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한국어 측정기 나의 한국어 측정 1
김상규 외 지음 / GenBook(젠북)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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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가만히 생각해보면 우리말이 참 어렵긴 하다. 같은 말을 두고도 쓰는 상황에 따라 뜻이 달라지고, 같은 말인데도 불구하고 높낮이에 따라 또 뜻이 달라지기도 한다. 우리말을 사랑한다고 자부하는 아니 사랑하고 싶은 내가 이 책 '한국어 측정기'를 보면서 과연 나의 한국어 실력은 어느정도나 될까 궁금하기도 했지만 어려운 우리말의 쓰임새에 대하여 더 많이 알고 싶은 욕심이 앞섰던 것도 사실이다. 내가 쓰고 있는 말들이 적절하게 잘 사용되어지고 있는지도 궁금했고... 쉽게 생각하고 쓰는 말중에서도 틀리기 쉬운 말들이 분명 있을 것이다. 그리고 아무 생각없이 느끼는데로 썼지만 적절치않은 표현인지도 모른 체 쓰고 있는 말도 많았을 것이다. 내가 무슨 국어학자도 아니고 국어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사람도 아닌데 뭘 그렇게까지 신경을 쓸까 할 수도 있겠지만 이왕이면 우리말을 좀 더 정확하게 알고 싶었고 또 적절하게 쓰고 싶다는 마음에는 변함이 없다.

'이따가'는 '조금 후,잠시 뒤'의 의미이고, '있다가'는 '있다'에 조사 '가'가 붙은 형태일 뿐 부사어로는 쓰이지 않는다..처럼 우리가 쉽게 생각하는 말부터 시작하여 들판과 벌판처럼, 목숨과 생명처럼 그 뜻을 적절하게 사용하기가 애매할 수도 있는 말, '~든지'가 나열된 동작이나 상태 가운데 선택될 수 있음을 나타내는 반면 '~던지'는 지난 일을 회상하여 이야기할 때 사용하는 표현이라는 것, '~(으)로서'는 지위나 신분 또는 자격을 나타내며 '~(으)로써'는 어떤 물건의 재료나 원료, 일의 수단이나 도구를 나타낸다..와 같이 조금씩은 주의해야 할 말들이 나의 주의를 다시한번 일깨워주기도 했다.
 
아울러 나 혼자서 우리말에 대한 어원을 찾아내기가 그리 쉽진 않을 것이기에 이 책을 통하여 우리말에 대한 어원도 알고 싶었다. 그런데 나의 한국어 측정기를 살펴보면서 아이쿠, 이건 아닌데 싶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문답식으로 되어 있었던 까닭이다. 그렇다고 우리말에 대한 설명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책의 말미에 맞춤과 알짬을 덧붙여 주어 문제와 답에 대하여 자세하게 설명을 해주고 있다. 재미삼아 문제를 맞추며 하나둘씩 나의 실력을 측정해보기는 했지만 그것만으로는 성이 차지 않았다. 좀 두껍더라도 시간을 투자해 볼 요량이었던 까닭이다. 가족과,연인과,친구와 함게하는 한국어 연습장이라고 미리 알려주었지만 내심 실망스러웠던 중에 함께 동행해 주었던 책 '우리 말에 빠지다'가 있어 너무나도 고마웠고 또 고마웠다.



우리말이어서 그럴까? 나는 이런 제목을 가진 책을 보면 괜시리 긴장된다. 무언가 엄청나게 큰 시험을 보는 것처럼 느낌이 그렇다는 말이다. 나의 한국어를 측정해보니 여간 많이 틀리는 게 아니었다. 분명히 이것일거야 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오답으로 나왔을 때의 실망감이라니... 너무 쉽게 생각했던 것 같아 반성하는 마음을 가져보기도 했지만 아하! 이것이었구나 하며 알아가는 재미도 쏠쏠했다. 정말 우리말에 빠졌던 시간들은 행복했다. 일상생활속에서 습관처럼 쓰곤 했던 말의 어원을 알게 됨과 동시에 거기에 묻어있던 우리 문화와 역사까지 알게 된다는 것은 일석이조가 아니고 무엇이랴 싶었다. 하나의 말을 알게 되면서 그렇게 되기까지의 과정을 조금은 이해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외래어로써 우리말처럼 사용되는 것들이 많다는 것을 알고 조금은 아쉽기도 했지만 우리가 우리말에 대해 조금씩만 관심을 갖고 배우려 한다면 그것쯤은 이겨내지 않을까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한다. 책을 읽으면서 정말 아름다운 우리말이 이렇게나 많은데 나는 왜 모르고 살았을까? 알려고만 했다면 충분히 알 수 있는 말이었는데 알려고 노력하지 않았구나 싶어 자책감이 들기도 했고...

