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여행을 꿈꾸지만 모두가 떠날 수 없는 게 여행이다. 이건 어디까지나 삶에서 외적으로 공간이동을 하는 여행의 경우이고 다른 여행은 얼마든 가능하다. 이 책 또한 파리를 배경으로 쓴 책이지만 단순한 여행서가 아니다. 파리에서 현지인과 결혼해서 17년을 살아온 저자가 아는 사람들의 내용이다. 즉 사람들 속으로 떠난 여행서라고 할 수 있다. 파리로 신혼여행을 다녀와서인지 파리에 대한 책만 보면 무작정 읽고 싶다. 그리고는 다시 가고 싶다고 꿈꾼다. 그러나 지금까지 읽은 책에서 단연 이 책이 기억에 남는 이유가 있다. 파리예찬으로 채워지거나 유명한 장소나 역사는 전혀 없지만 대신 그곳에 사는 사람들 또한 우리와 다르지 않은 삶의 여정에 놓여 있다는 사실을 느끼게 해준다. 사람냄새가 물씬 풍긴다는 이유만으로 즐거운 책이다. 물론 문화적, 사회적으로 우리의 정서와는 다른 면도 있지만, 무엇이 좋고 나쁘고를 떠나서 이미 그들만의 방식을 존중하고 이해할 수 있게 된다. 누군가를 진심으로 이해한다는 것은 바로 이런 것이란 생각이 든다. 그 모든 것을 떠나서 마음과 마음으로 만날 때 상대를 인정하게 되고 차이를 느끼고 포옹하는 것. 어렵지만 실로 아름다운 일이다. 하물며 낯선 도시에서 저자는 어떠했을까. 생각보다 자유분방하고 생각이 열려 있음이 느껴진다.
우린 새벽까지 와인을 마셨다. 그들은 잘 먹고 잘 마시는 친구들이다. 우리의 대화에는 궁핍함이 없다. 두 마크에게는 우정이 있고 사랑이 있다. 그들은 바깥을 향해 열려 있다. 그들은 위대하지도 않고, 위대해지려고 노력하지 않는다. 부자도 아니며 부자가 되기 위해서 노력하지도 않는다. 다만 그들에게는 자유로운 시간이 있다. 주말에 미술관에 아이를 데리고 가고, 전시에 감동을 받고, 예술을 사랑하는 평범한 파리지앵이다. 프랑스어에는 '봉비벙Bon vivantt'이라는 단어가 다행히 존재한다. '인생의 즐거움을 누리고 나눌 줄 아는 사람들…' 그들은 항상 나에게 이런 질문을 남긴다. '그런데 넌 정말 뭘 바라는데?' ㅡ 156쪽, 마크와 마크탐탐의 이야기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