16. 데드라인True Crime / 앤드류 클레이번   (국내 출간)
16. Freedom Land / 리처드 프라이스
16. 더 리더-책 읽어 주는 남자Der Vorleser / 베른하르트 슐링크  (국내 출간)
19. Devil's Teardrop / 제프리 디버
20. 베즈무아 Baise Moi / 비르지니 데팡트  (절판)
20. Rover's Tales / Michael Z.Lewin

3위 <한니발>은 <양들의 침묵>의 속편으로 변화된 클라리스 스탈링의 캐릭터 때문에 찬반양론이 크게 일었던 것 같다. 개인적으로 재미있게는 봤지만, 반대 쪽에 가깝다. 마이클 코넬리, 토머스 쿡, 제프리 디버 등이 매년 꾸준히 10위권 안에 있어, 이들이 일본에서 가장 인기 높은 미스터리 작가들이라고 봐도 틀림이 없을 것 같다. 8위의 데니스 루헤인 작품 <어둠이여, 내 손을 잡아라>는 사립탐정 켄지/제나로 시리즈의 제3편. 그는 2000년대 들어 가장 촉망받는 미스터리 작가로 앞으로를 힘차게 이끌어나갈 미스터리계의 영건이다. 16위 <데드라인>은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감독, 주연한 <트루 크라임>의 원작. 영화는 잔잔한 반면, 소설은 박진감이 넘친다고. 
 

●2002年 (2001년 작품)


1. God Is A Bullett / 보스턴 테란
2. Nighth Frost / R.D 윙필드
3. The Cold Six Thousand / 제임스 엘로이
4. 도끼The Ax / 도널드 웨스트레이크  (재출간 예정)
5. Places In the Dark / 토머스 H. 쿡
6. Jumping Jenny / 앤소니 버클리
7. The Stalking Horse / 질 맥고완
8. 스탠드The Stand / 스티븐 킹  (국내 출간)
9. Gaudy Night / 도로시 세이어즈
10. 미스틱 리버Mystic River / 데니스 루헤인  (국내 출간)
11. 곤충소년Empty Chair / 제프리 디버  (국내 출간)
12. Dia De Los Muertos / 켄트 A. 해링턴
12. Borrowed Time / 로버트 고다드
14. 크림슨 리버Crimson River / 장 크리스토프 그랑제  (국내 출간)
14. 클로버의 악당들Rogues In Clover / 퍼시벌 와일드   (국내 출간)
14. Skull Mantra / Elliot Pattison
14. 가라, 아이야 가라Gone, Baby Gone / 데니스 루헤인  (국내 출간)
14. Hot Springs / 스티븐 헌터
19. Califonia Fire And Life / 돈 윈슬로
20. Top Storey Murder / 앤소니 버클리

1위 <신은 총탄이다>는 처음 들어보는데, 작가 이름이 보스턴 테란...앞으로 워싱턴 저그나 뉴욕 프로토스가 나오진 않겠지. 4위 <도끼>는 언제나 재치 넘치고 마르지 않는 아이디어의 샘을 가졌던 도널드 웨스트레이크의 작품으로 박찬욱 감독의 신작 영화로 결정되었다고 한다. 실업과 재취업이 사람을 어떻게 극한으로 몰고가는가를 끔찍하지만 블랙코미디 감각으로 그린 이 작품은 현재 우리나라에서 더욱 큰 공감을 불러일으킬 듯. 스티븐 킹의 <스탠드>는 지구 멸망 이후의 세계를 다룬 대장편으로 무려 6권으로 나왔다. 너무 길어 읽다보면 어느새 지구 멸망의 그날이 올지도 모르겠다. 공동 14위를 차지한 <클로버의 악당들>은 1929년에 나온 소설이지만, <타짜>같이 갖가지 사기도박의 수법을 밝혀내는 시대를 앞서간 작품이다. 
 

●2003年 (2002년 작품) 

1. The Locust Firm / Jeremy Dronfield
2. Silent Joe / T. 제퍼슨 파커
3. Red Rock / Seamus Smyth
4. 네 번째 문La Quartrieme Porte / 폴 아르테  (국내 출간)
5. A Hell of A Woman / 짐 톰슨
6. The Oxoxoco Bottle And Other Stories / 제럴드 커쉬
7. Anonymous Rex / 에릭 가르시아
8. The Layton Court Mystery / 앤소니 버클리
9. Groom / Jean Vautrin
10. Ripper / 마이클 슬레이드
11. 비를 바라는 기도Prayers for rain / 데니스 루헤인  (국내 출간)
12. Flashfire / 리처드 스타크
13. The Bottoms / 조 랜스데일
13. Pale Horse Coming / 스티븐 헌터
15. Cue for murder / 헬렌 매클로이
16. The Music for Spheres / Erizabeth Redfern
17. Passage / 코니 윌리스
18. About The Author / John Colapinto
19. 연기로 그린 초상Portrait in Smoke / 빌 S. 밸린저  (국내 출간)
20. Hardcase / 댄 시몬스

4위 <네 번째 문>이 아마도 이 순위 중에서 가장 최근에 우리나라에서 발간된 책일 것 같다. 작년 가을에 나왔으니까. 추리소설 평론가 박광규 님의 추천을 받아 본인이 계약을 주도한 작품으로 계약만 맺고 막상 책을 만들지 못해 아쉬웠는데, 읽어보니 과연 뛰어난 밀실 미스터리였다. 존 딕슨 카에 미친 작가 폴 아르테가 전형적인 딕슨 카 스타일에 현대성을 가미해 수준 높은 미스터리를 완성해냈다. 11위 <비를 바라는 기도>는 데니스 루헤인의 켄지/제나로 제5작으로 아마도 그는 여기서 이 시리즈를 마감한 듯하다. 특히 핵심 트릭이 길버트 체스터튼의 브라운 신부 중 한 편과 거의 같아서 반가웠던 기억이 난다. 그와 같은 현대 작가도 고전에서 영향을 받았다는 걸 떳떳하고 자랑스럽게 여기는 듯해서. 

