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교과서 한국을 말하다
이길상 지음 / 푸른숲 / 2009년 2월
평점 :
품절


 

 한때 일본의 후소사 역사 교과서 이야기로 떠들썩하던 때가 있었다. 언제였나 싶게 지금은 쑥 들어가버렸지만. 일본의 극우단체에서 후원하는 후소사는 사실 채택률이 아주 높지는 않지만, 앞으로 늘어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데다 오류를 넘어선 고의적인 왜곡을 해서 문제가 된다. (일본의 교과서가 모두 왜곡을 하지는 않는다는 걸 명심해야 한다.) 게다가 중국까지 역사 왜곡에 가세해서 고구려 이야기가 세간의 관심을 받기도 했다.    

 이건 어디까지나 우리나라의 입장이고 중국과 일본 두 나라도 서로 영토분쟁 등 얽히고설켰다. 서로 내세우는 주장이 다르지만 여기서 중요한 사실은 국력의 뒷받침과 지속적인 관심 등이다. 역사적 진실보다 설득력 있게 된 것은 안타깝지만, 자료가 남아있지 않다거나 혹요 남아있더라도 인정되지 않을 수도 있는 등 문제가 복잡하다. 역사는 사실 따지고 보면 올바로 해석하기 얼마나 어려운가. 승자의 관점에서 기록되거나 전해질 수도 있으며, 단편적인 면만 보고 그것을 전부로 확대해석할 수도 있다. 그래서 정보수집과 더불어 해당 역사학자가 더 많아져야 하며 우리 또한 관심을 둬야 한다.  

 가까운 나라에서 왜곡하는 우리의 역사 이야기만 기막힌 게 아니었음을 이 책으로 되돌아 보았다. 먼 나라에서는 아예 잘못 알고 있거나(ㅡ이것은 고의적인 게 아니라 그야말로 정보가 없거나 무지해서이다.) 과거 몇 십 년대에 머문 상태로 알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이것만으로 비판할 수 없는 것은 우리도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저자가 말했던 경우를 예로 든다면 포르투갈어를 쓰는 브라질 사람들 앞에서 한국의 역사와 문화를 소개하는 자료를 나눠주는 과정에서 실수한 이야기가 떠오른다. 브라질은 미국은 물론 영어도 좋아하지 않는다. 그들 나라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는 강대국 미국이라고 덥석 모든 걸 받아들이지는 않기 때문인데 자존심이 상당히 강하다. 그래서 영어로 한국자료를 준비해간 저자는 그들의 굳어진 얼굴에 긴장했을 것이다. 포르투갈어를 준비하지 못했다면 차라리 스페인 어를 선호하는 그네들의 배경을 파악했어야 했던 거다. 마찬가지로 우리가 상대방 나라의 문화적, 사회적 혹은 역사적 배경을 몰라서 저지르는 실수는 허다하다. 이럴 때는 실수하면 배운다 쳐도 우리가 말하는 동해 표기법 등을 외국인에게 설명하려면 그들에게 우리의 배경만 설명하거나 강요해서는 안 된다. 우리 또한 그들 나라에 관심을 두고 다가설 때 감사하고 신기해서라도 그들도 성의껏 우리의 이야기를 경청할 것은 자명하다. 이는 저자의 방법으로 실로 공감할만한 태도였다. 그렇게 다가서며 이해관계를 만들고서 그들 교과서를 수정해달라는 요청을 할 때 효과가 있는 건 당연하다. 섣부른 판단은 금지할 것을 재차 인식하게 되었다. 

 책에는 가까운 아시아부터 유럽 등 세계 여러 나라의 교과서를 일일이 보고 인용되어 있는데 그중에는 읽으며 황당한 이야기도 많았지만, 가끔은 새롭게 알게 된 사실도 있어 즐거웠다. 예로 자기 나라의 문자를 국경일로 기념한 유일한 나라가 한국이라는 사실과 외국인에게는 특이 이런 사실이 부러운 기념일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삼성이 일본기업이라는(멕시코 편.) 말이나 현대가 일본이 아니냐는(스웨덴 편.) 말은 아직도 한류니 뭐니 해도 한국이 일본에 많이 가려졌음을 시사한다. 경제발전과 더불어 국력신장이 되었어도 우리네 문화와 역사를 널리 알리는데 소홀했던 것이다. 저자의 말처럼 다른 나라와 비교해서 턱없이 부족한 예산으로 진행되기에 이 기나긴 싸움이 언제 끝날지도 알 수 없다.  

