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넘 숲
엘리너 캐턴 지음, 권진아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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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저자 엘리너 캐넌이 누구일까 궁금했다. 28세의 나이로 두 작품만에 세계 최고 권위의 맨부커상을 거머쥔 천재 작가라고 소개되어져 있다. 24세에 데뷔작을 쓰고 주목 받기 시작했다고 하니 필력이 대단한 모양이다. 책의 두께가 만만치 않다고 생각했는데 원서가 800페이지가 넘는 분량으로 부커상 수상작 중에서 가장 긴 작품이라고 한다. 마지막 페이지를 넘긴 후, 상당히 촘촘한 짜임새를 가졌다는 느낌과 열린 결말이 흥미롭게 다가왔다. 도입부분에서는 살짝 버벅거렸다. 장황한 듯한 설정이 지루한 느낌을 불러왔던 까닭이다. 그러나 읽어갈수록 속도감이 붙었다. 이런 소설을 오랜만에 읽은 듯 하다.

절친인 미라와 셸리는 게릴라 가드닝 단체 '버넘 숲'에서 활동하고 있다. '버넘 숲'은 일종의 동아리로 버려진 땅에 씨를 뿌리고 거기서 나는 작물을 소비하거나, 이웃에게 선물하거나, 가끔은 팔기도 하는 비영리단체다. 버려진 땅이라고는 하나 주인이 없는 것이 아닌 관계로 심었던 작물이 제대로 자라지 못하는 경우도 많지만 그럼에도 '버넘 숲'의 회원들은 제대로 된 규칙을 가지고 활동하고 있다. 친환경을 외치며 모였지만 그들에게는 일종의 반골성향이 있다. 쉽게 말해 기존의 권위나 질서에 반항하는 성격을 가진 사람들이라는 말이다. 그들에게 조금씩 침체되어가고 있던 '버넘 숲'을 다시 살릴 수 있는 기회가 찾아온다. 산사태로 고립된 손다이크 마을의 한 부지를 찾아 답사를 떠났던 미라는 드론 제조업체의 CEO이자 억만장자인 로버트 르모인과 우연히 마주친다. 땅의 주인 몰래 어떤 사업을 하고 있던 르모인과 역시 땅의 주인 몰래 작물을 심어 가꿀 계획을 가지고 있던 미라는 서로에게서 묘한 동질성을 느끼게 된다.

비밀리에 진행하고 있던 사업을 숨기기 위한 방편으로 '버넘 숲'을 끌어들이기로 한 르모인은 미라에게 재정 지원을 약속하고 미라는 '버넘 숲'의 회원들을 설득하지만 '버넘 숲'의 일원이었던 토니는 르모인의 이름을 듣자 분노하며 '버넘 숲'에서 탈퇴한다. '우리가 지지하는 모든 것의 정반대에 있는 사람'이라는 이유로. 미라와 셸리는 씨앗을 심기 위해, 그리고 토니는 르모인의 뒤를 캐기 위해 각각 손다이크로 향한다. 하지만 검은 그림자를 가진 실체가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그들은 알지 못했다. 그리고 발생한 살인 사건과 토니를 쫓는 검은 그림자들. 토니가 알게 되는 충격적인 비밀은 무엇이었을까? 이 책은 읽으면서 몰입도가 점점 커진다. 현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은 두 가지를 동경하며 살아가고 있는 듯 하다. 테크놀러지와 자연주의다. 빅데이터등 디지털 기술의 끝없는 발전을 추구하면서 자연이 옛날처럼 우리 곁에 살아 숨쉬기를 소망하는 모순된 관점으로 살아간다는 말이다. 미래를 살아가야 할 청년 세대를 위한다고 말은 하지만 기성세대들의 자연 파괴는 미래를 망칠 뿐임에도 불구하고 일단은 빠르고 편한 현실에 젖어들고마는 우매한 삶을 우리는 지금 살고 있는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며 들었던 의문점은 과연 그 두 가지는 공존할 수 있는 것일까, 였다. 하지만 우리는 모두 알고 있다. 그 두가지는 공존할 수 없다는 것을. 그래서 이 책은 열린 결말을 선택했을 것이다.

