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풍경 - 김형경 심리 여행 에세이
김형경 지음 / 예담 / 200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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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풍경... 사람이 있는 풍경일까? 사람들이 만들어낸 풍경일까? 사람풍경이라는 제목속에서 왠지 낯선 유혹을 느끼게 된다. 쉽게 다가갈 수 없었던 그런 것들.. 심리 여행 에세이라는 부제 또한 나를 멈칫거리게 했었다. 그랬음에도 불구하고 "언니, 사람풍경 읽어보셨죠?" 라는 후배녀석의 단 한마디에 무언가로 한 방 얻어맞은 듯한 느낌이 들었던 것은 왜였을까? 거부할 수 없는 것이 바로 나 자신에 관한 이야기일 거라는 생각을 한다. 모든 사람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할 때 제 3자의 이름을 빌려서 한다고 했던가? 그렇다면 작가는 이 책속에서 오롯이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을까? 아마도 아닐 것이다. 아니 나만큼은 정말 다 보여주지는 않았을거라고 확신한다. 그렇게 된다면 작가는 아마도 두번다시 글을 쓸 수 없을거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어쩌면 우리 모두는 나 자신과의 만남을 가장 두려워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과감하게 또다른 나와 부딪혀 싸워 이길 자신이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내 속의 모든 것들을 속속들이 끄집어 내어 이건 이렇고 저건 저렇고 따지고 든다는 것이 그리 쉽지만은 아닐 것이기 때문이다. 쉽게 말한다면 하나의 약점처럼 작용할 그런 것들이 밖으로 나오는 게 싫은 것일게다. 이중생활.. 내가 아는 나와 남이 아는 나와의 차이점 앞에서 간혹 당혹스럽다는 생각을 해보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누구에게도 보여주지 않는, 혹은 보여주지 못하는 내 안의 나는 오로지 나만이 알고 있을 뿐이다. 아무리 절친한 친구라해도, 아무리 허물없이 지내는 그야말로 기쁨과 슬픔을 다 나누어가지는 친구라해도 100% 자신을 보여준다는 게 그리 쉬운 일만은 아닐 것이다.

과감하게 자기 자신에게 메스를 들이댄 작가의 용기에 감탄했다. 자기안에 꽁꽁 숨어버린 또하나의 자기를 불러내기 위해 얼마나 힘겨운 싸움을 했었는지 나는 알지 못한다. 낯선 타지에서 낯선 얼굴과 마주하고 낯선 이름들과 섞이고 가끔은 그들에게 밀려 시선속의 내침을 당하면서도 버텨낼 수 있었던 것은 아마도 또하나의 나와 타협해야했던 까닭은 아니었을까? 작가가 지나쳐왔던 어린 시절속에는 너무도 많은 것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잃어버려야만 했던 것들, 잊고 지내야만 했던 것들, 그것도 아니라면 잃어버린 척, 잊어버린 척 그렇게 내버려둬야 했던 모든 감정들이 그 속에 있었다. 자신도 모르게 자신안에 들어와 또하나의 나로 들어앉아버린 것들.. 그런 것들을 찾아낼 수 있었던 작가의 마음이 나는 너무도 부러웠다.

너무 어렵지 않게, 하지만 너무 쉽지도 않게 써내려간 내용들이 나와는 너무도 많은 공감대를 형성했다. 같은 세대라는 이유때문일수도 있겠지만 나로써도 차마 인정하고 싶지 않았던 내 어린날의 기억들이 또한번 나를 찾아왔던 까닭이기도 하다. 나와 다른 점이 있다면 과감하게 메스를 들이댄 작가와는 달리 나는 아직까지도 내 안의 나와 마주친다는 것에 대하여 그야말로 왕공포증이 있다는 것이다. 어쩌면 그 순간이 내 마지막이 될 것만 같다는 그 공포증앞에서 나는 달려가다가도 우뚝 멈춰버리고 만다. 무너져버릴 것만 같은, 무너져버릴지도 모른다고 지레 짐작하는 그 순간을 이겨낼 자신이 나에게는 아직 없다. 그래서였을까?  첫장을 넘기고부터 마지막장을 덮기까지 너무도 많은 시간이 걸렸다. 한장 한장 넘길때마다 콕콕 찌르는 어떤 것들이 있었다. 물론 다 그렇다는 것은 아니지만 대체적으로 그랬다는 말이다.

