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이대로 괜찮은 걸까? 마스다 미리 만화 시리즈
마스다 미리 지음, 박정임 옮김 / 이봄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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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초반의 비혼주의자는 아닌 싱글.

결혼전 딱 내모습.

그때의 나로 돌아가서 읽으면 무척 공감이 되었을터인데 지금은 상황이 바뀌어선지 내용이 그리 공감이 되진 않는다.

그렇다고 해도 수짱이 하는 고민들은 꼭 싱글여성들만이 하는 고민이 아닌

지금의 나도 하고 있는 고민들이다.

아마 누구나 하는 고민들이지 않을까?

다만 그걸 생각하고 기록하고 하지 않아서 풍화되었을 뿐.

그래서 새해 결심은 꼭 아날로그 다이어리를 써야겠다는 것.

잔잔해서 마음 가라앉히며 읽기 좋다.

수짱의 고민 조각들을 모아 놓으니 참 주옥같다.


 

 

변하고 싶다. 나는 지금의 내가 변했으면 한다. 어떤 식으로인지는 알 수 없지만
조금 더 좋은 사람이 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다. 지금보다 좋은 내가 되기 위해서는 도대체 어떻게 하면 되는 거지? - P8

진짜의 나는 따로 있다고 생각하면서 살아가는 것은 좋은 걸까?
그건 옳은 게 아니라고 한다면, 지금 이대로의 자신은 싫다고 생각하는 나도
올바른 삶의 자세는 아니라는 건가? - P35

계속, 변하고 싶다는 생각만으로 살아왔다면 지금, 이 곳에 있는 나는 올바른 내가 아니라는 것.나, 올바르지 않나?… - P41

이런 사람이 되고 싶다, 저런 사람이 되고 싶다 하고 여러 가지 모습을 동경하지만
어쩌면 다른 누군가가 나처럼 되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지는 않을까. 물론 그런 일은
당연히 없겠지만. - P63

나는 젊은 나로 돌아가고 싶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지금의 내가 좋다. 그것은, 지금도 좋다는 뜻? 나, 변하고 싶었던 거 아니야? 변하고 싶다고 생각하려는 갓뿐인지도. ‘지금이 좋다‘ 고 말하면 안 될 것 같은 분위기가 세상에는 흐르고 있으니까~ - P69

아무것도 아닌 말로 사람은 사람에게 상처를 준다. 그리고 그 사실은 자신이 상처 입었을 때 새삼 깨닫게 된다. - P73

자신 찾기 따위가 뭐야.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진짜 자신을 자신이 찾아 헤매면 어쩌자는 거냐고. - P105

자신의 마음이 보이지 않을 때는 그 고민을 다른 사람에게 상담하지 않는다. 자신의 생각이 옅어지기 때문이다. 스스로 고민하고 생각할 것이다. 계속 그렇게 해왔으니까. 그리고 계속 그렇게 해왔던 것을 옳다고 생각하는 내가 있다. - P111

여러 모습의 내가 모여서 하나의 내 모습을 만들고 있다. 자신을 변화시키려고 하는게 아니라 ‘새로운 나‘를 늘려간다. - P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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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 엄마 교과서 - 초등학교 공부, 이렇게 한다!, 개정판
박성철 지음 / 길벗스쿨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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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맘때면 교육서가 넘쳐난다.

읽다보면 어법에서 차이가 있지 결국 다 그말이 그말인것 같다.

그럼에도 또 뭘 놓치는게 없나 읽게 된다.

'초등엄마교과서' 역시 아이성향 파악하기, 긍정적으로 바라보기, 복습의 중요성 강조, 오답노트 활용 등

비슷한 유형의 책들과 크게 다르지 않은것 같기도 하다.

다만 지금까지 읽었던 책들중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팁들이 내경우에는 좀 있었다.

리뷰라기 보다 따로 메모하기 귀찮아서 여기에 끄적거려본다.


구체적 공부방법 이전에 내 아이에 대해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무엇보다 중요함을 강조했다.

마침 얼마전 성격유형으로 아이보는 법에 대한 강의를 들은지라 이 점에 대해선 전보다 조금 더 객관적이 되었고,

많은 부분 인정하고 내려놓았더랬다.