 예전에 독도 영유권 문제가 불거졌을 때 내가 생각했던 건 독도냐, 다케시마 어쩌구냐보다 더 큰 관심을 뒀던 건 동해냐, Sea Of Japan이냐였다. 지금도 마찬가지로 나는 이 문제에 관심이 있다. 내 생각으로는 동해라는 말 자체도 국제사회에서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으니 다른 명칭으로 영토분쟁 이야기를 풀어나갔으면 한다. 동해라는 것이 우리 입장에서는 동쪽의 바다니 그럴 수 있겠지만, 지구라는 커다란 지도를 놓고 보자면 설득력이 떨어진다. 우리끼리는 동해라고 불러도 국제명칭은 다른 것이었으면 한다. 예로 우리가 남해로 부르는 바다의 국제적 명칭은 대한해협이다. 일부에서는 이것도 쓰시마해협이라 부르지만. 그리고 동해, 남해 등은 바다를 접한 나라라면 어디에나 있는 명칭이다. 그래서 더욱 한국적인 혹은 그에 타당한 명칭이 필요하겠다. 이것은 국수주의도 아니며, 지나친 애국심에서 나오는 말이 아니다. 오히려 부르르 끓어 넘치는 지나친 애국심이야말로 경계해야 한다. 무관심도 마찬가지이다. 차근차근 이성적으로 접근해서 상대에서 더는 문제제기를 할 수 없을 만큼의 자료 확보 등이 필요함은 두말할 필요 없다. 사실 이런 식으로 풀어나가려면 나라 안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나라 안의 남아있는 낡은 찌꺼기부터 걷어내서 정화하며 언어 등에서부터 바로잡는 노력을 해야 하며(ㅡ아직도 남아있는 언어의 불순물이 많다. 자신도 모르게 사용하는….) 국가의 지원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예산지원을 늘리는 것은 물론 해당 인력 확보에 신경 써서 연구하며 활동할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할 것이며, 개인이 할 수 있는 작은 일들도 분명히 있을 터이다. 나는 이 책을 쓴 저자가 훌륭한 환경에서 책을 내지는 않았을 거라 판단했다. 그럼에도, 열정과 관심만으로 책이 나왔고(ㅡ책의 완성도를 떠나. 사실 이 책에는 어떠어떠하다는 건 잘 알려주지만, 저자가 보다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국가이미지 개선을 위한 방향을 제시(여는 글에서 말했듯)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나와 같은 독자들이 늘어나기를 희망한다. 

 책에는 상당히 많은 나라의 교과서에 대해 실려 있어서 읽으며 정신이 없기도 했지만 지루하지는 않았다. 생각보다 빨리 읽어버리게 된 이유는 다른 책도 아니고 학생이 배우는 교과서에 실린 내용이라는 사실 때문이었다. 그와 함께 우리의 교과서는 어떠한지도 돌아보게 되었다. 학생 때 우리 역사나 문화를 배울 때도 오래된 사진을 보며 최신사진은 바라지 않아도 꼭 이런 사진을 넣어야 하나 싶었던 마음이 떠올랐다. 재미있는 건 오히려 일본 등에서는 최신사진을 넣어 우리의 문화를 설명했다는 구절이었다. 다른 나라들은 하나같이 한국의 김치를 이야기하며 항아리에 넣어서 먹는다고 설명했는데 시대의 흐름에 발 빠르게 반응한 일본은 김치냉장고까지 이야기하며 사진을 넣었다는 게 흥미롭다.  

 안으로나 밖으로나 우리의 주체성이 제대로 설 때야말로 역사, 교육, 경제 그 밖의 여러 분야에서 널리 인정받을 수 있지 않을까. 그 노력을 게을리한 대가를 지금 치르고 있으니 이제부터라도 바로 잡아야 할 터. 그래야, 미래의 후손들까지 이런 역사적 논쟁을 이어가지 않을 테니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읽어볼 만한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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