역설적이게도 이 책속에서는 기준을 뒤집어버리는 내용이 많다. 억압된 분노를 이야기하며 혹시 당신 주변에 사려 깊고 헌신적이고, 충직하고 성실하며 항상 믿을 수 있는 그런 사람이 있느냐고 묻고 있다. 남을 위할 줄 알고 모든 것을 이해하며 이웃과 무엇이든 나누고자 하는 마음을 가진 그런 사람이.. 어쩌면 모든 사람들이 이상형처럼 생각해왔던 모습을 하며 사는 사람.. 그들 내부에는 분노가 억압되어 있으며 상대방에게 주먹을 휘두를까 봐 자신의 손목을 절단하는 듯한 삶을 사는 사람들이라는 말은 정말 놀라웠다. 누구에게나 억압된 분노는 있다고 한다. 하지만 살아가면서 그 많은 감정들을 다 표현하고 내뱉으며 살 수는 없는 일이다. 그러면서도 해답처럼 제시되는 글을 보면 정말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었다. 모든 고통의 원인이 다른 사람들이라 생각했지만 결코 그렇지가 않았다는 거다. 일어나는 모든 일에는 원인이 있고 그 고통의 가장 큰 불씨는 바로 자기 자신이 만들어내는 것이라는 것.. 하지만  무조건 내 탓으로 돌려 참으라는 게 아니라 자신의 마음을 활짝 열고 가만히 문제 안으로 파고 들어가보면 자연스레 알수 있다는 것이다. 나는 다시한번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여행을 통해 만나는 사람들과 환경을 들먹이며 우리의 감정속을 헤집어 놓는다. 분노, 우울, 공포, 불안, 무의식, 사랑같은 기본적인 감정들에 대하여.. 질투나 시기심, 중독, 분열, 의존, 자기 자신과 삶으로부터 도피하고 싶은 회피성이나 타인을 받아들여 나의 일부처럼 만들어버리는 동일시 현상같은 우리가 살아가기 위하여 선택했던 생존법들에 대하여.. 그리고 자기 자신을 사랑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과 어떻게 하면 긍정적인 마인드를 가질 수 있는가에 대해서 정말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거기에는 또한 작가 자신이 겪어야했던 시행착오와 아픔도 함께 따라온다. 타인에게 이르는 가장 선한길로 공감하기를 택했던 글은 정말 좋았다(이 좋은 공감하기가 타인을 나의 일부처럼 만들어버리는 동일시현상처럼 느껴진다면 그것은 정말 잘못된 것이다). 세상을 보는 시각과 삶의 방식을 수정하기 위한 변화의 시간도 필요하리라는 말 역시도 공감한다. 

여행이라는 말은 참 좋다. 그 여행이 말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많은 핑게거리와 변명거리를 뒤로 한 채 실제 행동으로 옮겨질 수 있다면 그것처럼 좋은 것도 없을 것이다. 나를 만나기 위한 도전중의 하나라고 생각하며 산행을 하고 있지만 아직은 너무 멀기만 하다. 하나씩 버리기 위해 찾아가는 곳에서 나는 과연 그렇게하고 있는가 되묻고 있다. 행여 그 마음들이 또하나의 족쇄가 되어버리지는 않을까 조바심을 내면서.. 즐기지 못하는 삶이 원망스러울 때가 있다. 생각없이 살고 있다는 느낌이 들 때마다 나 자신이 너무도 싫었다. 뭐 특별할 것도 없는 것들이 내게만 특별하게 여겨지는 것 같은 그런 때는 너무도 화가 났었다. 그럴 때마다 내 안의 나는 아마도 더 깊은 어둠속으로 파고 들었을 것이다. 저 깊은 우물같이 어두운 내 마음속 어딘가로.. 언제쯤이면 내 안의 나와 웃으며 타협할 수 있으려는지...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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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 정거장 - 삶이 고단하고 지칠 때 펼쳐보는
박성철 엮음 / 러브레터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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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정거장에서는 버스가 멈추듯이 행복정거장에서는 행복이 멈출까? 정말 행복이 멈추어줄까? 아니면 내가 손을 들어 그 행복에게 멈추라고 해야하는 걸까? 행복이 버스처럼 그렇게 보여지는 것이라면 차라리 좋겠다. 그렇다면 아무런 고민도 없을테니.. 하지만 어디 그런가? 아주 따뜻하고 포근한 느낌을 전해주는 행복이라는 이름은 누구의 눈에도 보이지 않는다. 단지 그것을 받아들인 사람만이 느낌으로 알 수 있을 뿐. 그렇다면 그 행복은 어떻게 알아볼 수가 있을까? 쉽게 얘기하자면 이 책이 바로 그 방법을 알려주고 있다. 행복은 이렇게 생겼답니다, 행복은 이렇게하면 불러서 세울수가 있답니다, 행복은 누구라도 부를 수 있는거랍니다 등등등...

