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의 책
클라이브 바커 지음, 정탄 옮김 / 끌림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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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 날 길에서 광고물을 받았다. 별생각 없이 뒤적였는데 영화 <미드나잇미트 트

레인>이었다. 그리고 영화관에 갔다가 예고편을 만나며 더욱 궁금해졌다. 그러던

차 이 책을 읽게 되었으니 관심과 흥미가 최고조였다. 게다가 좋아하는 작가 스티

브 킹이 클라이브 바커를 호러의 미래라고 칭찬했다는 카피글을 보자 서둘러 읽기

시작했다.

 

 생각하기에는 하나의 이야기거나 영화 <미드나잇미트 트레인>의 원작으로만 알았

는데 이 책은 단편모음이다. 1984년 출간이라는 것까지 고려해서 읽으니 더욱 흥미

롭다. 마치 영화 <마스터 오브 호러(Masters Of Horror)>를 보는 느낌이었다고 할

까. 요즘은 현란한 볼거리보다는 더욱 원초적인 공포를 끌어내는 영화가 많은데 클

라이브 바커 또한 그런 작가였다.

 

 제목과 동명인 <피의 책>은 독자들에게 작가가 보내는 일종의 초대장 같았다. 그

초대장을 받았으니 기꺼이 즐겨보리라는 마음으로 다음 단편으로 넘어간다.

 

지금부터 그 피의 책에 나오는 이야기를 하겠다...(중략)...이 이야기들은

삶에서 벗어나 미지의 목적지로 향하는 어두운 길의 지도다...(중략)...그러

니 읽어라. 읽고 배우라. 어쨌거나 최악을 준비하는 것이 최선이고, 숨이 멈

추기 전에 걷는 법을 배우는 것이 현명하다.

 

* 피의 책에서. 33쪽.


 

 그리고 이어지는 여러 단편에서 느낄 수 있는 다양함. 개인의 공포, 사회의 공포,

판타지적 요소, 익히 알고 있던 뻔한 공포와는 거리가 있는 독특한 작가만의 세계

를 알 수 있었다. 별거 아닌 거 같은 이야기에서 느껴지는 호러적 요소와 가끔은

웃을 수 있었던 작품도 있었다. 이 단편에서 상당수가 영화로 현재 진행 중이거나

계획 중이라 한다. 특히 기억에 남는다고 꼽았던 몇 편이 과연 다 영화로 만된다

니 호러영화 팬들에게도 즐거운 일이다. 단편 <드레드>는 영화 <쏘우>나 <큐브>처

럼 닫힌 공간이 배경이지만 공포실험이라는 한 사람의 미친 발상과 결과가 두고두

고 기억에 남는다. 정말로 무서운 건 바로 이런 인간 개인의 공포라고 생각한다.

무자비하게 피가 난무하는 단편은 사실 몇 편 없지만 다들 개성있었다. 작가 클라

이브 바커의 다른 작품도 접하고 싶어졌으니 그의 다른 초대장을 또 기다려봐야겠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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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리학의 산맥 - 신비한 법칙으로 이루어진
최지범 지음 / 삼양미디어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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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생 때과학을 좋아했지만, 심도있게 파고들지는 않았다. 학창시절에 물리, 화학은 흥미로운 과목
이었지만 그게 다였다. 거기서 더 파고드는 대신 교과서와 선생님이 알려준 내용만 다 이해하기에
도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러나 성인이 되어 현재 고등학생이 쓴 물리학 관련 책을 읽게 된다는 것
은 어찌 보면 새로운 경험이었다. 책까지 쓸 정도이면 과학영재겠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역시나 그
랬다. 그렇다고 머리아픈 책은 절대 아니다. 중요한 건 누구나 읽을 수 있게 쉽게 풀어썼다는 점이
다. 이 책의 큰 장점이다. 공부하는 학생뿐 아니라 일반인이 가볍게 읽기에도 무리가 없다. 저자의
조근조근 하면서도 상냥한, 그러면서도 재미있게 이야기를 끌어가는 방식은 처음부터 끝까지 동일
했다.

