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교과서 한국을 말하다
이길상 지음 / 푸른숲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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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때 일본의 후소사 역사 교과서 이야기로 떠들썩하던 때가 있었다. 언제였나 싶게 지금은 쑥 들어가버렸지만. 일본의 극우단체에서 후원하는 후소사는 사실 채택률이 아주 높지는 않지만, 앞으로 늘어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데다 오류를 넘어선 고의적인 왜곡을 해서 문제가 된다. (일본의 교과서가 모두 왜곡을 하지는 않는다는 걸 명심해야 한다.) 게다가 중국까지 역사 왜곡에 가세해서 고구려 이야기가 세간의 관심을 받기도 했다.    

 이건 어디까지나 우리나라의 입장이고 중국과 일본 두 나라도 서로 영토분쟁 등 얽히고설켰다. 서로 내세우는 주장이 다르지만 여기서 중요한 사실은 국력의 뒷받침과 지속적인 관심 등이다. 역사적 진실보다 설득력 있게 된 것은 안타깝지만, 자료가 남아있지 않다거나 혹요 남아있더라도 인정되지 않을 수도 있는 등 문제가 복잡하다. 역사는 사실 따지고 보면 올바로 해석하기 얼마나 어려운가. 승자의 관점에서 기록되거나 전해질 수도 있으며, 단편적인 면만 보고 그것을 전부로 확대해석할 수도 있다. 그래서 정보수집과 더불어 해당 역사학자가 더 많아져야 하며 우리 또한 관심을 둬야 한다.  

 가까운 나라에서 왜곡하는 우리의 역사 이야기만 기막힌 게 아니었음을 이 책으로 되돌아 보았다. 먼 나라에서는 아예 잘못 알고 있거나(ㅡ이것은 고의적인 게 아니라 그야말로 정보가 없거나 무지해서이다.) 과거 몇 십 년대에 머문 상태로 알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이것만으로 비판할 수 없는 것은 우리도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저자가 말했던 경우를 예로 든다면 포르투갈어를 쓰는 브라질 사람들 앞에서 한국의 역사와 문화를 소개하는 자료를 나눠주는 과정에서 실수한 이야기가 떠오른다. 브라질은 미국은 물론 영어도 좋아하지 않는다. 그들 나라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는 강대국 미국이라고 덥석 모든 걸 받아들이지는 않기 때문인데 자존심이 상당히 강하다. 그래서 영어로 한국자료를 준비해간 저자는 그들의 굳어진 얼굴에 긴장했을 것이다. 포르투갈어를 준비하지 못했다면 차라리 스페인 어를 선호하는 그네들의 배경을 파악했어야 했던 거다. 마찬가지로 우리가 상대방 나라의 문화적, 사회적 혹은 역사적 배경을 몰라서 저지르는 실수는 허다하다. 이럴 때는 실수하면 배운다 쳐도 우리가 말하는 동해 표기법 등을 외국인에게 설명하려면 그들에게 우리의 배경만 설명하거나 강요해서는 안 된다. 우리 또한 그들 나라에 관심을 두고 다가설 때 감사하고 신기해서라도 그들도 성의껏 우리의 이야기를 경청할 것은 자명하다. 이는 저자의 방법으로 실로 공감할만한 태도였다. 그렇게 다가서며 이해관계를 만들고서 그들 교과서를 수정해달라는 요청을 할 때 효과가 있는 건 당연하다. 섣부른 판단은 금지할 것을 재차 인식하게 되었다. 

 책에는 가까운 아시아부터 유럽 등 세계 여러 나라의 교과서를 일일이 보고 인용되어 있는데 그중에는 읽으며 황당한 이야기도 많았지만, 가끔은 새롭게 알게 된 사실도 있어 즐거웠다. 예로 자기 나라의 문자를 국경일로 기념한 유일한 나라가 한국이라는 사실과 외국인에게는 특이 이런 사실이 부러운 기념일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삼성이 일본기업이라는(멕시코 편.) 말이나 현대가 일본이 아니냐는(스웨덴 편.) 말은 아직도 한류니 뭐니 해도 한국이 일본에 많이 가려졌음을 시사한다. 경제발전과 더불어 국력신장이 되었어도 우리네 문화와 역사를 널리 알리는데 소홀했던 것이다. 저자의 말처럼 다른 나라와 비교해서 턱없이 부족한 예산으로 진행되기에 이 기나긴 싸움이 언제 끝날지도 알 수 없다.  

