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영의 슈퍼맘 잉글리시
박현영 지음 / 예담Friend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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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영어강사 중 떠오르는 이름 몇 명. 그중 박현영 하면 떠오르는 것은 영어뿐 아니라 말투, 표정 등의 생기발랄함이 아닐까 싶다. 조금은 과장되어 보이면서도 그래서 또한 인상적이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내게 와 닿은 기억은 많지 않았다. 그녀의 방송을 들은 적이 없어서 그런 거 같다. 내가 들은 건 그저 굿모닝 팝스와 EBS 영어교육뿐이었던 거 같다. 그러다 아이를 키우며 알아보니 저자 박현영의 책이 대단히 많다는 사실에 놀랐고 더구나 유아영어 부분에서 좋은 책이 많다. 이 책은 영어교육보다는 영어철학과 육아관을 돌아보게 하는 책이다. 물론 엄마표 영어교육에 관한 훌륭한 내용이지만 그 속에 품은 열정과 철학도 특히나 돋보인다.

 
 사실 이 책을 읽기 전부터 저자의 네이버 카페 회원으로 활동은 없지만 열정의 글을 고맙게 읽고 있었다. 머지않아 참여하게 될 거 같다. 어찌나 열정적인지 정말 읽다 보면 내 삶을 돌아보게 될 정도이다. 나도 외국어에 관심이 많아서 더욱 그렇다. 영어뿐 아니라 일어, 중국어, 프랑스어, 이탈리아어에 관심이 많고 스페인어 등까지. 번역이나 통역사가 되려는 게 아니라 관심분야를 파고들다 보니 자연스럽게 언어를 알고 싶어진 경우였다. 그러나 육아에 치여 나만의 외국어 공부는 전혀 못하고 있는데 조금이라도 시도해보려고 한다.
 
 적어도 내 아이는 어떤 분야에 관심을 쏟을 때 외국어에서 막히지 않았으면 한다. 물론 관심이 가면 저절로 공부하게 마련이지만 어릴 때부터 익숙하다면 훨씬 좋을 것이다. 그런 환경을 만들어 줄 수 있는 건 사설학원이 아니라 엄마라는 사실이 얼마나 다행인지. 엄마가 영어를 꼭 잘해서가 아니라 꾸준하게 함께 이어갈 수만 있다면 누구라도 저자의 딸 현진이처럼 다국어를 사용할 수 있다. 게다가 공부가 아니라 놀이로 다가와 정말로 즐겁게 엄마와 아이가 함께 하는 시간이라니 더 알차다.
 
 Home is the first schoo. Mom is the first teacher Mama's words are the first dictionary.
 
가정은 생애 첫 번째 학교다. 엄마는 첫 번째 선생님이다. 엄마의 말은 생애 첫 번째 사전이다.
 
 
73쪽, 미국의 영부인이었던 바바라 부시의 말.
 나는 교육열이 많은 엄마가 분명 아니다. 엄마표 놀이도 별로 해주지 않으며 책을 좋아하지만 매일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지도 않는다. 그러나 외국어는 어릴 때부터 편안한 환경을 만들어 주는데 동의한다. 알파벳, 파닉스 그런 건 부차적인 것이라 알려줄 생각조차 없다. 저자의 말처럼 함께 외쳐주는 엄마가 되고 싶다. 혼자 외국어를 공부했던 나는 듣기는 잘했는데 말하기는 쉽게 터지지가 않았다. 책을 읽으며 내 아이는 인풋과 아웃풋 모두 쉽게 터지기를 기원했다. 그러려면 매일 5분이라도 아이에게 놀이로 편하게 함께 해주어야겠다. 자세한 방법은 책에 나와있으며 연령별 또 간단한 생활영어도 나와있으니 누구든 도전할 수 있다.
 
