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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성향은 어떻게 결정되는가 - 타고난 성향인가, 학습된 이념인가
존 R. 히빙.케빈 B. 스미스.존 R. 알포드 지음, 김광수 옮김 / 오픈도어북스 / 2025년 4월
평점 :
사람마다 각자의 차이는 크다. 모두가 같은 선상에서 태어나지 않는다. 누구나 저마다 많은 것을 가지고 세상에 태어나며, 우리가 마주하는 환경은 각자의 독특함을 더한다. 학계의 견해나 사회적 통념에서는 이러한 개별성이 특별히 지속적이거나 생물학적이지 않다고 본다. 그러나 대다수는 스스로 성찰하는 과정에서 오래된 선입견과 타고난 성향이 존재함을 인정한다.( -115쪽)
타고난 성향인가, 학습된 이념인가.. 이 책의 부제가 시선을 끌었다. 궁금했다. 시끄러운 국내 정치 상황을 보면서, 그리고 광장으로 모여드는 사람들을 보면서. 저 사람들은 도대체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지, 어쩌면 각박한 세상을 살면서 찾아낸 하나의 유희는 아닐까, 하고.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저 질문은 우매한 느낌으로 다가왔다. 타고난 성향과 학습된 이념으로 만들어진 것이라고 생각하는 까닭이다. 사실 우리는 태어나면서부터 학습되어지는 존재다. 자신만의 가치관이라고 생각을 하겠지만 이미 어렸을 때부터 주입 되어진 사상이나 이념들로 인해 환경에 따라 그 차이를 보일 뿐이다. 마치 진화론이냐 창조론이냐를 따지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말이다. 이 책은 인간은 정치적 동물이다, 라는 말로 시작한다. '정치'라는 말의 뜻을 찾아보면 현실적 의미와 본질적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나온다. 본질적으로는 국민들이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게 하고 사회 질서를 바로잡는 역할이라고 나오지만, 현실적으로는 권력을 획득하고 그것을 유지하기 위한 모든 행위라고 말하고 있다. 정치의 본질적인 의미를 잃어버린 현실에서 우리는 무엇을 믿고 따라야 하는지 그저 궁금할 뿐이다.
평생에 걸쳐 일어나는 여러 사건은 우리를 잠깐이라도 더욱 행복하거나 슬프게도 하지만, 대부분은 낙관과 비관 또는 그 중간적인 태도를 유지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다양한 사건의 영향으로 약간의 변화가 생기기는 하겠지만, 이는 행복 설정점을 일시적으로 벗어난 현상일 뿐이다. 심지어 절단 수술이나 복권 당첨과 같은 인생의 중대사를 경험하더라도 몇 달만 지나면 놀랍게도, 그 사건을 겪기 이전에 느꼈던 행복함과 비슷한 수준으로 되돌아가는 것처럼 보인다. 정치 성향도 마찬가지다.( -40쪽)
그렇다면 나는 진보주의자일까, 보수주의자일까. 책의 말미에 정치 성향을 테스트하는 부록이 있다. 테스트를 해보니 보수 쪽에 가까운 진보라는 결론이 나왔다. 보수주의자가 강력한 리더를 향한 기대를 가지고 있다면 진보주의자는 그 리더에 대한 의심을 보인다. 진보주의자는 평등한 재분배에 대한 기대를 하며, 외부 집단에 대해 개방성을 보인다. 그런 반면 보수주의자는 규범 위반자에 대해 엄격한 처벌을 원하지만 진보주의자는 관대한 처벌을 원한다. 전통적 생활 방식을 적극적으로 포용하는 보수주의자와는 달리 진보주의자는 새로운 생활 방식을 적극적으로 포용한다. 66쪽에 나와 있는 표를 말한 것이지만 어느 한쪽으로만 치우친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그러니 따지고 보면 완벽한 보수주의자나 진보주의자는 없다. 단지 자신이 처한 상황이나 환경에 따라 그때 그때마다 필요한 쪽으로 기울어질 뿐이다. 누구나 자신의 행복을 추구하는 까닭이다.
모두가 정치적 화합을 이루어 내고, 조화의 중심에서 하나 되어 같은 노래를 부르는 모습은, 아름다워 보여도 사실은 대단히 위험한 환상이다.( -47쪽)
이 책은 정치 성향이 만들어지기까지의 모든 학문에 대한 실험과 분석이 실려 있는 듯 보여진다. 유전적으로, 심리적으로, 환경적으로, 생태적으로... 심도있지만 정치라는 말의 의미에 크게 뜻을 두지 않은 사람이라면 장황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다. 간사하고 얍삽한 사람이 이길 수 있는 작금의 세태가 개탄스럽지만, 그럼에도 9장에서 말하고 있는 우리의 자세는 새겨둘 만 하다. 저마다의 차이를 인정해야 하고, 다름을 인정하고 설득할 필요가 있음을 말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타인의 생각을 인정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성숙한 의식이 필요하다는 말일 터다. /아이비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