'머드러기'와 '지스러기'라는 말을 나는 이 책을 통해 처음으로 알았다. 평범한 사람들 중 특별히 뛰어난 사람을 나타낸다는 머드러기.. 한자어로 '군계일학'이란 말만 열심히 써댔지 이렇게 아름다운 우리말이 있을거라고는 생각조차 하지 않았었다. 지스러기는 그 반대말이다. 좋은 머드러기를 골라내고 난 나머지, 부스러기나 찌꺼기들을 말한단다. '사랑'이란 뜻의 우리말이 '다솜'인 것은 이미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을게다. '누리꾼'이란 말도 있지만 언제부터인가  동아리 모임이 '모꼬지'라는 우리말로 대체되었을 때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지금은 아무렇지도 않게 쓰고 있듯이 좀 더 많은 우리말을 찾아내어 우리의 생활속에서 응용하며 쓸 수 있다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해보기도 한다. 우리말의 어원과 아름다운 뜻을 알려준 이 작은 책에 너무나도 감사한다. 좀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여 우리말을 쓰기에 어색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할 것 같다. 나부터라도...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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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연습
조정래 지음 / 실천문학사 / 200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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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인표라는 배우가 함경도 탄광마을에서 가난하지만 행복한 아버지로 열연을 했었던 <크로싱>이란 영화가 있었다. 원치도 않았던 탈북자가 되어 아들 준이를 만나기 위한 간절한 약속과 바램은 가질 수 없는 한남자의 욕심이었을까? 아직 '닫혀진'채로 살아가야 할 사람들의 몫이라고 보기에 영화는 너무나도 간절했었다. 나는 사실 공산주의니 민주주의니 하는 말따위의 속뜻은 잘 모르겠다. 이 나이 먹도록 아는 것이라고는 그저 교과서에서나 배웠던 이론과 우리의 부모와 조부모 세대가 겪어야 했던 경험담을 들었던 것이 고작이라고 말한다면 너무할까? 아니, 아니다. 정말 알 수 없는 눈물을 무던하게도 흘렸던 때가 있었다. '누가 이사람을 모르시나요'를 외쳐대면서 이 나라를 온통 눈물바다속에 빠뜨려버렸던 이산가족찾기의 장면도 있었다. 그런데도 나는 아직 사회주의를 말하라고 한다면, 민주주의를 말하라고 한다면 그저 무미건조한 낱말들만을 뇌까릴 뿐이다.

작가는 왜 이토록이나 이념과 싸우고 있는 것일까? 내가 그의 작품을 처음 접해본 것이 아마도 <태백산맥>이었을 것이다. 그것도 영화로 나온 뒤에 그 열권이나 되는 책을 다시 한번 읽었을 정도니 지금 생각해보아도 참 대단하다. 그만큼 파장이 컸다는 말일수도 있겠지만 일단은 이념전쟁을 떠난 우리 이웃들의 이야기에 눈물이 났고, 그들이 어울어지는 그 한마당이 가슴깊이 다가왔을 뿐이었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작가의 작품은 모두가 이념이라는 테두리를 벗어나지 않는 것 같다. <아리랑>을 통해서 다시한번 만났지만 그 이후로 <한강>을 다시 만날 자신이 없었다. 왜그랬는지 모르지만 조금은 시간이 필요할 것 같았던 때문이기도 했다. 그랬으면서도 이 책 <인간연습>에게는 왜 딴 마음을 먹었던 것일까? 책을 읽으면서 어렵지 않게 다가오는 이념이란 테두리안에서 아주 조금은 고개를 끄덕였던 것도 같다. 딱히 어느 한편의 손을 들어주는 것도 아니면서 교묘하게 이끌어가고 있는 그 끌림의 유혹이 왠지 싫지가 않았다.