 예전에 독도 영유권 문제가 불거졌을 때 내가 생각했던 건 독도냐, 다케시마 어쩌구냐보다 더 큰 관심을 뒀던 건 동해냐, Sea Of Japan이냐였다. 지금도 마찬가지로 나는 이 문제에 관심이 있다. 내 생각으로는 동해라는 말 자체도 국제사회에서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으니 다른 명칭으로 영토분쟁 이야기를 풀어나갔으면 한다. 동해라는 것이 우리 입장에서는 동쪽의 바다니 그럴 수 있겠지만, 지구라는 커다란 지도를 놓고 보자면 설득력이 떨어진다. 우리끼리는 동해라고 불러도 국제명칭은 다른 것이었으면 한다. 예로 우리가 남해로 부르는 바다의 국제적 명칭은 대한해협이다. 일부에서는 이것도 쓰시마해협이라 부르지만. 그리고 동해, 남해 등은 바다를 접한 나라라면 어디에나 있는 명칭이다. 그래서 더욱 한국적인 혹은 그에 타당한 명칭이 필요하겠다. 이것은 국수주의도 아니며, 지나친 애국심에서 나오는 말이 아니다. 오히려 부르르 끓어 넘치는 지나친 애국심이야말로 경계해야 한다. 무관심도 마찬가지이다. 차근차근 이성적으로 접근해서 상대에서 더는 문제제기를 할 수 없을 만큼의 자료 확보 등이 필요함은 두말할 필요 없다. 사실 이런 식으로 풀어나가려면 나라 안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나라 안의 남아있는 낡은 찌꺼기부터 걷어내서 정화하며 언어 등에서부터 바로잡는 노력을 해야 하며(ㅡ아직도 남아있는 언어의 불순물이 많다. 자신도 모르게 사용하는….) 국가의 지원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예산지원을 늘리는 것은 물론 해당 인력 확보에 신경 써서 연구하며 활동할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할 것이며, 개인이 할 수 있는 작은 일들도 분명히 있을 터이다. 나는 이 책을 쓴 저자가 훌륭한 환경에서 책을 내지는 않았을 거라 판단했다. 그럼에도, 열정과 관심만으로 책이 나왔고(ㅡ책의 완성도를 떠나. 사실 이 책에는 어떠어떠하다는 건 잘 알려주지만, 저자가 보다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국가이미지 개선을 위한 방향을 제시(여는 글에서 말했듯)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나와 같은 독자들이 늘어나기를 희망한다. 

 책에는 상당히 많은 나라의 교과서에 대해 실려 있어서 읽으며 정신이 없기도 했지만 지루하지는 않았다. 생각보다 빨리 읽어버리게 된 이유는 다른 책도 아니고 학생이 배우는 교과서에 실린 내용이라는 사실 때문이었다. 그와 함께 우리의 교과서는 어떠한지도 돌아보게 되었다. 학생 때 우리 역사나 문화를 배울 때도 오래된 사진을 보며 최신사진은 바라지 않아도 꼭 이런 사진을 넣어야 하나 싶었던 마음이 떠올랐다. 재미있는 건 오히려 일본 등에서는 최신사진을 넣어 우리의 문화를 설명했다는 구절이었다. 다른 나라들은 하나같이 한국의 김치를 이야기하며 항아리에 넣어서 먹는다고 설명했는데 시대의 흐름에 발 빠르게 반응한 일본은 김치냉장고까지 이야기하며 사진을 넣었다는 게 흥미롭다.  

 안으로나 밖으로나 우리의 주체성이 제대로 설 때야말로 역사, 교육, 경제 그 밖의 여러 분야에서 널리 인정받을 수 있지 않을까. 그 노력을 게을리한 대가를 지금 치르고 있으니 이제부터라도 바로 잡아야 할 터. 그래야, 미래의 후손들까지 이런 역사적 논쟁을 이어가지 않을 테니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읽어볼 만한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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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고 있는 사람과 함께 울 수 있어서 행복하다
유정옥 지음 / 크리스챤서적 / 200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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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모든 일에 점진적이라는 비밀이 가장 힘이 강하다고 본다.
  우리는 무엇이든 한꺼번에 빨리 얻으려고 한다. 기다리고 참으며
  한 걸음 한 걸음 꾸준히 걷는 길이 가장 멀리 갈 수 있다.
 