 뉴턴의 제1, 2, 3 법칙을 까맣게 잊고 있다가 만나게 되자 기억이 새록새록 돌아온다. 관성, 가
속도, 작용/반작용의 법칙. 별관심없이 지나치던 것들에서 발견하는 생활 속 과학이 얼마나 많은지
말이다. 역시 관심을 두고 모든 사물을 대할 때 사유의 깊이는 확대된다. 뜨거운 물을 담은 컵이
식는 이유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없다. 그러나 저자는 열과 에너지 부분에서 말한다. 그 이유는
'컵의 온도가 공기의 온도보다 높아 열이 주위로 퍼져 나가기 때문이다. 열이 퍼지는 이유는 간단
하다. 분자들의 운동 때문이다...(이하생략)' / 39쪽. 자연의 세계는 평등하며 그래서 평형을 이루
려는 것이다. 이렇듯 더욱 쉬운 예를 들어 전하는 말은 듣기만 해도 재미있었다.
 

 가장 마음에 들었던 건 아인 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에 대한 부분이었다. E=MC²(에너지의 양은 질
량과 빛의 속도의 제곱에 정비례)로 잘 알려진 그의 이론을 더 알고 싶어졌다. 시간까지 고려한 4
차원 그리고 수많은 영화의 단골소재가 된 시간여행과 패러독스, 평행 우주론까지 완전히 몰입해서
읽었다. 과학에 대한 책에서 일반인이 읽기에 좋다는 책들을 여러 권 봐둔적이 있는데 아직 읽지는
못했다. 일단 흥미가 가는 소재를 담은 책부터 읽어야 겠다는 계기가 형성되었다.
 

 고전 물리학에서 현대 물리학까지 폭넓게 다루었지만, 전혀 어렵지 않다는 점. 그만큼 편하게 읽을
수 있다는 말이기도 하고 지나치게 깊게 파고들지 않았다는 말도 된다. 무엇보다 이 책을 높이 평가
하는 이유는 고등학생이 쓴 책이라서 친근한 점도 있지만, 누구나 읽기에 부담없는 과학 입문서(앞
에서도 말했지만)로 손색이 없다는 사실이다. 물리뿐 아니라 과학이라는 학문 자체를 다시금 생각해
보게 되어 즐거웠다. 그리고 글을 쓴 최지범군이 앞으로도 이 분야에 지속적인 관심을 두고 꿈을 키
워가길 빌어본다. 그런 생각만으로도 우리 과학계의 앞날이 밝아 보여 기분이 좋다. 정부에서 과학,
환경분야 등에 많은 지원을 해주기를 또한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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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예언자 1 오드 토머스 시리즈
딘 쿤츠 지음, 조영학 옮김 / 다산책방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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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티븐 킹만큼이나 유명하다는 작가 딘 쿤츠. 그의 작품을 솔직히 처음 접했다. 그런데 이 한 권만으로도 충분한 매력을 가진 주인공 오드 토머스는 작가와 어느 정도 닮은 것 같다. 책을 읽기 전 신문에서 이 책에 대한 짤막한 글을 몇 번이나 읽었다. 그래서 더 궁금했는데 읽자마자 빠져드는 작품이었다. 당연 두 번째, 세 번째 이야기도 기다려질 수밖에 없다. 게다가 작가는 꽤 불행한 어린 시절을 보주인공 오드 토머스처럼 가정환경이 남다르다. 작가의 아버지는 알콜중독에 폭력을 일삼았고, 어머니마저 심적으로 병약했는데 이는 책의 오드처럼 행복한 가정을 가지지 않았지만, 누구보다 강하게 잘 성장해온 것이다. 정신적 외상을 이겨내고 오히려 그로 인해 사람에게 더 관심을 가진 딘 쿤츠는 결작가가 되어 주인공 주변인물에 생생한 숨결을 불어넣어 이야기를 이끈다.


