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크홀 - 도시를 삼키는 거대한 구멍
이재익 지음 / 황소북스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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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싱크홀은 지하 암석이 용해도거나 기존의 동굴이 붕괴되면서 땅이 꺼지는 현상을 말합니다. 위에서 보면 원형으로 구멍이 난 것처럼 보이기 때문에 홀이라는 표현이 붙었습니다. 오랫동안 가뭄이 계속되거나 지하수를 지나치게 빼 쓰는 경우에도 생기고, 지반이 구조물의 무게를 이기지 못해 내려앉는 경우도 있습니다."

 

 

- 196쪽.D +1 에서.
 블랙홀이 언뜻 떠오르는 제목인 싱크홀은 위에 인용한 글처럼 땅이 꺼져 들어간 원형의 구멍을 뜻한다. 현대사회는 점점 초고층 빌딩을 경쟁적으로 짓는다. 오래전 63시티(빌딩)이 생겼을 때의 놀라움도 잠시. 지금은 아파트가 더 높게도 올라가며 세계 각국은 자국에 더 높은 빌딩을 쌓느라 많은 것을 희생한다. 자연을 훼손하니 환경도 파괴되고 각종 인명사고도 예외 없이 일어난다. 그중 소설에서 말하는 싱크홀은 구조물의 무게를 이기지 못해 내려앉은 예이다. 달리 말하면 인간 내면의 욕망이 그만큼 컸다는 간접증거겠다. 

 이런 시기에 나온 소설『싱크홀』은 한국 최초의 블록버스터 재난소설이라는 특별한 점 이외에도 우리가 사는 지금을 말하는듯해서 더욱 생생하게 느껴진다. 소설의 배경, 뉴스, 음악, 지명 등 모두가 현실과 같아서 금방이라도 어디선가 싱크홀이 일어날 것만 같다. 실제로 작년에 과테말라에서는 작은 규모이지만 싱크홀이 있었다.  

 시저타운이라는 지상 123층, 지하 7층의 압도적인 건물이 완성되고 이를 축하하는 기념일에 건물은 사라진다. 깊이를 알수없는 어둠에 갇힌 생존자를 구출하고자 정부와 시저타운 관계자, 민간인들이 나선다. 그러나 우왕자왕하는 정부와 달리 혁이라는 산악인은 딸과 아내를 구하기 위해 계획을 세우고 여기에 동호가 함께한다. 동호 역시도 사랑하는 사람이 건물에 있었다. 그리고 혁과 산에서 많은 시간을 보낸 소희까지 합세한다.  

 재난영화나 소설을 보면 다양한 인간군상을 만날 수 있다. 위기에 대처하는 자세 혹은 인간 본연의 모습인 추악함을 비롯하여 혼란한 틈을 타 갖가지 범죄도 일어난다. 누군가 생사의 기로에서 허덕일 때 또 다른 이는 금품을 털거나 살인, 강간 등을 일으킨다. 특히 스티븐 킹의 소설 <스탠드>에서 여지없이 보여주는 부분이다. 저자 이재익의 책은 처음이지만 영화 시나리오를 쓰는 등 왕성한 활동을 하는 작가였다. 현재 SBS 라디오 <<두시탈출 컬트쇼>>의 담당PD이며 인터넷 서점서 연재 중인 소설도 곧 책으로 나온다고 한다. 

 싱크홀이란 소재를 통해 현 사회를 꼬집는 점이 신선했다. 내가 좋아하는 문장력을 가진 작가는 아니지만, 그의 반짝임이 흥미롭다는 사실과 우리나라에도 이런 작가가 존재한다는 이유만으로도 읽는 동안 즐거웠다. 그러나 여러 등장 인물을 통해 혼동의 세계를 보여주지만 아무래도 한 권의 책에 담아내다 보니 역부족이었다. 권 수가 늘더라도 더 많이 묘사하고 담았으면 하는 아쉬움을 감출 수가 없다. 책의 중간까지 인물의 관계도 등을 자세하게 알려준 것은 좋았는데 이후 진행사항이 빠른건 좋지만 더 길어졌으면 훨씬 재미있었을 것이다.

