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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들에게는 비밀이 있다 - 누구도 말하지 않았던 의학의 진실
데이비드 뉴먼 지음, 김성훈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3년 2월
평점 :
절판
![](http://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15/0612/pimg_7431911951221870.jpg)
원제 Hippocrates' Shadow (2008년)
목차
1장 의사도 모르는 것
2장 효과 없는 치료
3장 의사마다 말이 다르다
4장 대화하지 않는 의사
5장 의사는 검사를 좋아한다
6장 의사가 버리지 못하는 것(거짓 공리)
7장 우리는 의미를 놓치고 있다(위약의 역설)
8장 아주 간단한 숫자(NNT)
9장 낡은 패러다임의 새로운 발견
이 책을 읽으며 항생제 이야기가 나오니 자연스레 예전에 읽었던 「내 몸의 유익균」이 떠올랐다.
그때가 2011년이었으니 예나 지금이나 항생제 논란은 여전하다는 게 씁쓸하다.
환자가 항생제 처방을 원한다고? 정말 의사는 그렇게 생각하고 처방하는 것일까?
아니면 의례 그렇게 되었기 때문일까. 특히나 기관지염은 항생제가 효과가 없다는 사실을 의사도 안다고 한다. 6장에서 거짓공리에 대한 이야기 때 나오는 부분인데 공감했다.
그나마 소아과에서 느낀 점은 항생제를 처방할 시 의사가 이러이러하여 처방합니다라고 말해주니 나아진 게 맞는 거 같다. 첫아이 때 하정훈 의사가 쓴 삐뽀삐뽀 시리즈를 열심히도 읽었던 기억이 난다. 사실 항생제뿐 아니라 약물 오남용은 늘 경계해야 할 대상이다.
사실 이 책에서 보다 폭넓게 이야기하는 바는 항생제가 아니다. 그야말로 의사에 대한 이야기지만 그다지 재미있지는 않다. 아플 때 우리가 믿을 수 있는 것은 담당의지만 반대로 우리는 그만큼 모르기 때문이다.
게다가 의사가 환자를 대하는 태도에 대해서 짚고 넘어가자면 천차만별이다. 정말로 친절한 의사도 많고 반대도 많으니 말이다. 또한 몸에서 나타나는 반응을 적절하게 없애주는데 신속한 의사도 있고 기다려보자며 약을 줄이고 몸의 속도를 맞춰주는 의사도 있다. 이 부분은 아이들 소아과를 두 곳을 다니며 발견한 것이다.
그래서 긴급하게 증상을 호전시켜야 할 때는 신속하게 조치해주는 병원으로 가고 반대로 기다릴 만큼 특별한 일이나 행사가 없다면 기다려주는 병원으로 선택해서 간다. 그러니 이쯤 되면 나에게 맞는 병원과 의사를 찾는 게 이득이라는 것을 알 것이다.
히포크라테스는 소통을 잘하는 사람이었다. 환자를 볼 때 말을 하기보다는 환자의 말에 귀를 기울이며 그들의 바람, 의도, 그리고 사회적 환경까지 샅샅이 흡수하고 기록하려 했다. 그가 살던 당시의 과학과 기술 노하우의 수준 때문에 소통은 그의 가장 값진 도구가 되어주었다. 하지만 우리의 시스템에서 소통은 의료 행위의 사소한 구성 요소에 불과한 것으로 치부된다. 우리가 의학의 위대한 잠재력이자 권위라 생각하는 것들에 밀려 교육 과정에서도 별 볼일 없는 존재로 취급받는다. 대부분의 환자들에게는 소통의 결여가 분명히 보이는데도 의사들은 그에 대해 입을 다문다. 우리 의사들은 소통을 가치 있게 여기지도 않고, 소통이 가지는 치유 능력도 인정하지 않으며, 소통에 대해 진지하게 교육하지도, 소통을 장려하지도 않는다.
(145-146쪽. 4장 대화하지 않는 의사)
의사도 사람. 그러니 친절함만을 요구하지는 않는다. 실제로 무뚝뚝하지만 그러면서도 환자를 잘 이해하는 의사도 많기 때문이다. 반대로 친절은 하지만 약에 대한 부작용을 겪게 했다거나 하는 식의 경우도 있다. 그러나 보다 분명한 것은 소통의 중요성이다. 환자가 많아서, 업무에 지쳐서라는 이유는 알지만 자신의 할 말만 하고 진찰을 끊는 것은 정말 아니라고 본다. 히포크라테스의 이야기가 자주 나오는데 그는 정말로 소통을 잘 했던 거 같다.
병원에 대한 불만. 특히 응급실에 대한 불만은 상당히 높다. 응급실에 오는 이유는 하나. 급하기 때문인데 그곳은 늘 복잡하며 기다려야 하고 불편하다. 그리고 밤이나 새벽이라는 시간의 특성까지 더해져 불안이 떠도는 장소이다.
치료와 목숨을 담보로 하는 의사의 스트레스를 이해하지만 환자의 마음을 편하게 해주는 그런 부분도 배워서 실제로 적용하면 얼마나 좋을까. 인간대 인간으로의 소통이 그래서 간절하게 느껴진다. 물론 잘하는 의료인들도 상당히 많다. 실제로 만족하는 소아과나 치과가 내게도 있다. 책의 원제만 보더라도 이 시대의 우리에게 절실한 게 무엇인지 다시 자문해보아야 할 것이다.
현대 의학에서 위약 효과의 존재와 중요성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현상은 철학적인 논쟁에서 기원한 것이다. 의학을 몸과 마음이 하나로 완전하게 어우러진 유기체를 다루는 과학으로 바라보았던 히포크라테스의 철학과는 달리, 현대 의학은 몸과 마음을 분리된 것으로 보는 데카르트의 모델을 받아들였다. 이 모델에서는 육체가 기관과 혈관, 신경으로 구성된 복잡한 기계이고, 그 기능은 두뇌에 의해 조종되는 인과율 메커니즘을 따라 이루어진다고 본다. 또한 두뇌는 신체 부위들과 기능을 조절하는 복잡한 컴퓨터로서 마음, 그리고 고차원적 사고나 복잡한 추론 등의 심리적 기능과는 분리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과정은 기관, 혈관, 신경 등의 기능과는 생리적으로 구분되는 다른 차원에서 일어난다는 것이다. 하지만 위약 효과는 이런 몸과 마음의 분리를 인정하지 않는다. 위약 효과를 인정하려면, 인지나 다른 심리적 과정이 내부의 신체 기능에 영향을 미치고, 또 역으로 그 신체 기능으로부터 영향을 받는다고 보는 좀 더 넓은 시각이 필요하다.
(230-231쪽, 7장 우리는 의미를 놓치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요즘 메르스로 의료인들이 몸살을 앓는다. 그들의 피곤과 스트레스가 그들의 몸과 마음까지 상하게 하지 않았으면 한다. 우리를 둘러싼 낡은 패러다임에서 벗어나 소통하는 시대로 나아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