등장인물들의 성격을 세심하게 그리고 있는 점이 이채롭게 다가왔다. 추진력은 좋지만 자신에게 유리한 쪽으로만 생각하는 고집 센 미라, 미라에게는 든든한 조력자로 느껴지지만 자신에 대한 믿음과 존재감은 연약한 셸리, 도전 정신은 뛰어나지만 자신만의 논리에 사로잡힌 토니, 이 세 사람이 자신들과는 뜻과는 무관하게 사건에 얽히게 되는 줄거리에서 마치 추리소설 같은 느낌을 전해 받기도 한다. 이익만을 추구하는 자본주의를 대표하는 르모인의 이중적인 태도에서 어쩌면 소름이 돋을지도 모르겠다. 중요한 것은 미라도, 셸리도, 토니도, 르모인도, 모두가 자신만의 욕망에 사로잡혀 있다는 것이다. 장황하게 느껴졌던 인물들에 대한 묘사는 어쩌면 이 글의 배경 역할을 하고 있었던 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든다. /아이비생각

모든 것이 게임이고, 게임에서 이기고 싶으면 자신을 최적화하고 실현하고 이용해서 이점을 가져야 할 테고, 유약함이나 필멸이나 한계나 인간성이나 염병할 시간의 흐름 같은 진짜 인간 경험을 하면 안 돼. 그것들은 그저 집중을 흩트리는 방해물, 결함, 우리가 엄선하고 맞추고 자유로이 선택한 진정한 존재의 걸림돌에 불과하니까. 물론 우리가 우리 인생의 소비자인지 생산물인지 결코 알 수 없지만, 확신할 수 있는 한 가지는 이 지구상에서 우리에게 어떤 판단을 내릴 권리를 가진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거야, 어느 쪽으로건. 시장의 자유! 중요한 건 그것뿐이야! 존재하는 건 그것뿐이라고! - 36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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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의 흔들림 - 영혼을 담은 붓글씨로 마음을 전달하는 필경사
미우라 시온 지음, 임희선 옮김 / 하빌리스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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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읽고 난 후 무의식적으로 뱉어낸 말은 "참, 맑다!" 였다. 그냥 이 소설의 느낌이 그랬다. 소설속의 등장인물들이 그러했으니 이 소설을 쓴 저자도 그렇지 않았을까? 이런 생각에 입가에 피식, 웃음이 새어나온다. 이런 맑은 느낌의 글을 언제 읽었는지... 막연한 향수같은 것이 느껴졌다. 우리가 잃어버린, 혹은 외면하면서 살아가고 있는 우리의 그 어떤 것에 대한. 손편지를 언제 썼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이 소설은 호텔리어인 쓰즈키와 서예가인 도다의 만남부터 시작한다. 별로 내키지 않았던 도다와의 만남이었지만 비지니스와 얽힌 까닭으로 어쩔 수 없이 도다를 찾아가는 쓰즈키의 발걸음이 가벼웠을리 없다. '영혼을 담은 붓글씨로 마음을 전달하는 필경사'라는 부제에서 보이듯 이 소설의 주된 흐름은 서예를 따라간다. 필경사는 손글씨로 글을 적는 것을 직업으로 하는 사람을 말한다. 도다와의 만남이 거듭될수록 쓰즈키는 도다라는 사람에 대해 궁금증이 인다. 그러나 쉽게 속을 보여주지 않는 도다. 쓰즈키와 도다가 편지 대필을 시작하면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다루고 있다고 책을 소개를 하고 있지만 소설의 밑바닥에 깔린 주제는 그렇게 가볍게 느껴지지 않는다.

다분히 일본적인 소설이지만 그럼에도 많은 느낌을 전해주는 소설이다. 각박한 시대를 살아가면서 우리는 '진심'을 잃어가고 있는 듯 하다. 너나 할 것 없이 가면을 쓰고 살아가는 이 시대에 이 소설은 차분하게 말하고 있다. 우리에게 필요한 진짜 소통에 대하여. 잘 모르거나 못하는 부분이 있으면 서로 돕고 보완하는 게 맞는 거라고. 가상의 현실을 통해 마음없이 글자만 주고 받는 이 시대를 살면서 우리가 진정 원하는 것은 무엇인지를 묻고 있다.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니라는 말도 있듯 서예를 대하는 도다의 모습만으로 쓰즈키는 도다라는 사람에 대해 미루어 짐작하지만 도다의 어두운 과거를 알게 된 쓰즈키는 그에게 다가가던 발걸음을 멈칫거리게 된다. 인간적으로 끌림을 느꼈다고 생각했으면서도 세상의 기준이 그를 망설이게 했던 것이다. 하지만 그와 함께 지냈던 시간들은 말한다. 도다가 너에게는 어떤 의미였느냐고. 결국 쓰즈키는 도다가 자신을 위해 밀어냈다는 것을 알게 되고 잠시 멈칫거렸던 마음을 힐책하며 도다에게 달려간다.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조금씩 맞추어 나감으로써 우리의 인간관계는 훨씬 더 좋아질 수 있는 것이라는 아주 평범한 진리를 다시한번 깨닫게 되는 순간이다.