  "매 순간 딸의 목소리가 들립니다. 딸아이가 아빠를 부르고 있습니다. 천 미터 땅 밑에서요. 이대로 아이를 잃는다면 저는 평생 제 자신도, 이 나라도 용서하지 못합니다. 저는 내려가야 합니다. 꼭 내려가야 합니다."

 

- 240쪽.D +3 에서.
 그럼에도 영화로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미 <해운대>라는 영화가 관객에게 많은 호응을 받은 바 있으니 싱크홀 또한 잘만 만든다면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도시를 삼킨 거대한 구멍 싱크홀보다 어쩌면 인간의 탐욕이 더 거대하지 않을까. 어디까지 가야 만족할지 아무도 알 수 없고 측정 또한 불가능하니 말이다. 요즘 일어나는 자연재해도 가만 보면 결국 인간의 잘못으로 되돌아오는 게 많다. 무분별한 계획으로 길을 닦고 넓어져도 언젠가는 이를 다시 회복시키고자 몇 곱절의 노력이 들어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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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점 - 그리고 사물.세계.사람
조경란 지음, 노준구 그림 / 톨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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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복합 문화공간을 즐기는 편이지만 백화점은 그리 즐기지 않는다. 윈도 쇼핑은커녕 쇼핑 자체를 즐기지 않아 갈 일이 많지 않다. 그러나 그곳에서도 내가 좋아하는 공간이 있었으니 가구 층이었다. 이 점은 저자와 마찬가지라서 묘한 동질감을 느꼈지만, 저자처럼 전 층을 두루 보지 않아서 다른 층은 그야말로 내게는 새로운 경험이었다. 그리고 또 하나의 주로 가는 장소는 백화점 건물의 영화관이다. 아니 이었다. 이젠 과거형이 된듯하다.   

 그러니 누군가 백화점에서 만나자고 약속하면 틀림없이 지각하고야 만다. 약속보다 일찍 나서지만, 백화점이란 공간에서 딱히 구경하며 걸어 다니는 게 어색해서일지도 모르겠다. 일 층부터 들어서면 화장품이 즐비한데 난 화장품에 관심도 없고 사용하는 것도 정해져 있다. 그러니 선물을 하더라도 특정 브랜드만 보고는 끝나버리기에 영 재미가 없다.  

 그럼에도 백화점은 진화해간다. 그래서 옥상정원이며 여러 장소가 조금씩 눈에 보이기 시작한다. 나는 백화점에 대한 기억이 전무후무하다고 생각했는데 저자의 기억을 따라가다 보니 하나씩 나타났다. 결혼 전 압구정 현대 백화점에서 각종 스피커 구경을 하던 기억, 옥상정원, 작은 꽃집과 구석을 차지한 카페 등이 어딘가에서 나타났다. 무언가를 갖고 싶다는 욕망은 주로 서점에서나 느끼는 거로 생각했는데 당시의 나는 스피커를 갖고 싶었다.  

 그리고 앞에서도 잠시 말한 가구. 가구를 보면 어쩐지 정겹다. 물론 디자인과 재질이 중요하지만 나와 혹은 우리 집과 어울리지 않는 가구라 해도 내 흥미를 끄는 일이 많다. 그래서일까. 백화점을 취재하고 또한 백화점을 즐기는 저자의 섬세한 글이 친근하게 느껴졌다. 에세이라 더욱 저자만의 개인적인 면모가 엿보인다. 무언가를 좋아하고 그것을 이야기하니 그럴 수밖에!


 "사람들은 대상 자체보다 그것을 얻어가는 과정을 좋아한다"

 

-파스칼- (201쪽.)
 백화점을 즐기지 않는 내게도 이 책이 즐거웠던 건 원하는 것을 향해 집중하고 지켜보며 어느 날은 사서 돌아오는 그 행복의 순간을 알기 때문이 아닐까. 그것이 누구에게는 향수, 가방, 가구, 머그잔이거나 백화점이 아닌 곳의 책, 다이어리, 엽서이더라도 그로 인해 얻은 행복이란 짜릿하다. 그래서 사람들은 수집하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결국 그것으로 만족하지 못하고 더 허기짐을 느끼거나 끝낼 수 없는지도 모른다.  