자신이 세운 교육관에서 흔들리지 않고 내 아이에 맞는 방법, 내 상황에 맞는 방법을 선택해서 그것을 꾸준하게 실천하는 일관성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내가 세운 교육관은 무엇인지 아직도 잘 모르겠고, 그래서 자꾸 흔들리려고 하는 것 같다.

그래도 이정도면 일관성있지 않아? ㅋㅋ




특히 국어, 수학, 사회, 과학 과목별 지도방법 제시는 실질적 도움이 되었다.

물론 "교과서"가 모든 공부의 처음이자 끝임을 강조한다.


국어-국어사전 활용-나만의 국어사전 만들어보기

수학-사소한 것이 가장 중요하다. 숫자 정확하게 쓰기, 줄 맞춰 쓰기, 기초계산력이 수학의 기본

(스토리텔링에 관심을 가지라고 했지만 구체적 방법은 제시하지 않았다)

사회-목차로 흐름을 파악, 도표, 사진, 지도, 표가 핵심. 도표나 연대표를 스스로 만들어 보기

사회과 부도는 "싸부". 잘 활용해 보자.

과학-용어와 어휘 이해가 최우선



 


독서력, 논술, 발표력 역시 중요하다.


SQ3R 독서법

훑어보기(Survey)-읽기 전에 미리 내용을 생각해 보는 단계

질문하기(Question)-제목과 소제목을 의문형식으로 바꾸어 보는 단계

자세히 읽기(Read)-차분하고 자세하게 읽기

되새기기(Recite)-지금까지 읽은 내용을 요약, 정리하는 단계

다시보기(Review)-읽은 내용을 모두 살펴보고 전체 내용을 정리하는 단계


KWL 전략

what I Know (알고 있는 것)

what I Want to know (알고 싶은 것)

what I Learned (알게 된 것)


논술의 핵심은 배경지식, 경청이며 평소 메모하는 습관, 광고카피쓰는 습관으로 확장시킬 수 있다.

발표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주제글 작성하여 읽은 것 녹음이나 녹화해 보는 것이 좋다.

거울보고 3분 스피치도 도움이 된다.



 

오답노트, 노트필기, 일기쓰기 역시 여느 교육서와 마찬가지로 강조했다.

일기쓰기의 다양한 주제 예시는 도움이 될 것 같다.


특이한 점은 경제교육도 강조했다는 것이다.

홈아르바이트, 우리동네 상가지도 그려보기, 내가 가장 아끼는 물건의 이력서 작성하기,

백과점과 마트 꼼꼼히 살펴보기(구조, 상품진열 법칙, 에스컬레이터 위치 이유 등),

우리집 경제활동에 참여하기, 엄마의 장보기 주도권 빼앗기, 은행 환전, 우리집 새는 돈 찾기, 기부 등 세세하게 설명해주었다.

평소 신경을 많이 안 쓴 분야라 새로웠다.


영재교육은 소위 난 아이들만 하는 것이라 생각했는데 도전해 볼만하다.

소개한 관련 기관 url 중 없어진 곳이 많았다.


영재교육

www.sengifted.org

www.hoagiesgifted.org

www.ksg.or.kr

www.kedi.re.kr


평소 애를 잡을까봐 한자급수시험이라든지 기타 인증시험은 준비를 안했는데

잡지만 않는다면!! 좋은 기회로 삼을 수도 있겠다 싶다.

소개한 인증시험중 참고할 만한 건 기초국어능력인증시험 J-TOKL 뿐이긴 했지만.

www.tokl.or.kr

서울 교수학습지원센터 www.ssem.or.kr, LG사이언스랜드 http://lg-sl.net/home.mvc 같은 유용한 정보도 있었다.


 


창의성은 지식과 지혜중 지식이 먼저이다. 지식이 선행될 때 발현된다.

무엇보다 재미, 감동, 경험이 어우러져야 한다.

PMI 기법 (Plus Minus Interst)을 집에서도 활용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

 


읽다 보면 어느것 하나 중요하지 않은 게 없다.

저자 역시 초등 6년중 중요하지 않은 학년은 없다고도 했다.