 오드 토머스란 청년은 즉석 요리사지만 평범하지 않은 능력이 있다. 죽은 자를 볼 수 있는 것인데 그뿐 아니라 바다흐라는 검은 형체들까지 볼 수 있다. 바다흐란 자연사(死)가 아닌 죽음에 흥분하여 나타나는 존재인데 그런 존재를 본다는 설정만으로도 섬뜩하다. 이야기의 처음부터 생생한 주인공 시점으로 끌어나가 신선하면서도 몰입이 강하게 된 작품이었다. 게다가 유령 엘비스 프레슬리의 등장과 범상치 않은 주변인물이야기도 재미있다.


 오드의 마을에 어느 날 나타난 바다흐의 무리는 상상을 초월하고 3년간이나 꾸어온 불길한 꿈과 맞물려 수상한 사나이를 범인으로 확신한 오드는 그를 뒤쫓기 시작며 사건은 진행된다. 빈틈없는 진행은 제법 두툼한 이 책을 전혀 지루하지 않게 했으며 특히나 오드의 어머니에 대한 장면은 나를 경악하게 만들었다. 한마디로 제정신이 아니거나 혹은 심적으로 지나치게 쇠약한 오드의 어머니가 오드를 마음에밀어내는 모습은 마음이 아프면서도 화가 났다. 학대받고 자란 작가의 자전적인 요소가 들어갔을 거란 생각에 미치자 더욱 심란해졌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그럼에도 이렇게 작가로 잘 성장한 딘 쿤츠가 대단하다는 생각도 했다. 그래서 책도 흥미롭지만 딘 쿤츠라는 작가에게도 관심이 쏠린다.


 이야기의 처음에서 다소 어리둥절했던 것은 오드가 보는 사람은 우리가 보는 사람보다 범위가 넓다는 설정 때문이었다. 알고 보니 그가 본 사람은 망자였다는 것. 이것은 시작과 끝이 일치했다. 마지막 스토미 이야기는 어리둥절함보다 슬펐다. 단순히 흥미를 쫓아 잔인하고 가학적인 이야기가 아니며, 초현상적인 능력에 기대하기만 한 것도 아닌 이 작품은 오드의 성장하는 모습이 담긴 것이라고 확신한다. 그 첫 번째 이야기를 끝까지 읽고 두 번째 이야기도 하루빨리 만나기를 기대해본다. 

  

* 미드 <고스트 앤 크라임> 혹은 소설 <18초>를 재미있게 보거나 읽었다면 이

책 또한 실망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력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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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세상을 유혹하라 - 세계 최고의 여성지 코스모폴리탄 편집장의 76가지 시크릿 노하우!
케이트 화이트 지음, 최지아 옮김 / 고려원북스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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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서점에 가면 가장 신나는 일 중 하나가 잡지코너를 둘러보는 일이다. 다양한 종류의 잡지를
읽다 보면 어느새 시간이 훌쩍 간다. 음악, 영화, 미술, 산에 관한 잡지 쪽이 우선이며 반대
로 도서관에 갔을 때는 문예지를 본다. 묘하게도 패션, 여성지는 읽지 않는 편인데 그나마 여
성지는 일 년에 한 번이라도 미용실에서 볼 수도 있으니 패션잡지만 내가 볼 확률이 거의 없
는 셈이다. 그런데 패션리더인 동생을 둔 관계로 한번은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는 있었다.
그러던 차 코스모폴리탄이란 유명잡지의 편집장이 제안하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결론은
몹시도 열정적인 사람이라는 사실이다.


 패션, 연애, 섹스, 커리어. 이렇게 네 파트로 나눠 들려주는 이야기는 짧지만 명확하고 흥미
롭다. 처음 패션으로 시작하는 부분에서는 자신감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물론 모두가 인
정하는 센스있는 차림도 좋지만 역시 내가 좋아하는 차림은 자신감. 누가 뭐라고 하건 자신만
의 스타일을 갖는 게 중요하다. 내가 싫어하는 스타킹 이야기에서 저자도 스타킹을 신지 않는
장점에 대해 말할 때 빙그레 웃음이 나왔다. 바지옷단이 뜯어졌을 때 바느질할 시간이 없으면
테이프를 이용하라는 글과 만났을 때는 동생이 떠올랐다. 그녀의 방법 중 하나였기 때문이다.
역시 스타일리스트들은 통하나 보다. 이렇듯 나와는 조금은 먼 패션 이야기였지만 재미있다.


