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그리고 꽃들의 자살 - 동심으로의 초대 어른을 위한 동화
이세벽 지음, 홍원표 그림 / 굿북(GoodBook) / 2008년 10월
평점 :
품절


<꽃들에게 희망을>이라는 책이 있었다. 아주 오래전에 읽었음에도 불구하고 마음속에 하나의 기억처럼 자리하는 애벌레들의 이야기.. 그 책을 읽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묻고 싶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읽었고 또 기억할 것이다. 그 줄무늬 애벌레 역시 처음엔 혼자였다. 그냥 그렇게 먹고 자면서 살다가 노랑 애벌레를 만나 사랑을 하고.. 잠시 안주를 하게 되지만  삶에는 무언가가 있을거라고 끝도 없이 올라가는 기둥에 대한 미련을 떨치지 못한 줄무늬 애벌레는 결국 짓밟히고 짓밟아가는 현실속으로 떠나버린다. 슬퍼하던 노랑애벌레가 고치를 만드는 과정, 끝도없이 올라갔던 기둥위에서 무언가 알 수 없는 존재를 만나게 되는 줄무늬 애벌레의 과정은 눈물겨웠다. 그저 먹고 자라는 것만이 삶의 전부를 아닐거라고 생각하며 여행을 떠났던 시간들 모두가 그들에게는 성장의 아픔이었을 것이다. 서로를 그리워했던 시간들, 믿음을 저버리지 않고 변해버린 노랑나비의 그 간절한 눈빛을 외면하지 않았던 줄무늬 애벌레의 마음 또한 너무나도 간절했음을 지금도 잊지 못한다.

이 책 <사랑 그리고 꽃들의 자살>은 제목부터가 아프다. 꽃들도 자살을 할까? 꽃들이 자살을 한다면 그것은 어떤 모습일까? 단순히 바람에 지는 꽃잎의 모습은 아닐것이다. 책을 읽으면서 가슴 한켠을 조여오는 무언가가 있었다.  타는 햇볕과 자신의 몸을 흔들어대는 바람이 두려워 다시 대지속으로 들어가고 싶어하던 새싹의 철없는 생각앞에서 진리의 소리는 말했지. 대지는 희망과 가능성을 내재한 것만을 품어줄 뿐이라고. 너의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는 햇볕과 바람이 필요한 것이라고. 항상 그렇다. 적어도 남에게 피해는 주지 말아야지 하면서 살다가도 내가 살아야 한다면 어쩔 수 없이 남을 밟고 올라서야만 되는 현실과의 괴리.. 결국 진정한 여행을 떠나기 위해 타는 햇볕과 부는 바람을 이겨내고 조금씩 자라나는 새싹의 모습은 이제 하나의 괴물로 변해가기 시작하지. 위로는 자라지 못하고 옆으로 옆으로만 기어가는... 또한번의 좌절. 그리고 또한번 들려오는 진리의 목소리. 작가는 말해주고 있었다. 어린 시절에는 그토록이나 잘 들렸던 진리의 목소리가 어른이 되면서부터는 왜 들리지 않는가에 대해. 지켜야 할 것이 많고 잃어야 할 것이 많아지는 어른들이 그것을 외면할 뿐이라고...

많은 시간과 많은 아픔을 거치고 자신과 같은 또하나의 나무를 만나 설레임과 열정으로 부둥켜 안았을 때, 그리고 그렇게 사랑이라는 것을 키워나갈 때 그들은 위를 향하여 솟아오르는 하나의 나무가 되어가고 있었다. 그들에게는 아무런 것도 필요치 않았다. 오직 함께 있음으로 행복하고 함께 있음으로 평안을 누릴 수 있었던 그 시간들만이 존재했음으로.. 어느날 문득 그들의 가지에서 꽃이 피고 그 꽃의 아름다움앞에서 숲의 모든 것들이 고개를 숙일 때 그들은 이제 서로에게서 떨어져나와 온전한 자신만의 갈채를 받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순간부터 서로에 대한 마음이 아픔으로 변해가고 그 아픔이 그만 꽃잎을 병들게 하여 떨어지게 한다는 것을 그들은 몰랐다. 어쩌면 저리도 사랑의 아픔앞에서 냉혹할까 싶었다. 아니 어쩌면 우리가 너무나도 쉽게 생각하고 너무나도 쉽게 받아들이는 인연의 고리를 작가는 결코 쉽지 않은 것이라고 말해주고 싶었던 것일까? 서로 떨어져나가고 싶다고 생각했을 때 이미 하나의 몸뚱이로 합쳐져버린 자신들의 모습을 바라보면서 그들은 다시 부둥켜안고 눈물을 흘렸지.. 아직도 당신을 사랑합니다... 앞으로도 영원히 당신만을 사랑할게요...