남파간첩으로 내려와 온갖 고문을 당하고 감옥살이를 하다가 끝내는 강제 전향자가 되어버린 윤혁. 그가 함께 했었던 마음의 동지 박동건. 시작은 박동건의 죽음으로 다가왔지만 그가 죽지않고 끝까지 윤혁의 가슴속에서 살아남아 있었다는 것을 내가 알겠다. 이념이라는 것이 어쩌면 인간이 숨쉬며 살아가기 위한 하나의 방편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모질고 질긴 삶의 굴곡을 견뎌내기 위한 하나의 썩은 동아줄같은 그런 의미는 아니었을까? 굳이 <인간연습>이라고 제목을 달아야 했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내심 궁금했다. 한 인간으로써 살아감에 있어 필요했던 모든 조건들을 모른척하며 이념속에 갇힌채 오직 한가지만 바라볼 수 있었던 그들에게 사회주의의 몰락은 벼락같은 일이었을 것이다. 이념은 어느곳에나 있다. 사회주의가 되었든 민주주의가 되었든 그것을 만드는 것이 이념일테니 말이다. 더구나 이렇게 반쪽으로 갈라진 채 서로 으르렁거리는 대한민국에서의 이념은 어쩌면 더 강할런지도 모를 일이다.

윤혁과 박동건이란 사람을 내세워 작가는 하고싶은 말을 속살거린다. 어느편도 정도를 걷고 있는 것은 아니라고.. 분단된 조국의 미래에 대하여 속살거린다. 아주 조금씩은 서로를 인정하며 받아들여야만 하는 것이라고.. 우리의 소원은 통일 꿈에도 소원은 통일이라던 어린날의 노래가 떠오른다. 통일... 과연 그 통일이란 낱말이 부여잡고 있는 진정한 의미에 대하여 우리는 얼만큼이나 알고 있는 것일까? 통일이 되면,이라고 뇌까릴 수 있는 세대들이 점점 사라져가고 있는 지금의 현실속에서 나는  '지구촌'이라는 말을 떠올리지 않을 수가 없다. 그 넓디넓은 세상을 우리는 '지구촌'이라는 한마디로 뭉뚱그려 말하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 아닌가 말이다. 조금씩 이념의 테두리에서 빠져나오던 윤혁의 모습은 이채로웠다. 인간으로써 살아가기 위하여 그가 선택해야 했던 아니 그에게 선택되어져야만 했던 그것은 무엇이었을까? 부모를 잃은 아이들을 앞세워 그에게 선택을 강요했고, 이미 지나가버린 옛시절의 그림자를 아름답게 포장한 채 그에게 선택을 강요했던 것은 아니었을까? 어쩌면 필요악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인간이 인간답게 살아가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인지, 인간이 인간답게 살아가기 위해서 무엇이 필요한 것인지 다시한번 생각해보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묻고 있는 것만 같았다.

결국 행복하냐고 묻지도 못할 것을.. 자신있게 묻지도 못할 질문을 가슴에 안아들면서까지 그토록이나 그에게 안겨주고 싶어했던 것은 무엇일까? "그래... 인간은 이성적이기 이전에 본능적 존재야. 그래, 본능적 존재지. 인간을 이성적 존재로, 이성의 힘이 큰 존재로 보려고 한 것이 착각이고... 큰 오해를 저지른 것이라고 할 수 있겠지..." (-104쪽)  사회주의에 대한 강한 반론처럼 보여지기도 하는 문장들을 풀어헤쳐놓으면서 작가는 우리의 통일에 대한 염려를 하고 있는 것일까? 인간... 그것은 도대체 무엇인가. 어디까지를 믿을 수 잇는 존재인가. 인간의 이성이란 본능을 이길 수 없고, 그것이 인간의 한계 아닐까. 그 '인간의 한계'가 사회주의 몰락의 절대 원인은 아닐까...(-120쪽)  문득 나는 '반복적'이라는 말을 떠올린다. 그 말조차도 이길 수 있는 것이 '본능'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교묘하게 작가의 심리전에 말려들었다. 매일매일 부족하고 모자란것들 투성이, 그래서 이놈의 세상 한번 확 뒤집어져 버렸음 좋겠다고 생각하고 사는, 대단히 강퍅하게 살아가고 있는 철저하게 서민인 나는 이래서 이 땅에 살고 있는것일게다. 윤혁에게 과연 인간이 되기 위한 연습은 끝났을까? 그가 지금까지 해 온 것들이 인간연습이었다면 성공했기를 바래본다. 어찌되었든 인간이 살아내야 할 삶은 어떤 형태의 삶이 되었든 끝없는 연습의 연속일테니..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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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은 어디에나 있어 마음별에서 온 꼬마천사 1
쿠르트 회르텐후버 글, 코니 볼프 그림, 이승은 옮김 / 꽃삽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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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이쁘다. 글도 이쁘고 그림도 이쁘고. 그 안에 담겨진 마음도 이쁘고 이 글을 쓰는 순간 작가의  손끝에 묻어났을 그 행복이 정말 이쁘다. 마음별에서 온 꼬마천사와 나는 무슨 이야기를 나누어야 할까? 마음별에서 온 꼬마천사는 나에게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까? 꼬마천사를 만나기전부터 그 만남에 대한 설레임을 숨길수가 없었다. 저렇게 귀여운 모습을 하고 인간세상에 나타난 꼬마천사가 상처입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면서..

