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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문우답 - 인생보다 일상이 버거운 당신에게
백성호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11년 4월
평점 :
절판
지금도 정신적인 모든 것에 관심이 많다. 그래서 한때는 수녀가 되고도 싶었고 삶이란 무엇인지 수행이란 무엇인지 등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던 때가 있었다. 결국, 영적인 삶에 대한 자아성찰이었다. 수많은 방법론 속에서 길을 돌아 나와 지금은 무교였던 내가 종교생활을 더디게나마 하고 있다.
수백 번 책을 읽기만 해서 깨칠 수도 있겠지만, 일상을 유지하며 오히려 그것들과 부딪혀 깨지며 수행하는 방법을 찾은 것이다. 그래서 첫 장의 저자 마음이 온전히 이해되었다. 왜 진작 저자의 글을 만나지 못했을까. 종교기자란 직업은 처음 들었지만, 그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친근했다. 종교의 벽을 허물고 다 아우르는 능력은 그의 열린 마음에서만 가능한 깊은 성찰이 있기에 가능하다고 본다.
더구나 이 책은 종교가 없어도 혹은 달라도, 철학을 몰라도 누구나 쉽게 읽고 이해하도록 써서 마음에 닿는다. 저자가 계속 신문에 글을 쓰고 책도 꾸준하게 냈으면 좋겠다. 누군가는 이런 일을 담당해야 더 많은 독자에게 알려질 테니까.
쉽게 썼다고 가볍게 보면 오산이다. 종교가 있고 해당 장소(교회, 절, 성당 등.)에 꾸준히 나가도 말씀을 듣고 이해하지 못하거나 경전을 읽고도 글자만을 쫓는다면 본질을 놓기게 되는 것이다. 저자의 글은 그런 의미에서 가치 있다. 누구나 알아듣게 썼지만 생각해보지 못했던 부분을 명쾌하게 이야기한다.
해가 뜨는 무렵마다 마주하며 읽기에 더없이 훌륭한 책이었다. 죽비로 내리치는 깨달음도 명징하겠지만, 이토록 정답게 마음을 열어주는 깨달음 또한 소중하다.
일만 마디 방언보다 깨달은 마음으로 하는 다섯 마디 말이 더 낫다. (고린도 전서 14장 19절) / 67쪽.
저자는 말한다. 진짜 방언이 무언지 따져보라고. 아무리 성경을 읽은들 그 책이 우리에게 방언이라면 소용이 없다고. 답은 바로 우리의 마음에 있다고 한다. '예수의 방언을 우리가 행行할 때 내 안의 모국어로 싹이 트는 겁니다.' (67쪽.) 이 밖에도 와 닿는 이야기가 너무도 많았다. 평상심에 대해 말한 부분도 인상적이었고 선사들에 대한 이야기, 공자, 소크라테스 등 종교와 철학을 초월해 다양하게 예를 들어 설명한 부분도 시원시원했다.
바다는 파도에 휩쓸리지 않습니다
대기는 바람에 흔들리지 않습니다
진짜 큰 마음은 테두리가 없습니다
(189쪽.)
'인생보다 일상이 버거운 당신에게'는 이 책의 부제이다. 잠시 모든 걸 마음에서 내려두고 책과 만나보길 바란다. 물론 자신의 마음과 마주하는 일이야말로 중요하지만『현문우답』은 그럴만한 가치가 있다. 깊이 있는 저자의 이해력과 생각이 조용히 당신의 마음을 수놓을 테니 기억하는 건 당신의 몫이라는 걸 명심하기를.
:: 백성호 기자 블로그 = http://blog.joinsmsn.com/media/index.asp?uid=bsh5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