늘 그렇듯 내게 필요한 정보는 받아들이고 활용하면 되는 것이다.

다만 오래된 정보라 소개한 홈페이지 등은 이미 없어진 곳도 많았고,

전,전전대통령과 안철수에 대한 평가에 있어서는 내 의견과 맞지 않았다.


 

p. 287

"꿈은 돋보기로 종이를 태우는 것에 비유할 수 있다.
초점을 맞추고 햇볕을 한 곳에 모은 다음 종이가 탈 때까지 돋보기를 손에 꼭 쥐는 것처럼 우리의 꿈도 마찬가지다.
꿈을 이루려면 굳은 신념을 끝까지 쥐고 포기하면 안 된다."
- 프레스톤 클라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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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러 심리학을 읽는 밤 - <미움받을 용기> 기시미 이치로의 아들러 심리학 입문
기시미 이치로 지음, 박재현 옮김 / 살림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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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한차례 붐이 일었던 아들러 심리학.

미움받을 용기는 읽을 타이밍을 놓쳐버렸다.

이번달 함께 읽기 책으로 조금 더 접근하기 편한 '아들러 심리학을 읽는 밤'으로 정했다.

몸이 안좋아서였는지 이 책이 그랬는지 평소보다 집중이 잘 안되긴 했다.

심리학서라고 하면 생각보다 쉽고, 육아서라고 하기엔 뭔가 뜬구름 잡는 것 같은 느낌...

그래도 읽는 동안 밑줄 쫙~ 치며 생각하고 곱씹어보긴 했다.

아들러 심리학의 핵심은 육아와 교육이라 할 수 있다던데 심리학책인지 육아서인지 헷갈릴 정도였지만

사실 읽다보면 자괴감이 더 든다.

이렇게만 하면 정말 될까?

동의하는 부분도 있지만 현실적으로 가능할지, 이런 부모가 있을지 궁금하기도.

(표지의 빨간 의자는 반성의자일까? ㅋ)

한해를 마감하는 기분으로 잠시 복잡한 생각들 접어두고 마음을 다잡아보는 용으로는 괜찮았다.

그리고 이제서야 '미움받을 용기'라는 말이 와닿는다.




아들러는 우리가 살아가면서 겪게 되는 고민은 인간관계에서 비롯된다고 분명하게 밝혔다. 우리 마음이 상처를 입고 그 상처로 인해 고민과 고통을 겪게 되는 것이 아니라면서 "트라우마는 없다."라고 잘라 말했다. 프로이트를 비롯한 대부분의 심리학에서는 인과관계로 인간의 심리상태를 설명한다.
트라우마 이론이 대표적이다. 아들러는 그런 인과관계 대신에 목적론을 내세웠다.

- P9

​어떤 사람이 물었다. "인생의 의미는 무엇입니까?" 아들러는 그 질문에 이렇게 대답했다. "일반적으로 주어진 ‘인생의 의미‘라는 것은 없습니다. ‘인생의 의미‘는 당신 스스로가 자기 자신에게 부여하는 것입니다. - P19

모든 사람들로부터 사랑받는 사람이 될 것인가? 아니면, 미움받는 사람이 될 것인가? 만일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면 나는 단연코 후자를 선택할 것이다. 비록 나를 미워하는 사람이 있어도 자유롭게 살고 싶다. 그래서 당부한다. 모든 사람에게 사랑받는 사람이 되지 말 것을. - P26

사람들이 실패를 두려워하는 이유는 그 가능성을 남겨두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성공을 확신할 수 없으면 아예 도전조차 하지 않으려 하는 것이다. 주로 남의 시선을 신경 쓰는 사람들이 가능성을 남겨두고 싶어 한다. 칭찬만 받고 자란 모범생들이 남다른 모험을 못 하는 이유다. - P29

공부하려 하지 않는 아이에게 "너는 하려고만 들면 얼마든지 잘할 수 있다."라고 말하는 것은 금물이다. 그러면 그 아이는 결코 공부하려 하지 않는다. 그런 아이는 ‘하면 잘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남겨두고 싶어하기 때문이다. 실제로는 두렵기 때문이다.
(...)
다른 사람의 시선을 신경 쓰며 어떤 일에 대해 ‘가능성‘이라는 여지를 남겨두려 하지 마라. 평생 그 일을 유보하게 될 것이다. - P30