진정한 행복은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알아차리는 것이라고, 찾아보면 행복은 어디에나 있다고 말해주는 꼬마천사를 보면서 나는 문득 어느나라의 이야기인지 짧은 신화 한토막이 생각났다.  누군가가 문을 두드려 열어보니 너무나도 아름답고 예쁜 행운의 여신이 문 밖에 서 있는 것이었다. 들어가도 되겠느냐고 묻는 행운의 여신에게 문을 활짝 열어주었지만 머뭇거리며 들어오지 않았다. 그 까닭을 물으니 '제가 들어가면 제 뒤의 동생도 함께 들어가야 한답니다.' 행운의 여신 뒤에는 너무도 못생기고 험악한 불행의 여신이 서 있는 것이었다. 차마 들어오란 소리를 하지 못한 채 그렇게 머뭇거렸다던... 기쁨과 슬픔이 한 형제이듯이 행운과 불행도 한 자매라는 이야기를 처음 들었을 때 그 난감했던 기억이라니... 하지만 모든 것은 내 마음속으로부터 비롯되어지는 것을 어찌할까. 그 마음별에서 내게로 온 꼬마천사를 만나보기로 하자.

너무 바쁘니까 행복할 시간도 없잖아. 마음을 잃어버리니까 네 자신도 잃어버리고 만 거야. 손으로 한 뼘, 행복은 정말 가까운 곳에 있었구나... 소제목만 들어도 대충은 어떤 내용일지 짐작할 수 있을것이다. 하지만 지레짐작만으로 이 아름다운 이야기를 놓치는 우를 범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꼬마천사가 전해주는 말들이 우리에게 얼마나 따스한 느낌을 전해주는지 그것은 보지 않고서는 느낄 수 없는 까닭이다. "사람들은 늘 행복을 찾고 있어. 하지만 너무 빨리 걷느라 행복을 지나치고 말지" 느린 달팽이가 꼬마천사에게 해 주었던 한마디나, 손으로 한 뼘, 행복은 정말 어디에나 있어. 그저 눈을 크게 뜨고 있기만 하면 된다고! 하는 말한마디에는 마음 깊숙한 공감을 느끼게 되니 말이다. 어쩌면 너무도 흔한 말인탓에 아무렇지도 않게 넘겨버릴 수도 있는 말들이지만 내게는 참으로 아름답게 다가왔다. 저 책표지의 그림처럼이나.  

