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사랑 자연이유식 궁극의 비법 시리즈 요리 3
유미경 지음 / 도미노북스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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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산 후 어느 정도 몸이 회복되어가면 다음 걱정이 이유식인 거 같다. 생후 4개월 전부터 밥상만 보면 침을 흘리며 먹고 싶은 눈길을 보내는 아기를 두고 언제 이유식을 시작할지부터 고민에 들어간다. 이유식이 빠르면 알레르기 걱정에 소화능력이 현저히 떨어져 소용없다는 말을 듣고 요즘은 6개월부터 시작한다고 했다. 그래서 5개월 중순부터 시작했다. 다행히 아기는 이유식을 정말 잘 먹었다. 지금도 먹는 걸로 걱정시킨 적이 없어서 쉽게 이유식을 진행 중이다.

 

 그러나 역시 고민은 있다. 이유식량이 늘어가며 횟수도 이젠 어른과 똑같이 하루 세 번인데 뭘 해먹일지 걱정이다. 11개월부터 일반 진밥을 먹었지만 그래도 일주일에 두 번 정도는 이유식 진밥을 만들어 준다. 소화과 의사가 쓴 한 권의 이유식 책도 유용하게 사용하고 있었고 재료만 바꿔서 이래저래 변화도 주지만 다른 방법을 찾고자 온라인의 도움도 받았다. 그러던 차에 만난『아기사랑 자연이유식』은 정말이지 요즘 잘 쓰고 있다.

 

 이유식 책이 다 거기서 거기 같기는 하지만 내가 가진 이 두 권의 책은 확실히 다르다. 결론은 둘 다 좋다는 의미이다. 돌이 지나 이용하지만 그럼에도 다양하고 앞으로도 더 쓸 수 있어서 정말 좋다. 뒷부분의 손수 만드는 간식편도 마음에 든다. 아이가 자라도 얼마든 사용할 수 있었고 특히 고구마양갱, 연근과자, 코티즈치즈, 땅콩잼은 새로운 정보였다. 물론 이유식 책을 보면 이미 온라인이나 다른 책에서 본 내용도 겹치지만 이렇게 새로운 내용이면서 현실적으로 사용 가능한 정보가 있어서 마음이 기운다. 그래서 요즘 이 책을 식탁에 두고 이유식 메뉴를 정하고 있다.

 

 책을 자세히 이야기하자면 우선 저자는 요리가나 의사가 아니고 평범한 아이 엄마였으며 글과 사진 등 많은 부분에 직접 참여하고 있다. 이유식에 대한 기본 이야기인 재료나 보관 등은 어느 책이나 비슷하겠지만 직접 음식을 만들고 사진으로 담으며 글까지 썼다는 게 신기했다. 또 이유식 만드는 방법을 간략하게 적었지만 바로 아랫줄에 친절하게 주의점, 응용, 팁까지 적혀 있다. 그래서 처음 이유식 책을 고르는 엄마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예를 들어 재료를 넣고 볶으라고만 쓰여있는데 실제로 타는 거 같을 때가 있다. 이럴 때 저자는 타는 거 같으면 물을 더 넣으라는 등의 아주 세세한 이야기도 놓치지 않는다. 본인의 경험을 근거로 해서 만든 이유식 책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내가 가진 다른 이유식 책은 소아과 의사가 써서 이런 세세한 부분에 대한 언급은 없다. 대신 초기, 중기, 후기 등의 식생활습관이나 영양 불균형 등에 대한 이야기를 전문가적 견해로 자세하게 썼다. 그러니 두 사람은 자신의 분야를 최대한 발휘한 것이다. 내가 보기에는 두 책 모두 훌륭하다. 더 이상은 이유식 책을 살 생각도 없지만 참고할 필요도 없다고 본다. 