 아이를 천재로 만들고자 혹은 영어 신동을 만들고자 이 책을 읽지 말기를 당부한다. 외국어를 즐겁게 접하고 받아들일 수 있도록 돕는데 이용하길 부탁한다. 정말로! 저자의 열정처럼 내 속에서 열정을 끓어내면 좋겠다. 아이의 옹알이 하나하나 그리고 행동 하나하나를 들여다보며 이해한 저자의 육아관도 본받고 싶다. 워킹맘도 하루 몇 분만 힘내본다면 엄마표 영어를 할 수 있으니(저자처럼) 도전해도 좋겠지 싶다. 좀 더 내 시간을 효율적이로 쪼개서 아이와 즐겁게 보내야겠다. 육아로 지치는 날이 많지만 교육은 최소 10년을 내다봐야 하니까. 그때를 생각하며 아직 어린 우리 꼬맹이들과 하루 3분, 5분만 힘써봐야겠다.
 

 엄마표 영어에서 중요한 것은 아이의 틀린 점을 지적해서 교정해주거나 가르치는 일이 아니다. 아이가 맘껏 주인공이 될 수 있도록 멍석을 깔아주고, 신이 나게 추임새를 넣어주며, 긍정적인 자극을 주어 용기를 북돋우는 것이 엄마의 역할이다. 그러니 영어 실력 자체는 뛰어나지 않아도 괜찮다.

 

32쪽中 

 
 
 
 + 책좋사(http://cafe.naver.com/bookishman) 책읽기 프로젝트 50 8기, 9주에 만난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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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 하루키 잡문집 비채 무라카미 하루키 작품선 1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이영미 옮김 / 비채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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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라카미 하루키의 책은 대학생 때「상실의 시대」로 처음 만났다. 최근 민음사에서「노르웨이의 숲」으로 새로 나왔던데 그 책도 읽어봐야겠다. 더 와닿을 것만 같다는 느낌이 드는건 나만의 착각일까. 그만큼 기대가 크다. 아무튼 20대에 만난 하루키의 책 한권으로 난 도서관을 뒤져서 그의 책을 닥치는대로 읽어치웠다. 마치 굶주린 영혼의 양식을 찾아먹듯 말이다. 이런 책이, 이런 작가가 있었나 싶었던 시기였다.

 

 그 다음으로 기억에 남는 책은「해변의 카프카」였다. 당시 새로운 직장와 환경에서 위로해준 책 중 하나여서였다. 그리고는 또 인상적인 작품으로「1Q84」가 있다. 명절에 친정에 가서 모두 잘 때 불을 켜기가 그래서 창으로 들어오는 가로등 빛으로 집중하며 읽었던 기억이 난다. 이렇듯 하루키 작품과는 재미있는 상황이나 인상적인 기억이 연결되어 있어서 잊지 못한다. 물론 내용도 그렇고 말이다.

 

 그의 소설 전부가 최고인 건 아니지만 대체로 좋아한다. 참 담담하게 나오는 말이다. 신기하게도 읽으며 좋아 미치는 건 아닌데 사람을 몰입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작가의 말처럼(21쪽.) 작가의 이야기를 내 안에 유효하게 받아들일 수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게 만든 게 바로 하루키의 필력이리라. 그러다 이번에는 잡문집이라는 제법 두툼한 책을 손에 넣었다. 단편집도 아니고 지루할까도 싶었지만 역시나 하루키의 글인지라 즐겁게 읽었다. 물론 저자의 말처럼 좀 별로인 것도 있었지만 음악이나 번역 그리고 글쓰는 이야기 부분은 흥미롭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

 

 굳이 말할 필요도 없겠지만, 나의 정신은 온갖 잡다한 것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마음이란 정합적이고 계통적이면서 설명 가능한 성분으로만 만들어진 것이 아닙니다. 나는 그러한 내 정신안에 있는 세세한, 때로는 통제되지 않은 것들을 긁어모으고, 그것들을 쏟아부어 픽션=이야기를 만들어내고 다시 보강해갑니다.

 

15쪽, 머리말中 일부. 