아주 작다. 그리고 아주 얇다. 하지만 아주 크다. 그리고 아주 두껍다. 형식과 내면을 비교해보자면 그렇다는 말이다.  마음별로 떠나기 전에 꼬마천사가 사람들에게 준비한 선물 '큰'것이 든 작은 꾸러미, 그것이 사랑으로 가득 찬 꾸러미였다는 말을 보면서 나는 판도라의 상자를 생각하게 된다. 이길 수 없었던 호기심으로 인하여 열려버렸던 판도라의 상자속에서 미처 나오지 못했던 것이 '희망'이었다던가? 그래서 우리 모두는 어딘가에 있을 '희망'을 찾아 온통 헤맨다고 했던가? 하지만 꼬마천사가 주고 간 선물 '사랑'만큼은 그다지 찾아 헤매지 않아도 될 듯 싶다. 바로 나 자신에게 오늘이 마지막일 것 같은 사랑을 선물해보는것도 좋을거라는 꼬마천사의 말이 울림처럼 내게 남는다. 참으로 아름다웠던 이야기. 작고 얇았지만 너무나도 크고 두꺼웠던 이야기 한편속으로 눈을 감은 채 잠시 들어가 본다. 그 사랑이 나한테 가득 채워지면 다른 사람에게도 나누어주어야 한다는 꼬마천사의 당부를 잊지 않기 위해... /아이비생각

책과 함께 나란히 내게 왔던 노란 수첩을 바라본다. 책보다도 더 작은 크기의 수첩에 무얼 적을까 생각해본다. 아주 잠깐씩 스쳐지나는 작은 것들을 찾아낸다면 나는 그것을 옮겨보리라 한다. 기회란 놈은 앞에는 털이 숭숭 났지만 뒤는 민머리라는 말처럼 작은 행복이 내 앞으로 지나쳐갈 때 놓치지 않고 잡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매순간마다 작은 것에도 감사할 줄 아는 마음을 배워야 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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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초대
윤미솔 지음, 장성은 그림 / 떠도는섬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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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리는 언제나 맥 빠지는 소리더라고요 (-23쪽).. 그래 어쩌면 그 진리에 대해 말하고 싶었던 건지도 모를 일이다. 처음 책을 읽으면서 맥락을 짚어내기 위해 무던히도 머리를 굴렸다. 종교적인 냄새가 풀풀 풍겨나오는데 이건 어느쪽도 아니다 싶어서. 기독교의 정의를 내세웠는가 싶었는데 그 정의의 실현을 불교쪽으로 갖다 붙이는 듯한 인상도 풍기고.. 신에 대한 호칭때문에 왈가왈부했었다는 그의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사실상 우리가 신이라고 정의내린 것에 대하여 확실하게 이것이다,하고 딱 부러지게 말할 수 있다면 그것도 아마 오만이나 교만일것이다. 영혼이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그럼 당신에게도 전생이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이런 질문을 던져주면서 우리가 안고 있을 또하나의 선입견이나 편견에 대하여 깨주길 바라는 것도 같다. 사실 나에게 영혼이나 전생을 믿느냐고 묻는다면 나의 대답은 예스이다. 얼마전까지도 나는 그런 것들에 대하여 웃기는 이야기일뿐이라고 치부해버렸었지만 내 아버지의 부음과 아버지를 보내드려야 했던 그 순간들을 겪으면서 믿지 않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종교적으로 이야기하는 천국이니 지옥이니 하는 말은 믿지 않는다. 우습게도 영혼이나 전생은 믿으면서 내세가 있다는 것을 믿지 않는다면 그것이 또하나의 모순일까?