가슴 뭉클하게 한점 눈물을 찍어내게 하는 이야기는 많다. 하지만 오래도록 기억되어지는 하나의 삶같은 이야기는 얼마나 될까?  저 등나무들이 서로를 밀어내고 싶어했던 것과 같이, 그 고통속에서 꽃들이 자살을 하고 있었던 시간들이, 사실은 지금의 나처럼 느껴져 너무나도 아팠다. 삶의 힘겨움 앞에 한줄기 샘물처럼 내게 스며들었던 책.. 이제 등나무의 순이 오르고 등꽃이 필 계절이 올 것이다. 그 등꽃의 향기를 가득 품어안은 시간속에서 나는 다시한번 이 책을 읽어보고 싶다. 고마웠다고... /아이비생각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담장 속의 과학 - 과학자의 눈으로 본 한국인의 의식주
이재열 지음 / 사이언스북스 / 2009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수천년의 역사속에서 만들어진 한국인의 의식주에 녹아 있는 삶의 지혜를 과학의 눈으로 읽어내는 법... 결론부터 말한다면 이 한줄로 될까? 누군가는 해야만 할 일, 누군가가 해 주었으면 했던 일이라고 했다. 경험을 토대로 말로는 다 할 수 없으니 이렇게 글로 남겨져야 하는 것들이 너무나도 많다고. 살짝 까치발을 하고 남의 집 울안을 넘어다볼 때의 그 기분이었을까? 내심 기대가 높았던 책이기도 했다. 그 내용이 너무나도 좋았다는 말도 빼놓을수가 없을 것 같다. 그런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그런 문화를 접해보지 않은 우리의 아이들은 어떨까? 옛이야기처럼만 느껴지지는 않을까? 속도와 편리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아이들이 왠지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면서 지은이의 말을 다시 한번 떠올린다. 누군가는 해야만 할, 해 주었으면 하는 것이라던..

住..
집이다. 우리의 삶이 대부분 만들어지고 또 없어지는 공간. 책을 읽으면서도 문득 문득 그 이미지들이 떠올랐다. 여자들이 주로 머물렀던 안채, 남자가 머물렀고 가끔씩은 손님이 쉬어가기도 했다던 사랑채, 그외의 집안 사람들이 머물렀던 행랑채로 분류되었던 한옥의 정겨움이 눈앞에 선하게 그려졌다. 좌청룡 우백호니 배산임수니 했던 것처럼 집 하나를 얻기 위해서 전후좌우로 지형이나 풍수등 많은 것을 따져야 했으며 작은 것 하나까지 세세하게 마음을 써야 했던 옛선인들의 마음씀씀이를 그런곳이 아니면 만나보기 힘들것이다. 그 집안으로 들어서기 위해 가장 먼저 통과해야 하는  대문의 높이나 문턱하나에도 삶의 철학이 담겨있다던 옛사람들의 풍류를 어찌 이해할 수 있을까? 생각했었던 것처럼 크지는 않았지만 들어서는 문을 활짝 열면 안쪽의 문이 다시 보여지는 그런 공간, 닫힌듯하면서도 열린 그런 구도가 나는 참 좋았었다. 달구어진 구들을 통해 오래도록 난방을 유지할 수 있었던 최상의 난방구조 온돌, 아궁이에 불을 지피면서도 행여나 재가 날릴까 음식에 대한 마음을 허투루 하지 않았던 부엌의 구조등.. 자연과 벗삼아 또하나의 자연으로 살고자 했던 우리 선조의 지혜가 아니고서는 어디서 만날 수 있을까 싶은 이야기들이 과학이라는 이름을 배경으로 펼쳐져 있다. 지위고하나 지방에 따라 그 구조가 조금씩은 달랐다던 옛가옥들.. 지금의 아파트 구조들이 옛 가옥의 구조를 본떠서 만들었으며 온돌이나 장판 또한 우리가 멀리하기만 했던 옛것으로부터 비롯되어졌다면 그것이 신기한 일일까?