이 책속에서 소개되어진 행복이라는 이름을 가진 존재는 정말로 다양한 모습을 하고 있는 것 같다. 각자에게 딱 맞춤인것처럼 그렇게. 내 행복을 찾아보기 위해 책장을 펼쳐들었을 때부터 아이러니하게도 나는 책속의 행복에게 너무 무관심해지고 말았다. 정말 흔한 이야기들의 집합소같다는 생각이 행복으로 가는 나의 지름길을 막아버린 거다. 이전부터 박성철님의 글에 대한 느낌이 좋아서 무리없이 <행복정거장>을 선택했으면서도 어쩔 수 없는 선입견의 파도속으로 휩쓸려버리고 말았던 거다. 잠시 쉬어가는 공간, 행복정거장... 잠시 쉬어보기로 한다. 내가 미처 챙기지 못한 무언가가 내 뒤를 따라오느라 헉헉거리고 있을지도 모를테니...

우리는 어디서 태어났을까? 사랑으로부터.
우리는 어떻게 멸망하는가? 사랑이 없으면.
우리는 무엇으로 자기를 극복하는가? 사랑에 의해서.
우리를 울리는 것은 무엇인가? 사랑.
우리를 결합시키는 것은 무엇인가? 사랑.
본문중 인용되어졌던 괴테의 시를 잠시 생각해본다. 마음이 따뜻해지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필수품, 사랑에 관한 짧은 이야기지만 잠시 쉬어가기엔 충분한 행복정거장이 아니었나 싶기도 하다. 행복은 가까이에 있다고 외치면서 나를 위한 팁 하나를 던져주고 갔던 또다른 이야기속에서는 가족이란 의미에 대해 다시한번 생각해보라고 나의 마음을 살짝 어루만져주기까지 한다. '아버지,어머니,나는 당신을 사랑합니다(Father and mother, I love you)' 의 각 단어의 첫글자를 합성해보라, 무엇이 나오는가! 기가 막히다! 나는 하루중에서 사랑한다는 말을 몇번이나 하고 살아가고 있는지... 내 엄마와 내 남편과 내 아들에게 최소한 한번씩만이라도 사랑한다는 말을 하고 살아가고 있는것인지... Family... 그야말로 새삼스럽게 나를 아프게 했던 말이 아닌가 싶다.