남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는 중성 행동에 대해서 우리는 너그러워야 한다. 다른 사람이 자신과는 다른 시점이나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다는 것 하나만으로 그들을 질책하고 비난해서는 곤란하다. 다른 사람의 행동, 혹은 살아가는 방식이 자신의 마음에 맞지 않아도 너그러워야 한다. ‘다름‘을 받아들여야 한다. 그것은 그 사람의 과제이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의 과제는 우리가 공동의 과제로 삼기 위한 절차를 밟기 전에는 개입해서는 안 된다. 대인관계의 문제 가운데서 상당수는 우리가 상대의 과제에 대해 허가 없이 간섭해 들어가기 때문에 일어나는 경우가 많다. - P45

자립이란 내가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은 자신의 힘으로 해결하고, 만약 자신의 힘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와 마주하게 되는 경우,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요청해 해결해나간다는 뜻이다. - P47

​"원래 상대방을 이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라." - P55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잘 모르겠다고 해서 무엇을 하든 소용없다고 생각하는 게 아니라, ‘여하든 지금 여기서 할 수 있는 일을 하자.‘라는 태도를 갖춰야 한다. 바로 그게 낙관주의다. 우리가 일단 지금 여기서 가능한 일을 시도할 때 현실의 사태는 무언가 변화하게 된다.아들러는 아이들에게 진정 필요한 삶의 태도가 이와 같은 낙관주의라고 강조했다. 세계는 온통 장밋빛이라고 가르치거나 세계는 온통 암흑이라고 가르치는 것은 피해야 한다는 것이다.
​(...) 우리는 문제가 곧 해결되지 않는다고 해서 심각해질 필요는 없다. 심각하다는 것과 진지하다는 것은 매우 다르다. 인생을 제대로 즐기고 싶다면 진지해야 한다.
(...) 진지하게 게임에 임해야 한다. 하지만 트럼프 게임에 졌다고 해서 죽지는 않는다.

심각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 P66

아들러 심리학은 뚜렷한 목표를 세우고 끊임없이 그 목표를 달성할 수 있게 아이를 지원하라고 가르친다. 그는 아이드을 가르칠 때 다음과 같은 목표를 설정해야 한다고 말한다.
1. 자립한다.
2. 사회와 조화롭게 살아간다.
​그리고 이와 같은 목표를 이루기 위해 심리적으로 다음 두 가지를 갖출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한다. 두 가지 심리목표다.
1. 나는 능력이 있다.
2. 사람들은 나의 친구다. - P77

칭찬은 좋은 방법이 아니다. 당신이 저녁 식사를 준비하고 있다고 가정해보자. 가족들이 돌아와 음식을 한입씩 입에 넣고는 "우와, 맛있다. 넌 한다면 할 수 있어! 훌륭해. 참 잘했어."라고 말한다면 어떤 기분이 들 것 같은가.
(...) 이런 게 바로 칭찬이다. 칭찬은 능력 있는 사람이 없는 사람에게, 위에서 내려다보며 ‘좋다‘고 상대를 판단하고 평가하는 말이다. 그래서 아래에 있는 사람은 결코 유쾌할 수가 없다.
- P104

아들러 심리학에서는 온화하고 단호하게 아이를 대하라고 권한다. 온화하다는 것은 힘으로 누르지 않고 끈기 있게 대화를 나눈다는 걸 의미한다. 단호하다는 것은 아이와 부모의 과제를 분리한 뒤, 아이가 스스로의 힘으로 과제에 맞설 수 있다면 불필요한 개입은 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 P132

(...) 대인관계를 수직적이 아니라 수평적으로 생각할 것을 권한다. 칭찬하는 것과는 반대로 용기를 주는 것은 인간관계를 ‘수평관계‘로 바라볼 때 가능하다. 서로의 관계가 수평적이라고 생각할 때 비로소 상대방에게 용기를 줄 수 있다. 그리고 그건 어른과 어른 사이에서뿐만 아니라 어린아이를 상대할 때도 마찬가지다. 아이가 자신보다 어리기 때문에 열등하거나 아래에 있다고 생각하면 아이에게 용기를 줄 수 없다. - P143

