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바지 세상을 점령하다 - TBWA KOREA가 청바지를 분석하다
TBWA KOREA 지음 / 알마 / 2008년 12월
평점 :
품절


청바지가 세상을 점령했다? 어떻게? 하면서도 그럴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청바지를 그리 좋아하지 않던 나조차도 지금은 왠만한 자리에 청바지를 입고 다니니 말이다. 청바지.. 어쩌다 시내라도 나가서 돌아다니다보면 그야말로 청바지 세상이라는 말이 맞다. 종류는 왜 또 그리 많은지.. 같은 청바지라도 색이 다르고 워싱처리가 다르고 무엇을 장착했는가에 따라 달라보인다. 거기다 주머니 종류도 많다. 주머니 위치에 따라 청바지의 이미지가 달라보이는 것도 그런데 스티치 기법에 따라 분위기가 달라보이는 것도 참 신기하다. 스티치를 줄 때 어떤 색의 실을 사용했는지에 따라 또한 청바지의 느낌이 확 달라지는 걸 보면 청바지라는 이름을 가지고 마법을 보여주는 것도 같다. 그 유행에 따라 요즘처럼 밑위길이가 너무 짧아서 자리에 앉았을 때 뒤에서 보기가 민망한 경우도 있지만 청바지를 자신의 개성에 맞게 정말 멋지게 입은 경우는 다시한번 쳐다보게 된다.  

청바지.. 과연 어떻게 탄생되었던 걸까? 단순히 노동자들이 일하기 쉽고 편하게 만들어졌던 옷이라는 것만 알고 있을 뿐 그 탄생의 배경에 대해서는 자세히 알지 못했다. 그런데 천막천이 청바지의 원조였다는 말이 새삼스럽게 다가왔다. 천막천이 청바지로 변했다는 거야?... 처음 책을 받아보고 후루룩 넘겨보았을 때 이건 뭐지? 싶었다. 무슨 잡지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고 그것도 내가 가장 싫어하는 광고지면처럼 보여졌다. 에구, 정신없겠다 도중에 포기하고 싶어지면 어쩌지?... 했었는데 왠걸! 오히려 그렇게 조잡스럽게만 보여지던 편집이미지들이 이 책을 읽으며 청바지의 역사를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아주 작은 그림하나까지도.. 그리고 내가 알 수 없었던 사실들이 그 그림속에 들어 있었으니 새롭게 세계사 공부를 하고 있는 것만 같았다.

그렇다면 청바지는 왜 블루일까? 의외로 참 간단한 답을 가지고 있었다. 청바지를 청색으로 물들였던 인디고라는 염료가 무엇인가를 알면 바로 알 수 있다.  인간의 오줌으로 발효시켜 사용하는 인디고는 값이 쌌고 햇볕에 잘 바래지도 않았으며 거친 노동으로 긁히고 때가 타도 티가 잘 나지 않았다는 점 때문이었다. 한마디로 육체 노동자들이 아주 오래전부터 청색의 옷을 즐겨 입었다는 이 책의 설명은 고개를 끄덕거리게 만들었다. 청바지의 역사속에는 인류의 역사와 문화, 그리고 종교적인 것도 함께 들어 있었다. 그 청바지 하나로 인하여 많은 것들이 변화되고 또한 많은 문화가 창조되기도 했다는 사실 앞에서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읽으면서도 참 놀라운 느낌을 갖게 만들었던 청바지의 역사.. 지금이야 블루진뿐만 아니라 블랙진, 화이트진도 많이 보이지만 뭐니뭐니해도 청바지는 블루진이 원조다. 역시 가장 청바지답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가장 놀랍고도 화가 났던 점은 청바지를 통해서 보았던 미국이란 나라의 입김이었다. 미국의 역사와도 나란히 견줄만하게 느껴지던 청바지의 역사속에는 노동자들의 삶 뿐만이 아니라 미국이라는 나라의 문화나 정신이 고스란히 담겨와 청바지를 통해 또하나의 식민정신이 분포되었으며 은연중에 그들을 추앙하게끔 만들어버렸던 점에 대해서는 경악하지 않을수가 없었다. 실리주의를 추구했던 미국이란 나라의 기업 이윤 추구의 속성이 청바지속에 아주 촘촘하게 박혀져 그것에 대해 감히 저항할 수도 없었던...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원히 사그러들지 않을 청바지에 대한 세계인의 사랑과 관심.. 마지막 장에서 다루었던 것처럼 이제는 청바지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청바지에게 선택을 당해야 하는 우리가 되어버렸다는 게 사실로 여겨지니 참 서글픈 일이기도 하다. 요즘 유행어처럼 누가 그랬을까? 하고 묻고 싶었다. 정말 왜 그랬을까? 왜 그래야만 하는 것일까? 그만큼 우리는 무언가를 잃어가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 느껴지던 대목이었다.