 

●2004年 (2003년 작품) 

1. Affinity / 새라 워터스
2. Death In Captivity / 마이클 길버트
3. Speaks the Nightbird / 로버트 맥캐몬
4. Silent Witness / 리처드 노스 패터슨
5. The Hook / 도널드 웨스트레이크
6. A Fine Dark Line / 조 랜스데일
7. 미션 플래츠Misson Flats / 윌리엄 랜데이  (국내 출간)
8. The Singing Diamonds And Other Stories / 헬렌 매클로이
9. The Man Who Lost the sea / 시어도어 스터전
10. P. Moran, Operative / 퍼시벌 와일드
11. Time Out / David Ely
11. 심문The Interrgoration / 토머스 H. 쿡  (국내 출간)
13. Brat Farrar / 조세핀 테이
14. Fury / G.M 포드
14. Roger Sheringham and the Vane Mystery / 앤소니 버클리
16. Dialogues of the Dead / 레지널드 힐
17. City of Bones / 마이클 코넬리  (출간 예정)
18. Jackdaws / 켄 폴렛
19. Dogs of Riga / 헤닝 만켈
20. 돌 원숭이The Stone Monkey / 제프리 디버  (국내 출간)
20. A Darkness More Than Night / 마이클 코넬리

여자들이 무척 좋아하는 새라 워터스의 작품이 1위다. 굉장히 큰 사랑을 받은 <핑거스미스> 이후 그녀의 작품이 국내에 속속 소개되고 있지만 유독 <Affinity>는 안 나오는군. 하지만 조만간 나올 거라는데 내 손목을 건다. 돈 되는 걸 안 하는 출판사는 없는 법이니까. 7위 <미션 플래츠>는 에드거상 신인상을 수상한 작품으로 신인 작가의 작품답지 않게 문장이나 구성도 탄탄하고 무엇보다 정말 재미있다. 약간의 아쉬움도 없진 않지만 꼭 읽어볼 것. 13위를 차지한 조세핀 테이의 <브랫 패러> 같은 작품은 <왕자와 거지> 같은 신분바꾸기를 소재로 해 청소년층은 물론 성인층도 충분히 재미나게 볼 만한 작품이다. 더구나 저작권도 소멸됐으니 검토해봐도 좋을 듯. 
 


●2005年 (2004년 작품)

1. 핑거스미스Fingersmith / 새라 워터스  (국내 출간)
2. 사라진 마술사The Vanished Man / 제프리 디버  (국내 출간)
3. Incident at Twenty Mile / 트레베니안
4. 다빈치 코드Davinci Code / 댄 브라운  (국내 출간)
4. The Final Country / 제임스 크럼리
6. The Trial of Johnny Nobody / A.H. Z 카
7. Dark Lady / 리처드 노스 패터슨
8. The Shape of Snakes / 미넷 월터스
9. 개는 말할 것도 없고To Say Nothing of the dog / 코니 윌리스  (국내 출간)
10. 프레스티지The Prestige / 크리스토퍼 프리스트  (국내 출간)
11. Le Brouillard Rouge / 폴 아르테
12. The Burnt Orange Heresy / Charles Willeford
13. Mygale / Thierry Jonquet
13. The Discrte Charm of Charlie Monk / 데이비드 앰브로즈
15. 이데아의 동굴La Caverna de las Ideas / 호세 카를로스 소모사   (국내 출간)
15. 하얀 암사자Den Vita Lejoninnan / 헤닝 만켈  (국내 출간)
17. 단테 클럽The Dante Club / 매튜 펄  (국내 출간)
18. Open And Shut / David Rosenfelt
18. The Fifth Head of Cerberus / Gene Wolfe
20. 암스테르담의 커피 상인The Coffee Trader / 데이비드 리스  (국내 출간)

여자들이 무척 좋아하는 새라 워터스의 작품이 1위다. 여기까지 2005년과 같군ㅎㅎ. 최초의 2연패라니...빅토리아 시대 레즈비언들의 이야기를 그린 <핑거스미스>는 그해 영연방에서 출간된 작품 중 가장 뛰어난 작품에 주는 부커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그러나 열린책들 특유의 촘촘한 편집으로 인한 분량의 압박에 쉽사리 책을 못 잡겠다. 올해는 꼭 읽으련다...링컨 라임 시리즈 중에서도 평가가 좋은 <사라진 마술사>가 2위. 제프리 디버 특유의 불꽃 같은 반전이 파바박 터지는 신나는 작품이다. 전 세계를 뒤흔든 <다빈치 코드>는 4위에 올랐는데, 너무 많이 팔린 나머지 오히려 평가가 박해진 감이 있다고 생각한다. 선입견을 거두고 읽어보면 솔직히 잘 썼다. 오히려 이 작품의 죄는, 너무 성공한 나머지 전 세계적으로 팩션 스릴러 장르를 유행시켜 무수한 아류작들을 낳았다는 데 있는 것 같다. 검색해보면 레오나르도 다 빈치를 등장시킨 팩션이 한 트럭은 될 듯.