 저자가 말하는 수집에 대한 부분이 그래서 더욱 또렷하게 기억에 남는다. 나는 엽서와 책을 모아본 적이 있다. 그러나 엽서는 결국 누군가에게 나눠주고 선물하면서 모았을 때보다 더 큰 행복을 느꼈다. 책도 마찬가지로 처지 곤란의 상황을 경험하고는 적당히 모이면 바로 필요한 이에게 보낸다.

 수집품을 가치 있게 만드는 것은 '쓸모'가 아니라 '의미'에 있다. 그 쓸모없음을 의미있게 만든느 것, 거기에 특별한 가치를 부여하는 것이 수집가의 눈과 발견이다.

 수집품에 담겨 있는 것은 뜨거운 마음의 힘이다. 그러나 잊지말아야 할 게 하나 있다. 수집은 결코 끝나지 않는, 끝날 수 없는 행위라는 것. 수집의 행위에 반성이 필요한 이유는 바로 이 습벽과 사욕 때문이라는 것을.

 

-253쪽, 8F 수집, 그 쓸모없음의 의미 중.
 저자의 여러 성향을 두루 느낄 수 있는 책이었다. 다독하는 작가, 인간적인 모습 등 그리고 백화점에서 그가 느끼는 것과 발견하는 것들까지 마치 종합선물을 받은듯하다. 백화점의 이모저모를 이렇듯 자세하게 들려주면서도 자신의 이야기까지 녹아있으니 한 편의 멋진 에세이로 탄생했다. 쇼핑의 기쁨과 고통이 모두에게 주어지는 것이라면 쇼핑의 가치에 대해서만큼은 저자처럼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집에 굴러다니는 백화점 무료 주차권은 이제 며칠이면 쓸모없어진다. 그럼에도 갈 일은 없다는 게 나 같은 독자의 반응이지만 나중에 걸어서 가봐야겠다. 집 근처에 있는데도 너무 멸시한 것 같다. 나만의 공간을 하나 찾아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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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남자 그 여자의 파리 - 늘 낯선 곳으로의 떠남을 꿈꿨던 17년 파리지앵의 삶의 풍경
이화열 지음 / 에디터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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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구나 여행을 꿈꾸지만 모두가 떠날 수 없는 게 여행이다. 이건 어디까지나 삶에서 외적으로 공간이동을 하는 여행의 경우이고 다른 여행은 얼마든 가능하다. 이 책 또한 파리를 배경으로 쓴 책이지만 단순한 여행서가 아니다. 파리에서 현지인과 결혼해서 17년을 살아온 저자가 아는 사람들의 내용이다. 즉 사람들 속으로 떠난 여행서라고 할 수 있다.  

 파리로 신혼여행을 다녀와서인지 파리에 대한 책만 보면 무작정 읽고 싶다. 그리고는 다시 가고 싶다고 꿈꾼다. 그러나 지금까지 읽은 책에서 단연 이 책이 기억에 남는 이유가 있다. 파리예찬으로 채워지거나 유명한 장소나 역사는 전혀 없지만 대신 그곳에 사는 사람들 또한 우리와 다르지 않은 삶의 여정에 놓여 있다는 사실을 느끼게 해준다. 사람냄새가 물씬 풍긴다는 이유만으로 즐거운 책이다. 

 물론 문화적, 사회적으로 우리의 정서와는 다른 면도 있지만, 무엇이 좋고 나쁘고를 떠나서 이미 그들만의 방식을 존중하고 이해할 수 있게 된다. 누군가를 진심으로 이해한다는 것은 바로 이런 것이란 생각이 든다. 그 모든 것을 떠나서 마음과 마음으로 만날 때 상대를 인정하게 되고 차이를 느끼고 포옹하는 것. 어렵지만 실로 아름다운 일이다. 하물며 낯선 도시에서 저자는 어떠했을까. 생각보다 자유분방하고 생각이 열려 있음이 느껴진다. 