이 책을 통해서 나는 잡지속에서나 보았음직한 말들에 대해 조금은 알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패션이니 스타일이니 하는 말 따위에는 사실 그다지 관심이 없기도 했거니와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겠거니 했었던 까닭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바지에 대해 새롭게 생각할 수 있는 계기가 되어 참 재미있는 시간이기도 했다. 누가 알았겠는가 말이다. 워싱처리 기법이 일본에서부터 시작되어졌다는 것을.. 청바지 하면 대체적으로 미국을 떠올리게 되지만 스톤 워싱 기법이 처음으로 개발된 나라가 일본이며 그 일본의 구라보 인더스트리라는 섬유회사의 제품이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데님 제조회사란다.  이름만 들어도 누구나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브랜드를 가진 청바지회사로 원단이 공급된다는 말에는 부러움이 일기도 했다. 하지만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팔린 MP3플레이어인 애플의 아이팟에 내장된 플래시 메모리가 알고 보면 우리의 삼성전자 제품이라는 말에 그 부러움을 애써 눌러보기도 한다. 

실용과 멋을 동시에 추구할 수 있다는 청바지.. 이제 나는 그 말에 이의를 달지 않는다. 패션을 모르는 나에게도 그렇게 보여지니 말이다. 대중성의 대명사, 청바지.. 하지만 청바지에 의해 선택되어진다는 마지막 장에서는 이의를 달고 싶어진다. 정말 미친짓처럼 보여지는 청바지의 가격을 보면서 그것에 의해 선택되어지는 사람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아무리 각자의 개성이고 취미이고 특성이라고는 하지만 좀 그렇다. 남들과는 다른 좀 더 독특한 그 어떤 것을 추구한다고는 해도 그 가격을 보면서 나는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던 거다. 청바지속에 그것을 입는 사람의 정신이 있다고는 해도, 청바지가 만들어낸 문화 코드가 다양해졌다고는 해도, 너나 잘하세요 라고 말한다고 해도 서민적인 입장에서 보자면 좀 그렇다는 얘기다. 어찌되었든 새로운 상징과 스타일로 태어날 청바지의 무한한 에너지라는 말에는 공감한다. 청바지만큼 젊음을 표현해주는 매개물도 없다는 말에도 공감한다. 또 어떤 문화를 창조해 낼지도 궁금하다.

청바지.. 우리나라 백화점의 청바지 편집 매장에는 9개 나라,50여 브랜드, 450여 가지 스타일의 바지가 가지런히 걸려 있단다. 이제부터 청바지를 바라보는 나의 시선에 약간의 변화가 오지 않을까 싶다. 왠지 청바지의 새로운 마력앞에 지름신이 강림하실것만 같은... 옷장을 열어보니 내게도 꽤나 많은 청바지가 있다. 입어야 할 상황에 따라 다르게 구입했으니 나름대로 저마다의 특징을 가지고 있는 것 같은 그런 청바지들이. 청바지의 새로운 면을 알 수 있었던 재미있는 시간이었다. /아이비생각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