지은이 역시 그토록이나 사랑하던 아버지를 잃고 단한번만이라도 아버지를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애타는 마음 때문에 유체이탈을 시도했다고 한다. 그리고 그것을 경험했기에 이런 글을 쓸 수 있는거라는 전제를 앞세우고 있는것 같다. 그가 말하고 싶어하는 그 진리에 대해 읽어가면서 어쩌면 이리도 가벼운 문체를 썼을까 싶었는데 책을 읽으면서 이내 그것에 대한 궁금증이 풀렸다. 저는 그래서 어려운 말 잔뜩 있는 책이 싫거든요. 그게 뻥이 아니고 진짜라 그래도 그렇게까지 해서 알고 싶지가 않아요. 만약에 그거 다 읽었는데 뻥이면 고생한 거 아까와서 억울하잖아요. 그런데 이건 어디까지나 제 생각이고 사람들은 어려운 말을 써야 진리인 줄 알잖아요. 어느 대학 교수가 쓴거다 그래야 믿지요. (-79쪽)  그런데 굳이 생각해보자면 딱히 그렇지만도 않은 것 같다. 어찌보면 그것조차도 지은이의 편견일수 있지 않을까 싶은 우려가 생겨난다. 우리들의 삶속에서 확연하게 드러나는 어떤 형식적인 것을 꼬집는 말로 들리니 말이다. 뜻도 모르는 어려운 말이 가득 들어앉아 있는 책을 읽으면서 봐라, 나는 이런 책 본다! 뭐 이런식의 생각은 하지 말자는 말로 들렸다. 쉽게 썼든 어렵게 썼든 그것은 지은이의 판단일 뿐이며 그것을 읽는 자들의 몫은 따로 있을테니 말이다. 예로 들어준 위의 글만 읽더라도 이 책의 문체가 어떤 형식인지 눈치 빠른 사람들은 바로 알아챌 수 있을 것이다. 뭐랄까, 엄마가 아이에게 될수록 알아듣기 쉬운 말로 설명해주고 싶어하는 그런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음이다. 혹자는 그렇기에 더 좋은 것이 아니냐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그렇다면 이 책속에는 지은이의 특별한 경험을 바탕으로 한 어떤 알 수 없는 세계에 대한 이야기들이 빼곡하게 들어차 있을까? 그건 그렇지 않은 것 같다. 내가 첫문장에서 빌려왔던 지은이의 말처럼 정말 맥빠지는 이야기들이 빨래줄에 걸려 바람이 불어오면 흔들리듯이 책장을 넘길때마다 하나 하나씩 그 존재의미를 드러낸다. 그렇다고 시시하다는 말이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는 일상적인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는 말이다. 다시 말한다면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그 모든 순간들이 우리에게는 진리라는 역설일수도 있겠다. 그러니 지금, 바로 지금이 우리에게는 가장 중요한 순간이라고.. 실연한 사람들을 향해 한마디, 신이란 어떤 존재인지 궁금한 사람들에게 한마디, 왜 맨날 일이 꼬이는 걸까요? 묻는 사람들에게 한마디, 자살을 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에게 한마디, 운명을 바꾸고 싶어하는 사람들에게 한마디, 부자가 되고 싶은 사람들에게 한마디 등등..  소제목만 보더라도 그다지 특별한 것은 보이지 않는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한번씩은 한숨과 푸념으로 내뱉어냈을 것들에 대하여 그럴 때는 이렇게 생각해보세요, 하고 말해주는 지침서같은 뉘앙스를 풍긴다.