 우린 새벽까지 와인을 마셨다. 그들은 잘 먹고 잘 마시는 친구들이다. 우리의 대화에는 궁핍함이 없다. 두 마크에게는 우정이 있고 사랑이 있다. 그들은 바깥을 향해 열려 있다. 그들은 위대하지도 않고, 위대해지려고 노력하지 않는다. 부자도 아니며 부자가 되기 위해서 노력하지도 않는다. 다만 그들에게는 자유로운 시간이 있다. 주말에 미술관에 아이를 데리고 가고, 전시에 감동을 받고, 예술을 사랑하는 평범한 파리지앵이다.

 프랑스어에는 '봉비벙Bon vivantt'이라는 단어가 다행히 존재한다. '인생의 즐거움을 누리고 나눌 줄 아는 사람들…' 그들은 항상 나에게 이런 질문을 남긴다.

 

 '그런데 넌 정말 뭘 바라는데?'

 

 

ㅡ 156쪽, 마크와 마크탐탐의 이야기 중에서.
 누군가 행복하냐고 묻는다면 흔쾌히 그렇다고 대답하는 순간이 얼마나 될까. 내게 생각하는 행복은 점점 위의 인용구처럼 마크와 마크탐탐이 말한 것과 비슷해져 간다. 저택이나 잔액이 두둑한 통장보다 지금의 생활에서 만족을 얻고 행복하게 웃고 살 수 있다는 사실이 좋다. 만족과 안주는 다르다. 물론 더 나은 삶을 위해 꿈꾸고 노력하지만, 지금의 삶을 만족하지 못한다면 그 어떤 환경으로 바뀌어도 만족할 수 없다고 믿기 때문이다.  

 이 책에 등장하는 저자의 지인들은 하나같이 괴짜 같아 보이지만 자신만의 철학을 갖고 인생을 수놓는다. 개성적이면서도 평온해 보여서 그 어떤 소설보다 흥미롭다. 사랑이 있고 우정이 있어서 또한 즐거웠다. 마지막으로 이 책에 등장하는 또 다른 인물인 폴의 말을 인용해본다. '내가 아프리카에서 배운 교훈은 최소한의 것을 가지고 최대한으로 사는 방법이었던 것 같아.'(23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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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눈 - 이웃사랑이야기 성경창작동화 1
문영숙 지음, 손은주 그림 / 강같은평화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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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 너의 하나님을 사랑하라 하셨으니 이것이 크고 첫째 되는 계명이요
 둘째도 그와 같으니 네 이웃을 네 자신 같이 사랑하라 하셨으니

 

 ㅡ마태복음 22장 38-39절

 여름에 눈(雪)을 떠올리면 시원한 느낌이 앞서지만, 성경창작동화『첫눈』은 따스했다. 위에 인용한 성경 구절처럼 이웃을 사랑하라는 의미가 고스란히 드러나 있기 때문일 것이다. 초등학교 1-2학년용이라고 적혀 있듯 그림과 글밥이 적절하게 이루어진 얇은 책이지만 담고 있는 내용은 알찼다.

 

  슬아는 배추 장사를 하는 부모가 부끄럽다. 그러나 그 나이 또래 아이들처럼 이것저것 관심도 많고 갖고 싶은 게 많을 테지만 표현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자동차를 타고 학교에 오는 아이를 부러워하는 동생에게 부러워하지 말자고 말한다. 속으로는 부러워도 말이다. 이만하면 정말 마음결이 고운 아이라고 생각된다. 

 

 아마도 이런 마음을 갖게 된 데에는 슬아네 부모님의 역할이 클 것이다. 슬아네는 부자는 아니어도 부모가 아이들에게 사랑을 주는 게 느껴졌다. 말 한마디를 해도 남을 배려하고 돕는 마음이 가득했다. 노인회관에 무료로 배추를 가져가 김장을 하는 일을 두고 보람있고 귀한 일이라고 아이에게 말한다.

