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베라는 남자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최민우 옮김 / 다산책방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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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베와 소냐는 잘 만났겠지?

p. 416
자기가 틀렸다는 사실을 인정하기란 어렵다.
특히나 무척 오랫동안 틀린 채로 살아왔을 때는 더.

p.436
죽음이란 이상한 것이다.
사람들은 마치 죽음이란 게 존재하지 않는 양 인생을 살아가지만, 죽음은 종종 삶을 유지하는 가장 커다란 동기 중 하나이기도 하다.
(...)
우리는 죽음 자체를 두려워 하지만, 대부분은 죽음이 우리 자신보다 다른 사람을 먼저 데려갈지 모른다는 사실을 더 두려워한다.
죽음에 대해 갖는 가장 큰 두려움은, 죽음이 언제나 자신을 비껴가리라는 사실이다.
그리하여 우리를 홀로 남겨놓으리라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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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어디선가 시체가
박연선 지음 / 놀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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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딘 신간 정보에서 우연히 보게 된 책,

웹툰같은 표지 그림과 자극적인(?) 제목이 눈에 확 띄었다.

박연선 작가가 누구지?

드라마 <연애시대>의 작가라고라고라고???

그 외에도 청춘시대, 동갑내기 과외하기, 얼렁뚱땅 흥신소 등을 썼다.

다른 건 몰라도 연애시대라면 내가 최고의 드라마로 꼽는 드라마다.

주옥같은 대사들이 많아서 후에 원작을 읽어봤으나 느낌적인 느낌과 주옥같은 대사는 드라마를 따라갈 수가 없었다.


대사들이 너무 좋아 당시 싸이월드 미니홈피에 좋은 대사들을 주욱 스크랩해놓고

두고두고 감상했던 기억이 있다.

그런 작가의 첫 소설이라니, 일단 기대평은 별점 다섯개다.


<여름, 어디선가 시체가>는 하루 만에 다 읽었다.

적은 페이지수는 아니지만 한 호흡에 다 읽을 정도로 몰입하게 만든다.

한국형 코지 미스터리라고 장르를 구분한다.

정확한 의미는 잘 모르겠다만,

한 마을에 생긴 15년전의 네 소녀의 실종 미스터리를 파헤쳐가는 과정도 재미있고,

역시 글빨이 좋아선가, 주인공 강무순이 하는 이야기들도 재미있다.


두메산골, 스마트폰은 시계기능 이상의 것은 하지 못하는 두왕리에서

졸지에 유배생활(?)을 하게 된 삼수생 강무순과 할머니 홍간난 여사,

그리고 꽃돌이(도대체 얼마나 샤방하게 생겼는지 흐뭇한 상상을 하며 읽게 한)가 파헤친 비밀은 무엇?

우연히 무순이가 어릴적 그려놓은 보물지도를 발견하고 그걸 따라 파보니

'다임개술'이라 써 있는 보물상자에 들어있는 물건들의 주인공들을 따라가다

우연과 노력들이 섞여 미스터리가 하나씩 풀려간다.

다임개술이 타임갭슐이라는 건 금방 짐작할 수 있었는데 주인공이나 주변인물들이 다 모르겠다고 한건

좀 이해가 안갔다.

표지에 반전주의!라고 써있는데 이게 안써있었다면 더 좋았겠다.

예고없는 반전이 더 재미있었을텐데...

그럼에도 뭔가 서늘한 기운이 감도는 표지의 그림과 제목처럼 읽으면서 열대야를 잊게 해준 소설이다.


 

p. 105
대부분의 상처는 위로가 힘이 되지만,
정말 지독한 상처는 남들이 아는 척만 해도 고통이 된다.

p. 359
깔끔하지 않아도 어쩔 수 없다.
뭔가 개운하지 않은 게 당연한 건지도 모른다.
우리 주변의 어떤 일이 칼로 자른 무처럼 깨끗한 시작과 결말을 갖는 걸 본 적이 없다.
낮과 밤은 분명 구분할 수 있지만, 낮이 밤이 되는 순간을 특정할 수 없는 것처럼.
누군가 그랬다. 인생은 그렇게 명료하지 않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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퐁당살롱 2016-08-24 18: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105페이지의 문장이
팍 와 닿네요.
글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디 마이너스
손아람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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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소수의견"을 재미있게 읽었더래서, 손아람 작가의 문체가 좋아서 다른 작품을 찾다가 고른 책이었다.