이 책속에 나를 싣고 가다보니 몇번을 멈춰가면서 손님을 태우듯이 그렇게 내 마음속에 또다른 느낌을 하나씩 태워준다. 지금 나에게 무엇이 소중한가를 생각하게 하고, 사랑의 힘이 얼마나 위대하고 큰가를 생각하게 하고, 행복을 만나기 위해서 내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를 되짚어보게 하고, 힘들 땐 희망의 이름으로 이겨내라 한다. 그리고 내 영혼을 맑게 하기 위해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를 보여주고 있다.  배려.. 남을 먼저 생각해주는 마음을 잊지 말라는 말.. 너무 쉬운듯하면서도 너무 어려운.. 항상 그렇다. 그런가보다. 행복 역시도 너무 어렵게 잡으려하지 말고 쉬운 방법으로 잡으려하면 된다는... 늘 부족하기만 한 나 자신에 대하여 생각한다. 완벽하려고 하기보다는 누구라도 다가서고 싶어하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그렇지 못한 나의 삶에 대하여 생각한다. 다시 만난 박성철님의 글은 역시 훈훈하다. 착한 천사가 되기 위해 자신이 쓰던 무기를 팔았다던 악마가 '절대 팔지 않음'이라는 팻말을 붙여 놓았던 것이 있었다. 사람을 완전히 파멸시킨다는 것, 그것은 바로 '자존심 짓밟기', '사기 죽이기'라는 거였다는 이야기를 한번 더 기억속에 챙겨두며 책장을 덮는다. 그리고 나는 오늘 또 누구의 자존심에 상처를 주었는가 생각한다.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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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기자욱 정채봉 전집, 생각하는 동화 4
정채봉 지음, 이성표 그림 / 샘터사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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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이야기속에서 느껴지던 긴 여운을, 흔한듯한 이야기속에 감춰 둔 커다란 울림을, 낙서같은 그림속에 담겨진 작은 설레임을 지금도 잊을 수가 없습니다. 굳이 알려고 애쓰지 않아도, 그저 받아들이기만 하면 좋은, 책 속에 가득 담긴 여유와 감사와 행복을 당신께 전해드리고 싶었습니다... 이 말은 내가 이 책을 처음 접해본 후의 느낌이기도 한 글이고 마음가는 이에게 이 책을 선물하며 쓴 글이기도 하다.  내가 그토록 좋아하는 정채봉님의 글을 다시 만난다는 설레임에 그저 기쁜 마음으로 이 책을 구입하고 또한 선물하였다. 그런데 내가 소장하고 있는 처음의 책과는 약간 차이가 있는 듯하다. 뭐랄까... 물론 좋아진 점도 있겠지만 왠지 낯선 느낌이 들었던 것도 사실이다. 우선은 일러스트가 바뀌었다. 처음 김복태님의 그림을 보면서 뭔지 모를 강렬함을 느꼈었다면 이번 이성표님의 그림은 조금은 부드러워졌다는 그런...  그림 하나가 저토록까지 다른 느낌을 전해줄거라고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었는데 같은 이야기를 배경으로 두고도 읽는 이에게 다가오는 느낌이 이렇게 확연하게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는 정채봉님의 글을 너무 좋아한다. 생각하는 동화 시리즈가 나왔을 때 정말 이런 느낌을 전해주는 책도 있구나 싶었었다. 지금도 내가 아끼는 책 중 단연 으뜸이지만 이 시리즈만큼 강하게 나에게 울림을 전해주었던 책도 없었지 싶다. 사실 책 속의 이야기는 그다지 새로울 건 없었다. 뻔한 이야기같기도 하고 어디서나 마주칠 수 있는 흔한 이야기라고도 말 할 수 있는 것들이지만 군더더기 없이 간결한 문체들이 색다른 느낌을 전해주고 있음이다. 마치 아이들이 읽는 동화책처럼 다가가기에 너무도 편한 책.. 하지만 책장을 빨리 넘기려고 하면 알 수 없는 부족함이 나를 따라온다. 아주 천천히, 하나씩 하나씩 생각해가며 음미해가며 읽어볼 일이다.