 

●2006年 (2005년 작품)

1. The Crime Machine and Other Stories / 잭 리치
2. Lost Light / 마이클 코넬리
3. A World Of Thieves / James Carols Blake
4. Bright Segment / 시어도어 스터전
5. Garden of Beast / 제프리 디버
6. The Hundreth Man / 잭 컬리
7. 캘리포니아 걸California Girl / T. 제퍼슨 파커  (국내 출간)
8. Stop Press / 마이클 이네스
9. The Casebook of Jeeves / P.G. 우드하우스
10. The Crime of Ezechiele Coen And Other Stories / 스탠리 엘린
11. A Rag And A Bone / 힐러리 워
12. Primal Scream / 마이클 슬레이드
13. Southland / Nina Revoyr
14. Eloge de la piece manquante(영어명 The Missing Piece) / Antoine Bello
15. Black Evening / 데이비드 모렐
16. From a Buick 8 / 스티븐 킹
17. Grift Sense / James Swain
18. Puzzle for Wantons / 패트릭 퀜틴
18. Bumberboom / Avram Davidson
18. La Mort derriere les rideaux / 폴 아르테

예전 그리폰 북스에 <인간을 넘어서>라는 작품이 소개된 바 있는 SF작가 시어도어 스터전이 순위에 올라 독특하다. 그런데 그는 작가 초년병 시절에 하향세에 접어든 엘러리 퀸의 고스트 라이터 노릇을 하기도 했으니 미스터리계의 완전 문외한은 아닌 것이다. 제프리 디버의 5위 <야수들의 정원>은 베를린 올림픽에 잠입해 나치 간부를 암살하려는 킬러의 이야기다. 이런 한 줄 줄거리만 들어도 재미있을 것 같은 작품을 왜 묵히는지 안타깝다. 9위를 차지한 우드하우스의 작품도 출판사들이 노려볼 만하다고 생각한다. 요즘 대중문화 전반에 귀족과 그들을 돌보는 집사들이 유행인 듯한데, 영리한 지브스 집사가 주인님이 몰고온 사건들을 해결하는 이 이야기는 충분히 먹힐 수 있을 듯. 7위 <캘리포니아 걸>은 에드거 작품상 수상작. 
 

●2007年 (2006년 작품)

1. Anything You Can Say And Will Be Used Against You / 로리 린 드루먼드
2. Twisted / 제프리 디버
3. Under the Skin / James Carols Blake
4. 바람의 그림자The Shadow of The Wind / 카를로스 루이스 사폰  (국내 출간)
5. 모든 것을 아는 남자, 라플라스의 악마Improbable / 애덤 포어  (국내 출간)
6. 12번째 카드The Twelfth Card / 제프리 디버  (국내 출간)
7. Now You See It / 리처드 매드슨
7. 시인의 계곡The Narrows / 마이클 코넬리  (국내 출간)
9. Hangman's Dozen / 데이비드 알렉산더
10. 나를 보내지 마Never Let Me Go / 가즈오 이시구로  (국내 출간)
11. Lucky You / Carl Hiaasen
12. Red Leaves / 토머스 H. 쿡
13. The Hammersmith Maggot / William Mole
14. The Enormous Ten / 잭 리치
15. The Portrait of Mrs. Charbuque / 제프리 포드
16. The Hellfire Club / 피터 스트라웁
17. 옥스퍼드 살인 방정식Crimenes Imperceptibles / 기예르모 마르티네스  (국내 출간)
18. Creepers / 데이비드 모렐
18. The Tragedy Of Errors And Other Stories / 엘러리 퀸
20. The Nothing Man / 짐 톰슨

로리 린 드루먼드의 1위작 <네가 말하는 모든 것은 네게 불리한 증거로 사용될 수 있다(헉헉..)>는 여경관들이 주인공인 단편집으로 미국에서보다 일본에서 평가가 굉장히 높은 것 같다. 경찰 생활의 단면을 섬세하고 리얼하게 그려내 깊은 감동을 준다고. 작가는 12년 동안 이 작품을 썼다고 한다. 2위 <트위스티드(꼬인)>는 제프리 디버 최초의 단편집으로, 그는 단편에도 능한 것으로 유명하다. <모어 트위스티드(더 꼬인)>라는 단편집 제2작도 출간한 바 있다. 4위 <바람의 그림자>는 일반 문학인 줄 알았는데...세계적인 베스트셀러였으니 무척 좋은 작품일 것 같다. 조만간 읽어봐야겠구나.   

 

●2008年 (2007년 작품)

1. 콜드 문Cold Moon / 제프리 디버  (국내 출간)
2. Skinny Dipping / Carl Hiaassen
3. Tokyo Year Zero / 데이비드 피스
4. The Man Who Could Only Write Things and Other Stories /  Robert Twohy
5. Devil At Your Elbow / D.M 디바인
6. Cases / 조 고어스
7. La Chambre Du Fou / 폴 아르테
8. Death Collectors / 잭 컬리
9. The Man Who Read John Dickson Carr and Other Stories / William Brittain
9. Sidetracked / 헤닝 만켈
11. 레이븐 블랙Raven Black / 앤 클리브스  (국내 출간)
12.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No Country For Old Men / 코맥 매카시  (국내 출간)
13. 폭스 이블Fox Evil / 미넷 월터스  (국내 출간)
14. The Affair of Mutilated Mink Case / 제임스 앤더슨
15. Hollywood Station / Joseph Wambaugh
15. Separation / 크리스토퍼 프리스트
17. The Stranger House / 레지널드 힐
18. Night Watch / 새라 워터스
18. The Murmur of Stone / 토머스 H. 쿡
20. The Thief Who Couldn't Sleep / 토머스 H. 쿡

