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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베스 ㅣ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99
윌리엄 셰익스피어 지음, 최종철 옮김 / 민음사 / 2004년 3월
평점 :
셰익스피어 다시 읽기 세 번째 『맥베스』는 <왕권을 주제로 한 웅대한 연극(25쪽)>
으로 책에서처럼 연극과 인생이 서로 비추어 주는 부분이 많다는 생각을 다시금
들게 한다. 물론 지금은 연극뿐이 아니라 드라마, 영화 등으로 더 다양화되었으나
당시로써는 연극의 극적인 효과가 크게 자리 잡았음을 알 수 있다. 또 일반소설의 느낌
과 사뭇 다른 희극 특유의 대사와 상황은 지금도 독특하게 느껴진다.
이 작품 역시 인간의 마음에서 도사리는 욕망을 여지없이 보여주는데 결국 그 욕망이 끓어올라 곪아
터지는 과정과 몰락하는 이야기가 핵심이다. 과연 몰락이라고 할 수 있을지나 모르겠다. 그보다 어쩌
면 인생의 덧없음이라고 해야 맞을지도 모른다. 이미 셰익스피어의 다른 작품에서도 볼 수 있는 욕망
에 찬 인간군상의 모습과 겹쳐지나 다른 점이 있다. 우리가 매순간 갈등하듯 맥베스도 끝없이 갈등
한다는 사실이다.
빛이여, 검고 깊은 내 욕망을 보지 마라.
눈은 손을 못 본 척하지만 끝났을 때
눈이 보기 두려워할 그 일은 일어나라.
ㅡ 30쪽, 맥베스.
그 욕망의 근원은 권력이었다. 그러나 처음부터 그가 탐욕으로 얼룩진 마음을 가진 것은 아니었다.
이것이 다른 작품의 인물(오셀로의 이야고 등)과는 다른데 그는 다른 이에 의해서 동기를 강하게 부여
받은 것이다. 여기서는 그 역할을 세 명의 마녀가 하고 있다. 게다가 맥베스 부인도 옆에서 충동질하고
있다. 그래서 맥베스 자체의 등장인물이 가지는 매력은 떨어지게 느껴진다. 그래서 다른 작품보다 내게
는 조금 심심했다. 사실 옆에서 누가 동기를 부여하더라도 그걸 받아들이는 방법에 따라 얼마든 맥베스
란 인물은 변화되거나 입체화될 수 있었다. 그러나 그는 의심 없이 아니 수동적으로 받아들인다. 그리
고 다소 주저하지만(갈등 때문에) 일단 나아간다.
당신의 얼굴은 책과 같아 낯선 걸 읽을 수 있어요.
세상을 속이려면 세상처럼 보이세요. 눈과 손과 혀로써
환영을 표하세요. 순진한 꽃 같지만 그 밑의 뱀이 되는
겁니다. ㅡ 33쪽, 맥베스 부인.
맥베스가 고민하는 동안에도 맥베스 부인은 흔들림 없이 그의 욕망을 부추긴다. <눈앞의 공포보다 끔
찍한 상상이 더 무서운 법>이 말하던 맥베스는 <올 테면 오라지, 날이 암만 험악해도 세월은 흐른다>
며 목표를 향해 나아가지만 결국 비극을 맞는다.
꺼져라, 짧은 촛불! 인생이란 그림자가 걷는 것, 배우처럼
무대에서 한동안 활개치고 안달하다 사라져버리는 것,
백치가 지껄이는 이야기와 같은 건데 소음, 광기 가득하나
의미는 전혀 없다. ㅡ 124쪽, 맥베스.
그가 깨달은 것이다. 그의 허무함에 동감하지만 욕망의 노예가 아닌 그 욕망을 잘 다스려 긍정적인 곳
으로 사용할 수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라는 생각을 한다. 그렇다면 삶이 지나치게 건조하지도 않으
며 치열하지도 않을 텐데 말이다. 이렇게 말하는 나도 맥베스와 다를 바없이 고민하고 선택한다. 산다
는 것은 끊임없이 자신을 다스리는 일이다. 좀 더 안으로 다가서는 연습을 게을리하지 말아야겠다.
고운 건 더럽고 더러운 건 고웁다. ㅡ 14쪽, 마녀들의 말.
등장하는 마녀들의 말이 모두 헛소리는 아니었으니 저 말을 기억하고자 한다.
물론 마녀들의 예언이 맥베스에게는 저주가 되었지만 저 말은 진실이다. 그리고 불분명한 예언에 희망
을 거느니 마음에서 그것을 지우는 편을 선택해야겠다고 다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