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지 않아야 할 사람을 사랑하고 있다면 - 이정하 산문집
이정하 지음 / 마음시회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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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으로 오랜만에 만나는 이름이다. 반가운 마음에 책장 앞으로 가니 역시 저자의 책이 눈에 띈다. 한마디 한마디가 은근하게 가슴으로 스며들었던 그 말들을 생각한다. 저자의 이력을 살펴보면 꽤나 많은 작품이 보인다. 시집 <너는 눈부시지만 나는 눈물겹다>, <한 사람을 사랑했네>와, 산문집 <우리 사는 동안에>, <너는 물처럼 내게 밀려오라>, <우느라 길을 잃지 말고> 를 읽은 기억이 있다. 여전히 그 느낌이 남아 있다는 것은 삶에 지친 서늘한 가슴에 온기를 전해주었던 말들의 온도가 따뜻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굳이 사랑이 아니라 해도 일상에 지친 사람이라면 한번 쯤은 읽어도 괜찮을 작품이 아닐까 싶다. 반갑게 펼쳐 든 책 속의 문장들이 낯설지 않다. 다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신작이 아니라는 점이다. 하지만 오랜만에 다시 만난 저자의 글들은 역시 따뜻했다. 기존의 작품과 겹쳐지는 부분도 많이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을 말하고 있는 저자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듯 하다. 어쩌면 책소개의 말처럼 사랑에 아파본 사람이라면 밤새 책을 끌어안고 있을지 모르겠다. 저자의 주제는 오로지 '사랑'이라는 말에 곰감하게 된다. 어렵지 않은 말들로 풀어 쓴 문장들은 더듬거리지 않고 읽는 사람의 가슴속으로 찾아들 것이기에.

핸드폰을 바꾸며 나는 조금씩 망설여야 했다. 어느 이름은 지우고 어느 이름은 남겨둘 것인가. 생소한 이름도 있는 걸 보면 나는 그동안 내가 알고 있던 이름들을 불러내는 데 인색했던 모양이다. 그제야 나는 반성을 한다. 그들이 내 이름을 불러주길 간절히 원했으면서도 정작 내가 그 이름을 불러본 적은 얼마나 있었느냐고. 28쪽에 소개된 '이름들'이라는 글이다. 이처럼 작품속의 글들은 우리의 일상을 다시 한번 돌아보게 하는 글도 많다. 누구나 한번쯤은 고민해보았을 순간들이다. 묻게 된다. 그 때에 남겨진 이름은 누구이고, 지워진 이름은 또 누구인가를. 내게 필요한 사람을 찾기보다는 다른 이에게 필요한 사람이 되려고 하라는 말을 떠올리게 된다. 오늘밤엔 유서를 써놓고 잠들어 보리라. 그러면 삶에 더 애착이 가지 않을까. 어차피 인간은 죽는다지만 유서를 쓰는 심정으로, 지금이 마지막이란 심정으로 생을 살아간다면 한순간도 소홀히 보낼 수 없을 텐데. 또한 주변의 모든 것들, 내가 아는 모든 이름들이 그렇게 소중하고 절실할 수가 없을 텐데. (-130쪽) 유서를 쓴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서를 한번 써 본 적이 있다. 지나쳐간 삶의 모든 순간이 너무도 소중하게 느껴졌던, 그리고 곁에 있는 사람이 얼마나 소중한가를 깊이 되새기게 된 시간이었다. 지나간 후에 후회를 하게 되는 것이 삶이라고는 하지만 그 후회를 조금이나마 줄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 책을 낸 지 25년이 지났고 많은 것이 변했지만 그 때나 지금이나 사랑은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을 믿고 싶다던 저자의 말이 이채롭게 다가오는 것은 사랑뿐 만이 아니라 우리 삶의 모습 또한 그 때나 지금이나 별반 다르지 않을 거라는 생각 때문이다.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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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알고, 바로 쓰는 빵빵한 어린이 사자소학 우리 아이 빵빵 시리즈 15
