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을 위한 친절한 지식 교과서 1 - 사회, 과학, 수학, 국어
김정화.김혜경 지음, 서원초등학교 교사연구회 감수, 박현주 기획 / 소울하우스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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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다. 우리가 알아야 할 모든 것은 이미 유치원에서 배우고, 학교에서 배웠다. 하지만 우리가 배웠던 많은 것이 살아가는 동안에 꼭 필요한 것들이었는지 한편으로는 의문이 들기도 한다. 실생활에 필요한 것들 위주로 배웠더라면 더 좋지 않았을까 싶은 마음이 들때도 여러번 있었다. 그러나 어쩌랴, 우리의 교육현실이 그런 것을.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라는 말이 괜히 나온게 아니다. 이 책속에는 우리가 배웠던 그렇게나(?) 많은 것이 가득하다. 우리가 상식이라고 말하는 것들. 이 책에 나온 것들을 모른다고해서 큰일이 나는 건 아니다. 단지 아이를 키우고 있는 부모의 입장이라면 좀 다를까? 최소한의 대답이라도 할 수 있어야 한다면 이 책은 정말 도우미의 역할을 톡톡히 해 낼 것이다.


요즘 백두산의 화산 폭발에 대한 영화가 인기라 한다. 그렇다면 백두산이 정말 폭발할까? 946년에 정말로 폭발했다. 당시 백두산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바다 건너 일본의 홋카이도에서도 하얀 재가 눈처럼 떨어졌다는 기록이 남아있다고... 백두산이 지금도 화산활동을 하고 있는 걸 생각하면 정말 엄청난 위력이 아닐 수가 없다. 많은 나라의 학자들이 백두산의 폭발에 대해 연구중이지만 언제 폭발할지 정확한 예측이 어렵다고 한다. 이런 이야기도 있다. 우리에게 억울한 일이 생기면 어디에다 도움을 요청해야 할까? 이 책을 보고나서 알았다. 한국소비자보호원은 판매자에게 손해배상 요구는 할 수 있지만 강제성이 없으므로, 손해배상을 받기 위해 소송을 할 생각이라면 법률구조공단을 찾아가야 한다는 것을. 살면서 그런 일이 없으면 좋겠지만 예상치못한 어려움에 닥쳤을때 찾아갈 수 있는 곳이 있다는 건 고마운 일이다. 법률구조공단에서 무료상담은 물론 경우에 따라 낮은 수준의 비용으로 공단을 통해 소송을 진행할 수도 있다고 한다. 중산층의 기준에 대해서도 다시한번 생각하게 되었다. 소득 수준으로 중산층을 가늠하는 우리나라와는 달리 미국이나 유럽등에서는 페어플레이를 하고, 자신의 주장과 신념이 있으며, 독선적이지 않고, 약자를 두둔하고 강자에겐 맞서며, 불의와 불법, 불평등에 의연하게 대처할 줄 아는 것이 중산층이라는 것이다. 부채없이 30평대 아파트를 소유하고, 월급이 500만원 이상이며, 중형급 자동차를 소유하는 것까지는 그렇다고 해도 예금 잔고가 1억원 이상으로 연 1회 이상의 해외여행을 갈 수 있다면 그것이 중산층이라는 우리나라 직장인의 이상적인 중산층 기준은 정말 놀라웠다. 그것은 중산층이라기보다 중상류층이 아닐까 싶은데... 그들이 서민층의 삶을 알기나 할까? 무엇이 그들을 그런 기준으로 몰고 갔을까? 그들은 어떤 것에 가치를 두고 살아가는 것일까? 요즈음의 우리 사회를 보면 마치 터지기 직전의 풍선을 보는 것만 같다.