 

 쉽고 재미있게 그리고 엄마표 정성이 들어간 이유식을 만드는 일은 생각보다 어렵다. 그러나 자신에게 맞는 이유식 책을 잘 선택해서 되풀이하다 보면 즐거운 이유식 시간이 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합격이며 추천할 만하다고 본다. 그런데 한 가지 궁금한 점은 자연이유식이라는 제목이다. 이유식은 아이를 위한 요리이기에 다 자연식인데 굳이 자연이유식이라는 말을 쓰지 않아도 될 거 같다는 점이다. 어쩌면 제목의 어감을 맞추려고 선택했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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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입, 두 번째 이야기 : 인생의 완성도를 높이는 자기 혁명 - Think Harder! 몰입
황농문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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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몇 해 전에『몰입』이 처음 나왔을 때 관심 가는 책이었지만 자기계발서를 열심히 읽는 편이 아니라 그냥 지나쳤다. 그러나 제목만은 머릿속에 또렷이 남아있다. 몰입(沒入)이라는 말이 주는 느낌 때문이었다. 읽지 않아도 많은 생각을 불렀고 그래서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다. 그러다 이번에『몰입, 두 번째 이야기』를 읽게 되었다.
 

 책의 내용이 어떨지 짐작이 가듯 이것은 바로 몰입에 관한 이야기이다. 그래서일까. 시작인 1장이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해 시작한다. 우리가 몰입에 관심을 두는 이유는 몰입하고자임이 여실하다는 증거이다. 


 "우리가 취할 수 있는 최선의 전략은 칠십 평생이 우리가 우주를 경험할 수 있는 유일무이한 기회라고 생각하고, 그 시간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이다."   (31쪽, 파스칼의 말 인용.)
  인용구처럼 우리의 짧고도 긴 삶에서 원하는 것에 몰입하고 사는 시간이 없다면 얼마다 허무할까. 그러고자 이 책을 펴들었고 저자의 의견을 하나씩 따라가 본다. 생각의 중요성에 대해 익히 알고 있어도 바쁘다는 핑계로 생각보다 행동이 앞서거나 그도 아니면 우왕좌왕하며 시간이 가는 일도 있다. 그래서 이미 시중에는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방법에 대한 책이 넘친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것은 정신적인 영역을 간과했다는 것이다.
 

 행동만을 개선한다고 달라지지는 않는다. 외면이 아닌 내부부터 바로 잡힐 때 비로소 변화가 생긴다. 생각하기는 누구나가 할 수 있지만, 시간을 들여 집요하게 생각하기란 끈질긴 노력이 필요하다. 저절로 되는 일이란 결코 없다. 

 
 천재라 불리는 이들은 알고 보면 모두 생각의 시간을 많이 가졌다. 뉴턴, 아인슈타인, 피카소 등 그들의 공통점은 완벽한 인간이거나 똑똑한 인간이 아니라 바로 자신이 원하고 답을 찾는 분야에 대해 끊임없이 생각했다는 것이다. 물론 생각에만 빠져 사는 게 아니라 노력으로 행동까지 이어져야 답이 나온다. 참고로 저자도 운동을 권한다. 

 
 특히 단시간에 끝나는 생각이 아니라 답이 풀릴 때까지(원하는 것을 얻고자 할 때까지) 지속적으로 이어간다는 게 중요하다. 목숨 걸고 사랑하듯 목숨 걸고 생각하라는 의미였다. 이쯤 되면 그 정도까지 몰두해 본 기억이 과연 최근 언제였던가 자문하지 않을 수 없다. 개인적으로 생각하기를 좋아하지만, 책을 통해 더욱 능률적으로 이용할 수 있게 된 거 같아 좋은 시간이었다.


당신들은 보고 있어도 보고 있지 않다. 그저 보지만 말고 생각하라.

표면적인 것 배후에 숨어있는 놀라운 속성을 찾아라.  (46쪽, 피카소의 말 인용.)
 몰입을 받아들일 필요성을 내적동기로 강하게 전달받았다면 다음은 방법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몰입준비단계, 슬로우 싱킹 등 실행에 대한 이야기가 계속 이어진다. 자투리 시간 이용과 엔트로피에 대한 의견에도 공감이 갔지만 가장 인상적인 내용은 슬로우 싱킹과 선잠, 불면증에 대한 부분이었다.

  슬로우 싱킹은 말 그대로 천천히 생각하는 것을 말한다. 그리고 명상이나 종교에서의 수행이나 기도와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많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실천도 포기하지만 않으면 이어갈 수 있는 부분이라 터무니없는 의견도 아니다. 그리고 선잠을 꼭 물리쳐야만 하는 부분이 아니라 받아들이고 졸리면 잠시 자고 일어나라는 것과 이유에 대한 부분도 기분 좋게 받아들여진다. 불면증 또한 나와 무관한 부분이 아니라 역시 일리 있는 의견이라 동감했다.