"내 저것만 있으면 행복해지지" 싶은 것도 막상 손에 들어와 봐요. 아무것도 아니예요. 지금 이 상태로 행복할 수 없는 사람은 '저것'을 얻어도 행복할 수 없어요.- 무엇무엇만 있으면 행복해질텐데... 하는 마음을 버려야 해요.(-211쪽)  책을 읽으면서 가만히 생각해본다. 지은이처럼 굳이 전생체험이나 유체이탈같은 특별한 경험을 하지 않고도 그것이 진리라고 믿으며 살아가는 우리들의 마음을. 하지만 그것이 진리인줄 알면서도 행하지 못하는 마음을. 왜 그럴까? 마음을 내려놓는다거나, 욕심을 버리고 비워야 한다거나 하는 말들을 수없이 듣고 좋은 말이라고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우리에게는 그것이 너무도 어려운 숙제다. 책을 읽고나니 그 숙제의 양이 불어난 것만 같아 왠지 떨떠름하다. 기대감이 컸던 까닭이다. 지은이가 경험했다는 그 특별한 체험에 대한.  책의 말미쯤에 누구나 원하는만큼의 사랑만 얻는다는 말이 나온다. 그렇기에 모든 것을 아주 간절한 마음으로 구한다면 얻을것이라는 말도.  돈달라는 기도를 어떻게 하란 말인가요? 솔직하게, 구체적으로, 아주 간절한 마음으로, 꾸준히 기도하세요, 그러면 이루어집니다.. 단 기도만 하고 발딱 일어나지 말것!(-184쪽)  좋은 말이다. 그런데 나는 왜 속은 것 같은 느낌이 드는걸까? 결국 모든 것은 현실로 귀속되는가? (아주 흔한 말이기는 하지만) 지옥도 천국도 모두 내 마음속에 있다는 지은이의 말을 자꾸만 되뇌여본다. 이상하게도 현실이 자꾸만 종교속으로 들어가는 것만 같아 책장을 덮는 내 손끝이 왠지 껄끄럽다. 그리고 나는 자책한다. 내 옹골진 아집과 편협함에 대하여../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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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산성
김훈 지음 / 학고재 / 200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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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환궁하면... 환궁하면... 그래 환궁하면 너희들에게... - 그리고 그들은 환궁했다. 어찌되었든간에. 임금이 나아가 적의 발아래 엎드려 이마를 땅에 찧었든지 말든지 어찌되었든 그들은 환궁했다. 그리고 그들은 백성들에게 환궁하면...이라고 말하며 가져다 썼던 것들을 갚았을까? 단지 임금을 따르지 않는다는 이유로, 임금이 있는 곳으로 따라가지 않고 제 삶의 길로 되돌아간다는 이유로 목에 칼을 맞아야 했던 백성들이었다. 그 백성들이 말했다. 봄에는 조정이 나가는 것이옵니까? 조정이 비켜줘야 소인들도 살 것이온데.... (-319쪽)  그랬다. 나라의 근본이 백성이었음에도 그들은 그것을 몰랐다. 아니 모른체 했다. 그래야만 저희들 뱃거죽에 기름이 낄테니 말이다. 그래야만 저희들이 편하게 살 수 있었을테니 말이다. 책을 읽는 내내 한숨만 나왔다. 소설이라고 치부해버리기에는 너무도 많은 것들이 울부짖고 있었다. 그토록 강한 문체처럼 그 때의 그들도 그렇게 살았다면 차라리 나앗을 것이다. 그렇게만 했다면 그토록이나 험난한 여정을 백성들에게 강권하지 않아도 되었을 것이다. 나라가, 임금이, 나라일을 한다는 사람들이 백성들에게 하나의 걸치적거림으로 보이지는 않았을 게다. 어찌 그리도 영악스럽지 못했는가 묻고 싶었다. 그 세월을 살아낸 백성들은 오롯이 몸을 낮추고 입을 닫았다. 그래야만 한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래야만 생목숨이나마 부지할 수 있다고 깨달았을 것이다. 그런 그들이 너무나도 안타까웠다. 책을 읽는 내내 그들이 가여워서 눈물이 났다. 그들의 후손이 분명 우리일진저...

전하, 지금 성 안에는 말(言)먼지가 자욱하고 성 밖 또한 말(馬)먼지가 자욱하니 삶의 길은 어디로 뻗어 있는 것이며, 이 성이 대체 돌로 쌓은 성이옵니까, 말로 쌓은 성이옵니까. (-197쪽)
어찌된 일인지 모를일이다. 아니 나도 모른체하고 싶을 뿐일게다. 전쟁이 나도, 태평성대를 누려도 말(言)이 너무 많았다. 전쟁이 나면 제 살길 찾느라고, 제 방패막이가 되어줄 희생양을 찾느라고 말(言)이 많았고, 태평성대에는 제 가진 것을 지키려고, 제 가진 것 빼앗기지 않으려고, 제 가진 것보다 남 가진 것이 더 많아보여서, 그래서 또 말(言)이 많았다. 그들이 나랏일을 했다. 그런 그들이 백성의 안위를 생각할 리가 없었다. 그랫기에 저희들끼리 속삭였을 것이다. 소설속의 구심점은 두개였다. 화친은 곧 죽음이라고 일컫는 자와 화친만이 살길이라고 외치는 자.. 누가 옳다 누가 그르다를 말하고 싶은 것은 아닐 것이다. 길이 어디에 있는지, 어디로 가야 길을 만날 수 있는지 다 알고 있었던 까닭이다. 단지 명분이 문제였다. 현실을 배재시킨 뜻없는 명분만이 살아 숨쉬고 있음이었다. 입만 열면 그들은 말했다. 전하, 아니되옵니다... 차라리 신을 죽여주시옵소서.. 내가 임금이었다면 그들을 죽일 수 있었을까? 입만 나불대는 그들을 등에 업고 가야 할 임금의 처지가 애처로웠다. 제 자신의 생각조차도 제것이 아닌 것이 임금이었다고 말한다면 너무나도 치졸하다. 