우리나라는 저출산 국가다. 2050년이면 초등학교 한 반의 학생수가 11명으로 줄어들거라고 한다. 지금의 딱 반이다. 반면에 65세 노인의 비율은 높아진다. 이것이야말로 큰일이 아닐 수가 없다. 하지만 소가 없어지고나야 외양간을 고치는 우리의 정치현실은 아직도 외면하고만 있으니 안타까울 따름이다. 재미있는 이야기도 있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영화의 한 장면처럼 공룡과 사람이 싸웠던 시대는 어느 시대였을까? 정답은 없다, 이다. 사람과 공룡은 서로 다른 시대를 살았기 때문에 서로 싸울 수가 없었다는 것이다. 공룡이 멸종하고도 한참이나 지난 뒤에 인류가 등장했다는 말이다. 상상력의 가치가 높이 평가되는 순간이다. 이처럼 이 책속에는 우리가 알아야 할, 혹은 몰라도 살아가는데 불편하지는 않을 내용들이 빼곡하다. 경제상식도, 과학이나 수학상식도, 일반상식도 나름대로 흥미로웠다. 덕분에 새로 알게된 지식도 있었다. '어른을 위한 친절한 지식교과서'라는 제목에 충실한 책이다.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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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셰프 서유구의 꽃음식 이야기 조선셰프 서유구 이야기
서유구 외 지음 / 자연경실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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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하게 말해 음식보다 꽃이야기에 더 솔깃했다. 꽃을 음식의 재료로 쓰고자 한다면 우선 꽃의 특성을 먼저 알아야하지 않을까 싶어서. 기대에 어긋나지 않았다. 꽃잔치였다. 황홀하기까지 한 꽃사진을 보면서 마음을 빼앗기고 말았다. 어쩌면 저리도 아름다운지. 예쁘다는 표현만으로는 부족할 듯 싶은 저 꽃들이 음식의 재료가 된다하니 그것을 먹는 사람들의 입도 그야말로 황홀경이 아니었을까? 일단 예쁘다. 꽃처럼 곱다. 음식에게 곱다는 표현을 쓴다는 것이 어울리지 않을지도 모르겠지만. 꽃이 재료가 되면 꽃과 어울어지는 음식들을 눈으로 먹고, 코로 먹고, 입으로 먹고, 마음으로 먹게 되지 않았을까? 사진으로만 보는데도 한번 맛을 보고 싶다는 생각에 꿀꺽, 침을 삼킨다.

 

문득 우리나라의 토종 야생화가 궁금해졌다. 개망초가 토종 야생화인줄 알았다가 귀화식물이라는 걸 알았을 때 정말 깜짝 놀랐던 기억이 있어서 찾아보았다. 낯익은 꽃도 많고 이름을 몰라 불러주지 못했던 꽃도 많았다. 꽃에게 왠지 미안했다. 우리 산하에서 피고 지는 꽃이름도 모른채 살고 있구나,하는 마음에. 꽃음식으로 가장 귀에 익은 것은 역시 진달래화전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먹어보지는 못했다. 봄이 시작될 즈음 산행을 하면서 꽃을 따먹어본 적은 있어도. 또하나 찔레꽃이다. 엄마 일 가는 길에 하얀 찔레꽃 찔레꽃 하얀 잎은 맛도 좋지 배고픈 날 가만히 따먹었다오, 라는 노래가 있어서 언제 기회가 된다면 한번 따먹어보리라 하던 차에 아무 꽃이나 따먹으면 안된다고 지인께서 알려주셨었는데 먹어보니 그렇게 맛있다는 느낌은 없었다. 배고픈 시절의 설움을 담은 노래가 아닌가 싶다. 꽃차를 좋아하는 친구가 있어 국화차도 마셔보았지만 역시 내 취향은 아니지 싶어 그냥 멋적게 웃고 말았던 기억도 있지만 그렇듯 꽃이라는 건 우리의 정서에 큰 영향을 미친다. 그런 꽃을 음식으로 먹는다니 그저 신기할 뿐이다.