현상길 지음, 박빛나 그림 / 유앤북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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四字小學은 지금으로 치자면 유치원생이나 초등학생을 위한 교과서로 볼 수 있다. 이 책은 한자 필사에 도움이 될까 하여 앞에 두게 되었다. 나랏말이 한글이기는 하나 우리는 한자문화권임을 부정할 수 없다. 그렇기에 우리가 쓰고 있는 말 중의 대부분은 한자 표기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자를 멀리 한다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고 생각한다. 요즘은 학생들에 대해 말할 때 '문해력文解力'이 어떻고 '어휘력語彙力'이 어떻고 하면서 걱정을 한다. 문해력이란 문장을 읽고 이해하는 능력을 말함이오, 어휘력이란 어휘를 풍부하게 구사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함이다. 그런 말들을 들을 때마다 과연 작금의 교육 현실은 똑바로 되어 있는가 묻고 싶어진다. 비뚤어진 교육을 받는 아이들이 무언들 제대로 할 수 있겠는가 말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전통이라는 문화는 대체적으로 18세기 이후의 것들이다. 물론 그 이전부터 전해져 내려오면서 변화된 문화도 있을 것이다. 이 책을 살펴보니 사람으로써 배워야 하고, 지켜야 할 기본적인 도리들이 적혀있다. 옛 것이라고 다 좋은 것은 아니지만 사람으로 태어나 사람됨의 기본을 배운다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莫談他短 靡恃己長(막담타단 미시기장 : 다른 사람의 단점을 말하지 말고, 자기의 장점을 믿지 말라). 己所不欲 勿施於人(기소불욕 물시어인 : 내가 하기 싫은 일은 남에게 억지로 시키지 말아야 한다). 視必思明 聽必思聰 (시필사명 청필사총 : 볼 때는 반드시 분명히 보려 하고, 들을 때는 반드시 확실히 들으려고 해야 한다). 책 속의 글이다. 옛말이지만 세상 사는 이치에 어긋남이 없다. 하루에 한 문장씩 아이와 함께 필사를 하며 그 의미를 가르친다면 꽤나 괜찮은 시간이 아닐까? 한자를 많이 알고 이해할 수 있다면 '문해력'과 '어휘력'에 대한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이 책은 '빵빵 시리즈'중의 하나로 빵의 모습을 한 캐릭터들이 등장하여 고전에 나오는 글들을 쉽게 풀이하여 준다. 아이들이 배워야 할 생활 속의 기본 예절을 가르쳐주고 있다. 또한 아이들이 쉽게 배울 수 있는 한자들이다. 찾아보니 <바로 알고 바로 쓰는 빵빵한 어린이 관용어>, <바로 알고 바로 쓰는 빵빵한 어린이 수수께끼>, <바로 알고 바로 쓰는 빵빵한 어린이 세계일주>, <바로 알고 바로 쓰는 빵빵한 영단어>, <바로 알고 바로 쓰는 빵빵한 어린이 속담>, <바로 알고 바로 쓰는 빵빵한 어린이 경제퀴즈>, <바로 알고 바로 쓰는 빵빵한 어린이 한국 전설>등 빵빵한 시리즈의 주제도 다양하게 나와 있다. 한자와 가까워지고 싶은 성인들에게도 추천할 만 하다.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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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의 틈새
마치다 소노코 지음, 이은혜 옮김 / 하빌리스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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뜻대로 안 되는 게 인생이지만, 마지막 순간은 누구나 다 똑같다. 책의 뒷표지에 보이는 말이다. 그리고 이런 말도 보인다. 삶이 끝나는 곳에서 깨닫는 나답게 산다는 것의 의미... 그렇다면 나답게 산다는 것의 의미는 무엇일까? 이 소설의 주인공은 장례지도사다. 게다가 여자다. 여기서 '게다가'라는 수식어를 붙인 이유는 '여자'가 '장례지도사'를 한다는 걸 꺼려 한다는 보통 사람들의 의식 때문에 붙인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에게조차 외면 당하는 직업인 까닭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소설의 주인공이 그 일에 보람을 느끼고 있다는 것이다. 소설의 주인공 마나는 일과 결혼 사이에서 갈등한다. 말이 장례지도사지 늘 시체를 마주해야 한다는 점은 바라보는 입장에서 껄끄러운 게 사실이다. 그래서 다른 사람은 해도 되지만 내 가족, 내 연인은 그런 일을 하면 안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눈물로 사랑하는 이를 떠나보내고 다시 일터로 돌아가는 그녀의 발걸음은 활기찼다. 산다는 건 어려운 일이죠. 하고 싶은 일에서는 외면당하기도 하고, 내가 느낀 보람을 타인에게 부정당하기도 하잖아요. 건강하게 자라기만 하면 된다는 말은 어릴 때나 듣는 거고 자랄수록 힘들고 어려운 일뿐이죠. 살아보려고 필사적으로 발버둥 친 놈은 어느새보면 사라지고 없고, 그저 흘러가는 대로 사는 놈이 끈질기게 살아남아요. 빌어먹을 세상.(-74쪽)