다시 개정판이 나왔다는 말을 들었을 때 너무도 기뻤었다. 많은 사람들이 정채봉님의 글들과 만날 수 있었으면 하는 욕심도 생겨나고... 오롯이 나 하나만의 느낌일수도 있겠지만 이렇게 따스한 느낌을 전해주는 이야기들이 우리곁에 많았으면 좋겠다.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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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인계 - 중국의 4대 미녀
왕공상.진중안 지음, 심우 옮김 / ODbooks(오디북스)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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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조금은 귀에 익었던 미인들을 기억해보라면 이렇다. 주지육림() 이란 말도 연못을 술로 채우고 놀던 주왕과 달기의 방탕하고 사치스러운 유흥행위에서 나왔다는 일화가 있는 여인, 중국 역사상 가장 음란하고 잔인한 대표적인 독부(毒婦)로 기록되었다던 주왕의 애첩 달기가 있다. 잘 웃지 않던 애희를 위하여  전시에나 올려야 했던 봉화를 올렸다는 주나라 유왕이 당황하던 신하들의 모습을 보고 포사가 웃자 좋아했다던 일화가 있는 또하나의 여인 포사가 있다.  하나라 걸왕을 꼼짝못하게 했고 비단이 찢어지는 소리를 즐겼다던 미인 말희가 있다. 또하나 떠오르는 이름이 있다. 우희.. 우미인이라고도 부르는 그녀는 사면초가에 빠진 항우를 위하여 최후의 연을 베풀었고 그 자리에서 자진하였다는 일화가 있는 여인이다. 우리에게는 패왕별희를 통하여 쉽게 다가오는 이름이기도 하다.  중국의 4대미녀라는 말을 들으면서 문득 떠오른 이름들이다. 그녀들이 과연 얼마나 미인이었을지는 잘 알지 못하겠지만 책장을 펼치면서 주요 인물소개 그림속에 나온 서시, 양귀비, 왕소군, 초선의 모습을 보면서 많이 달라진 미인의 조건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이 책의 소개글을 처음 보았을 때 그 여인들이 살았던 시대에 대한 재조명쯤으로 생각했었다. 하지만 나의 예견은 보기좋게 빗나가고 말았다. 물론 그 여인들이 살았던 시대적 배경이야 당연하겠지만 일단은 그 여인들의 한많은 삶에 촛점이 맞춰진듯 보여진다. 여자로서, 한 여인으로써 단지 미인이라는 이유하나만으로 거부할 수 없었던 운명의 수레바퀴에 철저하게 뭉개져버렸던 그녀들의 일생에 대하여 이야기하고 싶어하는 것 같았다. 왕의 비로 선택되어져 사랑을 받았든, 그렇지 못한 채 다른 여건속으로 말려들어갔든 그녀들이 꿈꾸었던 것은 오로지 한 남자의 사랑속에서 결실을 맺고 싶어했던 소박한 꿈이었을 뿐이라고 역설적인 대변을 해주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물론 그랬을수도 있겠지만 한편으로는 그렇지 않은 면도 있을거라는 생각이 든다.

여인들의 싯점에서 시절을 바라보는 까닭인지 이야기의 흐름은 약간 더딘듯 하다. 그러니 거두절미하고 이 여인들의 사랑이 어느쪽을 향하고 있는가만 알아채면 될 것 같다. 과연 그 여인들은 어떤 사랑을 원했고 또한 어떻게 사랑을 했을까? 아들의 여인에게 마음을 빼앗겨 종내는 자신의 비로 맞아들였던 현종의 이야기는 누구나 알고 있듯이 양귀비라는 여인을 등장시킨다. 하지만 흔히 뇌쇄적인 이미지를 생각하게 되는 양귀비가 여기에서는 오롯이 한 남자의 사랑속에서만 존재하는 여인 그 자체로써만 표현되어지고 있다. 그것도 정신적인 사랑을 우선적으로 그리고 있다. 범려와의 사랑을 뒤로 하고 구천의 복수를 위하여 오나라로 가게 되는 서시의 사랑 역시도 정신적인 사랑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단순히 왕을 유혹하고 육체적인 사랑만을 앞세웠던 여인들이 아니었다는 사실이다. 그리하여 그 사랑을 위하여 목숨을 거는 사랑말이다.