 

오래전 연잎밥을 먹으러 일부러 갔었는데 무엇을 기대했던 것인지 모른채 그냥 이렇다 할 느낌없이 먹었던 것 같다. 그런가하면 자주 가는 식당에서 상추대를 이용해 무침을 해 놓았는데 어찌나 아삭하고 상큼한지 정말 맛있게 먹었던 기억도 있다. 이 책에서도 연꽃을 이용한 음식이 나온다. 더불어 알게 된 것은 꽃에 관한 상식이다. 연꽃을 부용이라 부르기도 하니 부용화와 혼동하지 말라는 것이다. 연꽃은 수부용, 부용화는 목부용으로 부르면 혼란이 없을거라는 말에 베시시 웃게 된다. 미나리꽃에 얽힌 이야기를 보니 배곯았던 시절의 아픔은 어디나 있었던 모양이다. 옛날 중국 초나라 사람들이 미나리로 배고픔을 달랬다고 한다. 미나리는 근화라고도 부른다. 토종 야생화인 원추리는 이름도 참 많다. 진한 노란빛때문에 황화채, 노란 꽃술때문에 금치채, 근심을 없애준다고 망우초, 아들을 얻게 해 준다고 의남초 또는 훤남화라고도 불린다. 그런 까닭으로 아들없는 여인들이 꽃을 말려 향주머니에 넣어 노리개와 함께 달고 다녔다고 한다.

 

송화가루로 떡을 해 먹거나 아까시아꽃으로도 떡을 해 먹었었다. 그런데 부들도, 장미도, 참깨꽃도, 부추꽃도 다~ 음식의 재료가 된단다. 배가 고파서 꽃을 먹었던 사람이 있는가하면 꽃의 아름다움과 향이 좋아서 먹었던 사람들도 있었으니 세상의 모순은 어디까지인지 정말 모를 일이다. 또한 우리가 꽃을 먹어야했던 이유는 꽃이 가지고 있는 치료효과때문이었다고도 한다. 염증, 설사, 소화불량, 출혈, 복통, 어지럼증, 부인병등의 질환에 효과가 있었다는 말이 보인다. 하긴 나 어릴적에는 발목이 삐끗해서 부어오르면 치자꽃가루를 물에 개어 부은 곳에 붙여주었었다. 개 풀 뜯어 먹는 소리, 라는 말이 갑짜기 생각난다. 웃기는 말 같지만 진짜로 동물들은 아플 때 풀을 뜯어 먹었다. 인간보다 먼저 풀의 약효를 알았던 거다. 그러니 꽃을 재료로 하는 음식에 대해 좀 더 깊이 들여다봐야 할 것 같다. 이 책에는 꽃음식에 적합한 꽃은 어떤 꽃인지, 다른 나라의 꽃음식으로는 무엇이 있는지, 그 밖에도 꽃과 얽힌 이야기들이 너무나도 많다. 황홀한 시간이었다.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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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민화로 떠나는 신화여행 인문여행 시리즈 2
하진희 지음 / 인문산책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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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는 흥미롭다. 그중에서도 북유럽신화에서 느낄 수 있는 몰입도와 속도감은 대단하다. 우리가 재미있게 보았던 환타지영화에서도 북유럽신화를 모티브로 가져온 것들이 많다. 대표주자라면 단연코 <반지의 제왕>일 것이다. <니벨룽겐의 반지> 역시 북유럽신화의 일부다. 그런데 이제사 알게 된 것이 있다. 북유럽신화라고만 알고 있던 이야기가 사실은 노르드 신화라는 것이다. 스칸디나비아 신화와 게르만 신화를 이야기하는 것인데 특이하게도 한국어권에서는 북유럽신화라고 뭉뚱그려 말한단다. 하긴 그 지역에서 쓰이는 언어만해도 영어, 아이슬란드, 독일어, 노르웨이어, 에스파냐어, 덴마크어가 있다고하니 그들 나름대로의 이야기가 있었을 거라는 건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하지만 학창시절부터 우리에게 쉽게 다가왔던 것은 그리스로마신화였다. 때문에 모든 신화의 시작은 그리스로마신화가 아니었나 싶은데 지역마다 새로운 이야기를 탄생시키는 각각의 신화가 여러모로 흥미로운 것도 사실이다.