                                                      ( 31쪽. ) 

    언제라도 네가 있는 곳이 하수구 같거나 똥통같이 더럽고 냄새나는
   곳이거든 다른 곳으로 가거라. 사람에게도 가는 길이 정해져 있는 것이 아
  니다. 그 곳을 떠나면 금방 죽을 것 같아도 떠나라. 깨끗한 길을
  계속 찾
  아 살거라. 꺠끗한 길에서도 절대로 죽지 않는단다.
 

                                                      ( 115쪽.

 

 내가 읽은 첫 종교서적. 불교나 기타 종교에 관한 책은 읽어보았지만, 기독교 책은 처음이다. 물론 지인이 선물해주었기에 읽게 되었지만 참 따뜻한 책이구나 싶었다.   

 위에 인용한 글에서 두 번째 글은 친정어머니가 저자인 딸에게 들려준 이야기지만 기억에 남아 옮겨보았다. 전체적인 이야기의 내용은 이렇다. 세 마리의 쥐가 있었는데 한 마리는 하수구에서 살다 죽었고, 다른 한 쥐는 똥통에서만 살아갔고 나머지 한 쥐는 쌀 곳간에서 살았다. 그녀의 친정어머니는 쥐가 다니는 길이 따로 정해져 있느냐고 물었고 딸은 아니라고 대답했다. 대답처럼 정해져 있지 않았지만 세 마리의 쥐들은 자신들이 사는 곳에서 평생 벗어나지 않고 그곳을 벗어나지 못한 것이다. 왜 못 떠나느냐는 물음에 딸은 또한 그곳을 떠나면 죽을까 봐 겁나서라 대답한다.  

 마찬가지로 나도 그렇지 않은가라는 물음을 던지게 된다. 지금까지 그래도 남들보다는 모험적으로 살아왔다고 생각하지만 역시 현실에 안주하며 살지는 않았나 싶다. 결혼하면서 이제 모험을 감행하지 않는 모습에서 또 다른 변화를 추구한다. 주어진 삶을 앉아서 보낼 것인지 시간을 찾아나설 것인지를…. 

 책이야기는 별로 하지 않았는데, 되새기는 글 게시판이 원체 그렇다. 그냥 기억에 남는 구절을 적어두고 싶어서 끼적이게 되었다. 참고로 이 책은 비종교인이 읽기에 전혀 거부감 없는 따뜻한 수필이라 생각해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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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랑말랑한 힘 - 제3의 시, 제24회 김수영 문학상 수상 시집 시인세계 시인선 12
함민복 지음 / 문학세계사 / 200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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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음 함민복의 시를 만난 것은 지인을 통해서였다. <모든 경계에는 꽃이 핀다(시집)>, <눈물은 왜 짠가(산문집)>를 읽으며 단숨에 시인에게 빠져들었다. 시인이기 전에 이 사람 정말이지 마음결이 곱지 않은가 싶어서였다. 억지로 아름답게 꾸미지도 않고 덥석덥석 내려두는 말들이 이다지도 정겹고 포근할 수 없었다. 마음이 메마른 날 그의 글과 만나면 단비를 촉촉이 머금은 순한 마음이 되리라.  
 그렇다면, 어떤 점이 마음을 움직이는 것일까. 현대적이거나 세련미와는 다르게 친근함을 들 수 있겠다. 눈물이 날만큼 슬프지는 않지만, 가슴 한구석이 짠해지는 느낌. 이것이 특징이라 생각된다. 어려운 말, 지독히도 형이상학적인 말을 사용하지 않고도 분명히 그만의 언어로 들려주지만, 독자에게 그대로 전달된다는 게 좋았다. 그래서 마음이 정화되는 것 같다. 

 이번 시집에는 유난히 짧은 시가 와 닿았다.
"천만 결 물살에도 배 그림자 지워지지 않는다." 그리움(64쪽.)이란 시의 전문인데도 단 한 줄이다. 시집 한 페이지를 차지하는 단 한 줄의 시가 여백을 가득 남기며 시선을 사로잡았다. 살면서 우리네 눈에서는 얼마나 많은 물살이 일어날까. 눈 물살 만으로도 지워지지 않는 삶의 고난을 겪어보았다면, 누군가 혹은 무언가를 간절히 그리워한 적이 있었다면 충분한 공감을 할 것이다.  