안타깝게도 결실을 보지 못했던 초선의 사랑은 어느쪽으로도 가닥을 잡지 못했다. 양아버지의 근심을 덜어주기 위하여 동탁과 여포를 유혹하게 되지만 어느 누구에게서도 잠시의 행복을 느끼지 못하니 그또한 마음이 아프다. 동탁과 여포, 그리고 조조에게서 관우에게로... 하지만 미인이었다는 이유하나만으로 그 쳇바퀴를 돌아야 했으니 누굴 탓할까 싶기도 하고. 욕심을 앞세웠던 화사의 농간으로 인하여 타국에서 반생을 보내야 했던 왕소군 역시도 생각해보면 아련하다. 예나 지금이나 정치적인 속물들은 변함이 없다. 모든 것은 다 변하는 데 어찌 인간만이 변하고자 하질 않는지.. 이런 류의 이야기를 접하다보면 은근슬쩍 화가 나기도 한다. 인간으로써의 의미보다는 도구처럼 전락해버리고 마는 여인의 굴레가 너무도 슬프기 때문이다. 지금세상이 더 나은 것인지 아니면 그 오래전의 세상이 더 나은 것인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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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바지 세상을 점령하다 - TBWA KOREA가 청바지를 분석하다
TBWA KOREA 지음 / 알마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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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바지가 세상을 점령했다? 어떻게? 하면서도 그럴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청바지를 그리 좋아하지 않던 나조차도 지금은 왠만한 자리에 청바지를 입고 다니니 말이다. 청바지.. 어쩌다 시내라도 나가서 돌아다니다보면 그야말로 청바지 세상이라는 말이 맞다. 종류는 왜 또 그리 많은지.. 같은 청바지라도 색이 다르고 워싱처리가 다르고 무엇을 장착했는가에 따라 달라보인다. 거기다 주머니 종류도 많다. 주머니 위치에 따라 청바지의 이미지가 달라보이는 것도 그런데 스티치 기법에 따라 분위기가 달라보이는 것도 참 신기하다. 스티치를 줄 때 어떤 색의 실을 사용했는지에 따라 또한 청바지의 느낌이 확 달라지는 걸 보면 청바지라는 이름을 가지고 마법을 보여주는 것도 같다. 그 유행에 따라 요즘처럼 밑위길이가 너무 짧아서 자리에 앉았을 때 뒤에서 보기가 민망한 경우도 있지만 청바지를 자신의 개성에 맞게 정말 멋지게 입은 경우는 다시한번 쳐다보게 된다.  

청바지.. 과연 어떻게 탄생되었던 걸까? 단순히 노동자들이 일하기 쉽고 편하게 만들어졌던 옷이라는 것만 알고 있을 뿐 그 탄생의 배경에 대해서는 자세히 알지 못했다. 그런데 천막천이 청바지의 원조였다는 말이 새삼스럽게 다가왔다. 천막천이 청바지로 변했다는 거야?... 처음 책을 받아보고 후루룩 넘겨보았을 때 이건 뭐지? 싶었다. 무슨 잡지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고 그것도 내가 가장 싫어하는 광고지면처럼 보여졌다. 에구, 정신없겠다 도중에 포기하고 싶어지면 어쩌지?... 했었는데 왠걸! 오히려 그렇게 조잡스럽게만 보여지던 편집이미지들이 이 책을 읽으며 청바지의 역사를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아주 작은 그림하나까지도.. 그리고 내가 알 수 없었던 사실들이 그 그림속에 들어 있었으니 새롭게 세계사 공부를 하고 있는 것만 같았다.

그렇다면 청바지는 왜 블루일까? 의외로 참 간단한 답을 가지고 있었다. 청바지를 청색으로 물들였던 인디고라는 염료가 무엇인가를 알면 바로 알 수 있다.  인간의 오줌으로 발효시켜 사용하는 인디고는 값이 쌌고 햇볕에 잘 바래지도 않았으며 거친 노동으로 긁히고 때가 타도 티가 잘 나지 않았다는 점 때문이었다. 한마디로 육체 노동자들이 아주 오래전부터 청색의 옷을 즐겨 입었다는 이 책의 설명은 고개를 끄덕거리게 만들었다. 청바지의 역사속에는 인류의 역사와 문화, 그리고 종교적인 것도 함께 들어 있었다. 그 청바지 하나로 인하여 많은 것들이 변화되고 또한 많은 문화가 창조되기도 했다는 사실 앞에서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읽으면서도 참 놀라운 느낌을 갖게 만들었던 청바지의 역사.. 지금이야 블루진뿐만 아니라 블랙진, 화이트진도 많이 보이지만 뭐니뭐니해도 청바지는 블루진이 원조다. 역시 가장 청바지답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가장 놀랍고도 화가 났던 점은 청바지를 통해서 보았던 미국이란 나라의 입김이었다. 미국의 역사와도 나란히 견줄만하게 느껴지던 청바지의 역사속에는 노동자들의 삶 뿐만이 아니라 미국이라는 나라의 문화나 정신이 고스란히 담겨와 청바지를 통해 또하나의 식민정신이 분포되었으며 은연중에 그들을 추앙하게끔 만들어버렸던 점에 대해서는 경악하지 않을수가 없었다. 실리주의를 추구했던 미국이란 나라의 기업 이윤 추구의 속성이 청바지속에 아주 촘촘하게 박혀져 그것에 대해 감히 저항할 수도 없었던...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원히 사그러들지 않을 청바지에 대한 세계인의 사랑과 관심.. 마지막 장에서 다루었던 것처럼 이제는 청바지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청바지에게 선택을 당해야 하는 우리가 되어버렸다는 게 사실로 여겨지니 참 서글픈 일이기도 하다. 요즘 유행어처럼 누가 그랬을까? 하고 묻고 싶었다. 정말 왜 그랬을까? 왜 그래야만 하는 것일까? 그만큼 우리는 무언가를 잃어가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 느껴지던 대목이었다.