食..
먹을것이 지천이었을 것이다. 간혹 먹을 것이 없어서 이것저것을 먹다보니 먹을 것이 지천으로 널려 있었다고 말할수도 있겠지만 그 별것도 아닌것처럼 보여지던 우리네의 먹을거리들이 얼마나 몸에 좋은 음식이었는지 이 책은 말해주고 있다. 콩을 삶아 메주를 띄우고 그 메주를 이용하여 간장이나 된장, 고추장을 담아먹으며 미생물과 공존할 수 있었던 것이나 대표적인 신토불이 식품인 김치에 대한 예찬론은 들어도 들어도 물리지 않을 것 같다. 어디 김치뿐일까? 발효식품의 효능이야말로 지금을 사는 우리에게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다 알고 있는 까닭이기도 하다. 어릴적 비오면 장독뚜껑 닫아라, 하시던 엄마의 목소리를 아직도 기억한다. 느닷없이 내리던 소나기를 원망하며 야단도 많이 맞았었는데... 김장을 하고 장을 담그면서도 마음가짐을 올바르게 했다던 이야기가 새삼스럽다. 산에 가면 산나물, 들에 나가면 들나물... 예로부터 봄에 나오는 달래,냉이,씀바귀,쑥 따위가 우리몸에 얼마나 이로운지는 많이 들어 잘 알고 있을테니 자꾸 말하면 입만 아프다. 그만큼 지금은 우리가 멀리하는 옛것들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느끼고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아니 웰빙열풍을 통하여 이제 다시 우리곁으로 다가오는 것들에 대하여 다시한번 생각해보아야 할 것이다.  몸에 좋다고 먹는 것들이 피부질환을 불러오고 현대병을 불러왔다고 한다면 믿고 싶을까? 옛것이라고 무조건 내치기만 해서는 안된다는 말일게다. 옛것과 지금의 것들이 알맞게 조화를 이룬다면 더없이 좋은 일일텐데...

衣 ..
대표적인 것이 무명, 삼베, 명주였을 것이다. 누에를 통해 얻을 수 있었던 명주, 목화를 통해 얻을 수 있었던 무명, 식물성재료로 얻을 수 있었던 삼베.. 첫대목을 펼쳐들면 빨래의 역사부터가 시작이다. 그 역사속에서 만날 수 있는 비누의 유래가 재미있다. 또한 염색을 하기 위하여 '잿물에 담그기'와 '햇빛에 바래기'를 되풀이하며 표백했던 과정과 염색의 기술들.. 노랑색은 치자, 붉은색은 홍화, 초록색은 땡감, 검정색은 그을음에서 뽑아냈다던 우리의 천연 염료가 일본으로도 전해졌다는 기록이 전해지기도 한단다. 아울러 라이크라,고어텍스,스판덱스등 옷감의 종류라거나 그 옷감들이 각자 가지고 있는 성질을 알아보기 쉽게 잘 분류해 놓고, 옷의 기능성에 대하여 중요하게 다루어준 대목들은 읽는 재미가 쏠쏠했다. 그 좋은 지금은 옷감을 말해주면서 아울러 우리의 옛스러운 의복속에 담겨져 있는 작은 과학들을 비교해보는 것도 참 멋진 일임엔 분명했다. 자연으로부터 옷감을 얻기 위한 과정들은 우리 선조들의 생활상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었다. 누에를 치고 고치로부터 실을 뽑아내야 얻을 수 있었던 비단, 목화를 심어 그 목화솜으로부터 옷감을 얻기 위하여 실을 뽑는 실잣기와 베짜기, 솜타기등의 과정을 거쳐 얻을 수 있었던 무명, 모시풀의 줄기 껍질을 가늘게 쪼개서 길게 실을 꼬아 베를 짜 얻을 수 있었던 모시나 삼베.. 옷에 얽힌 혹은 옷감에 얽힌 이야기들이 하나의 역사처럼 귀에 쏙쏙 들어온다.