꽤 두꺼웠지만, 그리 어렵게 느껴지진 않았다.

저자처럼 주인공은 서울대에서 미학을 전공하는 학생이다.

그래서 작가의 자전적 이야기가 아닌가 궁금했는데 마지막 작가의 말에 아니라고 못박아뒀다.

너무 현실처럼 써놔서 이게 사실인지 아닌지 궁금해서 신문기사를 뒤적거려보기도 했다.

우와~ 사실이잖아?



긴 글을 읽고 나서 마지막에 "잃어버린 10년"의 연표가 나온다.

책속 주인공이 겪은 일들의 실제 사건들이다. 진즉 봤다면 더 찾아보기 쉬웠을텐데...^^;;

동시대에 살고 있었는데 나는 이런 문제들에 대해 전혀 관심이 없었다.

도대체 이런 일들이 언제 있었던거야?

너무 무지했다.

그동안 내가 갖고 있던 편협한 시야를 조금 넓혀준 책이다.


마지막 책장을 덮고 났을때의 느낌을 작가의 말이 대신해준 것 같아 옮겨왔다.


1.

역사 애호가들은 언제나 자신의 탄생 이전에만 관심이 있다.

그들 스스로는 역사적이지 않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래서 후대의 역사 애호가들이 관심 갖는 역사 속에는 역사 애호가들의 일화가 몽땅 빠지곤 한다.


2.

한 청춘이자 한 시대의 일지를 기록하고 싶었다.

한 인간이자 한 세계의 모형을 창조하고 싶었다.

그래서 이야기 하나에 대한민국을 다 담으려는 탐욕을 부렸다.

느슨하게 말하자면 이 이야기는 수십 명의 사람들에 의해 쓰였다.

엄밀하게 말하자면 이 이야기는 결코 소설이 아니다.


3.

이것은 나의 자전적인 회고록이 아니다.

한 세계의 성격을 온전히 파악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가깝되 바깥인 곳에서 바라보는 것뿐이라고 스스로를 여러 차례 속였다.

공은 그들의 것, 허물은 나의 것이다.

그들이 만들고자 꿈꿨던 세상에서 살게 되기를.



그럼 제목을 왜 D- (디 마이너스)라고 붙였을까?

디 마이너스에 대한 이야기는 이야기 후반부쯤 나온다.

원칙주의자 교수와 학사경고를 받은 윤구.

구민용 교수가 F에서 D-로만 정정해 준다면 그의 인생은 완전히 달라질 순간이었으나

교수는 "한번도 수업에 들어오지 않은 학생에게 D-를 줄 순 없다는 원칙을 고수했다.

멋지고나.

그러나 윤구는 훗날 국회의원이 되었다.


디 마이너스는 윤구가 원하던 학점이 아니라 잃어버린 10년이자 현실에 대한 평가이지 않을까

그 잃어버린 시대를 전혀 모르고 살았던 나는 F가 아닌가 생각해본다.


 

p. 352

마르크스는 상품의 진정한 도량 화폐는 노동시간이어야만 한다고 주장했다.

책장을 만들어내는 데 쓰인 노동시간은 책장의 사용가치를 자명하게 함축한다.

책장의 사용가치에 비해 노동시간이 크게 소요된다면 굳이 만들 필요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자본주의 사회에서 상품은 사용가치가 아닌 교환가치로 줄곧 평가된다.

바로 가격이다.

책장의 경우에는 4만원이다.

이때, 책장을 만드는 데 들어간 노동은 구체성과 특수성과 질적 차별성을 잃고

입에 넣어 우물거리는 한우 스테이크 한 점과 동등한 것으로 전락한다.

수상적 숫자가 상품 가치의 척도가 되는 순간, 우리 세계에서 노동과 노동하는 인간의 주인성은 박탈된다.

그들은 마르크스의 역사적 저작물을 아름답게 전시해놓을 의미 있는 물건을 만들기 위해 일하는 것이 아니라,

딱 한우 스테이크 한 접시만큼의 일을 하는 것이 된다.