이 책을 통해서 나는 잡지속에서나 보았음직한 말들에 대해 조금은 알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패션이니 스타일이니 하는 말 따위에는 사실 그다지 관심이 없기도 했거니와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겠거니 했었던 까닭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바지에 대해 새롭게 생각할 수 있는 계기가 되어 참 재미있는 시간이기도 했다. 누가 알았겠는가 말이다. 워싱처리 기법이 일본에서부터 시작되어졌다는 것을.. 청바지 하면 대체적으로 미국을 떠올리게 되지만 스톤 워싱 기법이 처음으로 개발된 나라가 일본이며 그 일본의 구라보 인더스트리라는 섬유회사의 제품이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데님 제조회사란다.  이름만 들어도 누구나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브랜드를 가진 청바지회사로 원단이 공급된다는 말에는 부러움이 일기도 했다. 하지만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팔린 MP3플레이어인 애플의 아이팟에 내장된 플래시 메모리가 알고 보면 우리의 삼성전자 제품이라는 말에 그 부러움을 애써 눌러보기도 한다. 

실용과 멋을 동시에 추구할 수 있다는 청바지.. 이제 나는 그 말에 이의를 달지 않는다. 패션을 모르는 나에게도 그렇게 보여지니 말이다. 대중성의 대명사, 청바지.. 하지만 청바지에 의해 선택되어진다는 마지막 장에서는 이의를 달고 싶어진다. 정말 미친짓처럼 보여지는 청바지의 가격을 보면서 그것에 의해 선택되어지는 사람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아무리 각자의 개성이고 취미이고 특성이라고는 하지만 좀 그렇다. 남들과는 다른 좀 더 독특한 그 어떤 것을 추구한다고는 해도 그 가격을 보면서 나는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던 거다. 청바지속에 그것을 입는 사람의 정신이 있다고는 해도, 청바지가 만들어낸 문화 코드가 다양해졌다고는 해도, 너나 잘하세요 라고 말한다고 해도 서민적인 입장에서 보자면 좀 그렇다는 얘기다. 어찌되었든 새로운 상징과 스타일로 태어날 청바지의 무한한 에너지라는 말에는 공감한다. 청바지만큼 젊음을 표현해주는 매개물도 없다는 말에도 공감한다. 또 어떤 문화를 창조해 낼지도 궁금하다.

청바지.. 우리나라 백화점의 청바지 편집 매장에는 9개 나라,50여 브랜드, 450여 가지 스타일의 바지가 가지런히 걸려 있단다. 이제부터 청바지를 바라보는 나의 시선에 약간의 변화가 오지 않을까 싶다. 왠지 청바지의 새로운 마력앞에 지름신이 강림하실것만 같은... 옷장을 열어보니 내게도 꽤나 많은 청바지가 있다. 입어야 할 상황에 따라 다르게 구입했으니 나름대로 저마다의 특징을 가지고 있는 것 같은 그런 청바지들이. 청바지의 새로운 면을 알 수 있었던 재미있는 시간이었다.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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