 연애부분에서는 남녀의 차이를 인정해야 한다는 사실을 새삼 느꼈다. 차이를 인정하면 일정
부분 이해하기 어렵던 일들이 사라진다. 괜히 그에 집착해 답답해하거나 스트레스받을 필요가
없다는 것. 이 책으로 약간의 이해가 되었다. 그리고 섹시하다는 단어에 대한 저자의 말에 공
감한다.

 


오늘날의 섹시하다는 단어에는 정욕의 암시나 자극보다 더 광범위한 의미를 갖고 있다. 섹시함
은 흥미롭고, 호소력있고, 멋지고, 매력적이고, 호기심을 자극하고, 매혹적이고, 유혹적인 것
을 의미한다. (63쪽)



 섹스부분은 흥미롭고 신기했다. 머핀과 커피를 곁들이며 읽어갔는데 이렇게 자유롭게 이야기
하는 분위기가 편안하다고 할까. 그래도 조금은 따분했다. 너무 구체적으로 써내려가서인지,
당장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아서인지 받아들이는 내게 약간은 무리였나 보다. 


 마지막인 커리어부분은 이 책에서 가장 돋보였다. 편집장 케이트의 열정 그리고 늘 노력하는
모습이 보인다.
 


우리는 스스로가 계획한 삶을 기꺼이 벗어던지고
우리를 기다리는 삶을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 (232쪽, 철학자 조지프 캠벨의 말 인용.)
 


 계획에 대한 그녀의 말과 나의 경험담이 어느 정도 일치했다. 인생은 계획처럼만은 되지 않고
오히려 생각지도 못한 일의 연속이라 할 수 있다. 그것을 극복하고 받아들이는 과정이 결국 중
요하다. 물론 계획이란 건 정말로 근사하고 성실한 태도이다. 어디까지나 그렇게 되지 않았다
고 할 때 또 다른 계획을 세우느라 시간을 보내기보다 바로 그 순간을 남김없이 태워버리는 게
중요하다. 그래서 언제부터인가 새해초에 빡빡하게 적던 습관을 버렸다. 굵직한 목표만 한 줄
로 적었다. 이것은 어디까지나 저자나 나 같은 사람들의 방법이다. 꼼꼼하고 세부적으로 계획
을 세우고 그를 지키는 편이 맞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저자 케이트는 편집장을 하면서 범죄 미스터리 소설가이기도 하다. 글을 쓰려고 하루 단 몇
분의 시간을 내어 꾸준히 노력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단 15분으로 시작하여 여유의 시간이
있을 때 쓰는 시간을 늘리는 방법인데 그에 비해 정신없이 바쁘다며 정작 원하는 일을 손에
대지 못하는 내 모습에 반성했다.


 패션이나 코스모폴리탄 잡지에 관심 있는 독자라면 좋은 책이 될 거 같다. 물론 나처럼 전혀
무관할듯한 이에게도 저자의 행동방식은 마음에 와 닿았다. 가슴에 무언가 이루고자 하는 일이
있다면 그 열정이 식지 않게 하는 것은 역시 자신이라는 걸 또 한 번 깨달으며 책장을 덮었다.



* 눈에 띈 간단한 오타들. (초판1쇄.)


-28쪽, 7줄: 하나같이 남자을->하나같이 남자를
-135쪽, 4줄: 남자을 만났다면->남자를 만났다면
-162쪽, 17줄: 남자이 고안한->남자가 고안한
-212쪽, 7줄: 남자이 표시했다->남자가 표시했다
-221쪽, 10줄: 이 책을 사든 당신이라면->이 책을 사는 당신이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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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초 밀리언셀러 클럽 83
조지 D. 슈먼 지음, 이강표 옮김 / 황금가지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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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제법 두툼한 책. 그리고 표지에는 아름다운 여인의 얼굴이 보랏빛으로
물들어 신비롭게 보인다. 아마도 그녀는 독특한 능력을 가진 셰리 무어
일 것이다. 셰리는 어릴 때 시력을 잃지만 대신 죽은자의 마지막 18초를
들여다볼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된다. 그런 능력이 과연 무엇에 소용이란
말인가. 그러나 쓸모없는 능력이란 없는지도 모른다. 그 능력으로 범죄
수사에 도움이 되었고 결국에는 그녀에게도 의미심장한 일이 되었으니까.