 책을 읽노라면 하루키의 작품을 더 잘 이해하게 된다. 드문드문 나오는 작품에 대한 이야기들을 읽는 즐거움이 있었다. 아마도 난 그의 작품을 그래도 몇 권이라도 읽어서겠지만, 설혹 아직 접하지 못한 독자라 할지라도 읽고 싶은 작품이 생길 것 같다. 게다가 음악 이야기는 재즈뿐 아니라 비틀즈, 빌리 할러데이 등 여러 이야기를 공감할 수 있었다. 작품「노르웨이의 숲」은 이미 알려진 대로 비틀즈의 곡이고 <러버 소울>앨범에 수록되어 있다. 거기서 내가 좋아하는 또 다른 곡 중 하나인 '노웨어 맨(Nowhere Man)' 부분도 좋았다. 정말로 별말이 아니었는데도 말이다. 아마도 하루키와 공감대가 형성된다는 게 기분 좋은 일이라 그런 거 같다. 그리고 수많은 작가 이야기에서 잊고 있던 이름들을 떠올렸다.

 

 새로운 음은note은 어디에도 없어. 건반을 봐, 모든 음은 이미 그 안에 늘어서 있지. 그렇지만 어떤 음에다 자네가 확실하게 의미를 담으면, 그것이 다르게 울려퍼지지. 자네가 해야 할 일은 진정으로 의미를 담은 음들을 주워담는 거야.

 

406쪽, 재즈 피아니스트 텔로니어스 멍크의 말.

 멍크의 말처럼 새로운 것은 없을지도 모르지만 우리는 모두 각자 의미를 담아 삶을 지속한다. 누구는 그것을 글로 풀어내기도 하는 등의 방법으로 말이다. 어찌 보면 잡문집이라 거참 건질 거 없고 하릴없어 읽는 건가 싶기도 하겠지만, 하루키의 독자로 그의 생각을 엿볼 수 있어서 즐거웠다. 게다가 역으로 잡문집이기에 들을 수 있는 이야기도 제법 있으니까. 담백하고 싱겁지만 그런대로 잘 먹었다는 느낌이 드는 책이다.

 

  그런 소설을 쓸 수 있다면, 하는 생각을 자주 한다. 캄캄하고 밖에서는 초겨울 찬바람이 매섭게 휘몰아치는 밤에 다 함께 서로의 체온을 나누는 소설. 어디까지가 인간이고, 어디까지가 동물인지 알 수 없는 소설. 어디까지가 제 온기고 어디까지가 어디부터가 다른 누군가의 온기인지 구별할 수 없는 소설. 어디까지가 자기의 꿈이고 어디부터가 다른 누군가의 꿈인지 경계를 잃어버리게 되는 소설. 그런 소설이 나에게는 '좋은 소설'의 절대적인 기준이 되었다.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그밖의 기준은 내게 별 의미가 없을지도 모른다.

 

 

456쪽, 끝부분 인용.

 

 + 책좋사(http://cafe.naver.com/bookishman) 책읽기 프로젝트 50 8기, 8주에 만난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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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스케치북에 손대지 마라 - 상위 1% 인재로 키우는 10년 투자 성공 비결
김미영 지음 / 동아일보사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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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아이를 키우며 육아철학을 나름 만들어가면서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는다. 시대의 흐름을 읽으며 거기에 발맞추려 할 수도 있겠고 전통육아방식을 선호할 수도 있고 선진국 엄마들의 육아방식을 참고하기도 할 것이다. 가장 좋은 방법은 내 아이에게 걸맞은 엄마의 방법이겠지만 엄마도 사람인지라 갈등한다. 지나치면 아니 한 것만 못하다는 말처럼 아이에게 부담을 주거나 엄마가 버거운 방법은 차라리 깨끗하게 포기하거나 잊어버리는 것도 방법이다. 나는 그다지 열정적으로 아이에게 올인하는 엄마가 못 되는지라 자유롭게 풀어주고 관찰하는 편이다. 세워둔 계획은 조금 있지만 다 실행하며 살 수는 없더라는 게 지금까지의 경험이었고 아이가 흥미를 보이는 순간을 놓치지 않으려 노력한다.   