누군가가 부탁하지도 않았는데 간섭한다든가, 바라지 않았는데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것은 자신의 우월감을 충족시키기 위한 행동일 뿐이다. 상대를 대등한 존재로 보는 태도가 아니다. 물론 머릿속으로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지 몰라도 실제로 수평관계에 서는 것은 어렵다. 현대인 대부분이 사람과 관계를 맺을 때 거의 습관적을 자신이 위인지 아래인지를 판단하는 습성이 있다고 생각해도 무방할 정도다. - P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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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깥은 여름
김애란 지음 / 문학동네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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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에 읽어야 제맛일줄 알았던 책.

작가도 책에 대한 정보도 전혀 모르고 시작했더랬다.

그저 지인이 "좋았다"라는 말 한마디에 선택한 책.

읽고 있는 동안 동인문학상 수상을 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단편집인지도 몰랐음.

끊어 읽기 좋네~라고 생각했더랬다.

"바깥은 여름"이 표제작인줄 알았는데 전혀 상관없는 제목에 의아했다.

제목을 왜 바깥은 여름이라고 했을까?

대체로 작품 분위기가 어둡고 가라앉아 있는데 작품속 그들의 안은 춥고 눈내리는데 그들의 바깥은 여름처럼 활기차다....이런 뜻일까?


읽는 동안 함께 마음이 무거워져서 정말로 "많이" 끊어 읽게 되었다.

너무 무거워서 눈물조차 나지 않았다.

엄마라서 그럴까? 특히 '입동'과 '가리는 손'에서 감정을 이입하고 읽게 되었다.

너무 춥다.  지난 여름의 폭염은 벌써 잊은지 오래.

그래도 추운것 보다는 더운게 낫다며...

빨리 여름이 왔으면 좋겠다.




- 입동
가만 들여다보고 있으면 가슴이 저릴 정도로 무고한 얼굴로 잤다. 신기한 건 그렇게 짧은 잠을 청하고도 눈뜨면 그사이 살이 오르고 인상이 변해 있다는 거였다. 아이들은 정말 크는 게 아까울 정도로 빨리 자랐다. 그리고 그런 걸 마주한 때라야 비로소 나는 계절이 하는 일과 시간이 맡은 몫을 알 수 있었다. 3월이 하는 일과 7월이 해낸 일을 알 수 있었다. 5월 또는 9월이라도 마찬가지였다.
- P18

- 입동
우리 부부는 등받이가 없는 벤치형 의자에, 영우는 유아용 접이식 식탁 의자에 앉아 숟가락을 들었다. 그리고 그렇게 사소하고 시시한 하루가 쌓여 계절이 되고, 계절이 쌓여 인생이 된다는 걸 배웠다.
- P20

-노찬성과 에반
‘네가 네 얼굴을 본 시간보다 내가 네 얼굴을 본 시간이 길어......알고 있니?‘
- P62

- 풍경의 쓸모
- 그죠? 그게 젊음이지. 어른이 별건가.
지가 좋아하지 않는 인간하고도 잘 지내는 게 어른이지. 안 그래요, 이선생?
(...)
- 호오(好惡)가 아니라 의무지. 몫과 역을 해낸다고 생각하면 되는데.
사람 재는 자가 하나밖에 없는 치들은 답이 없어요. 아주 피곤해.
- P163

- 가리는 손
시간이 매일 뺨을 때리고 지나가는 기분이었을 거야.
- P203

- 가리는 손
핸드폰 도우미 이야기를 들으니 아이가 속한 세상이 염려되지만 참고 내색 않는다.
애가 어릴 땐 집 현관문을 닫으면 바깥세상과 자연스레 단절됐는데. 지금은 그 ‘바깥‘을 늘 주머니에 넣고 다녀야 하는 모양이다. 아직까진 친구들과 메시지를 주고받고, 모바일 게임을 하고, 실시간 인터넷 방송을 즐겨 보는 정도 같지만, 가끔 아이 몸에 너무 많은 ‘소셜social‘이 꽂혀 있는 게 아닌지 걱정된다. 온갖 평판과 해명, 친밀과 초조, 시기와 미소가 공존하는 ‘사회‘와 이십사 시간 내내 연결돼 있는 듯해. 아이보다 먼저 사회에 나가 그 억압과 피로를 경험해본 터라 걱정됐다. 지금은 누군가를 때리기 위해 굳이 ‘옥상으로 올라와‘라 하지 않아도 되는 시대이니까. 아이가 지금 나와 식사를 하는 중에도 실은 어딘가에서 누군가에게 얻어맞으며 피 흘릴지 몰랐다.
- P212