 생각보다 괜찮은 책이었다. 물론 전공이 공학 쪽이라서인지 예 등이 전문적이기도 해서 조금 지루하기도 했지만, 저자가 말하는 의견이나 방법에서 배울 게 많다는 점에 추천한다. 특히 종교생활을 열심히 해서 기도나 묵상, 명상 등에 깊게 빠져 본 경험이 있는 독자라면 충분히 이해할 것이다. 몰입의 경지는 득도한 도인만이 가능한 게 아니라는 사실을.
 

 우리가 간절히 원할 때 온 우주의 마음도 우리 편을 들어줄테니 말이다. 그러나 과연 그만큼 몰입할 수 있는 시간과 노력을 얼마나 하느냐가 문제이다. 노력의 대가로 얻은 열매가 얼마나 달고 뿌듯한지를 기억해내며 작은 일부터 풀어가 봐야겠다. 전문직에 종사하거나 연구하는 이들에게도 많은 도움이 되겠지만, 보통의 독자에게도 활용도에 따라 삶의 변화에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된다.

 "사람들은 생각하기를 죽기보다도 싫어한다."

 

 (232쪽, 버트란트 러셀의 말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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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통신 1931-1935 - 젊은 지성을 깨우는 짧은 지혜의 편지들
버트런드 러셀 지음, 송은경 옮김 / 사회평론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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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와의 인연은 러셀의 행복론이 명쾌해서 좋아하기 시작했었다. 그때까지는 막연하게 러셀의 한 권의 책만 줄기차게 되풀이해서 읽었던 것 같다. 그러다 얼마 전 『로지코믹스』를 읽고 철학자뿐 아니라 수학자, 논리학자로의 모습에서도 열정이 느껴져 역시 러셀이다 싶었다. 
 

 이 밖에도 역사학, 종교, 반전운동 등 실로 다양한 분야를 깊이 있게 두루 통찰하는 그의 식견이 좋았다. 자신만의 확고한 철학이 있고 그 바탕 위에 논리적이고 명쾌하게 이야기하는 방식이 러셀의 장점이다. 논리학자라 그런지 막힘없고 고집 세게 주장만 하지 않아서 공감한다.

 

 『런던통신 1931-1935』또한 마찬가지로 4년 동안 쓴 짤막한 칼럼으로 이루어져 있지만 전혀 어렵지 않다. 그러나 실로 다양해서 크게는 정치, 경체, 역사 등부터 전문적인 과학, 철학부터 개인적인 사소한 이야기까지였으며 제법 두툼한 책임에도 독자에게 전혀 부담을 주지 않았다.

 

 그럼에도 한 사람의 신변 잡설로 그치지 않는 이유는 시대를 초월한 깊이 있는 성찰 때문이리라. 80여 년 전의 글이 지금에도 적용되는 것들이 꽤 많았고 그때와 별반 다를 게 없는 세상이라는 것도 재미있다. 심지어 육아에 대한 이야기도 지금과 똑같다!

 


 경험에서 진정으로 무언가를 배우려면 열린 마음을 가져야 한다. 과학을 하는 많은 이들에게 이런 태도가 다소 부족하긴 하지만, 열린 마음은 과학적 기질의 정수다. 경험에 바탕을 둔 과학은 경험을 예측할 수 있게 해주고, '소식적' 경험으로 알 수 있는 것보다 더 많은 것들을 알게 해준다.

 

 대체로 세상은 우리가 생각하는 바와 같다. 우리의 이론이 세상을 빚어내며, 우리가 믿음으로써 그 이론은 진실이 될 수 있다. (이하 생략)

 

(56쪽, <경험에서 배워야 하는 것>가운데 부분인용.)

  시대는 다르지만, 러셀의 시대도 까마득한 과거와는 구별되는 옛날이 아닌 현대시대였다. 지금도 마찬가지라 공유의 폭이 더 넓었다. 사람들은 바쁘게 일하고 여가를 즐기지 못하는 삶을 산다. 물론 요즘은 주말을 즐기려는 사람들이 많지만 러셀의 말에 따르면 그들은 진정한 의미에서의 여가를 즐기는 것인지 자문해볼 필요가 있다.