책을 읽는 내내 영화를 보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글을 읽는 동안 머릿속에 장면들이 그려졌던 까닭이다. 작가의 필력도 좋았겠지만 그만큼 번역의 힘도 만만치않았다는 말일 터다. 틀에 짜인 듯 형식에 맞춰 살아가던 쓰즈키의 시선, 그리고 느껴지는 대로 자유롭게 받아들이며 살아가는 도다의 시선을 통해 읽는 이들로 하여금 많은 것을 생각할 수 있게 하는 시간이 될지도 모르겠다. 서예를 통해 서로에게 조금씩 다가선 두 사람의 마음이 표현된 한시 한편을 마음에 담는다. 글씨에는 그 사람의 마음이 담긴다는 진리가 이채롭게 다가왔다. /아이비생각

君去春山誰共遊 그대 가고 나면 봄 산은 뉘와 함께 노닐까?

鳥啼花落水空流 새 울고 꽃 떨어지고 하릴없이 냇물이 흐르네.

如今送別臨溪水 지금 냇가에 서서 그대를 떠나보내니,

他日想思來水頭 그대를 그리는 마음이 쌓이면 이 냇가에 또다시 오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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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수화물 그림으로 읽는 잠 못들 정도로 재미있는 이야기
야마다 사토루 지음, 김선숙 옮김 / 성안당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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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다이어트인가? 읽기 시작하면서 든 생각이다. 병원을 갈 때마다 살이 찌면 위험하다는 말을 자주 듣곤 한다. 몸무게가 늘기 전에 운동을 해야 한다고. 운동이 힘들면 먹는 것을 조절해야 한다고. 비만이 만병의 근원이라는 말은 사실인 듯 하다. 그래서 나온 식이요법 중의 하나가 '저탄고지'다. 탄수화물을 먹지 않고 살 수 있을까? 우리가 주식으로 먹는 밥이나 빵, 면이 죄다 탄수화물인데? 게다가 달디 단 디저트를 꼭 먹어야 한다는 사람도 있다. 그러면서 탄수화물을 적게 먹을 수는 없는 일이다. 그래서 이 책의 저자는 말한다. 탄수화물은 당질과 식이 섬유로 이루어져 있다고. 식이섬유가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알지는 못해도 그것이 우리 몸에 꼭 필요한 것이라는 것 쯤은 모두 알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 탄수화물을 적게 먹는다는 것 자체가 우리의 건강을 해칠 수 있다고 이 책은 말하고 있다. 그렇다면 탄수화물을 어떻게 먹어야 하는지 묻지 않을 수가 없다. 먹는 즐거움을 포기하지 않고, 살도 찌지 않고, 건강을 챙기면서 탄수화물을 먹을 수 있다면 그것도 괜찮겠지만 그게 말처럼 쉽진 않을 것이다. 책에 나와 있는 건강한 식습관은 이렇다. 첫째, 탄수화물보다 지방이나 단백질을 더 많이 먹는다. 이를테면 밥을 줄이는 대신 고기나 생선, 달걀 등으로 단백질을 채우고 버터나 오일로 지방을 늘리면 같은 식사량이라 해도 배부르게 먹을 수 있다는 것이다. 밥이나 빵을 무조건 먹지 않는 것이 아니라 양을 줄이라는 말이다. 둘째, 같은 양의 식사라 할지라도 조금씩 나누어서 여러 번 먹는다. 하루에 4번이나 5번으로 먹는 회수를 늘이고 식사 후에는 15분 정도 산책만 해도 살이 찌지 않는다고 한다. 책을 읽으면서 소소한 상식도 알게 되었다. 글루텐 프리가 뭔지 몰라 궁금했는데 쌀을 잘 먹지 않는 서양인들이 빵이나 튀김옷 등에 함유된 밀가루를 피하기 위해 만든 식사법이 글루텐 프리라고 한다. '글루텐 블내증'이라고 불리는 알레르기 증상이 없는 사람에게는 아무런 소용이 없다고 한다. 무조건 따라하는 게 옳지는 않다는 말일 터다. 3대 영양소인 단백질, 지방, 탄수화물도 중요하지만 거기에 비타민과 미네랄을 포함하여 5대 영양소를 챙기라는 말도 보인다. 미네랄이라 함은 아연, 철, 칼슘, 칼륨, 인을 말하는데 그것들은 우리가 건강 식품으로 생각하는 굴이나 우유, 뿌리채소, 생선, 콩, 해조류, 견과류 등에 많이 들어 있다. 아침 과일은 좋지 않다, '무설탕'이나 '논슈거'라는 말에 현혹되지 말자, 당뇨병은 뚱뚱한 사람만 걸리는 게 아니다 와 같이 주의할 점도 짚어주고 있다. 그런데 아무래도 이 책대로 따라 하지는 못할 것 같다. 몸에 좋다는 뿌리채소를 이용한 샐러드나 조림도 주의해야 하고, 옥수수를 주원료로 한 식품이나 쌀국수도 주의해야 하고, 콩으로 만든 반찬도 적당히 먹는 게 좋고.... 하~ 세상에서 제일 어려운 것이 '적당하게' 라는 것인데, 그냥 먹고 싶은 것 조금씩 즐겁게 먹는 게 훨씬 더 좋은 방법일 것 같아 하는 소리다.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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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튜디오 지브리 이야기