- 가리는 손
이걸 어찌 설명하나. 말한다고 네가 알까. 이상하게 들릴지도 모르지만 재이야, 어른들은 잘 헤어지지 않아. 서로 포개질 수 없는 간극을 확인하는 게 반드시 이별을 의미하지도 않고. 그건 타협이기 전에 타인을 대하는 예의랄까, 겸손의 한 방식이니가. 그래도 어떤 인간들은 결국 헤어지지. 누가 꼭 잘못했기 때문이 아니라 각자 최선을 다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런 일이 일어나기도 해. 서로 고유한 존재 방식과 중력 때문에. 안 만나는 게 아니라 만날 수 없는 거야. 맹렬한 속도로 지구를 비껴가는 행성처럼. 수학적 원리에 의해 어마어마한 잠재적 사건 두 개가 스치는 거지. 웅장하고 고유하게 휙. 어느 땐 그런 일이 일어났다는 걸 알아차리지 못할 정도로 강렬하고 빠른 속도로 휙. 그렇지만 각자 내부에 무언가가 타서 없어졌다는 건 알아. 스쳤지만 탄 거야. 스치느라고. 부딪쳤으면 부서졌을 텐데. 지나치면서 연소된 거지.
- P213

어른이란 몸에 그런 그을음이 많은 사람인지도 모르겠구나. 그 검댕이 자기 내부에 자신만이 온전히 이해할 수 있는 암호를 남긴. 상대한 한 말이 아닌, 하지 않은 말에 대해 의문과 경외를 동시에 갖는. 그런데 무슨 말을 하다 여기까지 왔지? 그래, 엄마랑 아빠는...... 지쳐 있었어. ‘이해‘는 품이 드는 일이라, 자리에 누울 땐 벗는 모자처럼 피곤하면 제일 먼저 집어던지게 돼 있거든.
- P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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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모 (블랙 에디션, 양장 특별판)
미카엘 엔데 지음, 한미희 옮김 / 비룡소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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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하엘 엔데의 '모모'는 중2 그러니까 30년도 더 된 지난날, 처음으로 책에 빠져들게 해준 책이다.

당시의 나의 독서력으로는 힘든 볼륨이었음에도 그렇게 읽어낸 내가 대견하기까지 했었다.

너무 재미있었던지라 미하엘 엔데의 다른 작품들도 찾아서 읽었던 기억이 있다.

모모는 주인공의 이름과 작가, 시간도둑만 기억에 남고는 회색신사들의 시가연기처럼 흐릿해진 기억인지라

막연히 언젠가 다시 한번 꼭 읽어보고 싶다 했는데 이번에 모던한 표지의 블랙에디션으로 만나게 되었다.

(사진이 고급진 블랙컬러를 담지 못해 아쉽다)


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으로 다시 한번 유명세를 탔던 원조 드라마셀러이기도 한 모모.

드라마도 재미있게 보았던터지만 당시에는 다시 읽어보진 못했다.

읽고 싶은 책들이 쌓여있는지라 이런 특별한 기회가 아니면 재독하기가 쉽지 않다.

사실, 처음 표지를 보았을때도 거북인 카시오페이아도 기억이 나질 않았을만큼

재독이라 해도 전혀 기억이 나지 않아 처음 읽는 것과 마찬가지였지만.


그렇게나 오래된 모모, 그러나 30년이 훌쩍 넘게 '살아 남은' 모모는 그래서 고전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이번에 알게 된 사실은 모모의 초판은 1973년이라 하니 더욱 놀랍다.