 

신화에 흥미를 갖기 시작하면서 우선 한국의 신화부터 읽게 되었다. 우리는 흔히 우리의 신화를 너무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 마치 무속의 한 장르인양. 무속 역시 우리의 문화 저 밑마닥에서부터 탄생된 것인데도 불구하고. 오딘이나 토르, 제우스나 포세이돈과 같은 신화속의 이름은 잘 알면서 우리 신화속의 이름은 잘 모르는 것이 현실이다. 다행히 얼마전 인기를 끌었던 영화 <신과 함께>에서 우리신화의 단면을 다룬 까닭에 많은 사람에게 새롭게 인식되긴 했지만... 그러다가 중국과 일본신화를 접하게 되었고 인도신화를 읽게 되었다. 인도 신화는 정말이지 꽤나 흥미롭게 다가왔다. 인도는 힌두교의 나라다. 그러니 당연히 힌두신들의 이야기일 터다. 그 힌두문화에 불교문화도 들어있는 것이다. 이 책은 그런 인도의 문화를 민화를 통해 보여주고 있다. 민화라하면 일반인들이 그린 그림을 말한다. 그러니 있는 그대로의 모습일 것이다. 특이하게도 인도민화는 여백이 없다. 그림속의 여백에 담겨있는 의미가 좋아서 김홍도의 <주상관매도>란 작품을 좋아했었는데 역시 각 나라마다의 문화적 특징은 다른 모양이다. 온전히 이해할 수는 없어도 어느정도는 배울 수 있는 시간이 아니었나 싶다. 더구나 작가가 20여 년 동안 힘들게 수집한 희귀 작품들이라 하니 한번더 눈길을 주게 된다. 신비롭긴 하다.

 

행복감을 느끼며 사는 순위를 따져봤을 때 우리의 편견을 깨고 인도사람들이 1위를 차지했었던 기사를 본 적 있다. 카스트제도나 여러가지 인도의 사회적인 환경을 볼 때 그 안에서 행복지수가 높게 나왔다는 건 정말로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하지만 그들을 행복으로 이끈 것은 종교적인 힘이었다. 현세의 고통은 내세의 행복을 위한 것이라는... 틀림이 아니라 다름이니 그것을 옳다, 그르다로 판단할 수는 없는 일이다. 이 책의 민화를 보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자연과 인간을 따로 분리하지 않은 채 살아가고 있는 그들의 삶이 부러울 따름이다. 특히나 마지막 부분에서 다루었던 왈리족의 이야기는 정말 이채로웠다. 현재도 10월이면 디왈리축제를 한다고 한다. 인도에서 부와 풍요를 상징하는 힌두교의 여신 락슈미를 기념하여 해마다 열리는 디왈리는 빛이 어둠을 이긴 것을 축하하는 축제로 인도인은 디왈리 때 더 많은 빛을 밝히면 더 큰 행운이 온다고 믿는단다. 왈리부족에게 전해져 내려오는 설화를 통해 인간이 어떻게 살아야하는지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모든 것이 조상숭배 사상과 연결되어 있다는 것도 특이하다. 왈리부족은 삶과 죽음이 별로 다르지 않고 옷을 바꿔 입는 것과 같다고 노래한다고 하니 어쩌면 우리가 알고 있는 윤회사상과 맞닿아 있을지도 모르겠다. 부록으로 보이는 왈리부족의 그림이 시선을 끈다. 왈리부족은 작은 원과 두 개의 삼각형, 네 개의 선만으로 수많은 인체의 동작을 단순화시켜 자유자재로 표현하여 그림을 그린다. 동물과 식물도 마찬가지다. 따라 그리기에 도전해봐야겠다.

 