옆으로도 열 수 있고 앞으로도 열 수 있었던 장지문을 처음보았을 때 너무나도 놀라웠었다. 집안쪽으로 없을것만 같았던 작은 마당이 보여지는 것이 너무나도 신기했었다. 옛스러움이 보여주는 정서가 좋아 기회가 될때마다 찾아다닌다고는 했지만 그리 많은 곳들을 찾지는 못했다. 우암 송시열선생의 사적공원안에서 보았던 남간정사와 다산 정약용선생의 생가, 운현궁 이로당의 모습이 떠오른다. 샘물이 대청마루 밑으로 흘러 연못으로 스며들게 했다던 남간정사의 꿈결같은 모습, 집 바깥쪽 사랑채에 길게 뻗어있던 툇마루가 색다르게 다가왔던 다산 생가의 정겨운 모습, 'ㅁ'자형의 작은 문을 통해 들어갈 수 있었던 이로당의 모습은 이채로웠었다. 작은 문고리 하나에도, 창살 하나마다의 조형도, 안마당과 뒷마당을 통하는 바람의 성향까지도, 담장속에 머물렀던 그 모든 것들이 그저 그냥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하나부터 열까지 생각하고 조화를 이루어 거기에 살 사람들과 어울릴 수 있도록 생겨났다고 생각하니 울컥하는 마음이 앞선다. 살아 숨쉬는 집, 살아 숨쉬는 돌, 살아 숨쉬는 독.. 살아 있다는 표현하나만으로도 족할 것 같은 우리의 것들.. 지은이의 말처럼 우리가 생활하는 데 필요한 자연적이며 인공적인 모든 환경이나 우리의 생각과 행동, 결과까지 모두 한데 어울려 문화가 될 것이다. 오래전부터 생활에 필요한 모든 것들은 아무리 작은것이라 할지라도 필요없이 만들어진 것은 없을 것이다. 현대에만 억눌려 전통을 고루하다고 말하기보다는 전통과 함께 할 수 있는 우리가 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싶기도 하다. 우리의 집을 집이라 부르지 않고 초가집이나 기와집 또는 한옥(韓屋)으로 부르고, 우리 옷을 옷이라 하지 않고 한복(韓服)이라 하며, 우리 음식을 음식이라 하지 못하고 한식(韓食)이라 부른다는 지은이의 말이 가슴 한켠을 아프게 한다. /아이비생각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자전거 도둑 한빛문고 6
박완서 글, 한병호 그림 / 다림 / 1999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학생필독서..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본다. 나의 학창시절에는 무슨 책을 읽었는가에 대하여. 그리고 내가 학교다닐적의 필독서는 무엇이었는지에 대하여.. 도무지 떠오르지 않는다. 그냥 책이 좋아서 무조건적으로 도서관에 틀어박힌채 살았던 것 같다. 세계문학쪽을 더 많이 읽지 않았을까 싶은 생각도 든다. 아무래도 우리의 고전쪽에는 늘상 대하는 뭐 그렇고 그런 이야기일뿐이라고 허접한 그리고 못나빠진 생각을 했을 것이다. 순정만화에도 엄청 빠졌던 것 같고.. 단발머리에 교복을 입은 나의 학창시절을 떠오르게 하는 박완서라는 작가.. 내가 작가의 책을 언제, 아니 얼마나 많이 만났을까 생각한다. <엄마의 말뚝>, <휘청거리는 오후>, <그해 겨울은 따뜻했네>, <그대 아직도 꿈꾸고 있는가>.. 그쯤이었을 것이다. 작가의 수많은 작품중에서 고작 몇 편뿐이라니!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가 나왔을때 싱아가 무엇인지 궁금해 묻고 다녔으면서도 나는 왠지 그 책을 읽을 수가 없었다. <그대 아직도 꿈꾸고 있는가>의 그 강한 느낌이 너무도 싫었던 탓도 있지만 왠지 지나온 시간들을 다시 만날 것만 같아 두려웠던 까닭도 있었을것이다. 학창시절 선배였다는 이유로 선생님들을 통하여 수도없이 많이 들었던 작가의 이름.. 내가 다시 그이름을 부른다.

이 책을 대하게 된 것은 순전히 어른들을 위한 동화라는 말때문이었다. 내가 엄청나게 좋아하는.. 책장을 덮으면서 얼핏 교과서적(?)인 느낌이 들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랬는데 책띠에 정말 그렇다고 써 있다. 초등학교,중학교 국어교과서에 실렸습니다... 아하, 그러면 그렇지. 우리의 정서를 어찌 무시하랴 싶기도 하다. 하나 하나 콕집어서 말해봐야 누구나 다 아는 이야기이고 누구나 다 인정하는 교훈적 메세지가 가득하다. 교과서에 실릴만 하다 싶을 정도로..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름답다. 이야기 하나 하나가 한송이 꽃과 마주하고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후욱~ 숨을 들이마시면 그 꽃송이가 전해주는 향기를 맡을 수 있을 것만 같다. 그래서 나는 이런류의 책이 좋다. 작가 스스로에게 의미있는 책이라고 말하는, 소설로는 못 풀어 낼 답답한 심정을 동화라는 형식에 의탁하고자 했을 것이라는 작가의 말에 아련한 느낌이 드는 것은 왜일까?