2위부터 20위까지 매년 작품을 순위에 포함시켜 온 제프리 디버가 드디어 1위를 탈환했다. 링컨 라임 시리즈 제7작 <콜드 문>이 바로 그 작품으로 개인적으로도 크게 동의한다. <콜드 문>은 <본 컬렉터> <코핀 댄서> 수준의 최상위급 작품으로 6편이나 시리즈가 지속되는 바람에 흥미가 좀 떨어진 듯한 시리즈의 분위기를 혁신한 수작이다. 새벽 3시까지 읽다가 다음 날 장렬히 지각을 하게 만든 책이다(전에 다녔던 회사는 지각하면 월급을 깎는다. 그러나 월급이 전혀 아깝지 않았다). <레이븐 블랙> <폭스 이블> 같은 작품들은 둘다 영국미스터리작가협회상 수상작으로 우리나라에서는 오히려 일본보다 먼저 영림카디널의 블랙캣 시리즈에 소개된 바 있다. 그해 수상작들을 발빠르게 계약해 미스터리 팬들에게 선보이는 블랙캣 시리즈는 그 노고나 작품의 수준에 비해 국내에서 유독 홀대받는 것 같다. 이런 작품들을 더 이상 못 보게 되면 곤란하지 않겠는가. 미스터리 팬들이여, 있을 때 잘하자!  

 

●2009年 (2008년 작품)

1. 차일드 44Child 44 / 톰 롭 스미스  (국내 출간)
2. Hard Frost / R.D. 윙필드
3. A Given Day / 데니스 루헤인  (출간 예정)
4. 20세기 고스트20th Century Ghost / 조 힐  (국내 출간)
5. Sleeping Doll / 제프리 디버  (출간 예정)
6. The Return of the Dancing Master / 헤닝 만켈
7. 윈터 앤 나이트Winter And Night / S.J 로잔  (국내 출간)
8. 47 Rules of Highly Effective Bank Robbers / 트로이 쿡
9. Holmes On The Range / Steve Hockensmith
10. This is Your Death / D.M 디바인
11. Der Schwarm / Frank Schätzing
12. Controlled Burn / Scott Wolven
13. 로드The Road / 코맥 매카시  (국내 출간)
14. The Confession / Olen Steinhauer
15. Amokspiel / Sebastian Fitzek
16. There Came Both Mist And Snow / 마이클 이네스
16. A Dirge for Clowntown. and Other Stories / 제임스 포웰
18. Mad Dogs / 제임스 그래디
19. The Adventures of Murdered Moths / 엘러리 퀸
20. The Death Of Dalziel / 레지널드 힐

1위 <차일드 44>는 신인작가 톰 롭 스미스의 작품으로 예전 <심플 플랜>의 스콧 스미스 때처럼 데뷔작부터 온갖 찬사가 쏟아지고 있다. 미국에서도 그렇고 일본에서도 그렇고 우리나라에서도 그렇고 읽어본 사람은 다 좋았다고 하니 어서 봐야겠지. 주섬주섬 책을 꺼내 머리맡에 놓았다. 4위 <20세기 고스트>는 스티븐 킹의 아들 조 힐의 데뷔 단편집으로, 호러도 있고 순문학도 있고 판타지도 있다. 몇몇 단편들은 그야말로 대단해 벌써부터 아버지의 수준을 뛰어넘을 가능성을 보여주기에 손색이 없다. 요즘은 우리나라도 일본만큼 장르소설이 아직까지는 활황이라(서서히 죽어가고 있지만), 유명작들은 거의 시차없이 나오고 있는 것 같다. 어떻게 보면 우리나라가 더 빠른 것 같기도 하고...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가 고른 과거 10년 베스트 10 (1998년 10주년 기념)

1. 장미의 이름The name of the Rose / 움베르토 에코  (국내 출간)
2. 양들의 침묵The Silence of the Lambs / 토머스 해리스  (국내 출간)
3. Buffet for Unwelcome Guests / 크리스티아나 브랜드
4. 아무도 어른이 되지 않는다Boy`s Life / 로버트 맥캐몬  (절판)
5. 메인Main / 트레베니안  (재출간 예정)
6. 그것들IT / 스티븐 킹  (국내 출간)
7. 여류 조각가The Sculptress / 미넷 월터스  (절판)
7. White Jazz / 제임스 엘로이
9. 블랙 다알리아Black Dahlia / 제임스 엘로이  (국내 출간)
10. 어둠을 울리는 우울한 종소리Blue Belle / 앤드류 벅스  (절판)
10. 두 번째 총성The Second Shot / 앤소니 버클리  (국내 출간)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가 고른 과거 18년간 베스트 10 (20주년 전야제 기획)

1. 양들의 침묵The Silence of the Lambs / 토머스 해리스  (국내 출간)
2. 장미의 이름The name of the Rose / 움베르토 에코  (국내 출간)
3. 본 컬렉터The Bone Collector / 제프리 디버  (국내 출간)
4. 무죄추정Presumed Innocent / 스콧 터로우  (국내 출간)
5. 밤의 기억들Instruments of Night / 토머스 H. 쿡  (국내 출간)
6. 백정들의 미사A Dance at the Slaughterhouse / 로렌스 블록  (절판)
7. A Cool breeze on the Underground / 돈 윈슬로
8. 블랙 아이스The Black Ice / 마이클 코넬리  (재출간 예정)
9. 블랙 다알리아Black Dahlia / 제임스 엘로이  (국내 출간)
10. 아무도 어른이 되지 않는다Boy`s Life / 로버트 맥캐몬  (절판)
10. Eleven / 패트리셔 하이스미스
 