이 작품이 45년이나 되었음에도 세월이 많이 흐른 지금 읽어도 전혀 낯설거나 낡은 느낌은 나지 않는다.

표지의 모던함 때문만은 아니고 매끄러운 번역도 한 몫 하지 않았을까?


 


카시오페이아의 등딱지에 나타난 글자, 모모를 넘겨보면 또 새로운 디자인의 모모가 있다.

''지구 북쪽에 사는/남쪽에 사는 야생동물' 시리즈의 작가 디터 브라운이 작업을 한 것으로

아이에게도 그림그리기에 영감을 주기도 한 일러스트레이터다.




읽다 보면 참 절묘한 소제목들에서 또 한번 감탄을 하게 된다.

풍요속의 궁핍, 뒤를 쫓던 자들을 뒤쫓기, 새로운 것이 시작되는 끝.

말놀이 같기도 한 알쏭달쏭한 이 제목들 역시 모모에 빠지게 만든 여러 요인중의 하나다.

궁금한 것은 30여년전 내가 읽었던 모모의 표지나 일러스트 뿐만 아니라 번역(같은 번역가이긴 하지만)이 같은가 하는 것이다.

비교해서 읽어보는 것도 재미있을 듯.



상대방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능력, 모모가 태어났을땐 그것이 별것 아닌것 처럼 보였을지 모르겠지만

지금은 분명 능력이다.

모모에게 이야기를 하다가 스스로 지혜로운 생각을 떠올리고, 과감하게 결정을 내리고, 또 즐거운 마음이 되었던 사람들.

아주 오래전, 그런 경험이 있었더랬지...싶은 생각과 함께

내 시간 역시 회색 신사들에게 많이 빼앗겼구나 싶어 뜨끔했다.

그리고 그 의미없이 아낀(?) 시간들을 아이에게도 강요하고 있지는 않은가 되돌아 본다.

아이에서 어른이 되고, 또 부모가 되고 나서 읽으니 중점을 두는 부분도 달라진다.

내 아이들은 신나하고 있는지, 뭔가 유용한 것만을 위한 시간을 쓰고 있지는 않은지 반성한다.

마하엘 엔데는 마치 오늘날을 내다보듯 모모를 쓴 건 아닌지 의심스러웠다.

시간에 쫓기는 사람들, 시간에 쫓길수록 더 바빠지고, 지루해지고, 더 적의를 갖게 되는 사람들.

그러나 다행인 것은 언제나 없는 거리, 아무 데도 없는 집의 호라 박사와 모모의 도움으로 찾게 된 시간들 덕분에

이제는 사람들에게도 함께 웃고, 함께 울 "그럴 시간"이 생겼다는 것이다.

나에게도, 아이에게도, 모두에게도 그럴 시간, 살아 있는 시간이 언제까지나 계속되었으면 좋겠다.



 

하지만 꼬마 모모는 그 누구도 따라갈 수 없는 재주를 갖고 있었다. 그것은 바로 다른 사람의 말을 들어 주는 재주였다.

- P25

베포는 이렇게 얘기했다. "얘, 모모야. 때론 우리 앞에 아주 긴 도로가 있어. 너무 길어. 도저히 해낼 수 없을 것 같아. 이런 생각이 들지. (...) 그러면 서두르게 되지. 그리고 점점 더 빨리 서두르는 거야. 허리를 펴고 앞을 보면 조금도 줄어들지 않은 것 같지. 그러면 더욱 긴장되고 불안한 거야. 나중에는 숨이 탁탁 막혀서 더 이상 비질을 할 수가 없어. 앞에는 여전히 길이 아득하고 말이야. 하지만 그렇게 해서는 안 되는 거야.(...) 한꺼번에 도로 전체를 생각해서는 안 돼, 알겠니? 다음에 딛게 될 걸음, 다음에 쉬게 될 호흡, 다음에 하게 될 비질만 생각해야 하는 거야. 계속해서 바로 다음 일만 생각하는 거야.(...) 그러면 일을 하는 게 즐겁지. 그게 중요한 거야. 그러면 일을 잘 해낼 수 있어. 그래야 하는 거야.(...) 한 걸음 한 걸음 나가다 보면 어느새 그 긴 길을 다 쓸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지. 어떻게 그렇게 했는지도 모르겠고, 숨이 차지도 않아."
- P58

