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창시절 나를 사로잡았던 것은 책이었다. 무한한 책의 바다에서 읽어도 읽어도 끝이 없어서 목마름은 채워지지 않았다. 지금처럼 다양한 책을 읽으려고도 하지 않고 마음에 드는 것만 가려 읽었는데도 그랬다. 조금은 삐딱했고 암울하기도 했고 마음이 찡하고 순수해지기도 하던 시절이다. 그때 읽은 파스칼, 니체 등의 책은 상당한 정신적 충격이었다. 이런 책 아니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있었나 싶었다. 의미도 모르는 구절을 공책이나 메모지에 적고 다니며 시시때때로 들여다보며 나름의 공상을 했다. 물론 시가 가장 좋았지만 시는 내게 충격을 주지는 않았다. 위안이었지. 그러나 그때뿐이었다. 이후 다른 책들을 만나며 잊고 지내다 요즘 동양철학과 마주하며 서양철학도 나중에 계보를 잡아보자고 생각했다. 그러다 만난『철학 연습』은 또 다른 즐거움을 주었다. 네이버 캐스트(철학의 숲)에서 연재했다는 저자의 글인데 네이버는 메일, 카페, 블로그만 하기에도 벅찬 내게는 별세계처럼 느껴졌지만 이런 좋은 글이 있었다니 다음부터는 참고해야겠다. 어렵지 않게 더구나 현대철학가를 중심으로 간략하게 설명(1부)한다. 스피노자부터 니체, 프로이트, 미셸 푸코 등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유명한 이들을 다양하게 만날 수 있다. 재미있게도 하이데거는 사실 관심이 없었는데 단 한 줄로 알고 싶어졌다. 바로 휠덜린 론이라는 책(무엇을 위한 시인인가)을 썼기 때문이다. 휠덜린은 역시 학창시절 자주 가던 서점에서 두꺼운 양장책으로 만난 시인인데 그만 푹 빠져버렸었기 때문이다. 책을 읽을수록 이 사람과 저 사람, 나와 저자 등이 연결되고 있다. 이럴 때 책읽는 즐거움이 배가 된다. 2부에서는 한 가지 철학적 사유에 대한 상반된 철학가들 이야기 등 흥미로운 관점이 제시된다. 저자의 의견처럼 이래서 더욱 풍성해지는 게 아닐까 싶다.
"천 갈래로 길이 나 있는 모든 다양체들에 대해 단 하나의 똑같은 목소리가 있다. 모든 물방울들에 대해 단 하나의 똑같은 바다가 있다." 차이의 세계란 수많은 물방울들 같은 다양한 것들이 함꼐하는 '공존의 바다'와 같은 곳이다. (243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