사람의 냄새를 잃어가고 있음을 안타까워하는 것이 오직 작가의 마음뿐일까? 모두가 그러할 것이다. 그러면서도 잘 안되는 아이러니가 현실이다. 문제점은 콕콕 잘도 찍어내면서 나는 아닐것이라고 외면해버리고 만다. 끝없는 아집과 고집불통들.. 오직 하나뿐인, 저만을 위한 법을 지켜야 했던 <마지막 임금님>같다. 모두가 행복한 세상을 만들었지만 그 모두가 자신보다 더 행복해서는 안된다는 하나뿐인 법을 지켜내기 위하여 끝내는 자신의 목숨을 버려야했던 마지막 임금님. 누구도 강요하지 않았지만 자신의 감옥에서 나오려하지 않았던 마지막 임금님.. 서글픈 그 현실이 우리의 현실은 아닐까 싶다. 속삭여도 들리지 않고 확성기를 통해도 들리지 않는 소리가 있다. 제 코가 막혀 향기를 맡지 못하는데 향기 없는 꽃이라고 한다. 그것이 우리의 현실일 것이다. 아픈 현실 비켜가기.. 그래서 나는 작가의 이름을 다시 부를 것 같다. <세가지 소원>을 통하여.. /아이비생각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꿈을 걷다 - 2009 경계문학 베스트 컬렉션 Nobless Club 11
김정률 외 지음 / 로크미디어 / 2009년 3월
평점 :
품절


꿈을 걷다? 경계문학 베스트 컬렉션이라고? 제목부터가 난해했다. 일단은 경계문학이란 말이 의심스러웠다. 경계문학이라면 어디서부터 어디까지라고 선을 긋는 경계를 말하는 것일까? 순전히 그런 뜻으로만 이해를 했다는 것이 솔직한 내 대답이다. 그랬는데 또 꿈을 걷잔다. 꿈속을 걷는게 아니라 꿈을 걷는다라는 표현에 왠지 쏠림 현상을 느꼈다는 것도 솔직한 내 심정이다. 이래저래 궁금한 마음으로 책을 받아들었는데 어라? 이건 또 두께가 예상을 넘어섰다. 문득 한때 즐겨보았던 <이상문학전집>과 같은 맥락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왠지 모를 설레임이 다가왔다. 책장을 펼친다. 그리고 열세편의 이야기.. 정말 내가 꿈을 꾸고 있는건 아닐까 싶었다. 처음부터 긴장.. 오래전에 읽었던 <영웅문>을 다시 읽는것 같은 착각.. 오래전에 보았던 <신용문객잔>이나 <백발마녀전>이란 영화를 다시 보고 있는 것만 같은 환상.. 그랬다. 내가 이 책을 읽으며 느꼈던 것은.

무엇으로부터의 경계인가를 알게 되면서 책을 읽는 속도에 탄력이 붙었다. 현실과 이상의 경계.. 우리가 꿈꾸는 어떤 것들로부터 시작하여 현실로, 혹은 현실로부터 시작하여 우리가 꿈꿀 수 있는 모든 것들에게로의 경계.. 그 선을 그어놓는 것 또한 우리겠지만 그 선을 넘어서고 싶어하는 것 또한 우리일게다. 환타지라고 말하고 싶지 않은 건 무슨 까닭일까? 내 좁은 식견으로 그냥 환타지라고 말하고 싶지 않다는 말이다. 왜그런지는 묻지 마시라.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경계를 넘나들며 이상속에서 현실을 보고 현실속에서 이상을 본다. 행과 불행이, 기쁨과 슬픔이, 즐거움과 괴로움이 늘 함께 이듯이 어쩌면 현실과 이상도 하나가 아닐까 싶기도 하다. 억지일까? 그 이상이 현실속에서 잉태되고 그 현실이 이상의 날개를 타고 날아가니 억지라고도 할 수 없을듯 싶다.

