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티는 아프다 푸른도서관 13
이용포 지음 / 푸른책들 / 200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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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 느티는 아프다. 마음이, 마음이 아프다.

도로 너머 저편 고층 아파트들은 신기루처럼 허공에 둥둥 뜬채 서있고...아무런 특징도 없이 넙데데한 너브대 마을은 는개에 묻혀 땅 속으로 가라앉을 것만 같다.

중학교 2학년인 순호가 너브대에서 가장 먼저 일어나 신문배달을 하고온 아침이면   공팔봉씨의 노망난 노모는 느티나무 앞에 서서 괴성을 지르며 마을 사람들의 새벽잠을 깨운다.

"누꼬오오오!... 삼신 할매 발 아래 똥 싸지른 종내기가 누꼬오오오!"

느티를 삼신할매라고 믿는 할머니는 자신이 젊은시절 딸만 내리 셋을 낳아 시어머니에게 구박당하던 상처를 어루만치듯 느티에게 공을 들이고 아들낳게 해 달라고 빌기까지 한다.

순호는 노망난 주인집 할머니가 싫다.... 웅크리고 자고있는 남편을 타 넘으며 이불을 개키고 있는 욕쟁이 엄마도 싫고 순호를 보고 반갑게 달려나온 정신이 온전치않은 누나도 싫다.... 순호가 제일 싫은건 가난의 원인이기도 한 노름쟁이... 능력없는...인생의  패배자 아빠. 

상상속에서의 순호는 부잣집 외 아들... 잃어버렸던 부잣집 친부모를 만나는 것이다. 교실뒤 단풍나무 아래 앉아 그런 상상을 하고 있노라면 얼마나 뿌듯하고 행복해 지는지 ... 하지만, 현실속 순호는 그저 피곤에 지쳐 매일 교실에서 졸기만 하는 '너브대 잠충이'  ... 현실을  떨쳐 버릴수만 있다면.

돈을 많이 벌어 자기를 놀리는 반 아이들에게도... 선생님께도... 마을 사람들에게도...여봐란듯이 나타나고 싶은 순호를 지켜보는... 느티는 마음이 아프다... 돈만 아는 공팔봉씨도... 억척스런 순호 엄마도... 노름쟁이 순호 아빠도... 매일 치성을 올리는 할머니도... 느티를 마음 아프게 한다.

느티나무에 걸려 있는 작은 가로등을 지키고 있는 가로등지기... 벤치에서 누워자며 노망난 할머니가 갖다주는 음식으로 끼니를 삼고 있는... 나이를 짐작 할수 없는 말없는 가로등 지기는 느티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항상 그 곁을 지키고 있다.

말없이 순호네 가족들과 그 주변 사람들을 묵묵히 지켜보는 느티... 그리고 가로등지기는  닮은모습을 가지고 있다.  넉넉한 마음 씀씀이 또한 그렇지 않은가. 

순호네 가족을 위주로 하여 그 주변 인물들에게 일어나는 사건들을 느티나무의  통해 들여다 보고 있는 너브대의 일상은 참으로 안타깝기도 하고... 정겹기도 하다.

모든일이 잘될것만 같은 결말이 마음을 놓으며 책을 덮을수 있어 참으로 다행이다.

느티는 그 날, 기분이 참 좋았다!

순호의 자전거는 길 위에 또렷한 자국을 남기며 앞으로 나아갔다.

그 작은 길 위로 아침 햇살이 내려와 쌓였다.

그 날은 여느 날고 별다를 것도 없었다. 평범한 아침이었으니까.

느티는 여전히 아프다. 썩어 가는 몸이 아프다. 그러나 참을 만하다.

몸이 아픈 것이 마음이 아픈 것보다 견딜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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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유 2006-07-05 11: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결말이 좋아서 좋았어요..참 아기자기하게 잘 써내려간 책이었어요..
마음 잔잔하게 눈물짓게 했던..느티..

똘이맘, 또또맘 2006-07-06 13: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배꽃님! 댓글 감사합니다. 제 서평에 처음 으로 댓글이 올라와 있어 참 신기하고 놀랐답니다. 기분은 당연히 좋구요. 당장 배꽃님의 서재을 한바퀴 휙 둘러보고 나왔는데... 아기 자기 잘 꾸며져 있더군요. 자주 놀러 갈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