스즈키 도시오 지음, 오정화 옮김 / 대원씨아이(단행본)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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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인 스즈키 도시오는 1985년 스튜디오 지브리의 설립에 참여하여 그 이후로 스튜디오 지브리에만 집중하였다고 한다. 거의 모든 극장 작품을 프로듀싱 하였고 지브리에 관한 책을 여러권 냈다. 이 책을 통해서도 그가 지브리를 얼마나 사랑하고 있는지 충분히 느껴진다. 어렸을 때 TV로 보았던 만화 영화들이 생각난다. <미래소년 코난>, <은하철도 999>, <알프스소녀 하이디>, <엄마 찾아 삼만리>, <요괴인간>, <마징가 Z>, <우주소년 아톰>, <전자인간 337>, <캔디>등 수많은 작품들이 사실은 일본에서 만든 거라는 걸 어른이 되어서야 알았다. 물론 우리 만화도 있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은 역시 <검정 고무신>, <태권 V> 일 것이다. 처음으로 극장에서 본 지브리의 작품은 <바람계곡의 나우시카> 였다. 영화가 준 느낌이 너무 강해서 지금까지도 가장 좋아하는 작품 중의 하나가 되었다. 만화는 애들이나 보는 거라는 우리의 사고방식이 틀렸다고 생각했던 것도 이 작품을 통해서였고, 만화속에 그토록이나 강한 메세지를 담을 수도 있는 거구나 했었다. 그 후로 지브리의 왕팬이 되었다. 이 책은 그래서 너무나 반가웠다. 좋아하는 작품들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알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바람 계곡의 나우시카〉, 〈천공의 성 라퓨타〉, 〈이웃집 토토로〉, 〈반딧불이의 묘〉, 〈마녀 배달부 키키〉, 〈추억은 방울방울〉, 〈붉은 돼지〉, 〈바다가 들린다〉, 〈폼포코 너구리 대작전〉, 〈귀를 기울이면〉, 〈모노노케 히메〉, 〈이웃집 야마다군〉,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고양이의 보은〉, 〈하울의 움직이는 성〉, 〈게드전기 : 어스시의 전설〉, 〈벼랑 위의 포뇨〉, 〈마루 밑 아리에티〉, 〈코쿠리코 언덕에서〉, 〈바람이 분다〉, 〈가구야 공주 이야기〉, 〈추억의 마니〉, 〈붉은 거북〉, 〈아야와 마녀〉,마지막으로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까지. 일단 그림체가 정겨운 느낌으로 다가온다는 점은 매력적이다. 지브리 첫 3D CG 작품은 <아야와 마녀>다. <가구야 공주 이야기>는 제작하기까지 무려 8년이나 걸린 작품이고, 귀여운 <벼랑위의 포뇨>는 전부 사람이 손으로 그린 작품이라고 하니 그저 놀라울 뿐이다. 모든 작품을 다 소장하고 있지만 특별히 음악이 좋아서 사랑하는 작품도 있다. 스튜디오 지브리를 떠올리면 미야자기 하야오와 히사이시 조가 함께 따라온다. 작품의 내용도 그렇지만 <모노노케 히메>의 주제곡이나 <천공의 성, 라퓨타>의 주제곡과 같이 거기에 어울리는 음악이 있어서 어쩌면 지브리의 작품들이 더 빛나는 것일 수도 있다. '나우시카' 라는 이름이 그리스 신화를 모티브로 만들어졌다는 것은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지브리의 작품들을 좋아하는 이유는 그 작품 속에 담긴 메세지가 강한 여운을 남기기 때문이다. 특히나 자연과 함께 어울려야 한다는, 혹은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사랑하는 것이 진정한 사랑이라는 것을 말해주기도 한다. 그리고 가보지 못한 어떤 세계에 대한 동경이 담겨있는 것도 흥미롭다. 스튜디오 지브리라는 이름은 미야자기 하야오가 붙였다고 한다. 지브리는 사하라 사막에 부는 뜨거운 바람을 의미한다고 하는데 그런 까닭인지 매번 작품을 만들때 마다 지브리 사람들의 열정과 결의가 느껴진다. 미야자키 하야오의 최근작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는 솔직하게 말해 조금 실망스럽기는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지브리의 작품들은 마음을 설레게 한다.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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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지 않아야 할 사람을 사랑하고 있다면 - 이정하 산문집
이정하 지음 / 마음시회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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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으로 오랜만에 만나는 이름이다. 반가운 마음에 책장 앞으로 가니 역시 저자의 책이 눈에 띈다. 한마디 한마디가 은근하게 가슴으로 스며들었던 그 말들을 생각한다. 저자의 이력을 살펴보면 꽤나 많은 작품이 보인다. 시집 <너는 눈부시지만 나는 눈물겹다>, <한 사람을 사랑했네>와, 산문집 <우리 사는 동안에>, <너는 물처럼 내게 밀려오라>, <우느라 길을 잃지 말고> 를 읽은 기억이 있다. 여전히 그 느낌이 남아 있다는 것은 삶에 지친 서늘한 가슴에 온기를 전해주었던 말들의 온도가 따뜻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굳이 사랑이 아니라 해도 일상에 지친 사람이라면 한번 쯤은 읽어도 괜찮을 작품이 아닐까 싶다. 반갑게 펼쳐 든 책 속의 문장들이 낯설지 않다. 다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신작이 아니라는 점이다. 하지만 오랜만에 다시 만난 저자의 글들은 역시 따뜻했다. 기존의 작품과 겹쳐지는 부분도 많이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을 말하고 있는 저자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듯 하다. 어쩌면 책소개의 말처럼 사랑에 아파본 사람이라면 밤새 책을 끌어안고 있을지 모르겠다. 저자의 주제는 오로지 '사랑'이라는 말에 곰감하게 된다. 어렵지 않은 말들로 풀어 쓴 문장들은 더듬거리지 않고 읽는 사람의 가슴속으로 찾아들 것이기에.