 사실 함민복이란 이름만으로 기대가 큰데 <김수영 문학상>까지 수상한 시집이라 시를 시만으로 읽지 못해 조금 아쉬웠다. 타이틀은 중요하지 않다고 늘 외치면서도 정작 그 타이틀 때문에 신경 쓰게 된 것이다. 못마땅한 내 태도를 반성했다. 그래서 처음 읽을 때는 <모든 경계에는 꽃이 핀다>보다 감동이 떨어진다고 생각하며 그래도 함민복이지 않느냐고 자신을 다독이기까지 했다. 그러나 다시 읽을수록 교만했음을 알았다. 곱씹을수록 잔잔해져서 마음이 편해졌다. 시집의 후반(4 뻘)으로 가면 섬에 대해 쓴 글들이 나타난다. 서정시인의 계보를 이어가는 시인의 정수가 이 책에 가득하다. 어민후계자 함현수(110쪽.) 같은 시는 구수하고 정겹다. 그리고 이어지는 섬에 대한 글들은 그가 사는 강화도의 바다, 뻘이 숨 쉰다. 짧은 시와 더불어 가장 좋았던 부분이다. 

 섬이 하나면 섬은 섬이 될 수 없다(-섬이 섬에게 보내는 편지) 편에서 그가 풀어둔 섬에 대한 이야기를 접하며 언제였더라. 몇 해 전 섬에 대해 한참 생각해 보던 때가 떠올랐다. 지방에서 혼자 직장생활을 할 때였는데 날마다 작은 섬에 갇혀 지내던 때였다. 일 중독에 빠져서 회사에서 밤을 넘기기가 허다했는데 그러다 집에 돌아오면 빈집 이상한 공간의 섬에 착륙하고는 했다. 우울함으로 나무를 가꿔서 기묘하게 자라기만 했는데 그 시절에 섬에 대한 생각을 많이 했었다. 그래서 글을 읽으며 공감하며 웃을 수 있었다. 킹크림슨의 <아일랜드>라는 곡을 무한 반복으로 들으며 지구라는 큰 섬에 사는 나를 되돌아 보았다.  


배 언저리만 보이는 안개에 갇혀 있는 상황과 내가 살고 있는 삶이 무엇이 다른가. 내 삶을 좀 먼 시간 밖에서 바라다보면 결국 안개에 갇혀 있는 것과 같지 않을까. 현재란 시간의 섬이다. 세월이 가는 길 시간은 현재의 뭍이다. (129쪽. 3.뱃길의 일부.) 

달빛이 우는 소리를 오랫동안 들었습니다. 물결 위에서, 물을 끌어당겼다가 놓았다가 반복하는 달의 힘 위에 올라앉아, 달의 힘을 느끼며, 달빛을 타며……, 내륙의 한복판 중원 땅에서 태어나 바다 한가운데까지 오게 된 내 지나온 길들을 낚싯줄처럼 풀어도 보고 그물처럼 엮어도 보았습니다. (130쪽. 4.그물터의 일부.) 

섬은 외로워서 지상에서 가장 낮은 울타리, 물울타리를 치고 제가 품고 있는 그리운 마음 상할까 사방에 소금물을 둘렀습니다. 우주에 떠 있는 지구라는 섬에서 움직이고 있는 나라는 개체는 얼마나 작은 섬인가. 그리움에 가득 찬 존재인가. 영종도 공항 쪽에서 날아오른 물고기 닮은 비행기를 쳐다봅니다. (130쪽. 5.귀항의 일부.) 