일본의 장례문화를 볼 수 있어서 좋은 시간이기도 했지만 책을 읽는 사람에게는 단편 형식으로 얽힌 여러 사람들의 장례를 통해 삶과 죽음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는 계기가 될 듯 하다. 개인적으로는 삶과 죽음을 따로 떼어서 생각하지 않기에 많은 공감대를 불러왔던 주제였다. 아마도 우리에게 죽음이 가장 가깝게 느껴졌던 때는 코로나19를 겪었던 때가 아닌가 싶다. 왜 우리는 죽음에 대해 그토록이나 두려움을 갖는 것일까? 요즘은 나이듦에 대해 두려워하지 말라는 주제를 가진 책도 많이 보인다. 자연적인 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시대를 우리는 살고 있는 게 아닐까? 소설의 주인공이 일하고 있는 장례식장의 사장도 죽음을 제대로 바라보지 못한다는 설정이 이채로웠다. 모든 죽음이 다 아름답지는 않겠지만 아름다운 죽음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죽음을 아름답게 장식해주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우리는 무언가를 얻는 동시에 무언가를 잃는다. 무언가를 바랐지만 얻지 못하면 절망한다. 제 손에 남은 것과 잃어버린 것을 헤아리며 안타까워한다. 하지만 중요한 건 얻었다는 것 자체가 아니다. 무엇을 얻었는지, 무엇을 잃었는지도 아니다. 얻었을 때 느낀 기쁨과 얻지 못했을 때 느낀 슬픔, 그 과정의 갈등과 노력이야말로 진정한 보물이다. 그리고 그 보물은 사라지지 않는다. 다른 누군가가 이어간다.(-393쪽)

이 소설을 통해 작가는 세상의 편견에 맞서는 여자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우선 가족과 연인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장례지도사로서의 삶을 선택하는 '마나'가 있고, 인기 작가였으나 성매매 업소를 직장으로 둔 '나쓰메'도 있다. 나쓰메의 당당함은 그녀의 소설속에서 고스란히 드러난다. 남편과 이혼하고 홀로 딸을 키우고 있는 '치와코'는 자신이 남자다움과 여자다움에 대해 얼마나 많은 편견을 가지고 있었는가를 깨닫게 되고, '후코'는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바라봐주지 않는 남편과 시댁에서 보란 듯 뛰쳐나와 자신이 하고 있던 미용사로서의 길을 가며 홀로서기에 성공한다. 아무튼 답을 찾을 때까지 부딪혀 봐. 어떤 관계든 계속 부딪히면서 갈고 다듬어 가야 하는 법이거든.(-24쪽) 우리의 마음에 상처를 주는 건 누구일까? 가장 가까운 사람으로부터 상처를 받는다. 그 상처는 생각보다 깊히 파인다. 게다가 잘 낫지도 않는다. 그러나 우리는 어떤가. 가깝다는 이유로 그사람의 마음까지 들여다보려고 하지 않는 우를 범하며 살고 있지 않은지 한번쯤은 되돌아보아야 한다. 그 사람뿐만 아니라 그 사람의 모든 것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이 어쩌면 진정한 사랑일 것이다. 세상의 눈치를 보며 살기에는 삶이 너무 짧다. 사람은 큰 슬픔을 맞닥뜨리고 좌절해도 다시 일어설 수 있다고들 하잖아. 하지만 다시 일어서지 못하는 사람도 있어. 상대를 잃기 전의 모습으로는 돌아갈 수 없는 사람도 있지. 그 아픔은 누구도 이해할 수 없어.(-373쪽)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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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근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민경욱 옮김 / 하빌리스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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非情勤은 우리식으로 말하면 비정규직이다. 