● 1988-2008년판 베스트 오브 베스트(2008년 20주년 기념)

1. 장미의 이름The name of the Rose / 움베르토 에코  (국내 출간)
2. 양들의 침묵The Silence of the Lambs / 토머스 해리스  (국내 출간)
3. 본 컬렉터The Bone Collector / 제프리 디버  (국내 출간)
4. 탄착점Point of Impact / 스티븐 헌터  (출간 예정)
5. 두 번째 총성The Second Shot / 앤소니 버클리  (국내 출간)
6. Buffet for Unwelcome Guests / 크리스티아나 브랜드
7. 아무도 어른이 되지 않는다Boy`s Life / 로버트 맥캐몬  (절판)
8. The Chatham School Affair / 토머스 H. 쿡
9. Flicker / 시어도어 로작
9. Bones and Silence / 레지널드 힐

보너스로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가 뽑은 10주년, 18주년, 20주년 기념 베스트도 첨부한다. 일본인들의 <장미의 이름> <양들의 침묵> 사랑이 얼마나 큰지 확인하시라. 대부분의 작품들이 우리나라에 소개되서 다행인데, 크리스티아나 브랜드의 <초대받지 않는 손님의 뷔페> 정도는 조만간 꼭 우리나라에서도 만나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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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추럴 셀렉션
데이브 프리드먼 지음, 김윤택 외 옮김 / 지성사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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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죠스>가 <주라기 공원>을 만난다면? 이런 궁금증을 가지고 있는 독자라면 데이브 프리드먼의 2006년 소설 <내추럴 셀렉션>을 읽는 게 어떨까 싶다. 심해와 지상에서 펼쳐지는 괴생명체와 여섯 명의 해양생물학자 간의 대결을 다룬 이 스릴러가 꼭 그런 이야기라 독자들의 호기심을 충분히 자극할 수 있을 것 같다. 특별히 이 책과 비슷한 줄거리를 가진 책이라면, 몇 해 전에 스티브 앨튼이라는 작가가 상어의 조상 격인 고대 괴수 메갈로돈이 현대에 출몰해 사람들을 살육하는 <메그>라는 소설을 발표해 아주 재미있게 읽은 기억이 난다. 유감스럽게도 <내추럴 셀렉션>은 <메그>만큼 파괴력 넘치고 몰입감이 강하지는 못했지만(상어공포증에 시달리는 개인 취향이 반영된 듯), 나름대로 짜임새 있는 설정에 매 페이지마다 액션이 넘쳐 600페이지가 넘는 두꺼운 분량에도 불구하고 지루하지 않게 읽을 수 있었다.

 

거의 최초의 스릴러라 불리는 <39계단>이 1차대전을 일으키려는 독일 첩보조직(엄밀히 따지면 배후의 비밀조직이지만)과의 대결을 소재로 삼은 것처럼, 서구에서 독서계를 장악한 스릴러라는 장르는 항상 우리를 두려워 떨게 만드는(끊임없이 스릴을 자극하는) 어떤 것을 그리는 듯하다. 때문에 양차대전 때는 독일, 냉전시대에는 소련 세력 등을 주로 악역으로 설정했다면, 전세계적인 해빙 무드가 조성된 요즘은 그럴싸한 적을 찾기 어려워진 것 같다. 그래서인지 최근의 스릴러 작가들은 다양한 곳에서 독자의 본능적인 공포감을 이끌어낼 수 있는 대상을 정하는데, 의료 현장에서 일어나는 불가해한 사건들을 메디컬 스릴러로 푼다든가, 연쇄살인범이 등장해 주변의 이웃들을 살해하는 사이코 스릴러 등 종류가 무척 많아 한마디로 정의 내리기 어렵다. 아무래도 최근의 스릴러들은 더 이상 독자들의 본능적인 두려움을 불러일으키지 못하는 국가 차원의 거대한 음모보다는, 개개인에게 닥치는 현실적이고 직접적인 공포를 다루는 쪽으로 유행이 바뀐 모양이다.

 

흔히 테크노 스릴러라 부르는 과학을 기반으로 한 스릴러는 작년에 사망한 마이클 크라이튼의 수퍼 베스트셀러 <주라기 공원>의 영향을 부인할 수 없을 것 같다. 괴수를 등장시켜 사람들을 학살하는 고전적인 괴물 호러소설의 플롯에 현대생물학이나 유전공학 등의 과학 기술 등을 결합시켜 전세계적인 성공을 거둔 이 소설은 누구나 아는 것처럼 스티븐 스필버그가 영화화해 기록적인 흥행을 달성하기도 했다. 감독의 탁월한 연출력은 물론이거니와 워낙 소설 자체가 영화로 만들기에 그림이 딱 나오는 그런 내용이었기 때문이다. 이쯤되면 과학 공부 좀 했고, 글도 좀 쓰며, 큰돈 만지고 싶은 배짱 좋은 후배 작가들이 나도 한번 써봐, 하며 나서기에 충분한 조건이 아닐까? 더구나 기초 교육의 확대로 독자들의 과학에 대한 교양 수준도 예전에 비해서는 크게 올라갔다. 이제 어느 정도의 해설 만으로도 작품 속에 등장하는 과학 이론에 대해 충분히 독자들이 이해하고 납득할 수 있는 상황이 되었으니 과학을 소재로 삼는 어려운 스릴러를 집필한다는 부담감도 크게 줄어들 수밖에 없다. 특히나 요즘 독자들은 소설을 즐기는 데서 만족하지 않고, 웬만큼의 지식도 얻어가는 걸 원하므로 오락과 과학이 결합된 <내추럴 셀렉션> 같은 소설이 앞으로도 더욱 큰 인기를 끌지 않을까 생각된다.