 
 한국엄마와 외국엄마를 비교한 이야기 가끔 들어본 적이 있었다. 대부분의 요지는 이렇다. 한국엄마는 연애인 매니져처럼 하나하나 모든 것을 코치하는 선생님(teacher) 형이라는 것. 언제던가 EBS 방송에서도 비교실험했던 장면을 보며 확실하게 차이가 나는 것을 새삼 느꼈다. 가끔 나도 그렇다. 기다리지 못하고 시간이 없어서, 동생을 돌봐야해서, 피곤해서 등의 이유로 아이의 생각 혹은 상상의 시간을 단축시켜버린다. 반성한다 정말로. 
 
 이 책은 2008년 출간된 책으로 저자가 파리와 런던에서 8년간 아이를 키우며 유럽의 교육지침, 육아관을 경험하면서 우리나라도 변화했으면 하는 바람을 엄마의 마음으로 담았다. 그사이 우리나라도 많이 변화해서 다양한 체험의 기회가 생겼다. 그러나 아직 갈 길이 먼 거 같다. 아이 키우기 좋은 환경은 국가 차원에서 보완할 문제가 많다. 아이를 키워보니 알 거 같다. 아무튼, 출간한 지 좀 되었지만 지금 읽어도 수긍할 내용이다. 물론 이미 아는 내용도 있지만 말이다.
 
프레네(Freinet)식 교육법
 
프랑스 진보 교육자 셀레스탱 프레네의 교육 실천에서 비롯된 교육 방법론이다. 프레네 교육은 학생들의 동기와 자발성을 중시한다. 교사가 일방적으로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이 스스로 학습을 조직하는 방식으로 배운다. 학생을 능력에 따라 가르치거나 차별하지 않고, 각자의 속도와 리듬을 존중한다. 또 다양한 능력을 가진 학생들을 한 교실에서 경쟁이 아닌 협동 원리로 가르친다. 교사는 아이가 이루고자 하는 목표를 성취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하 생략)
 
 
74쪽, 일부 발췌.
 우리가 읽기에는 이상적인 교육관이지만 그들에게는 이미 실행 중인 교육론이다. 정부 차원에서 이뤄지는 사교육 특히 예·체능 사교육을 싼 가격(소득수준에 따른 차등 금액.)에 질 좋게(능력 있는 선생님.) 받는 부분이 부러웠다. 한국의 사교육은 공교육을 넘어 일상이 된 지 오래이며 그야말로 개인적으로 돈을 들여 받는 교육이니 말이다. 벌써 유아시기부터 사교육은 시작되고 있다. 휘둘리지 않고자 마음을 다잡으며 내년에 유치원 가는 첫째를 보며 여러 가지 생각을 해본다.
 
 책제목(아이 스케치북에 손대지 마라.)만 보더라도 그림 그리기를 워낙 좋아하는 아이에게 자주는 아니지만 가끔 그림 그려달라는 말에 그려주었던 내 모습을 떠올렸다. 나는 어릴 때 엄마가 함께 그림 그렸던 기억이 아주 좋은 추억이어서 내 아이에게도 즐겁게 그려주었는데 다르게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다. 그러나 절대로 그려주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어느 정도 수긍하지만 아이에게 맞게 대응해야겠다. 생각지 못했던 이면을 알게 되었으니 더 고심해볼 일이다.
 
 루브르 박물관 어린이 아틀리에는 꼭 참고해보려고 한다. 아이에게 소리로 이야기를 먼저 들려준 후 그림으로 표현해보게 하고 마지막으로 미술관이나 박물관에 가서 그 작품을 직접 보게 해주기! 처음부터 그림으로 보여주며 상상의 기회를 뺏지 않는다는 게 요점이다. 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가. 집 근처에 9월이면 시립미술관이 개관하니 기대가 크다. 요즘 한참 색칠 공부하기에 재미 붙인 아이와 자주 놀러 가야지~
 
 유럽의 교육이 무조건 최고이거나 좋은 건 아니겠지만 아이 중심으로 배려하며 문화를 이끄는 만큼(아이는 구경꾼이 아니고 주체가 된다.) 참고할만한 이야기가 많다. 좋은 장난감이나 교구보다 더 중요한 것은 아이의 감성을 이끌어 주며 경험하고 표현하게 해주는 것이니까. 금방 읽을 수 있는 책이지만 육아철학과 맞닿아 여운이 긴 책이었다. 사교육비 줄여서 그 돈을 모아 유럽의 미술관과 박물관에 데려가는 것도 하나의 계획인데 어디로 갈지 도움이 될 책이다.
 