책을 읽으면서 속으로 감춰야 했던 것은 놀라움이었다. 그리고 색다름이었다. 왜그랬을까? 이런 경계문학이라는 것이 우리에게는 없는줄로만 알았다. 우리의 작가들은 이런걸 쓰지 않거나 쓰면 안되는건 줄 알았다. (그게 아니라면 내 편협하고도 짧고 얕은 식견을 탓해야 하리라..) 간혹 아주 가끔씩만 나타나는 어떤 신기루같은거라고 여기며 지냈던 것 같다. 그런데도 우리에게 이처럼 멋진 경계문학이라는 게 있었구나 싶어 정말 놀랐다. 그리고 멋졌다. 단순히 만화속에서만 게임속에서만 존재하는 것이라고 치부했었던 내가 새삼 부끄러웠다. 그래서일까? 책장을 넘기는 손끝이 조마조마했다.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까 하는 기대감을 숨기지 못하고..

이상을 통하여 우리의 현실을 아주 통렬하게 비판하는 힘이 그들에게 있었다. 그 꿈같은 세상을 빌어 우리의 잘못된 삶에 대해 따끔하게 일갈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힘이 들어간 그들의 문체가 하나의 느낌처럼 내게 와 꽂힐때마다 움찔거린다. 사랑에 대하여, 욕심에 대하여, 끊임없이 변화를 추구해야만 하는 정보에 대하여... 그들이 말하고 싶어하는 것은 많은듯 하다. 처음 대하는 경계문학임에도 불구하고 김정률의 [이계의 구원자] 나,하지은의 [앵무새는 단지 배가 고팠을 뿐이다] 같은 경우에는 상당히 깊은 울림을 내게 전해주었다. 물론 그 이외의 글들도 상당했지만 말이다. 여러편의 글을 읽으면서 조금은 받아들이기 수월치않은 점도 있었지만 그건 사람마다 각자의 관심이 다 다를테니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책을 읽고나니 나도 하나의 권법을 익힌 것 같다. 순간이동이나 공간이동같은 것 말이다. 책이란 매개체를 통해 다른 사람들은 알지 못하는 저쪽 세상으로 나만의 문을 통해 드나들 수 있었으니 그 또한 권법이 아니겠는가! 독을 잘 다루고 무술의 최고가 되지 않아도, 끝도없이 사람을 죽이지 않아도 나는 이미 권법 하나를 익혔다. 책을 통해 다른 세상속으로 들어가는 권법말이다. 멋지다. 아들녀석때문에 즐겨보았던 <이누야샤>라는 만화가 떠오른다. 가보지 못한, 혹은 가볼 수 없는 세상에 대한 끝없는 호기김.. 꿈과 현실이 공존하는 세상.. 양다리를 걸친 우리모두가 살아가는 세상.. 그 세상속에서 만난 경계문학이란 낯설음이 한결 부드럽게 내게 남겨질 것 같다. 그런데 왜 나는 이렇게 멋진 글들을 자주 만날 수 없었던거야? /아이비생각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의 한국어 측정기 나의 한국어 측정 1
김상규 외 지음 / GenBook(젠북) / 2009년 3월
평점 :
절판


가만히 생각해보면 우리말이 참 어렵긴 하다. 같은 말을 두고도 쓰는 상황에 따라 뜻이 달라지고, 같은 말인데도 불구하고 높낮이에 따라 또 뜻이 달라지기도 한다. 우리말을 사랑한다고 자부하는 아니 사랑하고 싶은 내가 이 책 '한국어 측정기'를 보면서 과연 나의 한국어 실력은 어느정도나 될까 궁금하기도 했지만 어려운 우리말의 쓰임새에 대하여 더 많이 알고 싶은 욕심이 앞섰던 것도 사실이다. 내가 쓰고 있는 말들이 적절하게 잘 사용되어지고 있는지도 궁금했고... 쉽게 생각하고 쓰는 말중에서도 틀리기 쉬운 말들이 분명 있을 것이다. 그리고 아무 생각없이 느끼는데로 썼지만 적절치않은 표현인지도 모른 체 쓰고 있는 말도 많았을 것이다. 내가 무슨 국어학자도 아니고 국어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사람도 아닌데 뭘 그렇게까지 신경을 쓸까 할 수도 있겠지만 이왕이면 우리말을 좀 더 정확하게 알고 싶었고 또 적절하게 쓰고 싶다는 마음에는 변함이 없다.