 

 분위기에 따라서, 마지못해서, 의무적으로 여가를 즐기는 것(오락을 일처럼 즐긴다는 의미)과 스스로 원해서 즐기는 삶과는 확실히 다르다. 삶 또한 마찬가지이다. 그래서 진정한 삶의 가치에 대해 돌아보게 된다. 교통이 발달해서 멀리까지 가게 되고 여행의 폭도 넓어졌으나 사람들은 더욱 바빠진다. 일장일단이 있다고 해도 선택은 언제나 각자가 할 일이다.

 


 영리한 사람은 많아졌지만 지혜로운 사람은 줄어들고 있다. 지혜란 천천히 생각하는 가운데 한 방울 한 방울씩 농축되는 것인데 누구도 그럴 시간이 없기때문이다.

 

(72쪽, <명상이 사라진 시대> 가운데 부분인용.)

  <아이들은 현실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라는 칼럼의 제목을 가만히 떠올려본다. 두려움 때문에 남의 이목때문에 내가 품은 기준이나 가치를 버리고 살지는 않았는지 고심해야겠다. 하나의 생각을 두고 계속 떠올리며 고민한 시간이 많았을 거 같은 러셀. 그래서 확고한 자신만의 생각체계를 전 분야에 걸쳐 완성한 사람이다. 딱딱하지 않고 유머러스한 글들은 독자의 굳은 사고를 유연하게 해줄 것이다. 가끔 꺼내서 아무 꼭지나 펴들고 읽어도 좋을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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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연습 - 서동욱의 현대철학 에세이
서동욱 지음 / 반비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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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창시절 나를 사로잡았던 것은 책이었다. 무한한 책의 바다에서 읽어도 읽어도 끝이 없어서 목마름은 채워지지 않았다. 지금처럼 다양한 책을 읽으려고도 하지 않고 마음에 드는 것만 가려 읽었는데도 그랬다. 조금은 삐딱했고 암울하기도 했고 마음이 찡하고 순수해지기도 하던 시절이다.
 

 그때 읽은 파스칼, 니체 등의 책은 상당한 정신적 충격이었다. 이런 책 아니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있었나 싶었다. 의미도 모르는 구절을 공책이나 메모지에 적고 다니며 시시때때로 들여다보며 나름의 공상을 했다. 물론 시가 가장 좋았지만 시는 내게 충격을 주지는 않았다. 위안이었지.

 

 그러나 그때뿐이었다. 이후 다른 책들을 만나며 잊고 지내다 요즘 동양철학과 마주하며 서양철학도 나중에 계보를 잡아보자고 생각했다. 그러다 만난『철학 연습』은 또 다른 즐거움을 주었다.

 

 네이버 캐스트(철학의 숲)에서 연재했다는 저자의 글인데 네이버는 메일, 카페, 블로그만 하기에도 벅찬 내게는 별세계처럼 느껴졌지만 이런 좋은 글이 있었다니 다음부터는 참고해야겠다.

 

 어렵지 않게 더구나 현대철학가를 중심으로 간략하게 설명(1부)한다. 스피노자부터 니체, 프로이트, 미셸 푸코 등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유명한 이들을 다양하게 만날 수 있다. 재미있게도 하이데거는 사실 관심이 없었는데 단 한 줄로 알고 싶어졌다. 바로 휠덜린 론이라는 책(무엇을 위한 시인인가)을 썼기 때문이다. 휠덜린은 역시 학창시절 자주 가던 서점에서 두꺼운 양장책으로 만난 시인인데 그만 푹 빠져버렸었기 때문이다.

 

 책을 읽을수록 이 사람과 저 사람, 나와 저자 등이 연결되고 있다. 이럴 때 책읽는 즐거움이 배가 된다. 2부에서는 한 가지 철학적 사유에 대한 상반된 철학가들 이야기 등 흥미로운 관점이 제시된다. 저자의 의견처럼 이래서 더욱 풍성해지는 게 아닐까 싶다.

 


 "천 갈래로 길이 나 있는 모든 다양체들에 대해 단 하나의 똑같은 목소리가 있다. 모든 물방울들에 대해 단 하나의 똑같은 바다가 있다." 차이의 세계란 수많은 물방울들 같은 다양한 것들이 함꼐하는 '공존의 바다'와 같은 곳이다. (243쪽.)