 
 
+ 책좋사(http://cafe.naver.com/bookishman) 책읽기 프로젝트 50 8기, 7주에 만난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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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여행 2
김훈 지음, 이강빈 사진 / 생각의나무 / 200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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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실로 오랜만에 만나는 김훈의 글. 그간 읽으며 가슴을 저미게 한 소설도 있었고 또한 아름다운 문체에 깊이 빠져들어 작가의 사유에 감탄하며 행복한 순간도 있었다. 자전거 여행을 읽었을 때의 기쁨은 아직도 생생하다. 그때가 2007년이었는데 소설보다 훨씬 풍부한 작가의 문체는 정말로 아름다웠다. 사람들에게 꼭 읽어보라고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역시 그의 문체는 소설보다 에세이로 만나야 제맛이며 그 진수를 느낄 수 있다.
 
 오래도록 갖고 있다가 이제야 펴든「자전거 여행 2」는 이미 절판되어 다른 표지로 바뀌었다. 그런데 내게는 지금 이 책의 표지가 가장 마음에 든다. 책장에 오랜 시간 두어서 익숙해진 탓인지도 모르지만, 작가가 그의 애마인 자전거 옆에서 포즈를 취한 모습이 그렇게 정겨울 수가 없다. 
 
 어찌하다 보니 올여름 휴가는 2주간 드문드문 다녀왔다. 일주일마다 책을 골라서 읽는데 피곤해서 얇은 책을 읽어야지 하면서도 눈은 이미 이 책에 박혀서 손도 거부할 수 없었다. 읽을 때가 왔나 보다. 난 자전거 여행 책을 항상 여름에 읽는다. 가을에 읽어야겠다고 벼르면서 내 뜻처럼 되지 않는다. 상관없다. 계절과 무관하게 활자들은 나를 반기니까.
 
 그의 유려한 문장을 좋아하는 나는 행복하게 책과 마주했다. 그러나 솔직하게 말하자면 첫 권을 만났을 때의 황홀경에 비하면 조금은 차분해진 느낌이다. 아니면 그동안 내 책 읽는 취향이 변했거나 수준이 달라졌을지도. 처음은 무덤덤하던 내 심장이 후반으로 갈수록 과연 김훈이구나를 실감한다. 초반에 내 눈에 들어온 것은 작가의 사물을 보는 각도. 채움과 비움, 있음과 없음, 앞과 뒤, 시작과 처음 등의 모든 상반되면서도 동시적으로 존재하는 관계적 느낌이었다. 그 반복은 줄기차게 이어져서 끝까지 유효하다. 
 
 작가의 시선이 머무는 곳에 나도 머문다. 활자로만 읽자면 단조로운 지겨움이 되겠지만, 사유의 세계로 이끄는 손길을 따르자면 철학적이다. 이런 성찰력은 매력 있다. 아름다운 글로만 끝나지 않고 들여다보고 곱씹는 맛이 있으니까. 멀지 않은 광릉 수목원에 가서 한국의 재래종 연꽃이라는 노랑어리연꽃도 보고 싶어졌다. 가평 산골 마을의 역사와 남한산성 등의 이야기에서는 치열하게 역사에 관심을 보이고 소설을 내놓은 그의 애정어린 마음도 다시금 느껴진다. 소설「남한산성」이후로는 역사소설을 쓰지 않겠다고 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나는 그 말이 그렇게도 아쉬울 수가 없다.
 
 전편을 다시 읽어보고 싶어졌다. 그래도 난 전편에 더 열광할 것인가. 그것이 궁금하다. 이 책도 괜찮았다. 김훈의 최근 몇 년 작품은 읽지 않아서 모르나 여전히 내가 좋아하는 작가. 피곤한 여행 후에 차분하게 쉬며 사유하게 해준 책이었다.
 