 
 생각이 통하는 사람을 만나면 반갑고 또 반갑다. 책을 읽을 때도 마찬가지라 만나지 않았어도 왠지 친숙하다. 그래서 함민복 시인을 좋아할 수밖에 없다. 특히 위의 마지막 귀항의 일부를 읽으며 소름이 돋았다. 나 또한 소금물 두르고 섬을 만들었지만, 시인처럼 표현하진 않았다. 다만, 힘든 시기였다. 일직선이 아닌 여러 각도의 선이 존재한다는 게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그렇지 않았으면 정말 단조롭기만 할 텐데. 이렇게 혹은 저렇게 어디에선가 마주치는 것만으로 서로 위안을 주고 격려해줄 수 있어서 살만하지 않은가 싶다. 함민복, 정호승 등 이렇게 몇몇 시인에게 나는 빚을 진 셈이다. 고마워요, 이 시대의 위대한 시인들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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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마다 큐티하는 여자 (반양장) 믿음의 글들 194
김양재 지음 / 홍성사 / 200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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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인이 읽어보라고 준 큐티에 대한 책.
도대체 큐티가 뭔지도 잘 모르는 내게 낯선 책이었지만 교회에 가지는 않아도 성경을 제대로 읽어보고자 했기에 많은 도움이 되었다. 날마다 혼자 큐티책을 하루 한 장씩 읽고 궁금한 것도 많았다. 그 질문에 답을 준 책이니 고맙고 또 고마웠다. 
 큐티(QT, Quiet Time)란 말씀묵상으로 겉보기에는 글만 읽는 거 같지만 글 속에 담긴 메시지를 찾아 스스로 의문을 던지고 적용하며 풀어가는 과정이었다.  

 종교인이 읽었다면 많은 은혜를 받았다는 표현을 쓰겠지만 내게는 많은 도움이 되었다는 말이 적당한 거 같다. 아직도 여러 번 되풀이 되는 단어들이 낯설지만 조금씩 이해가 갔다. 이 책에는 큐티하는 방법까지 소개되어 있어서 참고하기 딱 좋았다. 그저 눈으로만 읽었던 글자를 돌이켜보게 된 것이다.  

 저자 김양재는 고된 시집살이로 어느 날 가출하여 기도원에 간 일을 계기로 말씀을 전하게 된다. 책에서 아니 성경에서도 일부 읽어본 바로는 고난이 축복이라는 말을 쓴다. 왜 내게만 이런일이 일어나느냐며 비관하지 않고 오히려 그것이 축복이라고 생각하고 겸허히 받아들이고 견뎌내는 거였다. "끝까지 견디면 구원을 얻으리라."(34쪽.)라는 한 마디를 통해 잠시 생각해 보았다. 견딘다는 것의 의미. 그리고 끝까지 묵묵하게 견디기란 실로 얼마나 어려운지를. 수많은 밤과 낮을 고뇌하며 괴로워하는 것보다 차라리 견디고 받아들이면 속이 편해진다는 것. 가끔 우리도 느끼지 않는가. 그러나 감정이 있는 사람이기에 알면서도 행하기 어려운 일들이다. 물론 위 인용 말에서 구원이라는 단어는 아직도 내게 익숙하지 않다. 일반적인 구원과 종교적인 구원으로 구별해서 받아들여서일까. 이야기를 하다 보니 책에서 거룩에 대해 했던 말이 떠오른다. "거룩은 구별된다는 뜻." (97쪽.) 거룩하다는 의미가 이런 거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여기저기 적용해 보았다. 일반적으로 잘 사용하지 않아서 역시 익숙하지 않았지만. 이렇게 쭉 성경을 읽고, 큐티도 하고 조만간에 교회도 가볼 텐데 그렇게 된 후의 구원, 거룩의 단어는 어떤 느낌일지 궁금해진다. 결혼의 목적은 행복이 아닌 거룩에 두어야 한다고. 행복하게 살려고 결혼하는 게 아니라 구별된 삶을 살고자 결혼해야 한다는 말을 들으며 약간의 갈증이 해소된 느낌이었다. 행복이라는 단어의 느낌은 좋지만 무조건 행복하라는 말이나, 안부는 사실 싫었었다. 앞으로도 계속 생각해볼 거리가 많고 배워야 할 것도 많다.  