 반비는 민음사의 인문, 교양 브랜드이다. 앞으로 더욱 많은 책이 나왔으면 좋겠다. 겉표지의 외발 자전거에서 균형 잡듯 팔을 활짝 벌린 모습이 내용과 적절하게 어울린다. 철학적 사유라는 건 수많은 생각에서 나온다. 그래서 이것 또한 삶에서 우러나오는 모든 것처럼 연습이 필요하다. 현대 서양 철학 입문서로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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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문우답 - 인생보다 일상이 버거운 당신에게
백성호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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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도 정신적인 모든 것에 관심이 많다. 그래서 한때는 수녀가 되고도 싶었고 삶이란 무엇인지 수행이란 무엇인지 등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던 때가 있었다. 결국, 영적인 삶에 대한 자아성찰이었다. 수많은 방법론 속에서 길을 돌아 나와 지금은 무교였던 내가 종교생활을 더디게나마 하고 있다. 

 

 수백 번 책을 읽기만 해서 깨칠 수도 있겠지만, 일상을 유지하며 오히려 그것들과 부딪혀 깨지며 수행하는 방법을 찾은 것이다. 그래서 첫 장의 저자 마음이 온전히 이해되었다. 왜 진작 저자의 글을 만나지 못했을까. 종교기자란 직업은 처음 들었지만, 그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친근했다. 종교의 벽을 허물고 다 아우르는 능력은 그의 열린 마음에서만 가능한 깊은 성찰이 있기에 가능하다고 본다.

 

 더구나 이 책은 종교가 없어도 혹은 달라도, 철학을 몰라도 누구나 쉽게 읽고 이해하도록 써서 마음에 닿는다. 저자가 계속 신문에 글을 쓰고 책도 꾸준하게 냈으면 좋겠다. 누군가는 이런 일을 담당해야 더 많은 독자에게 알려질 테니까.

 

 쉽게 썼다고 가볍게 보면 오산이다. 종교가 있고 해당 장소(교회, 절, 성당 등.)에 꾸준히 나가도 말씀을 듣고 이해하지 못하거나 경전을 읽고도 글자만을 쫓는다면 본질을 놓기게 되는 것이다. 저자의 글은 그런 의미에서 가치 있다. 누구나 알아듣게 썼지만 생각해보지 못했던 부분을 명쾌하게 이야기한다.

 

 해가 뜨는 무렵마다 마주하며 읽기에 더없이 훌륭한 책이었다. 죽비로 내리치는 깨달음도 명징하겠지만, 이토록 정답게 마음을 열어주는 깨달음 또한 소중하다.

 


 일만 마디 방언보다 깨달은 마음으로 하는 다섯 마디 말이 더 낫다. (고린도 전서 14장 19절) / 67쪽.

  저자는 말한다. 진짜 방언이 무언지 따져보라고. 아무리 성경을 읽은들 그 책이 우리에게 방언이라면 소용이 없다고. 답은 바로 우리의 마음에 있다고 한다. '예수의 방언을 우리가 행行할 때 내 안의 모국어로 싹이 트는 겁니다.' (67쪽.) 이 밖에도 와 닿는 이야기가 너무도 많았다. 평상심에 대해 말한 부분도 인상적이었고 선사들에 대한 이야기, 공자, 소크라테스 등 종교와 철학을 초월해 다양하게 예를 들어 설명한 부분도 시원시원했다.

 


 바다는 파도에 휩쓸리지 않습니다

 대기는 바람에 흔들리지 않습니다

 진짜 큰 마음은 테두리가 없습니다

 

 (189쪽.)


 '인생보다 일상이 버거운 당신에게'는 이 책의 부제이다. 잠시 모든 걸 마음에서 내려두고 책과 만나보길 바란다. 물론 자신의 마음과 마주하는 일이야말로 중요하지만『현문우답』은 그럴만한 가치가 있다. 깊이 있는 저자의 이해력과 생각이 조용히 당신의 마음을 수놓을 테니 기억하는 건 당신의 몫이라는 걸 명심하기를. 

 

:: 백성호 기자 블로그 = http://blog.joinsmsn.com/media/index.asp?uid=bsh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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