 

이 책의 작가 데이브 프리드먼 역시 과학 공부 좀 했고, 글도 좀 쓰며, 큰돈 만지고 싶은 배짱 좋은 작가 중 한 명이다. <내추럴 셀렉션>에서 그가 비장의 무기로 내세운 건, 찰스 다윈의 그 유명한 <진화론>이다. 제목 '내추럴 셀렉션' 또한, 다윈 진화론의 핵심인 '자연선택'이라 풀이할 수 있다. 자연선택이란 어느 특정한 종의 개체 사이에 벌어지는 생존 경쟁 속에서, 특히 환경에 가장 잘 적응한 개체가 생존하여 후손을 남긴다는 뜻이란다. 예컨대, 아프리카의 원시 기린은 처음부터 오늘날처럼 목이 그렇게 길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같은 기린들이나 다른 동물들이 나뭇잎 등의 한정된 먹이를 놓고 다툴 때, 유독 목이 긴 기린이 높은 가지의 잎사귀를 따먹을 수 있었고, 이로 인해 목이 긴 기린들만 생존하고 목이 짧은 기린들은 굶어 죽을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살아남은 목이 긴 기린들의 암수끼리 결합하여, 목이 긴 유전자를 계속 후손들에게 퍼뜨렸고, 그 결과 오늘날 아프리카 초원의 기린들은 전부 목이 긴 기린만 남게 된 셈이다.

 

작가는 대다수의 생물학자에게 공인받은 이 자연선택 이론을 기반으로 삼아 거기에 상상력을 더해 무시무시한 심해의 괴물을 창조했다. 몸길이가 7미터가 넘고 무게는 20톤이 넘는 거대 가오리떼가 깊은 바다속에 살고 있다. 그러나 원인불명의 바이러스가 퍼져 익숙한 환경이 서서히 파괴되자, 원시부터 지금까지 사람들의 눈이 미치지 않는 곳에서 살고 있는 거대 가오리떼는 서서히 얕은 바다로 부상하고, 그중 선구자 노릇을 하는 가오리는 아예 거대한 날개를 사용해 뭍으로 상륙하는데 성공한다. 심해라는 환경이 파괴되자 그에 적응하기 위해 육지에 올라온 거대 가오리야말로 적자생존과 자연선택의 최종 승자가 된 셈이다. 날카로운 이빨로 3미터에 달하는 곰도 한 입에 물어죽이고 육지와 바다, 공중을 자유자재로 누비는 식인 가오리를 뒤쫓던 여섯 명의 해양생물학자는 이 새로운 가오리를 '악마가오리'라 명명한다. 그들은 악마가오리로 인한 인명피해를 막기 위해 기관총과 활, 헬리콥터, 보트 등을 총동원해 사냥에 나선다. 그러나 그들이 몰랐던 것 한 가지는 악마가오리 또한 역으로 그들을 사냥하고 있었던 것이다.

 

가오리가 아무리 커져봐야 하늘을 날고 사람까지 죽이는 게 말이 되느냐, 하는 분들이 있을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나 심해는 우주만큼이나 인간의 인식이 미치지 못하는 곳. 지구상에서 가장 깊다는 마리아나 해구에 인간들은 고작 수십 분을 들어갔다 나왔을 뿐이다. 우리가 전혀 알지 못하고 알 수도 없는 곳에서 어떤 생물들이 살고 있을지, 그 생물들에게 어떤 능력이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의 영역인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내추럴 셀렉션>이 보여주는 상상력은 충분히 말이 된다고 생각한다. 다윈의 <진화론>에 바탕을 둔 비교적 그럴듯한 내용에 후반부 200페이지는 쫓고 쫓기는 숨막히는 모험과 액션의 연속이다. 심심풀이로 책을 잡은 독자들을 결코 실망시키지 않을 듯하다. 다만 약간 아쉬운 건, 설정이나 줄거리의 정교함, 기발함에 비해 인물의 성격이 지나치게 얄팍하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여섯 명의 과학자들 중 한 명이 악마가오리를 사냥하는 게 무척 위험한 일이라는 이유를 들며 빠지려 하자, 리더 격인 인물은 이 일은 인류에게 있어 전혀 새로운 종을 알리는 기념비적인 일이 될 것이며 아마 교과서에도 실리게 될 거라 회유한다. 리더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그는 '교과서에 실리는 게 내 인생의 꿈'이었다며 참가를 결정한다. 그냥 한번 튕겨본 건가...백인 선남선녀 두 사람만 살아남게 되는 결말도 지나치게 할리우드 스타일이고, 살아남은 주인공들은 동료를 줄줄이 잃었음에도 그다지 슬퍼하는 것 같지도 않다. 아무리 아이디어나 플롯이 중요한 소설이라고 해도 이 정도라면 곤란하지 않을까. 문장이란 것도 죄다, '악마가오리가 다가왔다. 그들은 비명을 질렀다.' 이런 식이라 전개는 빠를지언정 문학 작품을 읽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데이브 프리드먼의 다음 작품은 흥미진진한 내용 못지않게 문장력이나 인물의 성격에도 공을 들이길 기대하며 이만 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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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10-01-01 23: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뭐,죠스가 주랴기 공원을 만난 책이라면 이미 메그라는 해양소설이 있읍니다.ㅎㅎ
제다이님 새해 복많이 받으셔요^^

jedai2000 2010-01-04 18: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카스피님...사실 재미도 <메그>가 더 있었어요-_-;; 카스피님도 올 한해 원하시는 소원 다 성취하시고, 늘 댁내에 좋은 일만 가득하길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12월인데, 10월 걸 쓰고 있다니...그때그때 써야지 한번 밀리니까 대책이 없네요ㅠ.ㅠ