인도는 아직까지도 오랜 전통과 관습이 살아있다고 한다. 더구나 자연과 함께 어울어지는 삶을 살아가고 있다고 한다. 인도신화 속에는 삶의 여정에서 만날 수 있는 모든 것이 들어 있다. 인간의 태어남과 죽음, 행복과 불행에 관해 혹은 축복과 저주에 관해. 그런데 희안한 것은 모든 신화의 이야기가 살짝 방향만 바꾸었을 뿐 형태는 비슷하다는 것이다. 인간이 살아가는 형태는 어디다 똑같은 까닭일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화는 한번쯤 읽어볼 만한 가치가 충분하다.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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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5대 소설 수호전·금병매·홍루몽 편 이와나미 시리즈(이와나미문고)
이나미 리쓰코 지음, 장원철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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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 <서유기>, <수호전>, <금병매>, <홍루몽>을 중국의 5대소설이라 하는데 이들 작품이 후대에까지 이렇게 읽히는 걸 보면 중국 문학사에서의 영향력은 가히 짐작할 만 하다. <삼국지>나 <서유기>라면 학창시절부터 익히 들었거나 읽게 되었던 작품이지만 사실 <수호전>이나 <금병매>, <홍루몽>의 경우에는 <수호전>만 빼면 이름만 들었을 뿐이었다. 때문에 이 책을 통해 세 작품의 성격이나 특징을 제대로 알고 싶었다. 거기에 더해 박진감 넘치 속도 역시 느끼고 싶었다는 게 솔직한 표현일게다. 하지만 기대만큼 가까워질 수 없었다는 것도 솔직한 표현일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작품의 원래 성격을 느끼기에는 너무 지루하다. 논문형식으로 작품을 분석하며 진행되다보니 더디기도 더디거니와 그 앞뒤의 흐름을 제대로 이해한다는 게 쉽지 않았다는 말이다. 하지만 각각의 작품이 어떤 형식을 취했는가만큼은 제대로 알게 된 듯 하다.

 

학창시절에는 홍콩영화가 유행이었었다. 당시의 무협영화 중 <신용문객잔>이나 <황비홍>, <취권>등은 정말 재미있었으며 그 뒤를 이은 <백발마녀전>이나 <천녀유혼>과 같은 절절한 사랑이야기, <패왕별희>에서 보았던 경극의 형 태는 지금도 강한 느낌으로 남아있다. 여러 작품들이 있겠으나 도대체 이해할 수 없었던 중국풍의 영화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게 도와준 책이 바로 김용의 무협소설 <영웅문>이었다. 대륙을 종횡무진하던 강호의 협객들은 정말 박진감 넘치는 호흡으로 내게 다가왔었다. 그때 인기를 몰고 다녔던 홍콩배우들도 꽤나 많았던 걸로 기억한다. <초한지>는 또 어떤가! 사실 <삼국지>나 <수호전>, <초한지>와 같은 작품들은 당시 신문지면을 통해 연재되었던 故고우영의 만화를 통해서 재미를 느꼈다고도 할 수 있다. 故고우영씨가 그려주던 <수호지>속의 무송과 무대, 그리고 반금련의 이미지는 각인되다시피 남겨져 있어서 하는 말이다. 그런 작품들을 통해 중국의 4대 미인으로 꼽힌다는 서시, 초선, 우희, 양귀비와 같은 여인들의 이야기도 더불어 알게 되었고 그 이야기들을 통해 만들어지게 된 고사성어 역시 흥미롭게 다가왔었다. 어쩌면 그런 속도감을 바랬던 건지도 모를 일이지만 어쨌거나 이 책은 기대와는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다.

 

<수호전>은 양산박으로 모여든 108인의 호걸들 이야기다. 그 안에서 뚝 잘라내 또 한편의 이야기로 탄생한 것이 <금병매>로 양산박의 호걸 중 하나인 무송의 형 무대의 부인인 반금련이 남편을 죽이고 사통했던 서문경이라는 남자와 혼인을 하면서 벌어지는 여인들의 암투를 다루고 있다. 다시말해 서문경이 취한 여인들의 이야기라는 말이다. 그에 비해 <홍루몽>은 소년과 소녀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전작이 에로틱한 사랑이라면 후작은 플라토닉 사랑쯤 되려나? 그것은 각자의 느낌이니 다르게 말할 수도 있을게다. 역자후기를 통해서도 <삼국지>가 역사소설이라면 <서유기>는 환상소설이며 <수호지>는 惡漢소설, <금병매>나 <홍루몽>은 풍속소설의 범주에 속한다고 말하고 있다. 짐작해보건데 <금병매>의 경우에는 풍속보다는 淫書에 가깝지 않을까 싶기도 하지만 작품을 통해 사회적으로나 시대적으로 여인들의 존재가치가 어떠했는지를 살펴볼 수도 있을 듯 하다.