 특히 2장 큐티의 실제 편에서 제대로 큐티하는 방법을 통해 내가 하는 큐티법과 비교, 반성하며 방향을 잡을 수 있게 되었다. 눈으로만 쫓지 말고 적극적으로 하기로 했다. 많이 배우고 얻었으니 지인에게 감사한다. 아직 모든 말을 받아들이거나 이해할 수 없더라도 말이다. 오늘은 부활절이었는데 아파트 앞 동에 사는 친구들이 달걀을 전해주고 갔다. 부활절의 의미에 대해서도 잠시 생각해 보았다. 예수님의 부활 그리고 내 안의 부활에 관해. 일단 믿음을 갖고 시작하는 사람도 있고 나처럼 흥미를 갖고 시작하는 사람도 있게 마련이다. 오래 지나서 이 글을 다시 읽게 되었을 때 나는 어떤 느낌을 받을까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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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속도시의 즐거움 세계사 시인선 4
최승호 지음 / 세계사 / 199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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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 최승호를 처음 만난 건 '북어(시집「대설주의보」1983)'라는 시를 통해서였다. 귀가 먹먹하도록 말했던 '너도 북어지.'라는 물음에 차마 아니라고 말할 수 없게 만든 최승호는 강렬했다. 시 북어(北魚) 전문은 아래 링크에서 확인할 수 있다.
http://jazzyrain.egloos.com/4095858
   

 그리고 전에 읽은 그의 <눈사람>에서도 북어를 만났고, 이번 시집에서도 북어를 만났다. 말라 비틀어진 북어의 눈을 통해 그가 말하던 것들은 달콤하고 예쁜 언어가 아니었다. 물론 그의 시를 통틀어 달곰한 말을 기대할 필요는 없다. 책장을 덮어버리고 싶을 만큼 어둡게 느껴지는 글이 그의 장점이니까. 그러나 그의 유모와 비판에 수긍할 수밖에 없기에 자꾸 손이 간다.  

 특히나 후에 쓴 시집인 <눈사람>과 비교하자면 더 진지하고 치열해서 회의적인 느낌까지 든다. 유모가 느껴지지 않지만, 비판적이고 안으로의 투쟁과 삶과 죽음이 맞닿아 있다. 한마디로 그로테스크하다고 정의된다. 거침없고 여과되지 않아 불편할 수 있지만, 문명을 비판하는 그의 도시와 정치는 제목처럼 역설적인 표현을 쓴다. 우리가 즐기는 자연에서 멀어진 세속도시. 그러나 거기서의 즐거움 속에 가려진 이면의 이야기. 시인이 들려주는 세계다. 전혀 낯설지 않은 이곳. 

 '그로테스크한 죽음 앞에서(50쪽.)'를 읽으며 죽어가면서 짖어야 할 말로 가득하지만, 가짜 눈물을 흘리는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보았다. 그러니 평화의 죽음이 될 수 없다. 죽음은 뿔과 같이 딱딱하고, 뾰족하고, 노려보는 것이며 속이 텅 빈 것이라(80쪽, 뿔 돋친 벽에서 인용.) 했다. 코뿔소는 죽지 않는다(99쪽, 동명의 시 제목.)라고 말한 이유는 그래서였다. 애초에 뿔을, 죽음을 달고 있던 코뿔소는 비어 있으므로 죽음 자체가 될 수 있다. 그렇다면, 북어 또한 그렇지 않을까. 말라서 딱딱하고, 뾰족해지고, 빈 눈은 허공을 노려본다. 그렇게 빈 북어이니 죽음 자체였고 그래서 우스꽝스럽게도 죽음 앞에서 토해내지 못한 말을 삼키며 한줄기 가짜 눈물을 보인 것. 이미 죽었는데 애써 죽은 체할 필요조차 없었다. 모든 생명은 태어나면서 죽음을 잉태하지만 죽은 채로 살지는 않는다. 다만, 그러지 않으려 애쓸 뿐이다. 그래서 시인의 말은 입 안에서 꺼끌꺼끌하지만 자꾸 되씹게 된다.  

 비슷한 시기에 이외수의 책을 잡았었는데 두 사람의 공통점으로 문명비판을 들 수 있겠다. 소설가와 시인의 공통 화제. 그리고 다른 방식의 이야기. 나는 아직도 이 시집이 손에 착 감기지는 않지만, 내내 묵혀 둘 거 같지는 않을 거라는 것을 안다. 부분 포스트 잍을 붙이지 않은 곳에 시선이 닿는 날 잠시 멈춰 서 그 부분에서 먹어치워야 할 길이 있음을(96쪽. '묵은 책,' 끝 부분 인용.) 또한 알기 때문이다. 

 이로써 최승호 시집읽기는 계속된다. 그의 산문집 제목에서도 당기는 게 있어서 읽고 싶은 책이 또 늘었다. 그의 산문은 어떤 맛일지 기대하며 시집을 내려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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