일단 추리소설가인 히가시노 게이고라는 이름은 한국에서 꽤나 인기있는 이름이라고 생각된다. <용의자 X의 헌신>이라는 작품명을 이야기한다면 많은 사람이 아하, 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 밖에도 <나미야 백화점의 기적>, <백야행>, <수상한 사람들>, <라플라스의 마녀> 등 수많은 작품이 번역되었다. <비정근>은 국내에 소개된 히가시노 게이고의 대표적인 초기작 중의 하나라고 한다. 이 책에는 6개의 단편들이 실려 있다. 솔직하게 말한다면 이 책이 단편집이고, 초기작이라는 말을 미리 살폈더라면 읽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의 작품이 품고 있는 매력에 빠져 읽지 않을 수 없었던 것도 사실이다. 나름대로 괜찮은 느낌을 남긴다. 이렇게 순수한 주제를 가지고도 추리소설을 쓴 걸 보면 작가는 떡잎부터 달랐던 모양이다.

おれは非情勤... 원제다. 이 소설의 주인공은 교사이지만 정규직은 아니다. 정규직 교사에게 무슨 일이 생겼을 때 그 빈틈을 메워주고 있다. 길어야 한 두달 정도. 그래서인지 소설속의 주인공은 차갑게 묘사되었다. 초등학생들을 주로 맡지만 아이들에게 그다지 정다운 선생은 아닌 까닭이다. 처음 출근하던 날부터 살인사건과 마주치게 되는 곤란함을 겪기도 하지만 그 학교에 완전히 젖어든 사람이 아닌 관계로 형사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소설속에서 그려지는 선생과 학생들의 관계가 시선을 끈다. 작금의 현실과 무엇이 다른가 싶어서. 학생들이 교사를 바라보는 시선에서도 존경스러움은 묻어나지 않는다. 게다가 이지메라고 불리워지는 왕따에 관한 이야기도 요즘의 아이들과 다를 게 없어 보인다. 살인의 단서를 숫자를 통해 푼다거나, 글자를 풀어 쓴 단서를 보면서 다시 하나의 글자로 꿰어 맞추는 방식의 추리도 보여주고 있다. 다만 아직은 순수해야 할 아이들을 대상으로 살인사건이나 어른들의 이기심과 욕심이 가득 들어간 사건을 해결하려 한다는 게 조금 마음에 걸리기는 한다. 하지만 사건을 해결하고 난 후 주인공을 통해 아이들에게 전달되어지는 메세지는 상당히 현실적이다. "설사 상대가 아이들이더라도 믿지 않는다고 솔직하게 말하는 게 의미없이 믿는 척하는 것보다 훨씬 건강에 좋아요. 정신 건강에도." 비정하게 느껴지기는 해도 이론만 가득찬 교육의 현장에서 어쩌면 오히려 아이들에게는 좀 더 가깝게 느껴지는 세상의 이치로 다가설 수도 있을 거라는 생각에 살짝 공감하는 마음이 들기도 한다. 옮긴이의 마지막 말이 시선을 끄는 이유이기도 하다. 깊은 곳에 불신을 품고 겉으로만 믿는 척하는 교사와 부모보다, 친절함을 내세우지만 사실은 권위와 사회에 복종시키려고 하는 어른들보다, 냉정하고 예리한 관찰로 아이들의 상황과 심리를 파악하고 곤란에 처했을 때 적절한 해결책과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비정근 교사가 더 훌륭한 어른이 아닐까.(-270쪽) 교권이 무너지고 있는 현실에 대해 다시한번 생각하게 된다.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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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아는 척하기 - 잡학으로 가까워지는
박정석 지음 / 반석북스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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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長く住めば都 나가쿠 스메바 미야코 ” 오래 살면 거기가 고향이라는 말이다. 우리식으로 말한다면 정들면 고향. 책을 열면 머리말에서 저자가 가장 먼저 하는 말이다. 저자는 재일교포다. 경북 영천에서 출생했으나 1991년 일본 영주권을 취득하여 일본으로 건너갔다. 하지만 자신이 한국인임을 한시도 잊지 않았다. 두 아들을 설득하여 한국의 군대에 다녀오게 한 것도 쉽지 않은 일이었겠지만 아버지의 뜻을 따라 준 아들의 마음이 고스란히 느껴져 그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허투루 들리지 않았다.