세상에는 아주 중요하지만 너무나 일상적인 비밀이 있다. 모든 사람이 이 비밀에 관여하고, 모든 사람이 그것을 알고 있지만, 그것에 대해 깊이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사람들은 대개 이 비밀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조금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이 비밀은 바로 시간이다. 시간을 재기 위해서 달력과 시계가 있지만, 그것은 그다지 의미가 없다. 사실 누구나 잘 알고 있듯이 한 시간은 한없이 계속되는 영업과 같을 수도 있고, 한 순간의 찰나와 같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이 한 시간 동안 우리가 무슨 일을 겪는가에 달려 있다. 시간은 삶이며, 삶은 우리 마음속에 있는 것이니까.


- P89

하지만 시간을 아끼는 사이에 실제로는 전혀 다른 것을 아끼고 있다는 사실을 눈치챈 사람은 아무도 없는 것 같았다. 아무도 자신의 삶이 점점 빈곤해지고, 획일화되고, 차가워지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그 점을 절실하게 느끼는 것, 그것은 아이들 몫이었다. 사람들은 이제 아이들을 위해서도 시간을 낼 수 없게 되었던 것이다. 하지만 시간은 삶이며, 삶은 가슴속에 깃들여 있는 것이다. 사람들은 시간을 아끼면 아낄수록 가진 것이 점점 줄어들었다.

- P111

"아이들은 우리의 천적이에요. 아이들이 없었다면, 우리는 벌써 오래전에 전 인류를 수중에 넣을 수 있었을 겁니다. 아이들에게는, 그 어떤 사람보다도 시간을 아끼게 하기가 힘이 들어요. 그래서 우리의 가장 엄격한 법칙 중의 하나는 이렇습니다. ‘아이들을 맨 마지막으로 공략하라.‘"

- P183

"그런데 왜 얼굴이 잿빛이에요?" 호라 박사가 대답했다. "죽은 것으로 목숨을 이어 가기 때문이지. 너도 알다시피 그들은 인간의 일생을 먹고 살아 간단다. 허나 진짜 주인으로부터 떨어져 나온 시간은 말 그대로 죽은 시간이 되는 게야. 모든 사람은 저마다 ‘자신의‘ 시간을 갖고 있거든. 시간은 진짜 주인의 시간일 때만 살아 있지."

- P240

"죽음이 뭐라는 걸 알게 되면, 사람들은 더 이상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을 게다. 그리고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으면, 아무도 사람들의 인생을 훔칠 수 없지."

- P251

아이들은 사는 지역에 따라 나누어져 각각 다른 탁아소에 수용되었다. 거기서 스스로 놀이를 고안해 내는 것은 물론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놀이는 감독 요원이 지시했는데, 모두 뭔가 유용한 것을 배우는 것들뿐이었다. 그러면서 아이들은 즐거워하고, 신나하고, 꿈을 꾸는 것과 같은 다른 일들은 서서히 잊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아이들의 얼굴은 점차 시간을 아끼는 꼬마 어른처럼 되어 갔다. 아이들은 짜증스럽게, 지루해하며, 적의를 품고서, 어른들이 요구하는 것을 했다. 하지만 막상 혼자 있게 되면 무엇을 해야 할지 도무지 아무 생각도 떠오르지 않았다. 그 모든 일을 겪은 후 아이들이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은 소란을 떠는 것뿐이었다. 물론 그것은 즐거운 소란이 아니라 미쳐 날뛰는 듯한 고약한 것이었다.

- P288

"(...) 인생에서 가장 위험한 건 꿈이 이루어지는 거야. 적어도 나처럼 되면 그렇지. 나는 더 이상 꿈꿀 게 없거든. 아마 너희들한테서도 다시는 꿈꾸는 걸 배울 수 없을 거야. "


- P320

두 사람은 몇 번이고 얼싸안았다. 지나가던 사람들은 모두 멈춰서서 같이 기뻐해 주었다. 그들은 같이 웃고, 같이 울었다. 이제 모두들 그럴 시간이 있었다.

- P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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