말을 접지 말라. 말을 구기지 말라. 말을 펴서 내질러라. (-284쪽)
청의 왕 '칸'의 일성에 내 속이 다 뚫리는 것만 같았다. 접지도 말고, 구기지도 말며, 펴서 내질러라! 이 얼마나 호탕한가.. 여우새끼처럼 제 속으로는 저 살 궁리만 했던 시대의 충신들과는 너무나도 달랐다. 성벽으로 올려놓으니 손과 발가락이 얼어 터져 떨어져나가는 군졸들 앞에서 솜두루마기를 걸쳐입었던 그들이었다. 성 밖으로 내몰려 일전을 치루는 군졸들을 내려다보며 아이쿠, 그럴 때는 오른쪽으로 빠져야지...무릎을 치며 입으로 전쟁을 치루던 그들이었다. 힘겹게 싸우고 다친 병사를 챙겨 돌아온 군졸에게 곤장을 치던 그들이었다. 그런 그들에게 임금이 말했었지. 경들이 알아서 하라.. 참다못한 군졸들이 임금앞으로 밀려왔다. 임금을 에워싸고 말만 앞세우는 그들에게 말했다. 승지가 칼을 빼니 산천이 떠는구려. 그 칼을 들고 적 앞으로 나아가시오. 우리가 따르리다. (-337쪽)  그랬지만 그들은 결코 앞장서지 못했다. 적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다. 적을 향해 함성 한번 내지르지 못했다. 그들이 내뱉는 말(言)들은 모두 죽어 있었고, 그들을 움직이게 할 말(馬)들도 모두 죽어 있었다. 그들은 말(言)만 있고 말(馬)이 없어서 앞장서지 못했던 것일까?

말로써 정의를 다툴 수 없고, 글로써 세상을 읽을 수 없으며, 살아 있는 동안의 몸으로써 돌이킬 수 없는 시간들을 다 받아내지 못할진대, 땅으로 뻗은 길을 걸어갈 수밖에 없으리.(- 작가의 말)  작가가 그리고 있는 소설 <남한산성>안에는 살아 있는 것들도 있었다. 그들만이 義였고 그들만이 生이었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나는 그렇게 말해주고 싶었다. 제가 죽인 사공의 어린 딸이 아비를 찾아 성 안으로 들어올 것이라고는 생각치 못했을 게다. 저야 임금을 따라 성 안으로 들어왔다지만 제 아비의 온기를 찾아 성 안으로 들어 온 계집아이를 보면서도 백성이 근본이라는 생각을 끝까지 인정하지 않았던 예판 김상헌의 그 옹골진 외고집이, 그 터무니 없는 얍삽함이 너무도 미웠다. 그 계집아이를 아무말없이 이어받아 온기를 나누어 주었던 대장장이 서날쇠를 통해 희망을 보여주고 싶었을 게다. 꽁꽁 동여매어진 임금의 문서를 가지고 성을 나와 산천을 휘돌던 서날쇠를 우리의 가슴속에 심어주고 싶었을 게다. 그렇게 서로를 받아들여주는 거라고, 그렇게 서로에 대하여 조금씩은 인정하면서 살아가는 거라고..

너무 쉽게 생각했었다. 그래서 이제사 읽은 <남한산성>.. 자책하고야 말았지만 지금이라도 읽을 수 있었으니 이 얼마나 다행이랴.. 숱하게 떠돌아다니는 그 남한산성일거라고 생각했었다. 그 꼴도 보기 싫었고 눈도 마주치기 싫었던 남한산성일거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김훈이라는 작가가 채색한 남한산성은 느낌이 너무나도 달랐다. 힘이 있었고 감히 내치지 못할 그 무언가를 품어 안고 있었다. 일갈하지 않고도 조용하게 깨우침을 전해주었던 작가의 문체에 마음을 온통 빼앗겨버리고 말았다. 너무도 흔한 것을 통하여 너무도 흔하지 않는 것을 전해줄 수 있는 그런것들이 있었다. 남한산성에 한번 올라보리라 한다. 다음에는 꼭 가야지 하면서 별렀던 그곳에 이번에는 정말 무슨 일이 있어도 가리라 한다. 그 숨결이 머무는 곳으로. 가서 서날쇠의 그 義를 찾아보리라. 발걸음이 무거울 것 같다. 남한산성을 한가슴 가득이 안고 올라야 할테니...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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