 

책을 읽으면서 내내 궁금했던 것은 도대체 왜 중국의 5대 소설에 대해 이토록까지 분석을 했을까, 였다. 저자후기에서 말하는 바로는 이 작품들을 통해 중국 소설사의 흐름을 파악해보려 했다는 것이었는데 그 말을 통해 이 작품들이 과연 중국 문학사의 흐름속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꽤나 높은 모양이라고 미루어 짐작해볼 따름이다. <수호지>의 181쪽에 이런 말이 보인다. 중국의 전통 문학 작품에서는 법술사, 유령, 요괴 등을 테마로 다룬 작품이 무수히 많으며 괴기스러운 것에 대한 편애가 현저하게 나타난다고. 그런 면이라면 일본도 만만치않다. 오래전에 읽었던 <산해경>이란 작품을 생각하게 한다. 어쩌면 같은 漢字文化圈으로써 어느정도는 상통하는 면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어느 분야가 되었든 오랜 흐름을 파악할 수 작품들이 있다는 건 흥미로운 일이다.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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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볼루션 맨 - 시대를 초월한 원시인들의 진화 투쟁기
로이 루이스 지음, 호조 그림, 이승준 옮김 / 코쿤아우트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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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제목보다도 털북숭이 그림이 더 시선을 끌었다. 딱 보면 원시인인데 시계를 찼다. 게다가 그의 앞에는 구두도 한켤레 있다. 털옷을 입고 시계를 차고 구두를 신고... 도무지 어울리지 않을 듯한 그림인데 이 소설이 딱 그렇다. 도무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요즘의 언어로 우리 인류의 진화과정을 그려내고 있으니 웃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책을 읽기전에 아주 당연한 듯이 진화론과 창조론에 대해 다시한번 생각해보게 된다. 역시 인류는 진화론이지~. 시대를 초월한 원시인들의 진화 투쟁기, 라는 말에 백퍼센트 공감하게 된다. 이 책을 통해 인류의 문명에 대한 과정을 되짚어보게 되었던 시간이다. 재미있었고 나름 알찼던 시간이기도 했다.

 

인류의 진화 과정을 한 원시인 가족의 삶으로 축약한 이야기다. 그들은 현생인류다. 우리가 호모사피엔스라고 배웠던. 인류는 언제부터 지구에 존재했을까? 지금으로부터 약 200만 년 전으로 보고 있지만 안타깝게도 어디에서 처음 등장했는지는 알 수 없다고 한다. 주인공 에드워드의 가족과 그의 형 바냐, 동생 이안이 커다란 줄기를 이루고 그에 따라 아들 오스왈드, 어니스트, 알렉산더, 윌버, 윌리엄이 또하나씩 줄기를 쳤다. 원시인에게 무슨 저런 이름을? 하고 반문할 수도 있겠지만 시대를 초월한 이야기라고 이미 말했다. 에드워드는 과학자다. 끝없이 꿈을 꾼다. 그리고 끝없이 무언가를 만들어낸다. 그에 반해 형 바냐는 자연에 맞게 살아야 한다는 주의다. 요즘으로 치면 진보와 보수쯤? 여행가인 동생 이완으로 인해 세상의 이야기를 듣고 세상의 변화를 가늠하기도 한다. 이안의 여행기속에서 우리는 아프리카의 오스타랄로피테쿠스와 인도네시아의 자바원인, 중국의 베이징원인을 만나게 된다. 이 역시 우리가 배웠던 대로 가장 오래된 인류의 화석을 떠오르게 한다. 그쯤되니 재미있게도 이 이야기가 사실인지 소설인지 조금은 의아스럽기까지 하다.

