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초 밀리언셀러 클럽 83
조지 D. 슈먼 지음, 이강표 옮김 / 황금가지 / 2008년 5월
평점 :
절판


 제법 두툼한 책. 그리고 표지에는 아름다운 여인의 얼굴이 보랏빛으로
물들어 신비롭게 보인다. 아마도 그녀는 독특한 능력을 가진 셰리 무어
일 것이다. 셰리는 어릴 때 시력을 잃지만 대신 죽은자의 마지막 18초를
들여다볼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된다. 그런 능력이 과연 무엇에 소용이란
말인가. 그러나 쓸모없는 능력이란 없는지도 모른다. 그 능력으로 범죄
수사에 도움이 되었고 결국에는 그녀에게도 의미심장한 일이 되었으니까.

 정확하게 셰리의 능력은 영안실에서 죽은자의 손을 잡고 이루어진다.
물론 셰리와 만나는 망자들은 대부분 순조롭지 않은 죽음이라 그들의 마
지막 기억은 살인자의 얼굴이 보이거나 죽기 직전의 기억이 많다. 이와
다르게 사랑하는 이들 품에서 죽어가는 사람들은 마지막 18초의 기억이
분명히 다를 것이다. 그러나 공통적인 게 있다면 후회하는 일들도 잠시
떠오를 것이라는 추측이다. 그만큼 삶의 끈을 놓을 때는 아쉬움이 많을
거 같다. 단, 타인에 의한 급작스런 죽음이라면 이런 후회보다는 그 순
간의 충격이 더 크게 남을 것이다. 아마도 작가는 이에 착안하여 책을
이끌어 갔으리라 생각한다.


 경관출신 작가답게 생생하게 그려낸 범죄 관련 이야기는 훌륭했고 더구
나 이 사람의 처녀작임에도 각 인물의 상황과 심리묘사가 뛰어나다. 이쯤
되면 전문작가의 반열에 바로 오를 수 있는 작가임이 틀림없다. 제목과
연관되어 셰리의 능력만이 책의 전부였다면 진부했을 것이다. 그러나 다
행히도 그것은 일부이다. 미드 <고스트 & 크라임>은 주인공 의 꿈이 빠질
수 없는 장면이지만 <18초>에서는 셰리의 능력은 일부분이며 이외의 등장
인물도 모두 눈여겨봐야 한다. 그래서 어쩌면 중간에 이어지는 이들 각자
의 상황과 내면묘사가 지루하게 느껴질지도 모른다. 그러나 작가와 독자가
들여다본 이들 각자의 사연은 결국 하나로 집결된다. 깔끔한 마무리도 좋
았고 후반부로 갈수록 긴장감이 고조되어 집중했다.


 그리고 범죄자 사이크스는 읽는 것만으로도 사악함이 느껴졌다. 한때 연
인이던 미친 수를 그렇게 오랜 세월에 지난 후 찾아가 끝장낸다거나 자신
의 드러나지 않은 죄는 잊고 불리하게 만든 형사에게 복수의 칼날을 갈고
그 딸인 켈리까지... 게다가 죄의식 없는 살인. 도무지 끝이 나지 않을 거
같았는데 결국 통쾌하게 마무리 된다. 이외에도 셰리를 좋아한 존, 켈리의
가족에 얽힌 감정 등 언급하지 않았지만 다양한 인물이 치밀하게 엮여 있다.


 작가의 이름은 사실 뇌리에 쉽게 박히지 않았다. 읽는 동안 자꾸만 쳐다봐
도 말이다. 그러나 이 작가의 다른 작품을 다시 꼭 만나고 싶다. 현재 전업
작가로 일하고 있으니 또 다른 작품을 만나리라 기대한다. 그때도 빈틈없는
치밀한 이야기였으면 하고 바라면서.


 18초. 길고도 짧은 시간. 생의 마지막 18초에 나는 무엇을 볼 것인가.
어쩐지 작가가 나에게 던지는 물음처럼 느껴진다. 시간의 덧없음처럼 흘러간
한 사람의 삶을 돌아보는데 18초는 짧기도 하지만 여전히 존재하는 시간임은
자명하다. 그렇다. 의미 없는 시간은 없다. 다만, 의미 없다는 정의를 내리는
사람만이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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