핸드폰을 바꾸며 나는 조금씩 망설여야 했다. 어느 이름은 지우고 어느 이름은 남겨둘 것인가. 생소한 이름도 있는 걸 보면 나는 그동안 내가 알고 있던 이름들을 불러내는 데 인색했던 모양이다. 그제야 나는 반성을 한다. 그들이 내 이름을 불러주길 간절히 원했으면서도 정작 내가 그 이름을 불러본 적은 얼마나 있었느냐고. 28쪽에 소개된 '이름들'이라는 글이다. 이처럼 작품속의 글들은 우리의 일상을 다시 한번 돌아보게 하는 글도 많다. 누구나 한번쯤은 고민해보았을 순간들이다. 묻게 된다. 그 때에 남겨진 이름은 누구이고, 지워진 이름은 또 누구인가를. 내게 필요한 사람을 찾기보다는 다른 이에게 필요한 사람이 되려고 하라는 말을 떠올리게 된다. 오늘밤엔 유서를 써놓고 잠들어 보리라. 그러면 삶에 더 애착이 가지 않을까. 어차피 인간은 죽는다지만 유서를 쓰는 심정으로, 지금이 마지막이란 심정으로 생을 살아간다면 한순간도 소홀히 보낼 수 없을 텐데. 또한 주변의 모든 것들, 내가 아는 모든 이름들이 그렇게 소중하고 절실할 수가 없을 텐데. (-130쪽) 유서를 쓴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서를 한번 써 본 적이 있다. 지나쳐간 삶의 모든 순간이 너무도 소중하게 느껴졌던, 그리고 곁에 있는 사람이 얼마나 소중한가를 깊이 되새기게 된 시간이었다. 지나간 후에 후회를 하게 되는 것이 삶이라고는 하지만 그 후회를 조금이나마 줄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 책을 낸 지 25년이 지났고 많은 것이 변했지만 그 때나 지금이나 사랑은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을 믿고 싶다던 저자의 말이 이채롭게 다가오는 것은 사랑뿐 만이 아니라 우리 삶의 모습 또한 그 때나 지금이나 별반 다르지 않을 거라는 생각 때문이다.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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