 

 처음에는 그저 따라나선 길이었지만 김장을 함께하며 할머니들께 칭찬과 예쁨을 받아서일까. 슬아는 점점 마음이 포근해질 수밖에 없었다. 나눔의 소중함을 몸소 체험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돈없는 아빠가 남을 돕는다는 게 처음에는 이해되지 않았지만 다른 것으로도 얼마든 돕고 나눌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배추 장사를 하는 슬아네의 나눔 이야기가 주를 이르며 대조되는 지영이네 가족을 통해 물질적 풍요 속에서 채워지지 않는 것들에 대해 돌아보게 된다. 부족함 없이 가졌지만 정작 가져야 할 마음속 온기가 없는 이들은 언제까지나 외롭다. 나눌수록 커지는 사랑이라는 보편적으로 알려진 말처럼 이웃을 사랑하는 마음이 모두에게 번지면 우리가 사는 세상은 더욱 풍요로와질 것이다. 비록 네 자신처럼 사랑하는 건 어려워도 관심만 둬도 달라질 것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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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비행기 타고 훌쩍 떠난 제주올레 트레킹
심산 지음, 김진석 사진 / 바다출판사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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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도에 대한 관심은 많아도 학창시절 수학여행으로 다녀온 게 전부이다. 신혼여행, 가족여행 등의 물망에 올랐었지만 언제나 선택되지 못한 섬이었다. 그럼에도 제주도에 대한 책만 보면 자꾸 욕심이 난다. 갖고 있는 책도 제대로 읽지 않으면서 말이다. 그러나『첫 비행기 타고 훌쩍 떠난 제주올레 트레킹』은 정말 잘 읽었다고 생각할 만큼 괜찮았다.

 

 저자는 삼 년을 제주도와 서울을 오가며 많은 시간을 올레길과 함께했다. 물론 길뿐 아니라 사람들과 함께여서 더욱 의미 있었다. 평일에 출근 시간을 피하면 4만 원이면 왕복비행기 티켓을 구할 수 있다니 이거 참 놀랍다. 그러나 그보다 놀라운 건 제주 올레길이다. 아직도 미완의 이 길은 사람을 끊임없이 부른다.

 

 빠른 일상에서 잠시나마 느리게 걷는 시간은 잃었던 여유를 돌려준다. 그 시간의 소중함이 가끔 그립다. 걷다 보면 생각조차도 사라지고 오로지 길과 풍경 속에 하나 된 나를 발견하기 때문이다. 하물며 풍경 좋기로 유명한 제주도 올레길이니 얼마나 좋을까. 생각만으로도 가슴이 뛴다.

 

 저자의 말처럼 길에서 만나는 이들, 그들과 함께여서 이미 그 길은 여러 번 걸었어도 그때마다 다른 길이 될 것이다. 총 23개의 코스를 모두 걸어보지 못해도 단 하나의 길만이라도 발을 디디고 싶어졌다. 아마도 내가 그 길에 서 있을 때면 올레길은 더 늘어났을 것이다. 가지 않은 길에 대한 동경으로 오랜만에 행복에 부풀었다. 비록 당장 제주올레길로 나서지 못하지만 가까운 길이라도 조만간 나서야겠다. 아, 우리 꼬맹이는 어쩌나. 유모차를 끌고 가야겠다.

 

 책의 감성적인 내용도 좋지만 정보적인 면도 소책자가 있어서 괜찮다. 제주 올레길 지도를 펴들고 쳐다만 보아도 즐겁기 때문이다. 일면적인 정보전달 책이 아닌 길에서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와 올레길의 여러 모습을 계절 등의 다양한 모습으로 들려줘서 편안했다.

 

 싱그럽고도 더운 여름 속에서 제주도의 공기는 어떨지 상상하며 느리게 걷는 모습을 상상한다. 땀이 송골송골 맺히면 제주의 바람이 식혀줄 것이고 동행하는 길 위의 친구가 살포시 웃어줄 것만 같다. 가고 싶은 데가 많기는 하지만 당분간은 제주올레길이 일 순위가 될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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