 정확하게 셰리의 능력은 영안실에서 죽은자의 손을 잡고 이루어진다.
물론 셰리와 만나는 망자들은 대부분 순조롭지 않은 죽음이라 그들의 마
지막 기억은 살인자의 얼굴이 보이거나 죽기 직전의 기억이 많다. 이와
다르게 사랑하는 이들 품에서 죽어가는 사람들은 마지막 18초의 기억이
분명히 다를 것이다. 그러나 공통적인 게 있다면 후회하는 일들도 잠시
떠오를 것이라는 추측이다. 그만큼 삶의 끈을 놓을 때는 아쉬움이 많을
거 같다. 단, 타인에 의한 급작스런 죽음이라면 이런 후회보다는 그 순
간의 충격이 더 크게 남을 것이다. 아마도 작가는 이에 착안하여 책을
이끌어 갔으리라 생각한다.


 경관출신 작가답게 생생하게 그려낸 범죄 관련 이야기는 훌륭했고 더구
나 이 사람의 처녀작임에도 각 인물의 상황과 심리묘사가 뛰어나다. 이쯤
되면 전문작가의 반열에 바로 오를 수 있는 작가임이 틀림없다. 제목과
연관되어 셰리의 능력만이 책의 전부였다면 진부했을 것이다. 그러나 다
행히도 그것은 일부이다. 미드 <고스트 & 크라임>은 주인공 의 꿈이 빠질
수 없는 장면이지만 <18초>에서는 셰리의 능력은 일부분이며 이외의 등장
인물도 모두 눈여겨봐야 한다. 그래서 어쩌면 중간에 이어지는 이들 각자
의 상황과 내면묘사가 지루하게 느껴질지도 모른다. 그러나 작가와 독자가
들여다본 이들 각자의 사연은 결국 하나로 집결된다. 깔끔한 마무리도 좋
았고 후반부로 갈수록 긴장감이 고조되어 집중했다.


 그리고 범죄자 사이크스는 읽는 것만으로도 사악함이 느껴졌다. 한때 연
인이던 미친 수를 그렇게 오랜 세월에 지난 후 찾아가 끝장낸다거나 자신
의 드러나지 않은 죄는 잊고 불리하게 만든 형사에게 복수의 칼날을 갈고
그 딸인 켈리까지... 게다가 죄의식 없는 살인. 도무지 끝이 나지 않을 거
같았는데 결국 통쾌하게 마무리 된다. 이외에도 셰리를 좋아한 존, 켈리의
가족에 얽힌 감정 등 언급하지 않았지만 다양한 인물이 치밀하게 엮여 있다.


 작가의 이름은 사실 뇌리에 쉽게 박히지 않았다. 읽는 동안 자꾸만 쳐다봐
도 말이다. 그러나 이 작가의 다른 작품을 다시 꼭 만나고 싶다. 현재 전업
작가로 일하고 있으니 또 다른 작품을 만나리라 기대한다. 그때도 빈틈없는
치밀한 이야기였으면 하고 바라면서.


 18초. 길고도 짧은 시간. 생의 마지막 18초에 나는 무엇을 볼 것인가.
어쩐지 작가가 나에게 던지는 물음처럼 느껴진다. 시간의 덧없음처럼 흘러간
한 사람의 삶을 돌아보는데 18초는 짧기도 하지만 여전히 존재하는 시간임은
자명하다. 그렇다. 의미 없는 시간은 없다. 다만, 의미 없다는 정의를 내리는
사람만이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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