'이따가'는 '조금 후,잠시 뒤'의 의미이고, '있다가'는 '있다'에 조사 '가'가 붙은 형태일 뿐 부사어로는 쓰이지 않는다..처럼 우리가 쉽게 생각하는 말부터 시작하여 들판과 벌판처럼, 목숨과 생명처럼 그 뜻을 적절하게 사용하기가 애매할 수도 있는 말, '~든지'가 나열된 동작이나 상태 가운데 선택될 수 있음을 나타내는 반면 '~던지'는 지난 일을 회상하여 이야기할 때 사용하는 표현이라는 것, '~(으)로서'는 지위나 신분 또는 자격을 나타내며 '~(으)로써'는 어떤 물건의 재료나 원료, 일의 수단이나 도구를 나타낸다..와 같이 조금씩은 주의해야 할 말들이 나의 주의를 다시한번 일깨워주기도 했다.
 
아울러 나 혼자서 우리말에 대한 어원을 찾아내기가 그리 쉽진 않을 것이기에 이 책을 통하여 우리말에 대한 어원도 알고 싶었다. 그런데 나의 한국어 측정기를 살펴보면서 아이쿠, 이건 아닌데 싶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문답식으로 되어 있었던 까닭이다. 그렇다고 우리말에 대한 설명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책의 말미에 맞춤과 알짬을 덧붙여 주어 문제와 답에 대하여 자세하게 설명을 해주고 있다. 재미삼아 문제를 맞추며 하나둘씩 나의 실력을 측정해보기는 했지만 그것만으로는 성이 차지 않았다. 좀 두껍더라도 시간을 투자해 볼 요량이었던 까닭이다. 가족과,연인과,친구와 함게하는 한국어 연습장이라고 미리 알려주었지만 내심 실망스러웠던 중에 함께 동행해 주었던 책 '우리 말에 빠지다'가 있어 너무나도 고마웠고 또 고마웠다.



우리말이어서 그럴까? 나는 이런 제목을 가진 책을 보면 괜시리 긴장된다. 무언가 엄청나게 큰 시험을 보는 것처럼 느낌이 그렇다는 말이다. 나의 한국어를 측정해보니 여간 많이 틀리는 게 아니었다. 분명히 이것일거야 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오답으로 나왔을 때의 실망감이라니... 너무 쉽게 생각했던 것 같아 반성하는 마음을 가져보기도 했지만 아하! 이것이었구나 하며 알아가는 재미도 쏠쏠했다. 정말 우리말에 빠졌던 시간들은 행복했다. 일상생활속에서 습관처럼 쓰곤 했던 말의 어원을 알게 됨과 동시에 거기에 묻어있던 우리 문화와 역사까지 알게 된다는 것은 일석이조가 아니고 무엇이랴 싶었다. 하나의 말을 알게 되면서 그렇게 되기까지의 과정을 조금은 이해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외래어로써 우리말처럼 사용되는 것들이 많다는 것을 알고 조금은 아쉽기도 했지만 우리가 우리말에 대해 조금씩만 관심을 갖고 배우려 한다면 그것쯤은 이겨내지 않을까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한다. 책을 읽으면서 정말 아름다운 우리말이 이렇게나 많은데 나는 왜 모르고 살았을까? 알려고만 했다면 충분히 알 수 있는 말이었는데 알려고 노력하지 않았구나 싶어 자책감이 들기도 했고...

'머드러기'와 '지스러기'라는 말을 나는 이 책을 통해 처음으로 알았다. 평범한 사람들 중 특별히 뛰어난 사람을 나타낸다는 머드러기.. 한자어로 '군계일학'이란 말만 열심히 써댔지 이렇게 아름다운 우리말이 있을거라고는 생각조차 하지 않았었다. 지스러기는 그 반대말이다. 좋은 머드러기를 골라내고 난 나머지, 부스러기나 찌꺼기들을 말한단다. '사랑'이란 뜻의 우리말이 '다솜'인 것은 이미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을게다. '누리꾼'이란 말도 있지만 언제부터인가  동아리 모임이 '모꼬지'라는 우리말로 대체되었을 때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지금은 아무렇지도 않게 쓰고 있듯이 좀 더 많은 우리말을 찾아내어 우리의 생활속에서 응용하며 쓸 수 있다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해보기도 한다. 우리말의 어원과 아름다운 뜻을 알려준 이 작은 책에 너무나도 감사한다. 좀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여 우리말을 쓰기에 어색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할 것 같다. 나부터라도... /아이비생각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