얼굴은 내면의 풍경이고 외계로 향한 창구다.
얼굴의 언어는 말의 언어가 아니라 몸과 마음의 언어이다.
사람은 말로 소통하는 것이 아니라
몸과 마음으로 교신한다.
 
229쪽, 얼굴 그 안과 밖에 대한 명상中
 
+ 책좋사(http://cafe.naver.com/bookishman) 책읽기 프로젝트 50 8기, 6주에 만난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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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Beatles 비틀스 살림지식총서 255
고영탁 지음 / 살림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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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틀스보다 비틀즈에 귀가 익숙하다. 표기법이 무엇이든 정확하지는 않다는 말이다. 비틀즈의 팬으로써 그들의 노래를 듣고 살아왔고 앞으로도 들을 사람이라 비틀즈에 대한 책은 늘 목마르다. 그러면서도 정작 찾아 읽지는 않는다. 이 책도 갖고 있었던 게 몇 년인데 가끔 들춰만 보았지 처음부터 쭉 읽은 적이 없었다.
 
 지난주에 읽은 책에서 보니 스티브 잡스도 비틀즈의 광팬이었다. 그때부터 다음은 이 책을 읽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더구나 3박 4일 어디에 다녀오느라 시간도 부족해서 살림지식총서가 딱이었다. 얇지만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살림책. 비틀즈에 대해 잘 모르거나 관심을 갖기 시작하는 독자에게 좋은 책이다. 그들의 음악사와 개인사를 대충이나마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멤버마다 가족사부터 만남 그리고 비틀즈의 활동까지 이어지는데 곡명이나 앨범명만 나와도 그들의 노래가 귓가를 맴돈다. 그래서 결국에는 책을 읽고 나서 비틀즈의 곡을 듣게 된다. 소설처럼 극적이거나 달콤하지 않아도 그들의 음악 여정은 드라마틱하다. 개성 있고 실력과 열정 또한 있는 이들이 만나 세계를 거대한 소용돌이에 몰아넣은 비틀즈! 존 레논, 폴 메카트니, 조지 해리슨, 링고 스타. 개인적으로 존 레논과 링고 스타의 팬이다~~
 
 그들의 곡은 단순하고 경쾌하지만 중독성이 강하다. 그리고 질리지가 않는다. 물론 초기에 비해 후기에는 각자의 음악세계를 구축해가며 다양성과 깊이가 달라진다. 이는 음악인이라면 필연의 결과가 아닐까 싶다. 무엇보다 멤버 모두가 싱어송라이터라는 게 또한 멋지지 않은가.
 
 [러버 소울], [리볼버], [페퍼상사], [더 비틀즈] 등의 인상적인 앨범. 그리고 그 속의 곡들. 좋아하는 곡이 많아서 뭐라 한 곡만 찝어서 말할 수 없지만 책에는 앨범마다 그들의 상황을 간략하게 이야기 해준다. 물론 얇은 책이라 속 깊게는 들어가지 않지만 이 정도도 충분하다. 그래서 비틀즈 초기 입문서로 추천한다. 그리고 비틀즈는 유명한 곡이 많아서 책을 읽으면 많이들 떠오르게 될 것이다. 그만큼 친근한 밴드.
 
 서평을 끼적인다고 아이를 봐주던 옆지기가 잠깐 와서 보더니 이런 책이 있는 걸 왜 말 안했냐고 한다. 오래도록 책장에 있었는데라며 대답했지만 그 또한 비틀즈의 팬이다. 첫아이 임신 때 유독 비틀즈 음악을 많이 들었다. 그냥 무작정 생각이 났더랬다. 어떤 해에는 새해 첫 꿈으로 비틀즈의 링고 스타가 드럼 스틱이 아닌 기타를 치며 Yesterday를 무덤덤하게 불러주기도 했었다. In My Life는 지금도 아주 가끔씩 흥얼거리며 산다. 이 밖에도 계절마다, 기분마다 듣는 곡들이 꽤나 있다. 비틀즈는 지금도 세계 곳곳에서 어느 누군가를 통해 흘러나오고 있을 것이다. 비틀즈여, 영원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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