 

불을 얻기 전에는 선택권이 많지 않았다. 제우스의 불을 훔쳐서 인간에게 주었던 프로메테우스를 통해 인간이 불을 얻게 되는 이야기는 신화를 통해 자주 등장한다. 그 불로 인해 인간은 정말로 많은 것을 얻은 듯 하다. 인간보다 힘쎈 동물로부터 자신을 지킬 수 있었고, 익힌 고기를 통해 더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도 있었으며 따뜻한 생활을 할 수 있었다. 그러나 프로메테우스는 제우스가 보낸 판도라를 아내로 맞이하며 결국 인간에게 불행을 안겨주게 되었지. 어찌되었든 에드워드의 가족들을 통해 인류의 변천사를 바라보는 건 흥미로웠다. 신기하게도 영화를 보는 듯한 착각이 들기도 했다. 그것은 아마도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었기 때문일수도 있겠지만 그들의 대화는 이미 원시인의 대화가 아니었던 까닭이기도 했다. 

 

"한 걸음 나아가는 거라고. 어쩌면 이 걸음이 인류에게는 큰 도약일 수도 있어. 그런데도 이게 자연법칙에 어긋난다고?"... "왜냐면 네가 한 짓은 어딜 봐도 '자연'스럽지가 않거든. 너도 한때는 대자연의 일부로서 자연의 축복과 재앙을 겪으며 희로애락 속에 살아가던 소박한 아이였어. 완벽한 공생관계 속에서 살며 느리지만 끊임없이 변화하는 자연과 함께 그냥 동식물의 일원이었던 거라고." - 72쪽 -

"그냥 조금 더 빨리 진화하는 거에 불과하다니까."... "달라도 한참 다르다고! 우선 바뀌는 속도가 너무 빠르잖아. 원래 수백만 년이 걸려야 될 일을 고작 수천 년 사이에 하려고 난리치고 있다고. 만약 그 일이 진짜 꼭 필요하다면 모르겠다만 딱히 그런 것 같지도 않은데 말이야. 지구상 그 누구도 이런 말도 안되는 속도로 살아가지는 않아! 네가 진화라고 표방하면서 하는 짓은 실제 진화와는 완전히 달라. 그건 진화가 아니라 신세 좀 고쳐보려는 얕은 수작일 뿐이지." - 76쪽 -

"그 당시 인간들은 제 분수를 지키며 모든 일에 만족할 줄 알았다"... "그 사람들이 지금 어떻게 됐는지 알아? 다 멸종해서 화석이 됐어." - 199쪽 -

에드워드와 형 바냐의 대화속에서 우리의 모습을 보게 된다. 앞만 보고 열심히 달려왔던 인류의 문명은 과연 옳았을까? 조금은 늦더라도 바냐의 말처럼 '자연'스러운 속도에 맞추며 살았다면 어땠을까?

"인간은 과거로 퇴행할 수도 있고, 미래로 나아갈 수도 있지. 하지만 제자리에 가만히 있을 수는 없어. 분명히 말해두지만, 우리 원시인이 해야 할 일은 오직 하나뿐이야. 바로 앞으로 나아감으로써 진정한 인간으로 우뚝 서고, 역사를 창조하며 당당히 문명을 이끌어가는 거지!" - 200쪽 -

여기서 잠깐 묻고 싶어진다. 진정한 인간의 모습이 어떤 것인지. 그래서 지금의 우리는 진정한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는지. 책띠에서 보았던 한줄의 문구가 떠오른다. 나는 아버지를 잡아 먹었다, 라는. 어니스트를 포함한 가족들은 불의 발견 그 이상의 진보를 막기 위해 아버지를 잡아먹었다. 이 책은 전혀 코믹하지 않다. 1960년에 출간되었지만 지금까지도 제목을 바꿔가며 6번이나 개정 출판되었다는 걸 보면서 10년뒤에 다시 이 책이 개정 출판된다고해도 지금과 같은 반응이 나오지 않을까 싶다. 우리 인간이 꿈꾸는 것은 무엇일까? 도대체 무엇을 위해 이토록 앞만 보고 달려가는 것일까? 우리는 왜 아버지를 잡아먹었을까? /아이비생각

자연의 흐름이 어떻게 전개될지는 사실 잘 알 수 없거든. 하지만 중요한 것은 현실적으로 유효한 법칙을 잘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는 거지. (-6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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