 

 




<39계단 - 존 버컨>

무척 오래된 고전이 출간되었다. '쫓기는 사나이' 공식을 거의 최초로 확립시킨 알프레드 히치콕의 동명 영화로도 유명한 스파이 스릴러의 원조격인 작품이다. 아주 예전에 삼중당이나 하서에서 세로줄로 우리나라에서도 출간이 된 바 있다. 개인적으로 삼중당 판을 소장하고 있지만, 이번 기회에 읽기 편한 가로줄과 참신한 새 번역으로 보게 됐으니 다행이라는 생각이다. 작품의 내용은 간단하다. 아프리카에서 탄광 사업으로 재미를 본 영국인 리차드 해니. 그는 사교나 파티로 일관하는 따분한 런던 생활이 지겹기만 하다. 일주일 동안 기다려봐도 별 볼일이 없으면 다시 아프리카로 떠나기로 결심한 해니에게 낯선 미국인 기자가 접근한다. 기자는 블랙스톤이라는 비밀 조직이 세계 정계를 막후에서 조종하며, 그들이 영국 공습을 준비하고 있다는 음모론을 들려준다. 해니는 이 기자가 제대로 미쳤구나, 생각하며 무시하지만 며칠후 기자는 해니의 집에서 살해당하고 블랙스톤은 실재하는 것으로 밝혀진다. 그는 기자 살해의 누명을 벗고, 블랙스톤의 암살자들을 피하면서 영국 정부에 이 음모를 알리기 위해 움직이기 시작한다. 1915년에 첫 출간된 작품이지만 내용을 보면 알 수 있듯, 오늘날 무척 유행하는 스릴러의 A부터 Z까지 모든 게 들어 있다는 걸 알 수 있을 것이다. 모험을 꿈꾸는 쾌활한 신사, 끝없는 도피와 추격, 납치와 탈출, 비밀 조직의 음모, 최후의 역전...여전히 셜록 홈스풍의 명탐정 추리소설이 인기 있던 그 시대에 이런 별종이 난데없이 출현한 이유는 무엇일까? 역시 출간 당시 세계를 뒤흔들었던 1차대전의 영향 때문일 것이다. 더 이상 돈이나 명예를 위해 이웃 한두 명을 죽이는 시대가 아닌,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 한꺼번에 죽어나가는 미증유의 전쟁을 목도한 작가 존 버컨에게 기존의 추리소설이란 현실을 전혀 반영하지 못하는 오락물에 불과했을 터. 존 버컨은 암울한 시대에 국제 음모를 밝혀내는 한 사나이의 모험을 통해 새로운 장르를 창조하는데 성공했으며, 주인공 리처드 해니는 제임스 본드, 리차드 킴블(<도망자>), 제이슨 본 등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쳤다. 아무래도 지금 보기엔 지나치게 고색창연하고 전개도 느리지만, 역사적 가치로 판단할 작품이다.

 

 




<사탕과자 탄환은 꿰뚫지 못해 - 사쿠라바 가즈키>


<내 남자>로 나오키상, <아카쿠치바 전설>로 일본추리작가협회상을 수상한 사쿠라바 가즈키는 라이트노벨에서 출발해 오늘의 위치에 오른 입지전적인 작가다. 라이트노벨 초기작인 <고식> 시리즈가 가상의 유럽 왕국에서 펼쳐지는 소년소녀의 청소년용 모험담에 가깝다면, <사탕과자 탄환은 꿰뚫지 못해>는 비록 라이트노벨이지만 작가의 개성과 주제의식이 오롯해 오늘날 일류 작가로 부상한 사쿠라바 가즈키의 원형이 될 만한 작품이라 할 수 있겠다. 등교거부에 히키코모리 오빠와 함께 살고 있는 여중생 나기사는 삶이 너무도 힘겹다. 그나마 엄마가 아르바이트로 벌어오는 적은 돈을 책이나 애니메이션 DVD 등으로 펑펑 써버리는 오빠는 한마디로 집안의 원수. 나기사가 보기에 오빠가 심취해 있는 가상의 세계는 삶에 어떤 도움도 줄 수 없는(무엇도 꿰뚫을 수 없는) '사탕과자 탄환'에 불과하다. 나기사는 얼른 성장해 돈을 벌어 현재의 가난을 벗어날 수 있게 하는 '실탄'을 얻고 싶어한다. 이 와중에 같은 반으로 전학온 유명 가수의 딸 모쿠즈는 자신을 인어라 생각하며 역시나 가상 세계 속에서 살고 있다. 나기사가 보기엔 모쿠즈 또한 사탕과자 탄환. 나기사는 모쿠즈와 전혀 가까워질 마음이 없지만 가정 학대를 당하는 모쿠즈의 비밀을 알게 되고 그녀를 도울 결심을 한다. 어울리지 않는 두 소녀가 서로에게 이끌리며 범죄와 맞닥뜨리는다는 <소녀에게 어울리지 않는 직업>과 거의 흡사한 내용이다. 어린 소녀에 불과한 주인공들은 아직 어른이 아니기에 현실적, 사회적 제약이 너무도 많다. 그들을 잡아끄는 현재의 암흑에서 벗어나기 위해 처절하게 분투하지만 결국 실패하고 마는 어둡고 슬픈 이야기. 추리소설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악몽 속에서 밤새도록 헤매는 기분이 소름 끼치도록 오래 남았다.