하루 열다섯 시간. 먼지처럼 날리는 톱밥. 유독한 휘발성 가스. 전기톱날이 앗아간 손가락. 그 모든 것이.

한우 스테이크 한 접시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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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받아쓰기 해 봤어?
송재환 지음, 이덕화 그림 / 계림북스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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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 2학년인 바다의 그림일기다.

이 정도면 잘한거 아닌가? 글씨도 또박또박 잘 썼구만.

글자 몇개 틀린거야 연습하면 될일이고.

어쨌든 1학년이지만 울 아들램보다는 훨씬 낫다.

그림도 졸라맨으로 안그리고 꽉 채워 잘 그렸네.


그런데 바다 엄마는 맘에 들지 않는가 보다.

나는 감지덕지 할것 같은데...^^;


하긴, 바다 엄마도 1학년때는 느긋했나보다.

느린 거지 못하는 게 아니라고 다독여 줬었다.


 


바다는 오늘도 받아쓰기를 봤다.

다섯문제 중에 4개나 맞았다고 나름 생각하고는 신났더랬다.


결과는 "노력이 필요합니다"라는 도장과 세종대왕에 대한 원망.


 


참 긍정적인 아이네.

자기는 고작 세 글자만 틀린거니까 자기만의 점수는 90점이란다.

어이없는 엄마.

다음날 엄마는 혼낸게 미안해서인지 이리 쪽지를 남겼더랬다.

설정이겠지만 좀...심했지?



학교에서 '괜찬아'가 아니라 '괜찮아'가 맞다는 걸 알아온 바다는 엄마와 설전을 펼친다.

엄마는 실수라고 우기고 바다는 실력이라고 우긴다.

초등 2학년생과 엄마의 싸움이라...생각만해도 웃기다.

풉!



 

엄마는 실력이 아니라 실수라는 걸 보여주기 위해 받아쓰기를 한다.

엄마의 점수는? 책을 읽어보시라~

나 어릴적 받아쓰기는 몇점이었더라?

증거가 없으므로 나역시 100점이라고 할테지만,

아이에게 학교에서 내준 받아쓰기 하는거 지도할 때 보면, 띄어쓰기 참 어렵긴 했다.



 

 

현직 교사인 송재환 선생님의 서문에서 선생님도 2학년때 받아쓰기 40점을 받았다고 고백하는 글을 보면서

아이들도 위로가 되고 희망이 보이지 않을까?

활자도 크고, 삽화도 재미있게 잘 표현해서 초등1학년생도 부담없이 읽을 수 있다.

무엇보다 자신과 닮은 이야기가 담겨 있어 감정이입하며 읽는 것 같았다.


무조건 아이가 못한다고 혼낼 게 아니라,

늘 잊어버리곤 하지만, 아이와 입장을 바꿔 생각해봐야 겠다.

아이는 엄마가 받아쓰기 하는 장면에서 무척 통쾌해 했다.

그러나 이 책은 엄마가 먼저 읽어봐야 할 책이 아닌가?

받아쓰기 빵점 받는다고 인생에 뭐 큰일이야 나겠는가?

그렇다고 맨날 빵점 받아오면 곤란하긴 하지만.

아이를 이해하는 마음과 욕심 사이에서 오늘도 학부모냐 부모냐로 갈등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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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 2015년 개정판 세트 - 전20권 (본책 20권 + 대형 브로마이드(앞면)/조선왕실 가계도(뒷면)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
박시백 지음 / 휴머니스트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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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드디어 질렀다
작년에 구판으로 도서관 순회하며 읽었던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
한번 읽어선 잘 모르겠기에 한국사 공부좀 더 하고 다시 읽어야지 했는데 그사이에 개정판이 나왔다
뭐가 달라졌는지는 아직 모르겠다
가계도가 있어서 읽을때 도움이 많이 될것 같다
구판 세트엔 조조록사전도 포함이드만 개정판엔 없는게 아쉽다
그래도 아주 착한 가격으로 들여온 것에 만족
언제 다시 읽기를 시작할지 모르겠지만 책장한칸을 요래 차지하고 있는 것만 봐도 흐뭇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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