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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슈 장 1 - 서른이 된다는 것 ㅣ 세미콜론 그래픽노블
필립 뒤피 외 지음, 황혜영 옮김 / 세미콜론 / 2006년 8월
평점 :
절판
서른살에 한 남자의 아내로.. 갓난 아이의 엄마로 바쁜 일상속에서 자아성찰을 할 시간적 여유도 없었던 나로서는 여자도 아닌 남자에게... 그것도 미혼의 남자에게 서른살은 어떤 의미로 다가올것인지는 조금 난감한 주제가 될수 밖에 없다는 것을 솔직히 고백해야 겠다.
무슈장 시리즈중 1권인 <서른살이 된다는 것>... 한마디로 '파리에서 삼십대 미혼 남성으로 살아가는 이야기'라 할수 있겠다. 글의 주인공인 무슈장은 나이 서른에 미혼이며 첫 소설인 '흑단 테이블'로 TV에 출현할 만큼의 성공을 거두었지만, 한편으론 밀린 원고 독촉과 ...도움보다는 피해를 많이주는 듯한 친구들 사이에서 갈팡 질팡 제 갈길을 찾지 못하는 사회초년생의 모습에 더 가깝다고 할수 있다.
'19세 이하 금지'인 성인만화인 '무슈 장'은 1999년 알굴렘 세계 만화축제에서 최우수 작품상을 수상하였으며 프랑스 에서는 대중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화책이라 한다. - 장르를 불문하고 작품성을 인정받고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을수 있다는 것은 다양한 예술이 공존하는 프랑스 문화의 장점이라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작화를 맡은 필립뒤파와 시나리오를 맡은 샤를베르베리앙이 한팀이 되어 만들어낸 만화엔 2인 1조의 콤비플레이가 느껴지듯 그 내용 또한 독신남 장과 그의 절친한 친구인 유부남 펠릭스가 콤비를 이루는 장면들이 단막으로 엮어진 시트콤을 여러편 보는듯한 느낌이 든다.
아파트 수위 아줌마는 끊임없이 무슈장에 대해 유언비어를 퍼뜨려 그를 괴롭히고 절친한 친구 펠릭스는 늘 시간에 허덕이는 장에게 무슨 부탁이 그리도 많은지... 거기에다 주위에 꼬이는 여자는 많지만, 그의 연애작전은 늘 실패로 끝나고 - 혼자서 공상만 열심히 하다가 말 한번 건네보지 못하고 그녀의 남편을 보게된다 든가...(그러면 머릿속의 상상은 '펑' 하고 날아가 버린다)
" 나~ 다음주면 서른살이 돼" 라고 말하며 자기연민에 빠져 허우적 대는 주인공과 준비도 안 된채 가장이 되어 식구들을 책임져야 하는 못말리는 친구와 철저한 이기주의이거나 남 얘기 좋아하는 떠벌이들로 등장하는 주변인물들의 좌충우돌 유쾌한 이야기.... 아니 ,사실은 유쾌하지만은 않다. 무슈장 자신으로 봐선 잘 되는 일이 없으니 말이다.
'섹스 앤 더 시티'라는 카피가 무색하리 만치 장의 연애사는 조잡하기 일쑤인데, 그저 상상이나 예전의 추억을 혼자 곱씨어보는 수준이니 말이다. - 그렇다고 실망한 것은 아니다. 언제나 어처구니 없는 일에 휘둘리게 되는 그의 생활이 구질 구질하게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고... 또한 꿈속에서 조차 피자떼의 공격을 받거나 아니면 불면증에 시달려 친구가 일러준 방법대로 눈이 뻘겋게 충혈된채 ' 섹스를 하는 하마'나 상상하고 있는 한심하기 짝이없는 위인이지만... 그러나 그의 이야기가 질타가 아닌 동정과 연민으로 와 닿으니, 그게 이 책의 매력인가 보다.
출판사로 부터 독촉전화를 받고도 친구가 놓고간 '초대장(?)'의 휴혹을 뿌리치지 못하는 마음약한 남자. 여자만 보면 침을 흘리며 머릿속으로는 별별 상상을 다해 보지만, 언제나 변변잖은 결말을 맞이 할수 밖에 없는 남자. 떠벌이 수위아줌마에게 쩔쩔매는 무기력한 남자. 그 놈의 의리때문인지 친구에게 늘 당하는게 일인 얼빠진 남자.... ' 이 남자가 살아가는 이야기 속에 평범한 삼십대 미혼남의 삶이 녹아들어 있다 '라는 공감을 가지게 된것은 이 책에 대해 너무 큰 호의를 가진 탓일까? 아니다.... 결코 아니고 말고...
나 또한 만화책이라는 장르에 대한 막연한 편견이 있었기에, 이 책을 읽기 전만해도 ' 이 까짓 만화책 읽는 동안 한바탕 웃음뒤에 남는건 허무함 뿐이겠지' 라는 생각을 했던 터였다.
그저 이십대의 청춘을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소진했을 한 남자가 ,불현듯 삼십대가 되어 나이에 대한 압박감과 함께 '이렇게 살아서는 안 되는데...' 라는 막연한 두려움이 엄습한다면... 그리고 결혼을 하고서도 안정된 생활을 하지 못하는 친구는 고민을 털어놓을 상대도 되어주지 않고 ...점점 속물이 되어가는 친구들과 돈이 되는 일이라면 무슨 일이든 밀어붙이는 사람들을 상대하며 그가 이 사회에 대해 느끼는 불만들...별 도리가 없는 한 장 처럼 매일 투덜대는 일 외엔 무슨 뾰족한 대안을 마련해 줄수 있겠는가...? (이것은 프랑스와 한국이라는 문화적 차이를 넘어서 개인으로써 공동체인 사회속에서 살아 가야 하는 방황하는 젊은 남자의 이야기로 느껴질뿐.) 사설이 조금 길었지만, 이러한 이유에서 장의 서른살 투정이 공감이 간다.
그리고 나 또한 결혼을 한 어엿한(?) 주부이기 이전에 한 남자의 아내로써 서른셋의 나이에 느껴지는 삶의 무게가 그렇게 말랑 말랑하지 만은 않기에 이 책에 나오는 말처럼 "...스트레스에 ...불면증에... 이런걸 빼면 서른 살이 아니라 잖습니까?'" 라는 말이 절로 나오는 피곤한 날들을 경험하며 살고 있기에 '무슈 장' 이라는 인물로 대변되는 삼십대 증후군의 이야기들이 한권의 만화책... 그 이상의 몫을 차지하게 된것이다.
사춘기를 지나 성인으로 넘어오듯이 서른이라는 타이틀이 또 한번의 인생의 골곡을 넘어야 하는 인간의 계속된 성장의 의미를 되짚어 보는 무슈장과 주변사람들의 조금은 과장된 몸짓이 웃음을 자아내게 하는 인생시트콤을 아무래도 계속해서 청취 아니...구독해야 할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