 

 



       
<살인방관자의 심리 - 요코야마 히데오>


일본 추리소설계 보증수표 중 한 명인 요코야마 히데오의 2003년 단편집. 원제는 수록작 중 한 편의 제목을 그대로 담은 '진상'이다. 추리소설을 추리소설답게 만들어주는 트릭이나 반전도 빼어나지만 결말에 항상 깊은 감동과 여운을 주는 그의 단편들은 무엇 하나 뺄 것 없이 모조리 뛰어나다. 기자 출신이라는 경력에 걸맞게 사회 곳곳에서 벌어지는 미스터리를 소재로 취하는 그는 사회파 추리소설의 거두 마쓰모토 세이초의 직계 제자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실력가. 먼 훗날 마쓰모토 세이초를 뛰어넘었다는 평가를 들을 확률이 가장 높은 작가라 생각한다(그러려면 지금 보다 훨씬 많은 작품을 써야겠지만). 작가의 말에 따르면 <살인방관자의 심리>는 '한 사건이 끝나고 나서 남는 것은 무엇일까'라는 의문에서 출발했다고 한다. 과연 다섯 편의 수록작 모두 끝났다고 생각한 사건 뒤에 감추어진 진실이 드러나며 둔중한 망치로 뒤통수를 맞는 듯한 감동과 씁쓸함이 가슴을 온통 헤집어 놓는다. 지방의 실권을 좌지우지하는 면장 선거에 출마한 주인공이 선거라는 지옥을 겪으며 스스로 파멸해가는 '마음의 지옥', 명예퇴직을 당하고 삶의 희망을 잃은 중년남자가 살인 용의자의 목격자가 된다는 '살생부'를 꼭 추천하고 싶다. 대표작이라 불리는 2000년 단편집 <동기>만은 못하지만 어느 작품 하나 질이 떨어지지 않는다. 이런 단편들을 꾸준히 쓸 수 있는 역량이 그저 부러울 따름.

 






<고백 - 미나토 가나에>

 

2008년 일본 서점계를 휩쓸었던 작품. 판매만큼이나 비평적으로도 호평을 받아 신인 작가 미나토 가나에는 이 작품 한 편으로 그야말로 신데렐라로 부상했다. 어느 중학교에서 벌어진 몇 건의 살인사건에 휘말린 사람들이 각자의 시점에서 정말은 어떤 사건이 일어난 것인가를 '고백'하는 형식으로 이뤄진 연작 단편집으로, 작가가 원래 공모전에 출품해 호평받은 첫 번째 단편 '성직자'의 뒷이야기를 이어서 쓴 것이라 한다. 비록 철없는 장난이었다지만, 그로 인해 자신의 소중한 딸을 잃은 여교사가 범인인 중학생 제자들에게 사적인 응징을 가한다는 강렬한 줄거리를 가지고 있어, 국내에서는 찬반 양론도 제법 일고 있는 것 같다. 또 아무리 머리가 좋기로소니 중학생들이 학교를 날려버릴 수 있는 위력의 폭탄을 만든다니 이게 말이 되느냐, 하는 리얼리티 부족을 지적하는 독자도 있는 걸로 안다. 그러나 이 작품은 어리다는 이유 만으로 어떤 끔찍한 범죄를 저질러도 제대로 된 처벌을 받지 아니하는 소년범 문제를 지적하는 이른바 사회파 추리소설은 아닌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이 작품을 일종의 우화라 생각한다. 차디찬 복수가 더 끔찍한 복수를 낳는 끝없는 악순환의 연쇄와 '당신이 지옥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지옥 역시 당신을 들여다보고 있다'는 식의, 한 번 범죄에 발을 담구면 그 범죄의 동기가 아무리 고상해도 결국 똑같은 범죄자에 다름 아니라는 걸 말하는 그런 우화가 아닐까. 우화니까 어느 정도 리얼리티의 부족은 이해할 수 있는 것이다. 사실 내 눈에는 응징자인 여교사가 아무리 본인의 행동을 포장하려 해도 사실은 그녀 역시 자신의 비뚤어진 제자들과 똑같이 악의로 충만한 괴물로만 보였다. 이런 복수와 악의로 가득찬 암흑 세계의 한 폭 지옥도를 기리노 나쓰오 식으로 그려내 깊은 인상을 남기는 작품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주제나 작가가 말하고 싶은 바를 떠나서 일단 시선을 뗄 수 없을 만큼 재미있어 서스펜스 스릴러라는 장르적 관점으로만 봐도 충분히 합격점을 줄 만하다. <살인방관자의 심리>는 언제나 차돌처럼 단단한 요코야마 히데오의 뛰어난 단편집이지만, 자주 봐왔던 스타일이고 요코야마 히데오 작품들이 뛰어나다는 게 어제오늘 일도 아니라서 더 논쟁적인 구석이 있는 <고백>을 이 달의 미스터리로 추천한다. 이런 논쟁이 더 확산되면서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아야 추리소설 애호 풍토가 훨씬 조성될 테니까...

 

 

 

2009년 10월의 미스터리: <고백 - 미나토 가나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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