'일본 아는 척하기' 라는 책의 제목이 재미있게 다가왔다. 일본에 대해 아는 척하는 사람이 한두 사람일까 싶어서. 이 책은 이런 저런 잡학을 통해 일본에 대해 알려주고 있다. 그리고 세계를 확인하고픈 청년들이 읽어주기를 희망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그만큼 일본에 대해 제대로 알았으면 하는 마음일 것이다. 한일관계는 참 묘하다. 적이라고 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친구라고 할 수도 없는 듯 하다. 그냥 저자의 말처럼 지지리도 못산다거나, 아주 못되고 나쁜 이웃을 만나지 않은 것 만으로도 다행이라면 다행일 듯 싶기도 하고.

일본의 국가 명칭은 두 번 탄생했다. 처음에는 倭였고 그 다음이 日本이다. 국가라는 개념이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는 의미다. 에도 막부 시대 국민들은 약 260개 현(藩번)을 국가명으로 쓰고 있었기 때문에 지금도 고향이 어디냐고 물을 때 "お国はどこですか" 라고 묻는다. 일본 국민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성이 없고, 주민표와 호적이 없으며, 여권도 없고, 자유로운 인권도 없다는 천황에 대한 이야기가 시선을 끈다. 한마디로 국민으로서의 요소를 갖고 있지 않다는 말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마어마한 황실 예산이나 천황가의 거주지가 도쿄돔 경기장 약 25개 규모라고 하니 놀랍다.

일본의 나라 꽃은 사쿠라(벚꽃)다. 그런데 나라 꽃이 두 종류라고 한다. 나머지 하나는 국화다. 사쿠라는 서민들에게 사랑받는 나라 꽃이고, 국화는 귀족인 천황가에게 사랑받는 나라 꽃이라고 한다. 일본 장수기업의 98%이상이 중소기업이라는 말은 내심 부러웠다. 100년 이상된 기업이 한국에는 4개 뿐이지만 일본에는 26,000개나 된다고 한다. 그러면서 저자는 디지털과 아나로그에 대한 새로운 발상이 필요하다고 어필한다. 백퍼센트 공감이 되는 말이다. 우리도 이제는 빨리빨리 문화에서 벗어날 때가 되었다. 한국을 情의 문화로, 일본을 칼刀의 문화로 비교한 것도 이채롭다. 똑같이 '혈통 중심' 사회였지만 다른 길을 걸었던 두 나라. 일본 사무라이의 生死는 실력으로만 평가받던 사회였다는 말이 흥미롭다. 다르기에 배울 것도 있고 보완적인 관계라는 저자의 말이 예사롭게 들리지 않는 이유다. ‘테레비’, ‘리모콘’, ‘백미러’, '소보로빵', '간지', '가불', '간식', '육교', '유도리', '땡땡이', '수순', '기스', '땡깡'... 알고 쓰든 모르고 쓰든 우리말 속에는 일본식 말이 많다. 그것이 잘못되었다고 말하기에 앞서 알려주고자 노력하는 힘도 필요한 듯 보여진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많은 생각거리를 던져준다.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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